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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66화


2장 [전개]

티베는 하품을 하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하암‥그러면 그렇지, 꿈이었구나. 하긴, 어떻게 그 드래곤의 등 위에 탄 남자가 날 구해주겠어. 다 꿈이겠지‥.”

그때, 누군가가 노크를 해 왔고 티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들어오세요.”

철컥 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매일 보던 힐린이 아닌 붉은 장발의 청년이었다. 청년을 본 티베의 얼굴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잘 주무셨나요? 식사 준비가 되었으니 정리가 되시면 나오세요. 맛있게 차려 놓았답니다.”

그 청년은 윙크를 하며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고, 티베는 멍하니 문 쪽을 바라보다가 앞으로 털썩 몸을 굽히며 우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히잉〜! 꿈이 아니잖아!!!”

간단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티베는 약간 뜬 머리를 매만지며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부엌에 들어갔다. 식탁엔 리오와 힐린, 그리고 처음 보는 군청색 머리의 미청년이 앉아 있었다. 그 청년의 건너편에 앉은 힐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년의 뾰족한 귀를 바라보았다. 청년은 티베를 힐끔 바라보았고 티베는 갑자기 그 청년과 눈이 마주치자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웃지 마.”

청년은 예상 밖의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티베는 약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 청년을 바라보았다. 리오는 안되겠다는 듯 티베의 어깨를 톡 치며 말했다.

“식사부터 하세요, 이 친구의 소개는 제가 식사 후 정식으로 하죠. 약간 성격이 이상한 녀석이니 이해해 주시고요.”

팅–!

순간 철제 숟가락이 부러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청년을 제외한 세 사람의 얼굴은 굳어지고 말았다. 그 청년은 일어서서 자신의 손에 들린 부러진 숟가락을 휴지통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불량품이 많군.”

대충 식사가 끝난 후, 리오는 자신과 바이칼의 소개를 정식으로 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어제 들으셨다시피 리오·스나이퍼라 합니다. 사고로 티베 양과 같은 차원에서부터 날려왔죠. 이 친구는 바이칼·레비턴스라고 합니다. 성격이 좀 차가운 면이 있지만 인간성은 좋아요. 그렇지 바이 오빠?”

바이칼은 순간 리오를 무서운 눈으로 쏘아 보았고 리오는 바이칼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진정하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힐린이 리오와 바이칼에게 소개를 하였다.

“그러면 제 소개를‥전 힐린·벨로크라 합니다. 소설을 쓰고 있지요. 티베와는 1년 전부터 알고 지내왔습니다.”

티베는 헛기침을 한 후 이어서 자기소개를 하였다.

“전 티베·프라밍, 지금은 TV 기자를 하고 있습니다. 아, 어제는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리오 씨.”

“아 예, 그런데 그건 그렇고‥오늘은 출근 안 하시나요 티베 양?”

리오의 질문에 티베의 얼굴은 순간 흙빛이 되고 말았다. 시간은 오전 11시 약간 넘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 한 시간가량 넘은 것이었다. 티베는 급히 자신의 방으로 몸을 달려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힐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리오에게 물었다.

“음‥걱정이 되는군요. 어제 일도 그렇고‥이제 티베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오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염려 마십시오. 당분간은 제가 티베 양을 따라다니며 경호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집 쪽은 바이칼이 맡을 것이고요.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그런데 당분간이라면 언제까지‥?”

리오는 팔짱을 낀 후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블랙 프라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방법이 강구될 때까지입니다. 여기서 계속 있는 것으로는 블랙 프라임을 제거할 수 없죠. 계속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요.”

힐린은 순간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리오에게 물었다.

“예!? 그럼 리오 씨는 블랙 프라임을 없애겠다는‥? 아, 안 돼요! 아무리 리오 씨가 드래곤을 타고 다니며 무적의 힘을 쓴다 해도 블랙 프라임은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조직이에요! 한 국가보다도 강대하다고요!!”

그 말을 들은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변을 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음‥물론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실체를 알아내어 핵을 없앤다면 블랙 프라임은 공중분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보를 모아 본 결과 미 합중국 동부 어딘가에 블랙 프라임의 본거지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원래는 그곳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겠지만 티베 양이 좀 위험한 상황인 듯해서 날려오기 전 차원의 어떤 친구와의 우정상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힐린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러시다면 블랙 프라임과는 왜 굳이 싸우려고 하시죠?”

리오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티베가 출근할 준비를 하고 나오자 일어서며 대답했다.

“‥음‥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 갔다 올게요 언니!”

티베는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밖으로 쏜살같이 뛰어 나갔고, 리오는 걱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따라 나섰다. 힐린이 한숨을 쉬며 닫히는 문을 바라보자, 바이칼이 조용히 말했다.

“‥저 녀석에 비하면 전 정상인이죠.”

티베는 급히 자전거를 묶은 고리를 풀고 달릴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페달을 밟았는데 자전거가 나가지 않는 것이었다. 티베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리오가 자전거 뒤를 손으로 살짝 들고 있었다.

“아니, 뭐 하시는 거예요!! 저 늦은 거 잘 아시면서 이러세요!!!”

“혼자 가시면 이제 위험해요.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내려주세요.”

티베는 자전거에서 내리며 리오와 같이 방송국까지 갈 것을 상상해 보았다. 동료들 사이에 퍼질 소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상당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아, 안 돼요. 생각해 보니 너무 이상할 것 같아요!”

리오는 자전거를 타며 티베를 바라보았다.

“예? 뭐가 이상한가요?”

“어, 어떻게 본지 하루 되는 남자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어요!! 부끄럽단 말이에요!!”

티베가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대답하자, 리오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뒤 앉을 공간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그 청소부들에게 다시 끌려가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자자, 어서 타세요.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지요.”

“‥알았어요.”

티베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리오의 뒤에 옆으로 앉았고, 리오는 페달을 천천히 밟아 나갔다.

그날 프랑스의 하늘은 대체로 맑은 편이었다. 정오가 가까이되어서 그런지 햇볕도 꽤 밝았고, 사람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막 공원을 지나던 리오는 근처에 비둘기들이 날고 있자 웃으며 휘파람을 불어 보았다. 그러자 비둘기들이 리오와 티베가 타고 있는 자전거의 주위를 날았고 티베는 자신의 주위를 나르고 있는 비둘기들을 보고 혹시나 하며 리오에게 물었다.

“‥혹시 공원에서 모자를 쓴 덩치 큰 노인 못 보셨나요? 그 할아버지께서 비둘기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후훗‥글쎄요?”

티베를 방송국 안에 무사히 데려다준 리오는 자전거 위에 앉아 그녀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세 시쯤 되어 근처에서 샌드위치를 사 가지고 자전거 옆에서 먹는 중이던 리오는 한 소녀가 방송국 경비와 한창 말싸움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약 15세가량으로 보이는 그 소녀는 짙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경비에게 소리소리 치고 있었다. 마땅히 할 일이 없던 리오는 그 말싸움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참 나, 어째서 막냐고요 아저씨!!! 전 분명히 제 신분을 밝혔고, 견학 좀 하겠다고 했잖아요!!!”

“아니, 견학한다는 애가 가방 안에 이런 중형 전투 나이프를 두 개나 들고 들어가니? 노트나 그런 게 있었다면 모르지만 이 무기들을 본 이상 들여보내줄 수 없어! 자자, 어서 가!”

“칫, 흥이다!! 내가 정식이 아니면 못 들어갈 줄 알아요? 천만에 말씀!!!”

소녀는 혀를 내민 후 경비가 들고 있던 가방을 낚아채고 다른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경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경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소녀는 한참 소리를 질러서 배가 고팠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리오와 시선을 마주치고 그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음?”

리오는 그 소녀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 소녀의 키는 약 156cm 정도 되는 듯했고 흰색 반바지와 붉은색 재킷을 생각보다 단정히 입고 있었다. 머리는 여자아이답지 않게 약간 긴 스포츠 머리를, 손에는 손가락이 없는 흰색의 가죽 장갑을, 발에는 농구화를 대충 신고 있어 매우 활동적으로 보였다.

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그 소녀를 보고 다른 차원에서 고생하고 있을 지크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리오의 앞에까지 다가온 그 소녀는 대담하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절 보시고 웃으셨죠? 벌은 샌드위치 하나예요.”

그 말에 리오는 실소를 터뜨렸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샌드위치를 모두 그 소녀에게 주며 말했다.

“후훗‥좋아, 벌금보다 더 많이 줬으니 내 질문에 답을 해 줄래?”

소녀는 어느새 샌드위치 하나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하지만 데이트는 사절이에요.”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 왜 방송국에 들어가려고 그랬니?”

소녀는 두 번째의 샌드위치를 먹으며 대답했다.

“형도 방송 봤죠?”

‘형?’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 소녀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어젠가 그제인가 방송에서 드래곤을 타고 다니는 용기병이 나왔었잖아요. 방송국 사람 중에 그 용기병의 출처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요.”

“음‥그래? 내 생각엔 없을 듯한데‥후훗. 그건 그렇고 그를 왜 찾으려고 하지?”

마지막 다섯 개째 샌드위치를 씹으며 소녀는 계속 대답했다.

“간단해요, 강하잖아요. 그 형과 함께라면 블랙 프라임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우리 아빠와 엄마를 단숨에 실직자로 만들어 버린 그 녀석들을 전 용서할 수 없어요. 물론 두 분은 차라리 잘 됐다고 하시지만요.”

“오‥그래? 부모님이 뭘 하셨는데?”

리오가 신기한 듯 묻자 그 소녀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이 지상에서 최고로 멋진 직업, BSP세요. 그 덕분에 저도 BSP 정식 대원 훈련을 받고 있었지요. 두 분의 힘을 모두 물려받았거든요. 동양계이신 아빠의 무술과, 서양계이신 엄마의 풍수술(風水術)을 다 할 줄 알아요. 아, 이건 비밀인데‥!”

리오는 생각보다 대단한 소녀구나 생각하며 또 하나를 물었다.

“음, 그랬구나. 갑자기 네 이름이 궁금해지는데? 이름이 뭐니?”

소녀는 대답을 하려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중얼댔다.

“흐음‥샌드위치가 모자란데‥?”

리오는 결국 졌다는 듯 머리를 매만지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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