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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67화


리오는 천천히 음식점 안으로 들어간 뒤 생수통을 내려놓고 손등을 혀로 닦고 있는 정체불명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웃음이 나오는 광경이었지만 리오는 웃지 않았다. 그 소녀의 행동은 그야말로 지식이 없는 동물적인 행동이었고, 그런 행동을 할 정도면 분명 보통의 인간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흠.”

리오는 살짝 헛기침을 한 후 그 소녀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그가 다가오자 소녀는 자신의 머리색과 같이 아름답게 빛나는 적색 눈동자를 통해 리오를 보며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소녀에게 말했다.

“‥많이 먹었니?”

리오가 그렇게 물어오자, 그 소녀는 아직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리오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며 그 소녀에게 다가왔다.

“!!”

순간, 소녀는 자신의 팔을 리오에게 휘둘렀고, 리오는 순간 흠칫 놀라며 그 소녀의 방어 공격을 피하였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는 속으로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맞았으면 즉사겠군‥도대체 뭐 하는 앤데 저렇게 힘이 세지?’

어쨌거나, 그 소녀를 음식점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리오는 다시 소녀에게 접근했다. 이번엔 빠르게‥.

“읍!!”

리오가 갑자기 자신의 앞에 접근하자, 소녀는 깜짝 놀라며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자세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리오의 기습을 받아야만 했다. 리오는 손수건으로 약간 더러워진 소녀의 입가를 닦아주며 낮게 중얼거렸다.

“이런 이런‥여자애가 입에 뭘 묻히고 있으면 남 보기 안 좋지‥. 이러면 남자애들도 널 싫어할지 모른단다.”

그러자, 소녀는 인상을 쓰며 리오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이번엔 물리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다.

“아니다!! 앙그나 오빠, 시에 좋아한다!!”

그런 반응을 본 리오는 반쯤 성공했다 생각하며 소녀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래? 그럼 미안하구나 시에.”

“음!! 시에 이름 어떻게 알았어!!”

‘‥농담이 아니군‥지크보다 더한데‥.’

리오는 여전히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속으로는 계속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분명 보통 인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머릿속에 든 생물도감 안에도 앞에 있는 인간인 듯하면서 인간이 아닌 생물이 등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리오는 일을 계속 진행해 갔다.

“자자, 나랑 같이 나갈래 시에? 이 음식점 주인이 오늘 기분 좀 안 좋은 것 같구나.”

그러자, 시에는 리오에게서 고개를 휙 돌리며 리오의 제의를 거절했다.

“싫다! 시에, 여기가 좋아!! 먹을 것 많아!!”

리오는 끌어낼 방법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시에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랑 같이 나가면, 맛있는 거 더 많이 줄게. 친구도 많이 있단다.”

그러자, 시에는 그제서야 활짝 웃으며 리오를 바라보고 물었다.

“정말!! 시에, 친구 좋아해!! 먹을 거 다음으로 좋아해!!”

“그래 그래, 어서 나가자. 널 기다리고 있는 친구가 또 한 명 있으니 나가면 소개해줄게.”

“좋아!! 좋아!!”

리오의 간단한 말에 넘어간 소녀 시에는 리오와 함께 음식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시에가 마치 동물처럼 리오의 옆에 붙어서 같이 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음식점 주인은 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의자에 길게 누웠다.


“‥어딜 나간 거지 오빠는? 지도 사러 나간다고만 하고 소식이 끊겼네‥.”

루이체가 침대 위에 앉아 투덜대기 시작하자, 의자에 앉아 신문을 읽던 프시케는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루이체에게 말했다.

“왠만해선 위험에 빠지실 분들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나가신 지 한 시간 밖에 안되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알았어요. 아, 그런데 언니는 왜 신을 포기하셨어요? 리오 오빠에게 얘기 들었을 때부터 굉장히 궁금했는데‥.”

루이체의 질문을 들은 프시케는 신문을 조용히 접으며 루이체의 옆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마키를 살짝 본 후 대답을 해주었다.

“음‥그냥, 바람 따라? 호호홋‥.”

“네?”

루이체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으며 프시케를 바라보았으나 프시케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 그들의 방 문을 두드렸고, 루이체는 별 생각 없이 대답을 하며 방문을 열기 위해 문 가까이 걸어갔다.

“네, 누구세요?”

“문 열어.”

문밖에서 허무감이 깃든 차가운 음성이 들려오자, 루이체는 인상을 찡그리며 문을 열어주었다. 누군지 뻔히 안다는 듯‥.

“뭐예요 바이칼. 갑자기 여자들만 있는 방엔 왜 왔어요? 오빠는요?”

그러나 바이칼은 아무 말이 없었다. 바이칼은 화가 난 얼굴로 방에 다짜고짜 들어와 냉장고 안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기 시작했고, 프시케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바이칼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저어‥리오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러자, 바이칼은 물통을 손으로 꽉 움켜쥐었고, 기를 이용해 물과 물통을 통째로 증발시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오 녀석은 자기 방에서 원시 생명체와 같이 놀고 있지. 궁금하면 가봐. 난 절대 안 갈 거야.”

“‥워, 원시 생명체?”

바이칼의 말을 들은 루이체는 곧바로 방에서 나와 리오의 방으로 향했고, 노크도 없이 문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서, 리오는 루이체가 처음 보는 소녀에게 아이스크림을 떠 주고 있었고, 인간인 듯하면서도 인간 같지 않게 생긴 그 소녀는 만면에 미소를 띠운 채 리오가 주는 아이스크림을 덥석덥석 받아먹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루이체는 순간 흥분하며 리오를 향해 소리쳤다.

“아니, 뭐 하는 거야 오빠!!! 이 꼬마는 또 뭐고!!!!”

그러자, 리오는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번 더 떠 소녀에게 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응, 지도 사러 갔다가 우연히 본 아이야.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해 줄 테니 넌 잠깐 나가 있을래? 그냥 나가기 뭐하면 냉동실 안에 내가 사둔 아이스크림 중 하나 가져가. 초콜릿 맛은 이 애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니까 웬만하면 다른 것 가져가고.”

리오가 자신을 보지도 않고 계속 말하자, 결국 흥분한 루이체는 문을 거칠게 닫으며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루이체가 그렇게 나가자, 아이스크림을 먹던 시에는 큰 눈을 껌뻑이며 리오에게 물었다.

“료! 저 시끄러운 녀석은 누구?”

“으응, 내 동생이야. 뭔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 보다. 그리고 내 이름은 료가 아니고 리오야 리오.”

리오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떠 주며 말하자, 시에는 자신의 붉은–엄밀히 말하자면 선홍색의–머리카락을 긁적이며 말했다.

“헤헷, 알았다 료!”

“하아‥이런 이런.”

한편, 화가 날 대로 난 루이체는 자신의 방 안에 거칠게 들어와 침대 위에 쓰러졌고, 루이체마저 화가 나 들어오자 프시케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바이칼을 바라보며 다시금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아니‥루이체양까지 왜‥도대체 리오님이 누굴 데리고 오신 건가요?”

바이칼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가, 심호흡을 잠깐 한 후 조용히 대답했다.

“‥록키 산맥에 있다는‥블랙 프라임의 기지를 알고 있는 원시 생명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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