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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82화


리오는 병실 안으로 들어간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꽤 많은 여자 환자들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모두 젊은 여자들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리오는 생각하며 자신이 구해준 여자를 찾기 시작했다.

“리, 리오‥씨?”

리오는 그 목소리를 듣고 문 바로 옆의 침대를 돌아보았다. 약간 헝클어진 긴 은발의 미녀, 그냥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어야 할 세이아가 환자복을 입은 채 자신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리오는 침대 옆 의자에 앉은 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몸은 어떤가요, 이제 괜찮아요?”

세이아는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오른손을 살짝 리오를 향해 뻗은 후 그의 뺨에 가져가 보았다. 리오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안심해요, 꿈은 아니니까요. ‥이제 괜찮아요.”

“흑‥흐흑‥!!”

세이아는 리오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리오는 도대체 왜 세이아가 이 세계로 넘어왔을까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며 그녀를 다독거렸다.

세이아의 상태는 리오의 응급처치가 좋았던 탓에 빠르게 호전되었고, 이틀 후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 리오는 퇴원하는 세이아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이곳에 온 동기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리오는 집에서 천천히 물어보자 생각하며 계속 집으로 향했다.

자전거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까지 세이아는 리오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리오는 뭔가 충격적인 일이 그녀에게 있었구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자, 여기예요 세이아. 걱정 말고 어서 들어와요.”

그녀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간 리오는 거실에 티베를 비롯한 모두가 모여있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돌아왔다는 인사와 더불어 세이아를 소개하였다.

“다녀왔습니다. 소개하지요, 이쪽에 계신 숙녀분은 세이아·드리스라고 합니다. 티베 양과 같은 세계에서 오신 분이시죠. 나이도 거의 동갑일 겁니다. 자, 세이아 씨 인사하세요.”

세이아는 약간 망설이다가 몸을 살짝 숙이며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세이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활기 있는 얼굴과 말투가 아니어서 약간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게 되었다. 그러자, 그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넬이 앞으로 나서며 먼저 인사를 했다.

“자아〜! 리틀·BSP의 귀염둥이, 넬이라고 합니다!!”

넬의 활기 있는 모습을 본 세이아는 순간 고개를 숙여 버렸고 곧이어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의 그런 반응에 리오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무표정으로 일관했으나 눈빛은 그러하지 않았다. 결국 티베가 세이아를 데리고 오랫동안 비워 두었던 자신의 방에 같이 들어가 주었다. 여자끼리 위로해 주는 것도 괜찮겠지 생각한 리오는 긴 한숨을 쉬며 소파에 앉았다. 넬은 자신이 인사를 하자 세이아가 울어버렸기 때문에 많이 당황한 듯 서있기만 했다. 리오는 앉은 채 넬의 스포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탓이 아니야.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 걱정 말고 앉아.”

넬은 리오의 말을 듣고 그의 옆에 앉으면서도 계속 세이아가 들어간 방을 주시했다. 옆에서 같이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힐린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정신적인 충격을 강하게 받은 듯한 모양이군요, 저 아가씨‥. 하긴, 티베처럼 전투라도 경험해서 마음이 약간이라도 강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제가 보기에 세이아란 아가씨는 집에서 빵이나 굽는 평범한 생활을 하던 아가씨 같군요. 얼굴은 평범하지 않지만요.”

리오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여자 은발이지? ‥아, 아니야. 괜한 말을 했군.”

바이칼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스스로 부정하며 자리를 옮겨 버렸고, 리오는 별말 아니겠지 생각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왜 이쪽에 왔는지, 왜 그 죽은 사람들과 배를 타고 있었는지 물어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넬은‥당분간 세이아 앞에선 조용히 있어 주렴. 널 보고 동생 생각을 하는 것 같으니까. 불편하지만 이해해라.”

넬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는 다시 한숨을 쉬며 창밖으로 보이는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색의 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가‥올지도.”

티베는 세이아를 이 말 저 말 해 가며 위로를 해 주었다. 그녀의 눈물이 겨우겨우 멈출 무렵, 티베가 세이아에게 물었다.

“‥저쪽 세계에 가족이 있으시죠.”

세이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티베는 약간 쓸쓸한 표정과 함께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도 저쪽 세계에 가족이 있었어요. 동생이랑‥약간 괴짜 경향이 있으신 할아버지‥.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 할아버지께서 몇 년간 홀로 저희들을 돌봐 주셨지요. 시간차를 계산하면 약 1년 전인가‥마왕 아슈테리카와 전투를 하는데 그 빌어먹을 녀석이 최후의 발악을 하는 바람에 여기에 혼자 떨어져 버렸어요. 지금처럼 절 지켜주는 사람도 없었고, 언니 같은 사람도 없었고, 회사 동료들 같은 사람들은 더더욱 없는, 정말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세이아는 티베의 얘기를 귀담아듣기 시작했다. 티베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더욱 슬픈 어조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전 마법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어떤 거국적인 기업에게 잡혀 버렸어요. 그땐 정말 기적적으로 탈출을 했는데‥얼마나 동생과 할아버지의 얼굴이 보고 싶던지‥. 결국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우연히 지금 같이 살고 있는 힐린 언니를 만나게 되었지요. 언니의 도움으로 전 방송국에 일자리를 얻게 되었고, 이 세계 사람들과 같은 생활을 하며 많은 것이 변하게 되었어요. 그쪽 세계에 돌아가는 것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하면서요. 아앗, 울면 어떡해요!”

세이아는 또다시 흐르는 눈물을 휴지로 닦으며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티베는 빙긋 웃으며 계속 말했다.

“그러다가‥전 최근에 그쪽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되었어요. 바로‥지금 절 이유 없이 지켜주고 있는 리오 씨와, 바이칼 씨와, 그리고 이쪽 세계 사람이긴 하지만 밝고 명랑한 넬‥저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요. 이상하게 남자들이랑 같이 생활해서 그런지 마음이 안정되더군요. 리오 씨는‥이상할 정도로 끌리는 것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사람 같고‥ 바이칼 씨는‥말투와 행동은 차갑지만 속은 어린애와 같이 순수해서 둘 중 한 명이 옆에 있으면 안 되는 일도 될 것만 같죠.”

그때, 문밖에서 약간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진정해 진정! 악의가 있는 말은 아니잖아!! 그렇다고 칼을 빼들면 어떡해!!!”

누군가를 말리는 듯한 리오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을 보고 티베는 웃으며 얘기를 넘겼다.

“호홋‥이 얘긴 나중에 계속해야 할 것 같네요. 어쨌든, 이 세계에 있으시는 동안은 마음을 굳게 가지세요.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발버둥을 쳐도‥저쪽 세계에 갈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아셨죠?”

그녀의 말을 들은 세이아는 기분이 약간 나아진 듯, 약간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베는 세이아를 안아주며 말했다.

“고마워요, 이해해 줘서. 호홋, 이런 말은 남자에게 해야 하나?”

“‥그런 것 같네요.”

세이아가 나아진 모습으로 넬과 얘기하고, 힐린과 인사를 한 후 저녁을 만드는 모습을 본 리오는 잘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서 같이 TV 쇼를 보고 있는 넬의 어깨를 자신도 모르게 두드렸다. 그러자 넬은 눈썹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물었다.

“‥무슨 저의로 숙녀의 어깨를 두드리는 거죠?”

“오, 미안.”

리오는 넬의 어깨에서 손을 뗀 후 아까의 일을 묻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오후에 네가 세이아 씨에게 말했던 리틀·BSP는‥진짜로 있니?”

“헤헷, 리오 형도 참. 그냥 지어낸 건데요 뭐. 좋잖아요, BSP 사관학교까지 나왔는데요. 아 참, 리오 형 말대로 오래간만에 비가 내리네요? 음‥한 40년 전엔 산성비라고 해서 사람들이 대머리 운운하며 피해 다녔다고 하는데‥지금 그런 비가 내리는 지역은 거의 소수니까 다행이에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을 보니 오늘 새벽엔 그치겠죠? 내일은 정말 맑을 것 같아요‥어라? 자면 어떡해요!!!”

“‥응? 아아, 미안‥.”

어느새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잠에 빠진 리오는 넬이 강하게 밀치며 화를 내자 움찔하며 깨어났고 또다시 넬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 모습을 부엌에서 보고 있던 세이아는 자신도 모르게 빙긋 웃으며 리오에게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식사 준비 끝났어요, 다른 분들과 함께 오세요 리오 씨.”

다시 예전과 같은 분위기의 세이아를 본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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