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394화
“어떻게 해서 살아났는지는 몰라도, 넌 상당히 운이 없군. 처음부터 내가 상대라니‥ 크크크팰. ‘그렇게 할 수 있다면’이 아니라 그렇게 된다!!”
바이론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다크 팔시온을 손에 거머쥔 채 라우소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원시적인 광기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듯했다. 두터운 회색 근육질, 어깨 밑으로 내려오는 거친 장발, 그리고 터프한 디자인의 옷‥. 그 모든 것이 바이론이 어떤 남자인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흥‥.」
반면, 라우소는 싸늘한 눈빛으로 바이론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일정 거리 안에 바이론이 들어오자 손을 슬쩍 휘둘렀다. 그러자, 아까 마키를 공격했던 끝이 날카로운 덩굴이 지면에서 수십 개가 뿜어져 올라왔고, 바이론을 향해 정확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푸푸풋–!!
“크흑–!”
나무 덩굴들은 바이론의 회색 피부에 정확히 박혔고, 머리를 제외한 상체 대부분에 공격을 받은 바이론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무 덩굴이 박힌 바이론의 상처에선 선혈이 흐르기 시작했다. 라우소는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런 저런‥ 아프시겠군요.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제가 당할 것 같았거든요. 용서하시길‥. 아, 참고로 그 나무 덩굴들은 당신의 기를 모두 빨아들일 것입니다. 결국, 당신은 주욱 말라가며 죽지요. 재미있겠죠? 특별히 배려한 것입니다. 후후후훗‥.」
바이론은 아무 말이 없었다. 린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중얼거렸다.
“흥, 저럴 줄 알았지. 그렇게 무턱대고 돌진하니까‥.”
“아닙니다.”
린스는 말하는 도중 슈렌이 묵묵히 끼어들자, 약간 의외라는 얼굴로 슈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슈렌은 오래간만에 말을 길게 하기 시작했다.
“저 정도로 바이론이 쓰러진다면, 바이론에게 전투를 양보할 이유는 없습니다. 바이론은 다른 여섯 명의 가즈 나이트와는 차원이 다른 속성‥ 암흑의 힘을 사용합니다.”
그러자 린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슈렌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쨌는데?”
“‥아닙니다‥.”
슈렌은 묵묵히 팔짱을 끼며 다시 침묵을 지켰다. 그때,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린스는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바이론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크흐흐흐흣‥ 크팰‥ 크하하하하하하하핫–!!!!!!!”
바이론의 광소와 함께, 그의 두꺼운 근육질에 박혀 있던 덩굴들은 모조리 말라비틀어지며 회색으로 변해 힘없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의 몸에 수없이 난 상처들은 그의 근육들이 크게 꿈틀대자 피를 한 번 뿜어낸 뒤 다시 아물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라우소는 약간 놀란 눈으로 바이론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바이론은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손으로 닦은 후 혀로 핥으며 중얼거렸다.
“크크크팰‥ 일주일 동안 피를 못 봐서 근질거렸는데 오늘은 잘 넘겼군. 네 애완식물들은 내 기를 싫어하던데? 크크크큭‥ 하긴, 내 기는 좀비들도 썩혀 버리는 암흑 투기니 그럴 수밖에‥ 크흐흐흐흐흣. 넌 계산을 잘못했다. 그리고‥.”
바이론은 똑바로 선 채, 방금 전 라우소가 덩굴을 사용할 때 했던 손짓을 그대로 따라 했다.
「아, 아니!?」
순간, 라우소의 발 밑에선 수십 개의 덩굴들이 튀어나왔고 라우소는 공중으로 몸을 날려 그 공격을 겨우 피할 수 있었다. 라우소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바이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이런 바보 같은‥!? 어째서 당신이‥?」
바이론은 씨익 웃으며 폈던 손을 움켜쥐었고, 땅에서 솟아올랐던 덩굴들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갔다.
“크팰, 놀라운가? 그렇겠지‥. 별로 놀라운 건 아니야, 네 기술이 내 것이 된 것뿐 이니까. 크흐흐흐흐흣‥ 이제, 죽음이다!!!!!”
바이론은 순간 자신의 왼손에 모은 기탄을 라우소가 있는 바닥에 내 던졌고, 그 기탄은 바닥과 충돌함과 동시에 공중으로 회색의 빛을 뿜어 올렸다. 그 빛의 내에 들어간 라우소는 입에서 으윽 소리를 내며 몸을 꿈틀거렸다. 바이론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펴고 얼굴 가까이까지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본 레디는 고개를 저으며 옆에 있는 일행에게 말했다.
“저런‥ 저걸 쓰다니. 여러분은 눈을 감으시는 게 좋으실 듯하군요. 저것은 [마리오네트]‥ 으음, 전 보기 싫습니다.”
그 기술의 이름을 들은 노엘은 깜짝 놀라며 레디에게 되묻듯 소리쳤다.
“마리오네트!? 설마 지옥왕 하데스가 즐겨 사용한다는 그 저주의 기술‥?”
레디는 오른손으로 눈을 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론은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빛 안에 들어있는 라우소의 몸이 위로 솟아올랐고, 손을 내리자 그의 몸도 아래로 내려갔다. 바이론은 만족한 듯 광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크크크크크팰‥. 인간의 몸은 유감스럽게도 손과 연관 관계가 많지. 몸에서 머리, 팔, 다리가 다섯 개 솟아난 것처럼 손가락도 다섯 개, 손바닥의 혈관은 인간의 몸에 퍼진 혈관과 또한 연관 관계가 있다. 크크크크팰‥ 먼저‥ 왼팔?”
바이론은 엄지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러자, 라우소의 왼팔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꺾였고 라우소는 크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 크아아아앗–!!」
“오‥ 멋진 비명, 크크크팰‥. 오른쪽 다리‥.”
바이론은 검지손가락을 구부렸다. 그러자, 이번엔 라우소의 오른쪽 다리가 꺾여 나갔고 꺾인 부위에선 녹색의 체액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허, 허어어어억‥!?」
비명을 들은 바이론은 입을 동그랗게 만든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 아니야‥ 아까 나에게 말하듯이 아름답게 비명을 질러봐, 이번 것은 마음에 안 들었으니 다시 기회를 주지. 크하하하하하하핫–!!!!!!”
바이론은 중지를 구부렸고, 그와 동시에 라우소의 왼쪽 다리가 꺾여 나갔다. 라우소는 고통이 심했는지 더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였다. 바이론은 광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서서히 죽는 거다, 서서히!! 다음번엔 오른팔, 그다음번엔 머리!! 머리가 꺾였을 때의 네 표정을 보고 싶군, 크하하하하하하핫!!!! 너의 최후다, 최후란 말이다!!!!!”
린스는 귀를 막고 돌아선 상태였다. 뼈가 꺾이는 소리, 그리고 비명 소리를 더는 들으면 자신이 미칠 것만 같았다. 린스는 견딜 수 없었는지 소리를 크게 질렀다.
“젠장, 누가 악당이야!!!”
그 순간, 라우소의 눈에서 녹색의 빛이 번쩍 빛났고, 그의 몸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리오와의 대결 시 죽기 직전 변했던 거대한 모습과도 같았다. 두꺼운 갑옷을 걸친 거인의 모습‥ 회색 빛의 범위를 벗어난 라우소에겐 더는 바이론의 마리오네트는 통하지 않았다. 바이론은 아쉽다는 듯 주먹을 쥐며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라우소는 이를 악 문 채 바이론을 쏘아 보고 있었다.
「확실히‥ 실수군요. 제 실수이고, 또 당신의 실수입니다. 전 당신을 너무 얕잡아본 실수를 했고, 당신은 제 진짜 모습을 깨운 실수를 했습니다!! 이제 모두 죽습니다, 모두!!!!」
그때, 바이론의 오른쪽에 사바신이 팔봉신 영룡을 손에 든 채 섰다.
“큭, 상황 파악을 못하는군 슈퍼 야채.”
곧바로 레디가 바이론의 왼쪽에 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커졌을 뿐, 힘은 달라지지 않았군요.”
마지막으로, 슈렌이 바이론의 뒤에서 그룬가르드를 한 바퀴 돌린 후 낮게 중얼거렸다.
“‥운이 없군.”
라우소는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는 가즈 나이트가 자그마치 넷인 탓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힘을 완전히 찾은 상태라도 이것은 너무 어려웠다.
결국, 라우소는 자신의 몸을 다시 정상 크기로 되돌린 후 공중에 붕 뜬 채 중얼거렸다. 바이론에 의해 꺾인 몸은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좋습니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지요. 하지만, 바이론 씨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약효는 일주일‥ 일주일 후에 오늘의 빚을 갚아 드리지요. 이자까지 붙여서‥!」
곧, 라우소의 몸은 텔레포트 마법에 의해 사라졌고, 그가 나왔던 나무도 서서히 말라 사라져 갔다. 바이론은 기를 거둔 후 다크 팔시온 역시 거두며 주위의 동료들에게 말했다.
“팰, 잘도 나서는군. 너무 조용하게 끝내서 마음에 안 들지만‥ 넘어가지.”
바이론이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세 명의 가즈 나이트는 동시에 각자의 무기를 거둔 후 이리저리 흩어져 나머지 일행들을 보호하듯 섰다. 레디는 끝나서 기분이 좋다는 듯 미소를 지은 채 사바신의 옆에서 숨을 들이키며 말했다.
“흐음‥ 오늘은 여기서 끝이구나 사바신. 잘됐어.”
사바신은 인상을 찡그린 채 레디를 쏘아보며 중얼거렸다.
“‥난 악몽이 시작됐다. 저리 가‥.”
조금 후, 이오스가 눈을 떴고 그녀의 몸에선 다시금 신기(神氣)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슈렌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이오스시여.”
이오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과 약간 떨어져 홀로 서 있는 바이론은 아무 말 없이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