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24화
리오의 짧막한 자기 소개를 들은 와카루의 얼굴엔 순간 화색이 돌았고, 그는 수라와 나찰의 움직임을 정지시킨 뒤 리오의 앞에 다가오며 물었다.
“다, 다시 한번! 자네 이름이 뭐라고? 분명 리오·스나이퍼라고 했나?”
“‥그렇긴 한데‥할 말이 많으셨던 모양이군.”
그러자, 와카루는 접었던 노트북을 다시 펼치고 주머니에서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연결한 후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리오를 촬영하며 희열에 찬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리오는 약간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움찔거리며 와카루를 내려다보았다.
“‥당신 뭐 하는 거지?”
리오의 물음에 와카루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다가, 손바닥을 마주치며 놀랍다는 듯 소리쳤다.
“호오–! 대단해!!! 신장 192.7cm의 키에, 8.5등신의 완벽한 체형! 그리고 군살이 없는 완벽한 근육질!! 자네 말해봐, 개조를 당한 뒤 키가 더 컸지? 그렇지?”
흥분한 와카루의 질문에, 리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그런 것 같기도 하오. 그런데 왜 묻지?”
와카루는 키보드를 계속 두드리며 대답해 주었다.
“전투용 인간의 가장 완벽한 체형이 바로 8.5등신이지! 그 체형에서 인간의 생체적인 탄력과 반동력 등이 최고가 되기 때문이야!! 역시, 들은 대로 신이 개조한 인간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군!! 자, 그럼 물리적 테스트를 해 볼까? 수라, 나찰!!”
와카루의 명령에, 수라와 나찰의 아이렌즈에선 붉은색 빛이 돌았고, 와카루는 리오를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소리쳤다.
“리얼 모드를 셋업하고, 전 화력을 동원해 목표를 공격하거라!!!”
순간, 수라와 나찰의 몸에 장치된 방열구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고, 수라와 나찰은 동시에 리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리오는 프시케를 안고 공격 범위 밖으로 멀리 벗어난 후 그녀를 열차 안에 들여보내주었다.
“들어가셔서 6-12석에 가십시오, 바이칼이 보호해 드릴 겁니다. 말은 거칠게 하겠지만요.”
공격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리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프시케는 마악 가려는 리오를 부르며 말했다.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훗, 저 녀석들 걱정이나 해 주시죠. 그럼!!”
리오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수라와 나찰들을 향해 쏜살같이 튀어나갔고, 프시케는 리오의 말대로 그가 가르쳐준 좌석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수라는 예전보다 더 빠른 스피드로 리오에게 날카로운 손톱을 내 뻗었고, 예전과 같다 생각하던 리오는 그 손톱에 볼을 살짝 긁히며 공격을 피해냈다. 나찰 역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연속 공격을 개시하며 리오를 위협했고, 리오는 이러다가는 열차 안의 승객들이 다칠 것 같아 공중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와 봐라!! 장난감일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 주마!!”
나찰과 수라는 리오를 따라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들이 공중으로 전장을 확대하는 사이, 와카루는 수라와 나찰들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참고로 리오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었다.
“허허헛, 수라의 공격을 피할 때의 순간 스피드는 마하 7이군. 공중으로 상승할 때의 속도는 시속 748km‥멋진 숫자야.”
공중으로 날아오른 리오는 파라그레이드를 뽑아들며 기력을 주입했고, 그가 잠시 멈춰있는 사이, 수라는 어깨의 미사일 포트를 열고 적외선 추적식 단거리 미사일들을 쏘았다.
“간단하진 않을 거다!!”
마악 파라그레이드의 날을 완성한 리오는 검을 휘둘러 미사일탄들을 간단히 막아내었다. 그러자 화약의 매캐한 연기가 리오의 시야를 방해했고, 리오는 아차 하며 고도를 급히 높였다.
「크오오옷–!!」
순간, 기동력 중시형의 로봇인 나찰이 연기를 뚫고 리오를 향해 빠르게 돌진해 왔다. 그러나 이 연계 공격을 미리 읽고 있던 리오는 다리로 강하게 나찰을 내리쳤다. 역습을 당한 나찰은 갑자기 가해진 엄청난 물리력에 힘을 잃어 급강하했고, 이내 플랫폼에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다.
“아이쿠! 난 노인이란 말이야!!”
와카루는 날아오는 콘크리트 파편으로부터 급히 노트북을 보호하며 공중을 향해 소리쳤다.
그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리오는 자신을 향해 빔 포와 개틀링 머신건을 무차별로 쏘는 수라를 향해 왼손 바닥을 강하게 내뻗었다.
“예의를 가르쳐 주지!!”
리오의 외침과 동시에, 수라는 리오로부터 떨어진 무형의 충격파를 맞고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빙빙 돌기 시작했다. 인체의 세반고리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력 조절기가 망가진 것이었다. 그러나 수라와 나찰에겐 이와 같은 고장에 대한 강점이 있었다. 바로 강력한 자기 재생 능력 이었다.
하지만 리오 역시 그 강점을 알고 있는 듯했다.
쿠웅–!!!
어느새 수라의 밑으로 몸을 움직인 리오는 어깨를 이용해 수라의 등을 강렬히 들이받았고, 수라는 충격에 의해 몸의 각 부분에서 체액을 뿜어내며 공중에 잠시 간 정지하고 말았다. 리오는 다시 수라의 위로 몸을 이동하며 단번에 동강을 낼 자세를 취했다.
“없애버리겠다–!!!!”
자로 잰 듯한 수직의 섬광과 함께, 약 3.5미터 정도 되는 수라의 육중한 몸이 간단히 두 동강 나며 플랫폼으로 떨어졌고, 복수를 하려는 듯 바닥에 처박혔던 나찰이 다시금 리오를 향해 돌진해 오며 어깨에 장착된 2문의 빔 포를 동시에 쏘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빔 포 사이로 몸을 제치며 피한 리오는 빔이 재충전되기 전에 즉시 몸을 급강하하여 나찰의 안면을 손으로 덮었다. 그리고, 나찰의 안면을 잡은 리오의 손등엔 붉은색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4급, [파이어·인펄스]–!!!”
퍼어엉–!!!!
붉은 빛과 함께, 나찰은 몸의 각 연결 부위에서 불꽃을 튀기며 플랫폼을 향해 다시금 추락했고, 두 동강이 난 채 단면에서 세포질을 흘리며 쓰러져 있는 수라를 덮치며 함께 폭염에 휩싸였다. 단백질이 타는 고약한 냄새와 함께, 리오는 천천히 와카루를 향해 다가갔고 와카루는 고개를 저으며 노트북을 덮은 후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허‥이런, 저 녀석들 데이터도 제대로 전송해 주지 못하고 죽어버렸군. 하긴 뭐, 자네도 저 녀석들을 처음 상대하는 것은 아닐 테니 그리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좋아, 오늘은 내가 졌네 그려.”
그때, 파라그레이드의 날카로운 날이 와카루의 목에 접근해 왔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난 저 식인 로봇들을 만든 할아범을 그리 보내드리고 싶지 않은데? 집으로 편안히 보내드리기엔 너무 아쉬움이 많아. 어쨌든‥당신 목적이 뭐지? 어째서 저런 로봇들을 만든 거야?”
그러자, 와카루는 턱을 글적거리며 대답했다.
“흠‥글쎄? 난 단지 내가 오래 살고 싶어서 이 생명 공학에 뛰어든 것뿐이라네. 어쩌다 보니 나찰과 수라를 설계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신이란 존재가 진짜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부웅–
“음!?”
와카루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물러서자, 리오는 흠칫 놀라며 그 노인을 바라보았다. 와카루는 주머니에 있는 이상한 기계 장치를 빼며 말했다.
“오, 펜릴의 다리에 장착된 리니어 모터를 본떠 미니형으로 만든 장치인데 이런 데서 써먹을 수 있을 줄이야. 허허허헛‥. 자, 나중에 여기보다 더 좋은 자리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도록 하지. 내 연구실은 어떤가? 하하하하핫‥그럼 잘 있게나.”
부우우웅–
“이런 젠장–!!”
와카루의 모습은 빠르게 사라져갔다. 움찔거리는 사이 와카루를 놓친 리오는 아깝다는 듯 파라그레이드를 플랫폼에 박으며 중얼거렸다.
“젠장,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는데‥!! 어쨌든 두려운 할아버지군, 닥터 와카루‥다음번엔 사정 봐주지 않겠어. ‥음?”
순간, 리오는 자신이 어느새 열차에서 나온 군중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흥분한 나머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이었다.
“오, 이런!”
슈웃–!
리오가 눈 깜빡하는 사이에 잔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자, 사람들은 각자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여유 있게 사람들을 따돌린 리오는 모습을 바꾼 채 프시케와 바이칼이 있을 열차 칸으로 향하며 중얼거렸다.
“휴우‥큰일 날 뻔했군. 이제 프시케 님에게 말씀을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