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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26화


14장 [그들의 이유]


지크의 동료인 린 챠오가 합류한지 10일이 지났다. 넬까지 포함해 단 세 명뿐인 BSP는 4일 동안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는 블랙 프라임군을 거의 통제 불능 상태까지 몰고 가버렸고, 또한 그들의 소식이 기폭제가 되어 숨어 지내던 유럽 전역의 BSP들이 다시 뭉쳐 블랙 프라임군에 대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총뿐인 용병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맨몸으로 상대해 왔던 BSP의 전투력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다. 유럽을 점령하고 있던 블랙 프라임의 세력은 BSP들의 게릴라 전법에 의해 단 5일 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BSP의 인식은 다시금 좋아지기 시작했고, 부족했던 그들의 무기들도 차츰 보충이 되어갔다. 더 이상 그들의 반격은 BSP만의 반격이 아니었다.

<Last Radiance>. 최후의 광휘.

이 단 두 단어의 문구가 그들의 슬로건이었다.

반면, 그 대반격의 기폭제 역할을 한 지크와 넬, 그리고 린 챠오 등은 프랑스의 블랙 프라임군을 불능으로 만든 뒤 티베의 집에서 TV, 과자와 더불어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휴일, 소파에 누워 TV 쇼를 보는 지크의 태평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트레이닝복 차림의 티베는 지크가 먹던 과자를 봉투째 빼앗으며 말했다.

“아니, 이봐요 지크 씨. 지금 전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BSP들의 반격에 불을 지핀 사람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뭐에요? 다른 BSP들이 보면 참 좋아하겠네요.”

과자를 빼앗긴 지크는 약간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봉투를 빼앗은 뒤 말했다.

“‥방송국 안 나가고 뭐해요, 오늘은 배짱으로 공치는 거예요?”

티베는 다시금 봉투를 빼앗으며 대답했다.

“어머머머〜그럴 리가. 오늘은 붉은 날, 휴일이랍니다. 왜요, 너무 기뻐요?”

지크 역시 다시 봉투를 빼앗으며 투덜거리듯 말했다.

“쳇, 시어머니에게 잔소리 듣는 날은 일주일에 2일이면 미치지 않을 정도인데‥나도 참 운이 없군. 욱!!”

순간, 복부를 티베에게 밟힌 지크는 과자 봉투를 떨어뜨리며 괴로워했고, 티베는 인상을 찡그린 채 지크를 쏘아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아직 시집도 못한 숙녀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네네, 잘못했습니다‥.”

결국, 지크는 양손을 들며 저항할 뜻이 없음을 표했고, 티베는 팔짱을 끼며 지크에게 다시 말했다.

“넬하고 같이 나가서 놀아줘요, 5일 동안 나하고 같이 재미없는 방송국 돌아다니느라 정신적으로 매우 지쳤을 테니까요. 알았죠?”

“녜녜녜녜녜‥.”

지크는 과자 봉지를 티베에게 건네준 후 집안 청소를 하고 있던 카루펠과 부엌에서 세이아에게 과자 만드는 법을 배우던 넬을 먼저 밖에 대기시킨 후 터벅터벅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퍽–!

“욱–! 누구‥인가 했군, 미스터 우먼‥.”

지크는 맞은 등판을 쓰다듬으며 자신을 손바닥으로 친 린 챠오를 바라보았다. 챠오는 별 표정 없는 얼굴로 지크를 보며 물었다.

“웬일로 애랑 함께 밖에 나가지 바보? 설마 15세 소녀랑 데이트?”

“헤헹, 시어머니께 잔소리 듣고 반 억지로 나가는 중이지. 19세 이하는 여자로 안 본다는 나의 위대한 사상엔 변화가‥아차‥!”

지크는 순간 챠오의 눈에서 뿜어지는 독기에 말을 끊으며 뒤로 살며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지크의 사상 중 하나인 “19세 이하는‥.” 이란 말은 챠오가 가장 싫어하는 사상이기도 했다. 금년 20세인 그녀가 왜 그 말을 싫어하는지는 나중에 밝혀질 일이다.

지크는 힘없이 웃으며 밖으로 도망치듯 나섰고, 챠오는 왼 주먹을 불끈 쥐며 잊으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때, 지나가던 도중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세이아가 자신보다 큰 챠오의 어깨를 손으로 살짝 두드리며 물었다.

“왜 그러니 챠오? 지크 씨가 또 무슨 말실수라도 했니?”

챠오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은 변함이 없는 상태였다.

“‥아니, 별로. 저 지크라는 녀석은 원래 저런걸.”

그녀의 대답에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려는 듯 말했다.

“자자, 부엌으로 가자. 네가 좋아하는 코코아 차 끓여줄게.”

챠오와 세이아가 부엌에서 각자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도중, 티베가 아까 전 지크가 건네준 과자를 씹으며 부엌으로 들어왔고 티베는 활짝 웃으며 챠오의 옆에 앉아 챠오의 두꺼운 어깨에 머리를 부비며 말했다.

“어머머〜맛있겠다 챠오. 나도 코코아차 끓여줘 세이아, 으응?”

세이아는 웃으며 바로 코코아차를 끓여 티베에게 건네주었고, 티베는 세이아 특제 코코아차의 향기를 음미하며 감격 어린 말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아‥역시 세이아의 솜씨는 달라, 너무너무 부러워.”

티베의 아낌없는 칭찬에, 세이아는 얼굴을 약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얘는, 너무 그러지 말아. 난 할 줄 아는 게 요리하고 옷감 손질뿐인걸.”

그러자, 티베는 손을 휘휘 저으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어허‥그러는 게 아니야 세이아. 너처럼 가정적인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니? 내가 남자라면 너하고 당〜장 결혼했겠다. 예쁘지, 성격 좋지, 요리 잘하지, 이런 여자 흔하지 않다?”

“음‥고마워 티베. 그런데, 챠오하고 티베 둘은 왜 지크 씨를 그렇게 때리니? 지크 씨 성격이 좋으신 분 같던데‥.”

세이아의 걱정 어린 말에, 챠오와 티베는 동시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라? 그런 백수 건달이 좋으신 분? 아니야 아니야‥맨날 나보고 시어머니라고 하며 놀리고 그러는데. 세이아 너에겐 아직 본성을 드러내지 않고 식사만 남기지 않을 뿐이지, 그런 남자 조심해야 한다?”

“‥맞는 말이야.”


“‥으음‥.”

카루펠의 등에 넬과 함께 올라탄 채 시내 구경을 하고 있던 지크는 순간 코를 잡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고, 넬은 궁금한 듯 지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머? 지크 선배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니‥이상하게 기침이 나올 것 같아서. 빌어먹을, 오늘 왜 이러지?”

겨우 기침을 참은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 시내 관광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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