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13화
“아니, 왜 당신이 이 집에 남아야 해요!!”
“어허~ 차별하지 말아요. 여기서 자원봉사 하는 나라고 뭐 기분 좋은 줄 알아요?”
“저희는 자원봉사 필요 없으니 어제 말씀하신 대로 당장 나가 주세요!”
“호~ 노골적인데? 좋아요, 그럼 내가 나가야 하는 이유 100가지를 대면 나가주지요!!”
“어머머?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리오가 떠난 직후, 티베의 집 거실에선 지크와 티베의 논쟁이 한참 진행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넬, 힐린, 세이아는 각자 걱정스러운 얼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티베 언니한테 저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네‥.”
넬이 사탕을 입에 문 채 그렇게 중얼거리자, 세이아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인원으로는 변한 게 없는데 티베도 너무했네. 그냥 재워 드리지‥.”
힐린은 막 감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중얼거렸다.
“‥리오 씨가 그렇게 맘에 들었나‥? 웬만한 남자에게는 눈도 깜짝 안 하는 애였는데‥오늘따라 이상하네.”
“그럼요, 리오 씨가 얼마나 멋진 분이신 걸요. 어머‥죄송해요‥.”
“….”
세이아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힐린은 피로가 가중된 듯한 표정으로 세이아를 바라보았고, 세이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아–좋아 좋아! 내가 나가주지!! 이런 여자는 하리진(지크의 BSP 동료 중 한 명) 이후 처음이군!! 케톤 녀석, 누나가 이렇게 변한 걸 보면 기절하겠어‥.”
“뭐라고! 당신이 뭔데 내 동생 이름을 꺼내고 그래!! 다시 말해봐!!!”
그들이 얘기하는 동안, 둘의 대화는 점점 극을 달리기 시작했고 결국 모두는 안 되겠다는 듯 둘에게 달려가 그들을 뜯어말렸다. 티베는 힐린, 세이아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지크는 넬과 함께 거실 소파에 앉았다.
“젠장‥!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지? 넬, 티베라는 여자 원래 저랬니?”
지크의 질문에 넬도 그리 확실히 대답할 수는 없었다. 자신도 티베와 같이 생활한 지 한 달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넬은 그러지 말고 참으라는 말로 지크를 진정시켰다. 사실 그런 일은 별로 마음에 두지 않는 지크였기에 넬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임무 아닌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힐린과 세이아 쪽은 그렇지가 않았다.
“왜 그러니 티베, 좋은 분 같은데‥.”
“아냐, 세이아 넌 모른다구! 난 여기 1년 있어 봐서 저 사람에 대해선 대충이라도 안단 말이야. 6개월쯤 전이었어, 지금 일하는 방송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저 남자에 대한 기사를 한번 다룬 일이 있었어.”
그 말에, 힐린은 기억이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며 중얼거렸다.
“아‥예전에 네가 말했던 바로 그 BSP‥? 저 사람이 바로 그 최강의 BSP라고 BSP들 사이에서 통칭되는 남자였구나‥. 하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남자인데‥?”
그러자 티베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재미있기는 언니, 재미있는 사람이 런던 브리지를 두 동강 내고 200만 달러가 걸린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1,200만 달러의 백화점을 박살내? 영국 수상의 양복 바지에 펑크를 내고 미국 대통령의 차를 가볍게 자르는 것은?”
무슨 소린지 알지 못하는 세이아는 머리만 다듬을 뿐이었고, 힐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뺐다. 티베는 진지한 얼굴로 계속 말했다.
“어쨌든 난 저렇게 폭력적인 남자를 집 안에 같이 두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 언제 어떻게 우리의 정든 집을 부술지 어떻게 알아!”
티베가 계속 거부하고 나서자, 결국 힐린이 정색을 하며 티베에게 말했다.
“티베, 너무 그러지 말아. 믿을 만한 사람이고, 자신보다 이곳 상황에 익숙한 사람이니 리오 씨가 이곳을 맡겼겠지. 좋게 좀 생각하렴.”
힐린의 말에, 티베는 한숨을 쉬며 진정하려는 듯 눈을 감아 보았다. 조금은 상황이 나아지자, 세이아는 그 사이 지크와 넬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문을 열고 거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거실엔 넬과 티베 대신 인간형의 카루펠이 있을 뿐이었다.
“어머? 카루펠 씨, 지크 씨와 넬은요?”
세이아의 물음에, 카루펠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며 정중히 지크와 넬의 행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예, 주인님과 넬 양은 기분 전환을 하신다면서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지크와 넬은 공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철거 반대 운동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에펠탑을 구경했다. 지크는 스위티 맛 아이스크림을, 넬은 초코칩이 박힌 복고풍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지크는 오래간만에 느끼는 달콤함과 시원함에 기분이 좋은 듯 중얼거렸다.
“음음‥맛있다. 감동적이야, 헤헤헷‥.”
그 말을 들은 넬은 의아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 선배님 실종되신 지 한 달밖에 안 되셨잖아요?”
“‥그런 이유가 있어. 흐음‥이제 동료들만 옆에 있으면 끝인데‥빌어먹을, 왜 BSP를 해체시킨 거지.”
“동료라면‥?”
넬의 흐린 질문에, 지크는 손가락을 꼽으며 자신의 동료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리진, 챠오, 케빈, 사이키, 루이, 헤이그 아저씨‥정말 좋은 사람들인데, 지금은 어디서 뭘 할지‥.”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지크의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자, 넬은 도저히 BSP 체포령이 전 세계에 내려졌다는 것을 지크에게 말할 수 없었다. 예전에 그가 분노의 극에 달했을 때 어땠는지 넬은 보았기 때문이었다.
‘선배가 또 그렇게 변하면‥근처의 사람들까지 위험할 텐데‥.’
그러나, 운명은 지크와 넬을 편하게 만들지 않았다. 변장을 하고 있는 넬은 괜찮았지만 수배와 체포령을 모르는 지크는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길거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을 대신해 거리를 순찰하던 블랙 프라임의 군인 중 한 명이 우연히 지크를 보았고, 조회기에 그의 영상을 집어넣은 결과 지크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거물을 잡았다는 생각에 즉시 지원 병력을 요청했고, 재빨리 도착한 지원 병력과 함께 공원의 사방을 막고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다.
“‥저 얼간이들이 눈치챘나?”
지크는 남은 아이스크림을 한 번에 다 먹은 후 양 손 관절을 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넬 역시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남은 아이스크림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지크는 둘러볼 것 없다는 듯 넬의 짧은 뒷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N-27 자동 소총 18정‥빅 코브라 무반동포 2정‥개량형 토우 견착식 미사일에‥화려하군. 헤헷‥괴물이라도 한 마리 잡으러 왔나 본데?”
그때, 지크와 넬의 귀에 확성기의 탁한 음이 들려왔다.
「수배자, BSP 대원 지크·스나이퍼는 들어라! 특별 국제 조례 9항에 의거해 널 체포한다!! 벌집이 되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투항하라!!!」
그 말에, 체포와 수배에 대한 말을 전혀 모르고 있던 지크는 웃음을 지우며 넬에게 물었다.
“‥체포라니, 저 녀석들 무슨 헛소리야‥?”
“….”
넬은 눈을 꼭 감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지크는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넬에게 소리쳤다.
“말해봐!! 알고 있을 것 아니야!!!”
지크가 그렇게까지 나오자, 넬은 훌쩍거리며 지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흐흑‥BSP 대원들이 BSP가 해체된 것에 불만을 품고‥세계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진정하세요 선배! 분명 저들의 모함일 거예요!!”
그러나, 지크의 귀엔 더 이상 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크는 살기가 어린 미소를 지으며 자신과 넬을 둘러싼 블랙 프라임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래‥깨끗이‥정당히 법으로 처리해 버리겠다‥사람들의 방패로서 목숨을 버리던 전사들을 바이오 버그들이 없어지니 돈 먹는 쓰레기로 보이고 이젠 제거하시겠다‥헤헤헷‥좋아 좋아‥.”
“아, 아니에요! 그건 블랙 프라임이 조작한 모함일 거예요!! 진정해요 지크 선배!!”
우우우웅‥
넬은 순간 벤치 뒤에 걸려있는 무명도가 음산한 공명음을 내자 섬뜩함을 느끼며 움찔거렸고, 곧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무명도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예전과 같은 파란색이 아닌 핏빛을 띠며‥.
지크는 자신의 앞에 두둥실 떠 온 무명도를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 띄워진 미소는 여전했다.
“‥박살을 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