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49화
“오오, 육지다, 육지야!!!!!”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자마자, 사바신은 배에서 뛰어내린 후 지면에 입을 맞추었고, 그의 고생을 잘 아는 일행들은 대부분이 측은하다는 얼굴로 사바신을 바라보았다.
레이는 배에서 내린 후 선착장 근처에 있는 나무 근처에 다가가 그 나무의 거친 껍질을 매만져 보았다. 바늘과 같이 뾰족한 잎을 가진 나무, 동방에선 소나무라 불리는 식물이었다.
“‥넌 내가 떠날 때와 마찬가지구나‥반가워.”
슈렌은 헝겊에 싼 그룬가르드로 어깨를 툭툭 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서방 대륙에서 본 가옥과는 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집들이 항구 근처에 수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가옥 지붕은 일명 ‘벼’라고 불리우는 식용 식물의 줄기를 묶어 올려 만들었기 때문에 황색을 띠고 있었고, 중간중간에 보이는 흑갈색의 지붕들은 ‘기와’라고 불리는 블록 형태의 흙 가공품들을 겹쳐 올려 만들어진 상류 계층들의 집 지붕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케톤과 리마는 머리에 흰색 두건을 두른 한 중년의 남자가 소를 몰고 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옆에 서서 옛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로드 덕에게 소리쳤다.
“로, 로드 덕!! 소, 소를 좀 봐요, 가죽이 황색이에요!!! 병에 걸렸나 봐요!!!!”
그 소리를 들은 중년의 동방 남자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케톤과 리마를 바라보았고, 로드 덕은 미안하다는 표시로 양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혀 보였다.
“허헛, 죄송합니다. 이번이 동방엔 초행길인 젊은이들이라 그렇소.”
그 중년의 남자는 로드 덕과 똑같이 인사를 한 후 소와 함께 갈 길을 계속 가기 시작했다. 그가 떠나자, 로드 덕은 케톤의 머리를 지팡이로 후려치며 소리쳤다.
“이런 녀석! 저 소는 황소라는 동방 특산물이야! 서방에서 쓰는 젖소와는 좀 틀린 종자지. 들소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성질은 순해.”
그렇게 일행들이 주위만 두리번거리고 있을 무렵, 분홍색의 구름 한 점이 일행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했고, 아슈탈과 테크는 이상한 느낌이 나는 듯 무기에 손을 가져가며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그 모습을 본 슈렌은 레디와 함께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바보들.”
날아오는 분홍색 구름을 주시하던 케톤과 아슈탈의 눈은 구름이 점점 가까이 접근할수록 커져갔다. 그 구름 위에 사람의 형상이 희미하게나마 보였기 때문이었다.
“로, 로드 덕!!! 사람이 구름 위에 타고 있어요!!!!!”
“시끄러워 멍청아! 저런 광경은 동방에선 흔하게 볼 수 있단 말이다!! 이 녀석들이 여기까지 와서 날 망신주려는게냐? 어쨌든‥어이–!!! 청운선인(靑雲仙人)!!!!”
로드 덕이 크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자, 구름을 타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오던 백발의 노인 역시 손을 흔들며 호탕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앗핫핫핫핫핫핫핫–!!! 이거 로드 덕 선인 아니오–!!! 으하하하하하하핫–!!!”
그 백발의 노인은 넓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구름에서 뛰어내렸고, 솜털과 같이 사뿐히 착지를 하며 로드 덕의 앞에 섰다. 둘은 거의 약속이나 한 듯 자신의 왼손으로 오른 주먹을 잡아 앞으로 살짝 뻗으며 크게 웃었다.
“귀공을 뵌 지 오래간만이구려!!! 하하하핫!!!”
청운이라는 노인이 먼저 인사를 하자, 로드 덕 역시 평소보다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핫핫!! 그렇소이다! 그런데, 귀공처럼 귀하신 분이 어인일로 항구까지 오셨는지 매우 궁금하오?”
그 말을 들은 청운은 아차 하며 주위를 급히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손을 옷 안으로 모은 채 자신을 보고 서 있는 레이를 발견한 즉시 그녀의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청운, 레이 공주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방금 보인 이 노물(老物)의 무례함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그 순간 슈렌과 바이론을 제외한 전 일행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슈렌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푸른색 장발을 매만질 뿐이었고, 바이론은 재미없다는 듯 다른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는 빙긋 웃으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말했다.
“아닙니다, 일어나세요 청운 공(公). 정말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공주 마마!!!”
그리고 즉시, 레이는 케이로 모습이 바뀌었고, 케이 역시 웃으며 청운에게 말했다.
“청운 노사(老師),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러자, 청운은 다시 한번 자세를 취한 뒤 케이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 청운, 케이 공주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방금 보인 이 노물의 무례함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일어나십시오 청운 노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계속 같은 인사를 되풀이하는 청운이란 노인을 본 라이아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슈렌의 바짓자락을 잡아당기며 그에게 물었다.
“저어기‥저 할아버지는 왜 같은 인사를 되풀이하시나요? 그리고 인사할 때마다 소리를 크게 지르고‥.”
그러자, 슈렌은 몸을 숙여 라이아를 안아 올린 뒤 천천히 얘기를 해 주었다.
“‥동방엔 ‘예’라는 것이 있단다. 서방에도 물론 있지만 동방 쪽이 더 강하지.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 각각 인사가 다를 정도란다. 풍습이니 어쩔 수 없지.”
그 대답을 들은 라이아는 슈렌의 무표정한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와아‥대단해요, 슈렌 오빠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처음 봐요.”
“…”
일행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 가는 동안, 케이와 청운 사이에도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역시 노사께선 다르시군요. 저와 케이가 온 것을 바로 아시고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청운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핫핫핫핫핫–!!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어쨌든 공주들께선 정말 잘 돌아오셨습니다. 지금 오시지 않았다면 서방으로 사신을 보내 공주님들을 모시러 가려 했었습니다.”
그러자, 케이는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청운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 설마 무슨 흉한 일이라도 생긴 것입니까 노사?”
청운은 곧 자신의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최근 들어 전국 각지에서 귀물(鬼物)들이 속출하는 재앙이 일고 있기에 카이슈 태자께서 직접 귀물들을 몰아내기 위해 무사들과 동행하시며 기나긴 여행을 떠나셨답니다. 그러나, 매우 강력한 마귀를 만나시는 바람에 동행한 무사는 모두 세상을 뜨고 태자 마마도 중상을 입어 환궁을 하셨습니다.”
“‥오라버니께서 역시‥.”
케이는 역시 하며 슬픈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청운은 말을 계속했다.
“태자 마마께선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시고 공주 마마를 부르시며 괴로워하고 계신답니다. 그래서 막 사신을 보내려던 참이었는데 이 노물의 황금조(黃金鳥)가 배에 타고 귀향하시는 공주 마마의 모습을 보았다기에 제가 확인할 겸 직접 항구로 온 것입니다. 아아‥이건 정말 하늘님의 성은이십니다.”
“그렇군요‥. 아, 제가 힘이 되어 드릴 분들을 모시고 왔습니다. 로드 덕 공은 아실 것이고‥저기 보이는 네 분입니다. 그리고 저분들 말고도 다른 귀빈들이 계시니 자리를 옮기는 것이 어떨지요 노사.”
청운은 다시 양손을 모은 뒤 무릎을 꿇으며 케이에게 소리쳤다.
“예! 이 청운, 오래간만에 공주 마마의 앞에서 작은 힘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 노물에게 맡겨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