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418화


리오와 바이칼이 놀란 나머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자, 노인은 한숨을 쉬며 둘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보게, 뭐하는 건가.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잖아!”

“‥아, 아차!”

리오와 바이칼은 급히 다른 곳으로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때, 노인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 어디로 갈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좀 데리고 가 주겠나? 할 말이 꽤 많으이‥허허헛.”

그 말을 들은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혼란된 머리를 정리하려고 애를 썼다. 자신의 역할을 잠시나마 대신한 그 검은 아직도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그리고 노인은 별일 없었다는 듯 빙긋 웃고 있었다. 노인이 할 얘기가 있다고도 해서, 리오는 노인을 데리고 급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들이 갑자기 사라지자, 멍하니 구경하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시민들이 혼란한 사이, 땅에 박혀있던 검은 다시 공중으로 솟아올랐고, 방금 전 튀어나왔던 물로 다시 들어가 사라져갔다.

리오와 바이칼, 그리고 수수께끼의 노인은 치킨 전문점 안에서 열심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바이칼은 별말이 없었다. 리오는 진지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할아버지께선 어떤 분이시길래 그런 검을 휘두르시며, 또 왜 저를 만나시려 하시는 것이죠?”

노인은 큼지막한 치킨 조각을 뜯으며 대답해 주었다.

“음‥웬만하면 질문은 한 가지만 해 주게나. 자네 말대로 난 할아버지니까, 허허허허헛‥.”

“아, 예‥실례했습니다.”

치킨 조각 세 개를 뜯은 노인은 손을 휴지로 닦으며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흠‥역시 치킨 요리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맛있어지는군. 내가 한창때는 그냥 닭 구이일 뿐이었는데‥. 자‥그럼 내 얘기를 해볼까? 난 영국 태생이라네. 자네들처럼 다른 세계에서 온 것은 아니야.”

그 말에, 리오와 바이칼의 동작은 동시에 멈췄다. 노인은 놀란 둘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한때는 왕 노릇도 해 보았고‥대 전쟁 이후로 내가 다스리던 백성들에겐 미안하지만 다른 곳으로 방랑을 시작했지. 그런데 어떤 작자가 날 ‘전설의 왕’이라 칭하며 거짓말을 책으로 늘어놓았는데 그 말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어. 그게 좀 불만이긴 하지만‥어쨌든 괜찮아. 그 얘기는 반 정도 사실이니까. 음‥어쨌든 그때부터 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오랜 관광을 했지. 천년이 넘었나‥? 험험‥.”

리오는 멍한 상태로 노인의 말을 계속 들었다. 보통 인간이 요정의 수명 이상으로 살아온 것도 대단했지만, 그 노인의 이름이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추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음‥몇백 년간은 나도 조금은 활동할 수 있었는데, 총이란 무기가 나오면서 내 역할은 없어지더군. 나이도 있고‥. 하지만 세계에 BSP라는 조직이 등장하면서 난 사실 기뻤다네. 내가 예전에 이끌던 기사단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하지만 그들이 해체되었다는 말을 듣고 참 막막했는데‥자네와 자네의 친구가 나타난 것이라네. 가즈 나이트 리오·스나이퍼와, 용제 바이칼‥.”

“풋!”

콜라를 마시던 바이칼은 자신의 신분과 이름이 정확하게 노인의 입에서 나오자 그만 입에 있던 콜라를 컵 안에 뿜어내고 말았고, 리오는 입을 살짝 벌린 채 말을 잊었다. 노인은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말했다.

“으응‥자네들 정체 알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네. 주신께서 다 말씀해 주셨는데 뭐. 200여 년 전에 가즈 나이트에 대한 얘기를 들었고 그보다 더 앞서서 용제, 자네에 대한 말을 들었지. 지금은 차원이 막혀서 모르겠는데‥음‥그분 같이 늙어가는 사이인데 지금은 잘 지내시는지‥. 하긴, 신이시니 별 걱정은 없으시겠지. 허허허허헛‥.”

그날 저녁, 리오, 바이칼은 사람이 다 퇴장한 공원의 숲 속에서 노인과 함께 있었다. 노인은 반반한 돌 위에 물병의 물을 따르며 계속 말했다.

“어험‥요샌 진짜로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느낀다네. 예전에 티베인가 하는 기자 아가씨를 공원에서 구해줄 때 그 악당들을 주먹 한 대에 기절밖에 못 시켰거든. 원래는 다시 일어나지 못해야 하는데‥자네들도 나이를 더 먹으면 느낄지도. 허허허허헛‥. 자, 리오군은 이리 가까이 오게나.”

리오는 노인의 말대로 물이 고인 반석에 가까이 다가갔다. 노인은 심호흡을 한번 해 본 후 말을 이었다.

“‥주신께서 이러셨다네. 분명히 자네에게 준 전용 검 디바이너가 자네 성격 탓에 부러질 일이 한번 있을 거라고 말일세. 난 디바이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지. 전에 내 검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주신께서 만드신 다른 무기도 본 일이 있었거든. 자네가 요즘 디바이너를 휘두르지 않고 그 희끄무레한 대검을 휘두를 때 그분이 신은 신이구나라는 것을 느꼈지. 퀴즈 대회 나가시면 휩쓰실지도 몰라. 어쨌든, 자네의 검이 부러지면 자네가 이 세계에 있을 동안 내 검을 빌려주라고 하셨지. 자, 나오거라.”

그 노인의 말에 따라, 낮에 보았던 그 검이 노인이 따른 물에서 다시금 솟아올랐고, 잔광을 남기며 반석 위에 떨어져 박혔다. 리오는 그 검을 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오신검(五神劍)‥디바이너, 플랙시온, 다크 팔시온, 세레인, 당신의 말씀이 맞다면 이것이 바로 제가 보지 못했던 신검‥<엑스칼리버>‥!”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네. 비록 최강의 검은 아니지만, 최강급의 검이니 사용할만 할 거야. 자, 뽑아보게.”

“아, 예‥.”

리오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신이 만든 오신검 중에서 가장 능력이 탁월해 [엑스칼리버]라는 이름이 붙은 검을 사용해 본다는 것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리오는 엑스칼리버의 자루에 손을 가져간 후, 돌에 박힌 검을 뽑아 보았다.

“‥음!?”

그러나, 리오는 검을 뽑지 못했다. 리오의 힘에도 불구하고 엑스칼리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바이칼이 혀를 차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역시‥마음이 순수하지 못한 사람은 뽑지 못하는군. 예상했었어.”

노인 역시 고개를 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이보게, 그 검이 괜히 <엑스칼리버>라 불리는 건 아니네. 그 검을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정신력과 기력이 있어야만 하네.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하고, 검을 뽑아보게.”

리오는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다. 아무래도 파라그레이드를 다룰 때 이상의 기력과 정신력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좋아, 다시 한번‥!”

리오는 다시금 자루를 굳게 잡고 기력을 천천히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신과 검신 중앙에 길게 그어진 검은색의 코어 부분이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엑스칼리버는 박힌 돌에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끌려 나오는 것이 시원찮았는지, 리오는 눈에서 푸른 빛을 뿜으며 기를 한껏 증대시켰다.

“으음‥하아아아아아앗‥!!!”

이윽고, 엑스칼리버는 리오의 손에 이끌려 돌에서 가볍게 나왔고, 주입된 리오의 기와 반응해 은회색의 빛을 강렬히 뿜어내며 그들이 있는 숲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아, 이런‥!”

엑스칼리버를 들고 있던 리오는 순간 현기증을 느끼며 무릎을 꺾었고, 엑스칼리버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엑스칼리버는 스스로 황색의 빛을 뿜으며 공중으로 붕 떠올랐고, 노인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리오에게 다가가 상태를 물었다.

“아니, 괜찮나? 하긴‥이 검은 성검(聖劍) 계열을 처음 다루는 사람이 제어하기가 매우 까다롭지. 차차 익숙해질 것이니 너무 걱정 말게.”

노인의 말에, 리오는 머리를 흔들며 일어나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흠‥까다로운 정도가 아닌데요? 후훗‥. 어쨌든 감사합니다, 저런 소중한 것을 저에게 빌려주시다니‥.”

그러자, 노인은 리오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한 얼굴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만은 알아두게. 자네의 마지막 적은 하나가 아니야. 둘이 될 수도 있고, 셋이 될 수도 있네. 언제나 그랬겠지만‥마음은 굳게 먹게나. 자, 그럼 난 가네.”

노인이 천천히 발걸음을 돌리자, 리오는 돌아선 노인을 향해 물었다.

“아, 당신의 검은 언제, 어떻게 돌려드리면 됩니까?”

노인은 리오를 흘끔 돌아보며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내 것이니‥당연히 내게 돌아올 때가 되면 스스로 돌아올 것이네. 그럼 수고하게나, 허허허허헛‥.”

노인의 웃음소리는 그의 모습과 함께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리오는 공중에 붕 떠 있는 엑스칼리버를 예전에 디바이너를 넣어 두었던 가죽 칼집에 넣으며 그 노인이 간 방향을 향해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 주신께서 인정하신 유일의 영웅왕이시여‥.”

리오의 그 모습을 본 바이칼은 맘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나에겐 단검 하나도 안 주는군‥.”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