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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04화


세명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언데드들은 점점 가까이 접근해 왔다. 결국엔 뒤에까지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가 되어서 도망치려면 나는 수밖엔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리마, 아슈탈, 테크 모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으윽‥! 더 덤벼봐 이 빌어먹을 녀석들–!!!!”

테크는 다시 한번 맨 이터를 강렬히 휘둘렀다. 있는 힘을 다 짜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그의 체력은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상대가 언데드가 아닌 지능을 가진 생물이었다면 그들이 이렇게 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데드는 공포감이 없다. 공격력과 방어력은 둘째치고 적이 된 생물들에게 무조건 돌격해 오는 것이 언데드였다. 용병들이 가장 귀찮고 두려워하는 존재도 언데드였다.

아슈탈 역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검을 내 던지고 싶을 정도로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리마도 울고 싶어졌다.

그때, 희망과도 같이 로드 덕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목소리가 그들의 뒤에서 들려왔다.

“모두 나에게 붙어라! 빨리!!”

셋은 일제히 로드 덕에게 달려갔다. 로드 덕의 발 밑엔 어느새 거대한 빛의 마법진이 생성되어 있었다. 자신 주위의 안전지대 안으로 셋이 모두 들어서자, 로드 덕은 팔을 높이 뻗으며 하늘에 대고 크게 외쳤다.

“신이시여, 모든 것을 정화하소서‥!!! 1급, <가브리엘·보이스>–!!!!!!”

기도와도 같은 그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마법진을 중심으로 거대한 빛의 파동이 사방을 향해 고속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빛이 퍼져갈 때, 안전지대 안의 셋은 남자 중창단의 목소리와도 같은 거대한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테크는 왜 이 마법이 가브리엘 보이스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가브리엘·보이스>. 성마력(聖魔力)이 담긴 거대한 음파가 사용자의 주위에 퍼지며 돌과 같은 무기물질을 제외한 모든 유기물질을 파괴하는 강대한 위력의 성직자 1급 마법이다. 범위는 성직자 최고 마법인 정신 파동포 <홀리>보다 좁지만, 위력만은 버금가는 마법이기도 하다.

빛의 파동에 닿은 모든 스켈레톤, 좀비들은 빛과 함께 천천히 분해되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본 테크는 왼쪽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하하핫!! 맛이 어떠냐 이 해골 바가지들아!!! 더 이상 찍소리도 못내겠지!!!!”

그의 외침과 함께, 빛의 파동과 울림은 점점 사그라들었다. 유지 시간이 끝나자 주위에 남은 것은 건물과 건물의 잔해뿐이었다. 아슈탈은 감탄을 하며 뒤에 무릎을 굽히고 쓰러져 있는 로드 덕에게 말했다.

“‥대단하군요 로드 덕. 이 정도의 마법을 사용하실 수 있다니‥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테크는 미소를 띄운 채 자신의 주먹과 검을 감은 밴드를 풀며 크게 말했다.

“당연하지! 저런 정도의 할아버지가 아니면 내가 따르지 않는다고!!”

리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일어서려는 로드 덕을 부축해 주었다. 그러나, 모든 언데드들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로드 덕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로드 덕은 쓰디쓴 얼굴로 허탈히 중얼거렸다.

“‥실패다‥!”

그 말에, 셋은 깜짝 놀라며 일제히 로드 덕을 바라보았다.

“시, 실패라뇨 할아범!! 모두 깡그리 없애버렸잖아요!!!”

로드 덕은 힘없이 고개를 위로 올렸다. 셋도 같이 로드 덕의 시선이 고정된 곳을 올려다 보았다.

“‥뭐, 뭐야 저건!?”

그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공중엔, 거대한 공과 같은 기류 덩어리가 생겨나 있었다. 기류는 천천히 멈추었고, 그 안에 가려져 있던 홀핀과 루카의 모습 역시 드러났다.

<후후훗‥훌륭했소 늙은 인간. 설마 가브리엘·보이스를 쓸 수 있을 줄이야‥. 아마 다른 신장 같았으면 죽거나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난 천공을 조정할 수 있는 신장이오. 가브리엘·보이스는 큰 음파와도 같은 마법,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음파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이중 진공 기류 결계를 절대 뚫을 수 없지. 흠‥어쨌든 고맙소. 인간 중에도 당신과 같은 초 마력을 지닌 자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으니까. 자‥이제 내가 끝을 내 드리지. 홀핀, 넌 여기 가만히 있거라. 하하하하하핫‥!>

홀핀은 고개를 굽히며 뒤로 물러섰고, 신장 루카는 자신의 몸에서 기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기류는 셋으로 나뉘어, 둘은 공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고 하나는 검의 모습으로 변했다. 루카의 기검(氣劍), 파우란이었다.

<후후후훗‥너희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즈 나이트가 오면 모르겠군. 하지만 꽁지 빠지게 도망간 그 녀석들이 너희들을 구하려고 여기까지 올 일은 없겠지. 자아‥죽음이다.>

루카의 그 모습을 본 로드 덕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나섰다. 이상한 분위기를 느낀 테크는 로드 덕의 뒤를 잡으며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에요 할아범!! 설마‥!!!”

테크에게 잡힌 로드 덕은 빙긋 웃으며 자신을 잡은 테크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따뜻하게 감싸준 후 조용히 말했다.

“‥너와 리마, 아슈탈은 앞날이 있는 젊은이이다. 난 미래가 없는 늙은이이고. 양보해 주는 것도 좋은 거겠지‥허허헛‥. 부디 다음 동료는 유능한 마법사를 구하도록 해라. 나보다 가능성이 더 있는 젊은이로 말이야‥.”

로드 덕은 그렇게 말한 후, 테크에게 마비 주문을 걸었다. 주문이 걸린 테크는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으으으윽‥!! 안돼!! 다른 늙은이라면 몰라도 당신만은 안돼!!! 당신‥당신이 죽으면 내 미래는 다시 어두워 진다구!!! 난 다시 용병이 될 뿐이야!!!! 가지 마 이 대머리 할아범!!!!!!”

자신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로드 덕을 향해 테크는 쓰러진 상태로 절규하기 시작했다. 아슈탈은 담담한 얼굴로 테크를 부축하며 중얼거렸다.

“‥너와 동료가 된 것도 저 할아범 때문이었는데‥할 수 없군. 계기를 이제 바꾸는 수밖에‥.”

테크는 부축을 받은 상태로 이를 악물며 울기 시작했다. 고아여서 부모가 죽었을 때를 경험해보지 못한 테크에겐 너무나 큰 슬픔이었다. 리마 역시 고개를 돌리고 흐느끼고 있었다.

루카는 미소를 띄운 채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로드 덕을 향해 말했다.

<‥자기 희생 주문을 쓰려고 하는 건가? 뭐‥좋아. 하지만 다 늙어빠진 인간의 생명에서 얼마만큼의 파괴력이 나올진 의문이군. 후후후훗‥.>

“그런가? 난 생전 처음 써 보는 주문이라 실패할까 두렵군‥허허허헛‥.”

루카에게 다가가던 로드 덕은 농담조의 말을 루카에게 던지며 계속 주문을 외워 나갔다. 일생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주문이어서 실패란 용납되지 않았다.

툭–

계속 걷던 로드 덕은 순간 무언가에 부딪히고 말았다. 로드 덕은 주문을 멈추고 자신과 충돌한 무언가를 올려다 보았다.

붉은 재킷을 입고 있는 금발의 청년이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로드 덕은 당황하며 그 청년에게 소리쳤다.

“자, 자네 여기서 뭐하는 건가!! 어서 여기서 떠나게나!!!”

로드 덕의 말에, 그를 막아선 청년은 씨익 웃으며 로드 덕을 돌아보았다.

“헤헷‥미안하지만 난 노인을 별로 공경하지 않거든요. 그 말은 들어줄 수 없지요. 어이–! 너희들 뭐하는 거야, 어서 자아도취에 빠진 할아범을 데려가라구!!”

“내, 내가 자아도취라니!!! 이 무례한!!!”

청년–지크는 로드 덕의 말을 무시하며 루카를 바라보았다. 서로는 예전에 왕국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승부는 정확히 갈리지 않았었다.

루카는 웃음을 띄우며 지크를 향해 말했다.

<‥가즈 나이트‥!! 지크라고 했던가, 후후훗‥그때의 승부를 가리고 싶었었는데 잘 됐군‥!!>

지크는 루카의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헤헹‥날기만 하는 날파리 주제에 이 몸과 승부를 내겠다고? 좋아, 난 승부내기를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네 녀석은 여기서 잠재워 주지‥!”

<흥‥자신만만하군‥. 어디서 그런 건방짐과 자신감이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야.>

루카가 그렇게 말하자, 지크는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에 돈주고는 사기 힘든 부적을 받았거든‥헤헷, 자! 붙어보자 날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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