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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47화


“아니 말고!! 너 어제 뇌출혈인가 된다고 바이론 씨가 그랬단 말이야!! ‥근데 정말 멀쩡하네?”

소리소리치던 티베는 지크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자 멋쩍은 듯 언성을 낮추며 중얼거렸고, 지크는 별 싱거운 여자 다 보겠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헤헷, 이 몸이 이상이 있으면 여기 계시는 여자분들은 누가 책임지겠어. 자자, 아침부터 흥분하지 말고 머리나 식힐 겸 샤워나 하시지. 방송국에서도 또 스트레스받을 거 아니야.”

그러자, 티베는 다시 욕실로 향하며 지크를 돌아본 채 혀를 불쑥 내밀었다.

“헤헹~오늘은 방송국 비번이라네, 약오르지?”

티베가 욕실로 들어간 직후, 지크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장을 보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왜 약이 올라야 하지? 말 놓은 뒤부터 이상해졌네‥.”

그로부터 30분 동안, 지크는 TV 있는 세상에 있으면서 TV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 그저 하늘만을 바라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어난 사람은 티베 외엔 아무도 없었다. 넬도 어제 피곤했는지 소식이 없었고 바이론도 무슨 일이 있는지 코트와 모자를 남겨둔 채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카루펠 역시 오늘은 늦잠을 자려는 듯 소식이 없었다.

“‥쩝, 심심하다. 그건 그렇고 벽 뚫어진 건 누가 막아놨지? 나무판으로 잘 막아놨네‥.”

“누구긴 누구야, 카루펠 씨지.”

티베가 샤워를 마치고 머리에 수건을 감은 채 욕실에서 나오며 자신에게 말하자, 지크는 잘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래? 그 녀석 정말 별걸 다 할 줄 아네‥.맞아, 티베는 오늘 뭐 할 거야? 비번이라며.”

지크가 편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자, 티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무슨 소리냐는 듯 언성을 높였다.

“어머머? 그 악마들이 언제 또 쳐들어올지 모르는 판국인데 오늘 스케줄을 물어? 그럴 시간 있으면 도망갈 궁리나 하시지!”

그러자,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헷, 걱정하지 마. 어제 그 원더우먼 말고 악마 따위들은 몇 초면 해결할 수 있어. 도망갈 필요는 없다구. 게다가 그 회색 분자까지 있으니 더욱 걱정없어.”

티베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중요한 것이 생각났다.

“아, 그런데 우리 집에 원더우먼‥아니, 그 여자랑 악마는 왜 온 거야? 올 이유가 없잖아.”

“‥세이아 씨를 납치하기 위해 왔다고 그랬던 것 같아. 맞아, 그랬어. 하지만 왜지? 세이아 씨의 음식 솜씨 때문에?”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지크가 그렇게 말하자, 티베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무슨 재주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헛소리를 서슴없이 할 수 있지?”

“…”

“그 바보를 보통 인간과 같이 생각하지 마 티베.”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지크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챠오가 별 이상 없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자, 지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챠오에게 물었다.

“어엇!? 너, 너 괜찮은 거야? 분명히 옆구리에 펑크가 났을 텐데‥!?”

지크의 말을 들은 티베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자에 대한 에티켓이 빵점이라니까‥.’

그러나 챠오는 많이 들어서인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어나 보니 상처도 없던데. 왠지는 모르지만.”

“그래‥? 아 참, 세이아 씨는?”

지크의 질문에 챠오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방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안에. 아직 자고 있어.”

지크는 다시 들어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들어가 봤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그냥 한숨만을 푹 쉬고 고개를 저었다.

“흠‥그래, 나중에 다 알겠지 뭐. 그건 그렇고‥누가 아침 좀 해줘. 매일 카루펠 아니면 세이아 씨가 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엔 둘 중 한 명이 해주면‥.”

“…”

“…”

지크의 제안에, 주위에 있던 두 여자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고, 지크는 반응이 갑자기 그렇게 나오자 인상을 쓰며 소파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알았어 알았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나 몇 개 사 올게. 이 여자들 누가 데려갈지 참‥.”

맞는 말이었는지, 지크의 말이면 무조건 대들거나 무시하던 둘도 이번엔 아무 반박을 하지 못하였다. 그가 현관에서 신발 끈을 막 조일 무렵, 티베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헤헤‥저어, 지크‥.”

“음? 생각을 바꾼 거야?”

“아니, 사 올 겸 치킨하고 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도 사 오라고. 잘 갔다 와~.”

말없이 현관을 나선 지크는 곧바로 거리를 향해 도망치듯 달려갔다. 무언가 추가 사항이 또 있을 것만 같아서였다. 한참 거리를 지나던 지크는 한 백화점의 정문이 산산조각 나 있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블랙 프라임의 폭탄 테러인가? 저게 어떻게 된 일이지?”

궁금함을 억제하지 못한 지크는 결국 마음씨 좋아 보이는 경찰에게 걸어가 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고, 경찰은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해 주었다.

“음음‥나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사건인데, 몸에 회색 칠을 한 2미터가량의 거인이 백화점 안에 들어와 상품을 강탈한 후 정문을 부수고 도망쳤다고 하오. 참 나‥블랙 프라임이 없어지니 별 이상한 일도 다 생기는구먼‥. 근데 그 거인 말이야‥알코올 중독자일 확률이 높다고 하더오.”

“예? 알코올 중독자요?”

“중국산 청화주하고, 상품명이 [럼주]인 50도 짜리 고급 술 한 박스 말고는 털어간 것이 없소. 정말 이상한 일이야‥.”

지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에 보이는 패스트푸드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회색 칠을 한 2미터의 거인‥? 알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지크는 자신이 사 갈 물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패스트푸드점 안에 들어갔다. 치킨 냄새가 자연스럽게 풍겨오자, 그는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점원에게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같이 카운터에 팔꿈치를 기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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