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87화
『쿠오오오오오오오오–!!!』
펜릴은 긴 울음소리로 하늘을 뒤흔들며 지면을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리오는 공중으로 몸을 솟구치며 왼손에 마법진을 전개하였다. 원 안에 뒤집어진 별이 그려진 진홍색의 마법진이었다. 일명 암흑 마법진이라 불리는‥.
“3급, [인페르노]–!!!”
전개된 마법진에선 붉은색의 광선들이 빠르게 퍼져 나와 먹이를 노린 뱀떼처럼 빠르게 펜릴을 둘러쌌다. 그러자 펜릴은 입에서 다시금 에너지를 뿜어 내며 붉은 광선들에 대항하였다.
중간에서 마법의 빛과 핵융합 에너지의 빛이 충돌해 폭발하며 사라지자 공중에선 태양의 밝기를 넘어서는 초광도의 빛이 발생했다. 리오는 마법이 무산되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파라그레이드를 양손으로 거머쥐었다.
“젠장! 저 에너지, [플레어]처럼 무속성이라 뭐든 다 밀어버리는군!! 어쩔 수 없지, 몸으로 상대해 주마!!”
리오는 그렇게 외치며 뒤로 파라그레이드를 강하게 휘둘렀다.
파아앙–!!!
쇠가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엔 원추형의 거대한 쇳덩어리가 떠올랐다. 펜릴의 바이오 티타늄제 발톱이었다. 어느 순간 리오의 뒤에 나타난 펜릴은 발톱 하나가 잘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에서 다시금 에너지를 뿜어 내었다.
“으읏!!”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한 리오는 급히 왼손에서 작은 마법진을 전개해 불을 일으킨 후 파라그레이드에 불을 바르듯이 씌우며 외쳤다.
“끝이다!!! 극상–[플레임 랩소디]–!!!!!!”
리오의 몸은 다시 흐릿해지며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펜릴의 몸 주위엔 거대한 화염의 곡선들이 어지러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다시 리오의 연속 공격을 받게 된 펜릴은 상처와 함께 몸에 불이 붙기 시작하자 결국 견디기 괴로웠던 듯 입에서 노기를 토하며 눈을 번쩍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러자 공중에서 초스피드로 움직이며 공격을 가하던 리오의 몸이 순간 펜릴의 몸으로부터 튕겨져 땅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리오는 기를 이용해 떨어지는 것을 겨우 멈출 수 있었고 그는 펜릴을 올려다 보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지?”
펜릴의 상처에서 타오르던 불꽃은 점점 사그러들었다. 상처도 곧 재생되긴 했지만 펜릴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지쳤다는 증거였다.
리오는 땀을 가볍게 닦은 후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파라그레이드를 거머쥔 손에 힘을 넣으며 다시금 펜릴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잔재주를 부리는 건 끝이다–!!”
그러나 펜릴에게 가까이 접근한 순간, 리오는 마치 술 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다른 곳으로 향해 버렸고 펜릴은 그것을 노렸다는 듯 앞발로 날카로운 일격을 리오에게 날렸다.
파앙–!!
“크앗–!!!”
펜릴의 일격을 맞은 리오는 다시 튕겨 날아가 버렸다. 반파된 건물 표면에 격돌한 리오는 벽을 뚫고 안에 처박혔고, 펜릴은 입을 벌리며 리오가 처박힌 건물에 회심의 에너지를 날렸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에너지 파장은 목표 건물과 그 뒤에 있던 건물들을 한꺼번에 몇백 미터나 밀어 버렸다.
바이칼은 한심하다는 듯 숨을 짧게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저런‥쯧쯧. 무턱대고 덤비니 저러지‥. 무중력 상태에선 아무리 너라도 세반고리관이 마비되기 때문에 중심을 못 잡아. 어쩔 수 없군‥.」
바이칼은 천천히 날개를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번엔 자신이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펜릴도 그런 것을 느꼈는지, 숨을 헐떡이면서도 바이칼을 바라보았다.
‘강적인걸, 내 공간 결계보다 성능이 좋은 [무중력 결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저건 왠만한 자력 방출로는 어림도 없는데‥ 뚫기도 힘들고. ‥음?’
순간, 바이칼은 주위가 어두워지자 생각을 멈추고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열심히 전투 장면을 촬영하던 방송국 직원들과 펜릴도 같이 위를 올려다 보았다.
놀랍게도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 광선이 어느 한 지점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바이칼은 침을 꿀꺽 삼키며 기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팔과 다리로 세 명의 방송국 직원을 잡은 바이칼은 빠르게 그 지역을 벗어나며 빛이 몰리고 있는 지점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오메가 선샤인‥!?」
모인 빛의 구체는 곧 회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구체는 빠르게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펜릴은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구체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 구체의 중앙에 있는 리오는 재빨리 구체에서 벗어나 몸을 위로 솟구쳤다. 가속력이 가해진 상태인 구체는 계속해서 펜릴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위력이 보통의 30분의 1이지만 무중력 결계를 밀어내기엔 충분할 거다!!! 죽어라–!!!!”
펜릴도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그 구체의 위력을 잠시나마 느꼈는지, 급히 그 지역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무중력 결계를 만드느라 다리의 리니어 모터 시스템이 무리를 일으킨 탓에 움직임은 상당히 느려지고 말았다.
구체는 펜릴의 근처에 떨어져 내렸고, 곧 거대한 폭발광이 펜릴과 반경 약 500m의 지역을 집어삼켰다.
『우,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펜릴의 처절한 울부짖음은 폭음에 가려져 들리지 않았다. 폭발광이 사라지자, 근처 지역에 폭발에 의한 폭풍이 잠깐 몰아쳤고, 곧 미니급 오메가 선샤인이 떨어진 지역엔 반반한 크레이터가 생성된 것이 보여졌다.
물론 펜릴의 거대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리오는 피곤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후우‥ 끝인가? 정말 피곤한 녀석이었어‥ 오메가 선샤인까지 쓰게 만들다니‥. 하긴, 적당한 공격 기술이 없긴 했지만‥.”
곧, 공중에 떠 있는 리오에게 그의 망토를 입에 문 바이칼이 다가왔다. 리오는 망토를 건네받은 후 바이칼의 등에 쓰러지듯 타며 중얼거렸다.
“집으로 돌아가자 바이칼, 이거 영 아닌걸‥.”
「흥, 멍청이‥.」
바이칼은 천천히 날개를 퍼덕이며 남서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바이칼에 의해 겨우 오메가 선샤인의 영향에서 벗어났던 방송국 직원들은 투철한 직업 의식을 동원해 거의 필사적으로 그들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담으려 했다.
와카루는 꿍한 얼굴의 회장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흠‥ 어쨌든 저 녀석을 지치게 만든 건 펜릴이 처음이군요. 죄송합니다, 괜히 저런 것을 보여드려서‥.”
그러자 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그렇진 않소 박사. 꽤 재미있었소. 게다가 리오·스나이퍼라는 드래군을 지치게 만들었다면 나중엔 없앨 수도 있을 것 아니오. 희망이 보이는 전투여서 난 만족하오.”
와카루는 그래도 회장에게 미안하다는 듯 팔자 눈썹을 만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전 가보지요. 오늘 전투의 데이터 기초로 새로운 전략을 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와카루가 나가자 다시 책상에 앉으며 자신이 즐겨 읽는 책을 다시 폈다.
리오는 비틀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갔다. 그러자 안에서 세이아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리오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괜찮으세요? 뭐더라‥ 아, TV로 보니까 리오씨도 상당히 피해를 입으셨던데‥.”
그러자 리오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 보셨군요. 하지만 괜찮아요, 좀 피곤한 것뿐이에요.”
미처 옷을 바꾸지 못한 탓에 본래 복장 그대로 들어왔던 리오는 그렇게 말하며 망토를 벗었다.
그런 리오의 뒷모습을 본 세이아는 기겁을 하며 리오에게 다가와 소리치듯 말했다.
“잠깐만요 리오씨! 옷에 피가‥!?”
펜릴의 일격을 받고 등에 찰과상을 입었던 리오는 상처와 옷을 재생시키긴 했으나 그때 상처에서 터져 나온 혈흔은 지우지 못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두 가닥의 큰 핏자국을 본 세이아는 미간을 찡그리며 리오에게 말했다.
“열심히 하시는 건 좋지만 제발 몸 좀 아끼세요! 지금 리오씨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자 리오는 검지 손가락을 세이아의 입술에 대며 윙크를 한 채 중얼거렸다.
“알았어요, 미안해요. 그럼 티베 양 오면 말 좀 해 주세요, 침대 좀 빌리겠다고요. 저녁은 준비하지 마세요.”
리오가 계속 비틀거리며 티베의 방으로 들어가자, 세이아는 손을 모으고 한숨을 쉬며 걱정스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느라 약간 늦게 들어온 바이칼은 세이아가 자신이 들어온 것도 모른 채 그런 모습으로 거실에 서 있자, 무표정인 상태로 생각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착한 인간이군. 기도도 하고‥.’
베를린 근교.
어제 TV에서 벌어진 만화 같은 사건은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어린아이들에게 완전 화제거리였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던 10세의 마리·버트란 여자아이 역시 TV에서 보았던 그 모습을 계속 떠올려 보았다. 붉은 장발에 두건을 한 초인적인 능력의 일명 [드래군]이라 불리는 그 청년, 정말 동화책에 나오는 멋진 기사와 같다 생각을 해 보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에 도착한 마리는 책가방을 안에 놓은 후 노란 플라스틱 물뿌리개를 다시 들고 마당에 나왔다.
부스럭–
오늘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흥얼거리며 열심히 꽃에 물을 주던 마리는 순간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가 들린 풀숲 쪽을 바라보았다.
“‥?”
겁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궁금했던 마리는 살금살금 그쪽을 향해 걸어갔고, 풀숲을 손가락으로 해치며 안을 바라보았다.
“어머‥?”
풀숲 안엔 상처를 입은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검푸른 색의 큰 개와 같은 동물이 있었다.
마리는 그 동물에게 손을 살짝 가져가 보았으나 그 동물은 순간 으르렁대며 마리를 쏘아 보았다.
그러자 마리는 흠칫 놀라며 손을 뺐으나 곧 빙긋 웃으며 양팔을 벌렸다.
“이리 와, 다친 것 같으니 치료해 줄게.”
『‥크르르‥!』
그러나 그 동물은 여전히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안되겠다 생각한 마리는 자신의 앞치마 주머니를 뒤적거려 원반형의 큰 과자를 찾아 조금 떼어 그 동물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 동물의 경계는 여전했다.
마리는 나머지 과자를 자신이 직접 먹어 보인 후 다시 과자를 그 동물에게 내밀어 보였다.
“안심해, 우리 마미(엄마)가 직접 만든 과자니까. 아주 맛있어.”
그러자 그 동물은 몸을 살짝 움직여 아이의 손에 들린 과자를 물은 후 조금씩 씹어 먹기 시작했다.
마리는 다시 팔을 벌리며 말했다.
“자자, 이리 와 멍멍아. 아빠가 치료해 주실 거야.”
『‥크응‥.』
그 동물은 잠시 동안 마리를 바라보다가 몸을 마리 쪽으로 움직였고 곧 마리의 품에 안겼다.
마리는 그 동물에게 볼을 부비며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와아‥ 털이 부드럽구나. 여기 있어봐, 마미–!! 마미–!! 여기 다친 개가 있어요! 빨리 나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