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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52화


적사자대 30명은 부름을 받고 나오며 왕비에게 특별한 말을 들은 상태였다. 대결할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자는 그의 고향에 있는 집을 크게 바꿔주겠다는 것이었다. 동방에선 집의 크기에 따라 그 집 주인이 가진 힘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집을 바꿔준다는 말은 계급을 올려주겠다는 말과 일맥상통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명령을 받고 살의를 태우고 있는 적사자대 중 한 명이 손에 장비한 갈고리를 혀로 핥으며 자신들의 앞에 있는 슈렌에게 물었다.

“크히히히힛‥마지막으로 할 말은?”

그러자, 슈렌은 말없이 적사자대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조용히 대답했다.

“‥서커스는 재미있었어, 고맙군.”

적사자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슈렌이 말하는 서커스라는 것이 자신들이 몸을 푸는 모습이라는 것을. 결국 흥분한 적사자대 한 명이 슈렌에게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쳇, ‘여자같이 머리나 기르고 곱상하게 생긴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그런 말장난을 하다니!!! 다른 전우들이 나설 필요는 없다! 이 몸이 네 버릇을 고쳐주마!!!!”

순간, 슈렌의 눈이 번쩍 떠졌고 그 모습을 일행과 함께 지켜보던 사바신과 레디는 흠칫 놀라며 서로에게 중얼거렸다.

“크, 큰일났다! 저 녀석들이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봐!!!!”

“‥하필이면 슈렌이 제일 싫어하는 말을‥이젠 실려 나가는 정도가 아니겠는걸‥.”

슈렌은 왼손을 앞으로 뻗은 후 엄지와 검지, 중지를 펴고 검지와 중지 사이에 그룬가르드의 창 뒤쪽 끝을 끼웠다. 창끝은 슈렌에게 ‘여자같이‥’라는 말을 한 적사자대에게 겨냥되어 있었다. 옥좌에 앉아 슈렌을 지켜보던 왕과 왕비는 그가 갑자기 이상한 자세를 취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겨냥되어 있는 적사자대 역시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먼저 자라.”

슈렌의 말이 나옴과 동시에 창의 중간을 잡은 슈렌의 오른팔은 보통 사람이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짧게 움직였고, 슈렌이 창으로 일으킨 충격파는 그 적사자대의 이마에 동시적으로 꽂혔다.

퍼억–!!!

무형의 충격파에 이마 급소를 가격당한 적사자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대련장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 버렸고, 그 모습을 본 적사자대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쓰러진 동료와 슈렌을 번갈아 바라보기에 바빠졌다. 슈렌은 자세를 풀고 그룬가르드를 오른손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적사자대에게 말했다.

“108명 중에 30명이 된 것‥확률 3분의 1의 불운이다.”

“…!!”

적사자대는 백 마디의 말이 내포된 슈렌의 짧은 말을 듣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사바신의 크디큰 목소리가 관전석 안에서 터져 나왔다.

“야 이놈들아!!!! 어서 머리를 땅에 박고 잘못했다고 빌어!!!!!!”

옆에서 같이 앉아 있던 레디는 당황해하며 사바신을 끌고 관전석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사바신은 마지막까지도 적사자대를 향해 계속 소리를 질러 댔다.

“장난이 아니야!!! 네놈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란 말이다!!!!!! 불운이 아니고 사형선고야 사형선고!!!!! 이 민대머리 머저리들아!!!!!!!”

“…!!!”

레디가 멀리 끌고 나갔는지, 사바신의 목소리는 점차 들리지 않게 되었고 적사자대는 더더욱 가중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적사자대들의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본 왕비는 들고 있던 봉선(鳳扇: 큰 부채)를 앞으로 뻗으며 크게 소리쳤다.

“네 이놈들!! 그러고도 너희가 적사자대란 말이냐!!!! 저자의 싸구려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고 어서 용맹을 떨쳐라!!!!!”

곧바로 시작을 알리는 징 소리가 들려왔고, 왕비의 외침에 약간 정신을 차린 적사자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슈렌을 중앙에 놓고 포위를 했다. 아직도 눈을 뜬 채 서있던 슈렌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그룬가르드의 창 아래를 한 손으로 내려 잡았다.

“29명‥.”

슈렌이 자세를 취하자마자 적사자대들은 그야말로 사자와 같이 슈렌을 향해 맹렬히 공격을 개시했다. 적사자대는 모두가 각기 개성 있는 무술을 사용한다. 그래서 무기도 각각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무술을 단련한 사람이라도 그들의 일제 공격을 받게 되면 몸이 온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무술가에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

순간, 넓고 거대한 곡선이 달려드는 적사자대들 사이에서 번뜩이기 시작했다. 슈렌은 길게 잡은 그룬가르드를 마치 검처럼 휘두르며 푸줏간에 매달린 고기들을 내치듯 적사자대들을 후려쳤고, 한 번의 일격이 지나갈 때마다 적사자대들은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리저리 날려갔다.

“흡–!”

슈렌은 세 번째 공격으로 그룬가르드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고, 길이 3m가 넘는 그룬가르드의 밑엔 적사자대 네 명이 나란히 깔려 바닥 위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슈렌의 세 번의 공격이 모두 전개된 시간은 단 2초. 그러나 적사자대는 한 번의 공격이 개시될 때마다 네 명씩 한꺼번에 쓰러져 갔고 현재 모두 열두 명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고 말았다. 몸을 피한 것인지, 아니면 슈렌이 일부러 공격하지 않은 것인지 아직은 멀쩡한 17명은 위험을 느낀 듯 뒤로 빠르게 물러섰다. 슈렌은 재빨리 창의 중앙을 오른손으로 잡은 뒤 빠르게 회전시키며 다시금 중얼거렸다.

“17명‥.”

청운은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창을 검처럼 크게 휘둘러 상대를 쓰러뜨리는 창술법은 들어본 일이 없었고 적사자대 열두 명이 단 2초 만에 저렇게 간단히 땅에 누워버리는 모습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저 젊은 협객의 초식은 도대체‥!?”

그렇게 놀라고 있는 동방 사람들과는 달리, 린스는 오래간만에 신이 난다는 듯 주먹을 위로 뻗으며 슈렌을 향해 소리쳤다.

“잘한다 돌덩이!!!! 싹 쓸어버려–!!!!!!”

옥좌는 아니었지만 꽤 좋은 의자에 앉아 있던 레프리컨트 여왕은 이상하게도 이번만큼은 린스의 철없는 행동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린스의 옆에 앉아 있던 노엘은 슈렌을 향해 가볍게 박수를 쳐 주었다.

“‥커피가 식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슈렌은 오른손으로 돌리던 창을 멈춘 후 몸의 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곧, 그의 몸에선 불꽃과도 같은 기염(氣炎)이 화려하게 타오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순간 적사자대의 대부분은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기가 적당히 올라간 듯, 슈렌은 몸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흠‥!”

그저 방어 자세만을 취하고 있던 적사자대는 슈렌이 빠르게 움직임과 동시에 한 명씩 공중으로 쳐 올려지기 시작했고 열일곱 명 전원은 어느새 공중에 떠 있게 되었다. 위치상 그들의 중앙에 자리 잡게 된 슈렌은 맨 먼저 떨어지는 상태를 향해 다시금 돌진하며 기염력에 의해 불타오르는 그룬가르드를 움직였다.

“‥!!!”

슈렌은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적사자대를 그룬가르드로 한꺼번에 쳐 올리며 아까와는 달리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상승무(上昇舞)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몸에 불꽃을 휘감은 채 거대한 화염의 원을 창으로 그리며 적사자대 17명을 공중에서 차례차례 치고 올라가는 슈렌의 모습은 동방 사람들조차 어느 무술이나 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관이었다. 적사자대 열일곱 명은 의식을 잃고 기염에 휩싸인 채 대련 장소 사방으로 흩어져 떨어졌고, 기염력을 줄이며 지면에 가볍게 착지한 슈렌은 그룬가르드에 남은 기염을 털어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아수라염파진(阿修羅炎破陣)‥!”

대련 아닌 대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련이 끝났다는 징 소리와 동시에 라이아는 커피를 들고 슈렌에게 달려갔다.

“와아–!! 멋져요 슈렌 오빠!!!”

슈렌은 다시 눈을 감은 듯 만 듯한 원래의 상태로 돌리며 라이아에게 커피를 받아 들었고, 한 모금을 마셔본 후 중얼거렸다.

“‥조금은 식었군.”

동방 대국의 왕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나서, 슈렌을 향해 크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성 사람들이 슈렌을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왕비는 자신의 봉선을 강하게 접으며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런 박수 속에서, 슈렌은 라이아의 곁에 서서 덤덤히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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