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30화
“음‥아쉽다 아쉬워.”
베를린 공항을 떠나며 지크가 계속 아쉽다고 하자, 옆에서 걷던 리진이 그를 쏘아보며 징그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지크는 아쉬웠겠지만 난 이제 꼴 보기도 싫어. 망신이라는 게 뭔지 톡톡히 알았으니까.”
그러자,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야아‥잘됐구나!”
“….”
친척집이 공항과 가까운 관계로 리진과 지크는 도보를 택하여 가기 시작했다. 가는 도중, 지크는 처참히 파괴된 도심가를 볼 수 있었고 그는 저절로 인상을 찡그리며 리진에게 물었다.
“‥그 늑대가 한 짓이야?”
리진은 지크와 함께 잠시 멈춰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밤사이에 또 세 곳 정도가 무너졌나 봐. 그런데 참 이상하지? 왜 그 늑대는 꼭 밤에만 나타나는 걸까?”
그러자, 지크는 묵묵히 폐허가 된 도심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그건 슈퍼맨이 왜 꼭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느냐와 같은 질문이지.”
“….”
“‥응? 이봐! 난 맞는 말을 했다구!!”
지크는 벌써 멀리 앞서 걸어간 리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리진의 친척집에 도착한 지크는 아쉽게도 그리 환영받지는 못하였다. 이유인즉, 친척들이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BSP와 관계된 사람들이라 지크의 정체에 대해 그런대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크 역시 그리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어서 그리 상관하지는 않았다.
이윽고, 밤이 찾아왔고 지크와 리진은 다시 베를린으로 향하였다. 그날은 만월이어서 밤이 매우 밝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아쉽게도 구름이 많이 끼는 바람에 시야는 매우 줄어들었다. 리진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 사이에서 일명 ‘펜릴’이라 불리는 그 늑대는 새벽 두 시를 전후하여 나타난다고 했기에 둘은 새벽 1시부터 거리에서 잠복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지크는 편의점에서 파는 햄버거를 씹었고 리진은 우유를 마셨다. 우유를 마시던 리진은 문득 지크의 붉은 재킷 오른쪽 어깨에 바느질로 단단히 붙어 있는 작은 메탈 플레이트가 눈에 들어왔고, 손가락으로 그것을 톡톡 건드리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건 또 어디서 난 거야? 훔친 건 아닐 테고‥.”
“으응, 이거? 챠오에게 받았지.”
그 미완성의 간단한 대답을 들은 리진은 순간 깜짝 놀라며 속으로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로서는 믿을 수 없는 오해였다.
‘세상에‥그 킬러가? 아니 저 인간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리진은 그 메탈 플레이트에 쓰여진 양각의 영문을 읽어 보았다.
“흠‥<Last Radiance>? 아항〜이거 때문에 유럽 BSP들의 구호가 ‘최후의 광휘’였구나. 난 또 왜 그런가 했네. 그런데 이유 모르는 사람들은 엄청 실망하겠네. 그 장본인이 이런 사람인지는 모를 거 아니야, 호호호홋.”
순간, 지크의 두꺼운 손이 리진의 입을 덮었고, 리진은 깜짝 놀라며 지크를 돌아보았다. 지크는 오래간만에 진지한 표정으로 앞에 시선을 둔 채 리진에게 말했다.
“‥육감이 맞다면‥저 녀석인 것 같은데?”
리진은 다시금 놀라며 지크의 시선이 가 있는 곳에 눈을 돌려 보았다. 두 개의 푸른 광점이 절전 때문에 불이 다 꺼진 거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읍! 읍읍!!”
리진은 지크의 손에 의해 막힌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를 냈고, 지크는 곧바로 등에 맨 낚시 가방에서 무명도를 꺼내 허리에 묶으며 멀리 보이는 광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지, 지크! 나는!”
“넌 여기서 인명 피해가 없도록 지키고 있어!”
그 말과 함께 지크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리진은 입을 내밀며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피, 말은 잘해요.”
광점이 빛나는 곳으로 기를 죽인 채 조용히 달리던 지크는 순간 뭔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그 광점의 높이가 점점 상승하는 것이었다.
“‥어라?”
그 순간, 구름이 천천히 걷히기 시작했고 지크는 움찔하며 건물 유리창을 향해 높이 점프를 했다. 그 즉시, 그가 있던 자리에 그 광점의 주인이 뿜어낸 황색의 빛이 내려 꽂혔다.
쿠우우웅–!!!
폭음과 함께 아스팔트 도로는 폭발에 의해 수십여 미터나 밀려났고, 곤충처럼 건물 유리창에 매달려 그 광경을 본 지크는 휘파람을 길게 불며 감탄했다.
“휘–익, 엄청난데? 저런 광학 무기는 고폭 레이저 이후 처음이야. 어라?”
부웅–
괴이한 음향과 함께, 어깨 높이가 어림잡아 5m 정도 될 것으로 생각되는 그 거대 늑대가 어느새 지크가 있는 건물 외벽까지 뛰어올라 앞발을 날렸고, 지크는 힘껏 몸을 날려 다른 건물의 외벽으로 몸을 피하였다.
쿠웅!!
지크가 있던 건물 외벽엔 그 거대 늑대가 가한 타격으로 인해 큰 균열이 발생했고 유리창도 모조리 부서져 나갔다. 지크는 그 거대 늑대의 엄청난 힘과 스피드에 다시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Yeh–!! 이거 오래간만에 상대다운 상대를 만났는데?”
부웅–
다시금 들려온 이상한 소리와 함께 거대 늑대, 펜릴은 지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지크는 펜릴이 보았던 지점에 있지 않았다. 펜릴은 빠르게 위를 올려다보았다.
“!!”
“자격시험을 해 볼까!”
퍼억!!
펜릴의 위로 몸을 돌렸던 지크는 양손으로 펜릴의 등을 내리찍었고, 펜릴은 빠르게 지면을 향해 추락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펜릴은 마치 고양이처럼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안전하게 도로에 착지를 했고 다시 건물 벽에 매달린 지크는 놀라며 중얼거렸다.
“엇? 뭐 저런 게 다 있지?”
그러나 더 이상 중얼거리며 생각할 틈은 없었다. 펜릴은 입에서 다시금 황색의 광선을 뿜어댔고, 지크는 건물 사이를 옮겨 다니며 그 광선을 피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젠장! 광학 무기가 아니라 광압(光壓) 무기로군!! 저건 튕길 수 없는데!!!”
계속 피하기만 하던 지크는 펜릴이 광선을 뿜어내지 않자 즉시 무명도를 빼어 들고 건물 벽을 수직으로 달려 아래로 급속히 내려갔고, 에너지를 다 쓴 펜릴은 충전할 시간을 벌기 위해 달려오는 지크를 향해 육탄전을 하려는 듯 그에게 몸을 날렸다. 그러자 지크는 이때다 생각하며 거리를 잘 맞춰 왼손으로 기합파를 날렸다. 펜릴의 날카롭고 유연한 움직임을 잠시라도 봉쇄하려는 생각에서였다.
“이거나 먹어라–!!”
부우웅–
그때, 또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고 펜릴의 몸은 지크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을 느꼈을 때 지크의 몸엔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고 말았다.
퍼어억–!!!
“크아악!!!”
펜릴에 의해 공중에서 블로킹 당한 지크는 아스팔트 도로에 내리꽂혔고, 지크가 충돌한 부분의 아스팔트는 둥글게 움푹 꺼졌다. 충격의 여파로 몇 미터 이상 바닥을 구른 지크는 피가 약간 흐르는 머리를 감싸며 천천히 일어섰다.
“어이구‥진짜 대단한데 저 빌어먹을 녀석? 하지만‥난 아직 쌩쌩하다구!!!”
출혈이 멎자마자, 지크는 몸에서 기전력을 뿜어내며 펜릴을 향해 급속으로 돌진했고, 도로 위에 서서 지크를 바라보던 펜릴은 포효를 하며 지크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옷–!!!!”
부우웅–
“!!”
그러나, 두 번이나 속도에서 제압당할 지크는 아니었다.
코앞까지 달려온 지크를 향해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펜릴의 강력한 앞발이 이번엔 빗나가 버렸던 것이었다.
“보였어!!”
그렇게 소리치며 지크는 기전력에 의해 스파크가 튀는 라이트 훅을 펜릴의 복부에 꽂았고, 펜릴은 온몸이 푸른색의 스파크에 휩싸인 채 뒤편 건물 외벽을 향해 날았다.
쿠우우우웅!!!
펜릴은 외벽을 부수고 1층 옷 전시장에 처박혔다. 펜릴이 뚫고 들어간 외벽 부분의 드러난 내부 철골엔 잔여 전류가 튀었고, 지크는 주먹을 천천히 풀며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렸다.
“헤헷‥어떠냐 애완견? 이제 너도 상대할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
그렇게 웃으며 말하면서도, 지크는 사실 등이 쓰라렸다. 아까 펜릴에게 공중에서 맞았을 때 등의 피부에 발톱에 의한 외상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출혈은 금방 멎었지만 통증은 남아 있었다.
“‥크르르릉‥!”
야수의 울음소리가 옷 전시장 안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자, 지크는 무명도에 오른손을 넣고 자세를 취하며 다음 공격에 대비하였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 듣던 것보다 좀 작은 것 같은데‥동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