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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398화



외전. [루이체 이야기]

내 이름은 지크·스나이퍼. 가즈 나이트다. 동료들은 보통 지크라고 날 부른다.

‥당연하지, 이름이 지크니까.

어쨌거나, 나에겐 형제가 많다. 의형제라고 해야 하나? 슈렌이라는 덤덤한 녀석과 리오라는 사탕발림의 천재(나는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리오 녀석은 철저히 부정하지), 그리고 여자 의형제인 루이체이다.

특히 루이체 녀석‥ 지금은 많이 컸다고 내 머리 위에 기어오르려고 한다. 하지만 완벽히 올라선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만큼 내 언변이 좋다고 할까? 후후후‥.

‥루이체에 대하여 자세히 얘기하자면‥.

그 녀석은 인간의 나이로 한 열 살 정도 나이에 우리 형제가 되었다. 진짜 천사의 나이로는 100살이었다. 중간에 끼어들자면, 주신 직속 천사들은 성별이 구별되어 있어 (휀 녀석이 말하길 선신 직속 천사들은 모조리 중성이라고 한다. ‥그런 덴 취미 없지만 참고로 알아두길) 아이들을 낳을 수 있다. 루이체가 친부모 있는 상태로 우리의 가족이 되었을 이유는 없겠지? 이유를 꼭 말하자면 그 애의 친부모가 그 애가 100살 생일이 되던 때 신계의 반란 사건으로 그만 운명을 달리했다 한다. 그리고 신계 반란을 혼자 진압한 휀이란 괴물 녀석이 그 아이를 우리에게 맡긴 것이었다. 루이체가 들어올 당시, 리오와 슈렌은 모두 임무상으로 나가 있었고 나 혼자만 그 TV도 없는 끔찍한 곳에 들어앉아 있었다. 아이를 맨 처음 본 것은 당연히 나였다.

휀 녀석은 그 100살 먹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너 혼자 있었다니‥. 아이 정서 교육상 좀 안 좋겠군.”

젠장할 녀석‥ 감히 날 그렇게 평가하다니. 어쨌든 그날부로 루이체는 우리 가족 중 한 명이 되었다. 휀 녀석은 자신과 한사코 떨어지지 않으려는 루이체를 거의 억지로 떼어 놓은 후 도망치듯 신계에 있는 우리 형제의 집에서 나갔고, 루이체는 소파에 누워 과일을 먹고 있는 나를 울먹이며 바라보았다.

사실 그 당시 난 애들 돌보기를 잘하지 못했다. 할 줄 아는 것은 맨손 격투와 도검술뿐이었다. 아, 농구도 잘하지. 헤헷‥.

내가 별 반응이 없자, 루이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고 난 순간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난 루이체에게 가까이 오라 했고 곧 루이체는 울음을 그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난 곤경도 넘길 겸, 아이와 친분을 다질 겸 과일과 단검(전투용이 아닌)을 루이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자, 과일 깎을 줄 알지 루이체? 좀 깎아줄래?”

그러자, 루이체는 활짝 웃으며 나에게 물어왔다.

“응! 루이체 과일 잘 깎아요! 근데‥ 깎아주면 어떡할 거예요?”

“‥어떡하긴, 먹지.”

누가 그랬던가, 영웅은 머리가 단순하다고‥.

루이체가 말 속엔 아마도 같이 놀아달라는 의미가 심오하게 있었던 것 같다. 80년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헤헤헷. 어쨌든 루이체가 나에게 가진 이미지는 이미 그때부터 틀어진 것 같았다. 110살이 될 때까지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으니까‥.

내가 그 말을 하자 루이체는 다시 울고 불기 시작했고, 난 더욱더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같이 농구를 하자고 할 수도 없었다. 신장 차이가 너무 커서 그랬다고 하면 변명일 뿐이겠지만‥.

그때, 나에게 구원의 천사가 등장했다. 물론 남자여서 씁쓸했지만.

“엇, 들어오자마자 왠 우는 아이‥? 어떻게 된 거야 지크?”

난 리오에게 울음소리에 찌든 표정으로 상황 설명을 해 주었다. 그때 그 표정은 내가 봐도 웃겼을 것이다. 리오 녀석이 웃음을 억지로 참는 것이 보였으니까.

상황을 이해한 리오는 곧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안아 어깨 위에 올려놓았고, 평소보다 고도가 높은 공기를 들이마신 루이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리오 녀석은 아이에게까지 사탕발림을 하기 시작했다.

“자자, 우리 동생님이 또 울면 이 오빠가 슬퍼질 것 같은데‥ 어떡하지? 오빠 좀 도와주면 안 될까?”

그러자, 루이체는 소매로 눈물을 닦은 후 콧물을 훌쩍이며 방긋 웃어 보였다. 난 그때 느꼈다. 할아범(신)은 불공평하다고!

루이체는 리오의 도움으로 성격이 온순한 아이로서 13세까지 커 갔다. 지금하고 비교하자면 하늘과 땅이라고나 할까?

그러다가, 나와 루이체가 너무나도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생겨났다. 루이체가 그만 신계 밖으로 나갔다가 마족들에게 곤경을 당하게 되었고, 마침 지나가던 나에게 구원을 받게 되었다. 말도 잘 안 하던 루이체는 그때 나의 모습이 멋지게 보였는지 웬일로 아양을 떨며 나에게 접근해 왔다. 열세 살 짜리가 겁도 없이‥ 쯧.

하지만 속 사정을 알게 된 나는 좀 기분이 나빠졌다. 루이체를 구해줄 때 난 내 칼 무명도를 쓰지 않고 권격만으로 마족들을 처리했다. 루이체의 소원은 간단했다. 자신에게 격투술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처음엔 리오도, 슈렌도(!) 반대했지만 난 강경으로 밀고 나갔다. 루이체는 즐거운 마음으로 나에게 격투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루이체는 점점 강해지는 것이었다. 150세가 되던 해엔 투천사 계급에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고, 약 180세인 지금 루이체는 웬만한 투천사들도 건들지 못할 정도의 실력자가 되었다. 천사로서 그 정도의 무술 실력을 가진다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나와 비교를 할 정도는 아니다. 루이체는 아직까지 마족의 생명조차 빼앗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완전 말괄량이가 되어 버렸지만, 마음은 어쨌든 천사였다.

기량이 객관적으로 똑같은 두 무술가를 비교할 때,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는 무술가와 죽인 적이 없는 무술가는 차이가 크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난 루이체의 소질을 알면서도 살인기를 가르쳐 주진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 여자애니까.

지금은 완전히 나와 친구 관계다. 오빠를 때리는 게 소원이라는 동생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 물론 미워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특별한 상황이 아닐 때 루이체는 날 한 번도 맞힌 일이 없었다. 나만 맞히면 자신의 무술 목표는 끝이라는 의미겠지.

다른 형제에겐 별명이 없지만, 루이체는 나에게만 별명을 붙여준다. 편해서 그런 건지, 우습게 보이는 건지‥. 오빠를 바람난 너구리라 부르는 동생은 별로 없을 것이다.

루이체에게 가장 무서운 오라버니는 다름 아닌 슈렌이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장 어려워한다. 내 추측이건대, 그 녀석이 대답을 너무 간단하게 하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리오 녀석 앞에선 루이체는 말투부터 변한다. 의형제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하긴, 한창 그럴 나이지만‥. (180세 할머니가?)

집을 나간 적도 몇 번 있지만‥ 어쨌든 루이체가 우리들의 동생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음‥ 그러고 보니 난 참 행복한 것 같다. 형제도 있고, 어머니도 있고, 귀엽진 않지만 여동생도 있고‥ 헤헷.‥ 애인도 있으면 좋으련만. 리오 녀석은 줄줄이 사탕인데‥. 아마 사탕발림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으으으‥.

오늘의 일기는 이것을 끝내야지‥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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