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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468화


밤이 되어 시에가 일찍 잠자리에 들자, 리오는 모두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모았고 모두가 약간 이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록키 산맥에 있다는‥블랙 프라임의 기지를 알고 있는 아이지.”

“….”

그러자, 바이칼과 루이체, 마키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고, 리오는 모두를 둘러보다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후 계속 말을 이었다.

“허험‥어쨌든, 난 이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냥 보통 아이가 아니다 싶었어.”

리오가 그 말을 하자 루이체가 기다렸다는 듯 리오의 말을 정확히 끊으며 앞으로 나섰다.

“하, 그렇겠지 오라버니. 세상에 어떤 아이가 빨간 머리에 빨간 눈, 그리고 꼬리를 달고 있겠어!!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란 말이야!!!”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슬슬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알았어‥. 바이칼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오는 길에, 아이는 우리가 산 지도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지도의 사분의 일을 찢다가 갑자기 왁 소리를 내며 지도의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지. 바로‥.”

리오는 옆에 접어두었던 지도를 모두에게 펴 보인 후 불곰 그림이 그려진 장소를 정확히 손가락으로 찍으며 말했다.

“‥여기야.”

그러자, 루이체는 손으로 턱을 괴며 불만이 쌓인 목소리로 리오에게 말했다.

“‥곰 발바닥을 먹고 싶었나보지.”

리오는 어깨를 으쓱인 후 계속 말했다.

“흐흠, 그럴지도. 하여튼 좀 이상하다 생각이 들어서 근처 사냥용 총포사에 들러 여기 그려진 곰 서식지에 대해 물어봤지. 그러더니 주인장께서 이곳은 꽤 오래전부터 입산 통제가 된 곳이라 하시더군. 약 6년 동안 말이지. 그리고 왜 이 근처에 록키 산맥 지도를 파는 곳이 없냐고 물었더니 미국 동부가 블랙 프라임에 가담한 지 얼마 안 되어 지도가 걷혔다고 하더군. 그 후론 관광용 지도 빼곤 발간이 정지되었고. 여기까지 들은 후 난 시에에게 과자를 사주며 물었지. 네가 가리킨 곳에 뭐가 있었냐고 말이야. 그러더니, 자기가 눈을 뜬 곳이라고 하는 거야.”

리오가 거기까지 말하자, 바이칼은 흥미 없다는 듯 휙 돌아서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흥, 지금 원시인 서식 장소를 찾아 뭘 어쩌겠다는 거야. 돌아도 단단히 돌았군.”

그러자, 리오는 씨익 웃으며 대답하듯 바이칼에게 말했다.

“박살내는 거지. 네 말대로 미친 듯이.”

그러자, 모두는 리오를 흘끔 바라보았으나 리오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다음날, 리오는 천천히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가져갈 것이 없으니 천천히 해도 빨리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호텔 밖으로 나온 일행의 안엔 물론 시에도 끼어있었다. 리오는 자신의 등 뒤에 찰싹 달라붙은 시에를 바라보며 물었다.

“시에야, 배고프지 않니?”

리오의 물음에 시에는 리오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명랑하게 대답했다.

“응!! 시에, 배고프지 않아!! 시에, 료 좋아!! 무지무지 좋아!!!”

“응응, 그래 그래. 하하핫‥.”

그렇게 리오와 웃던 시에는 옆에서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바이칼과 눈을 마주쳤고, 시에는 곧바로 고개를 휙 돌리며 짧게 말했다.

“시에, 빠이 싫어!”

바이칼은 눈을 잠깐 감은 후 곧 고개를 저으며 리오의 뒤로 물러설 뿐이었다.

둘의 그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루이체는 옆에서 무표정으로 길을 걷고 있는 바이칼의 옆구리를 쿡 찔렀고, 바이칼은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루이체를 쏘아보았다.

“‥저 꼴을 더 이상 어떻게 봐야 해요 바이칼?”

그러자, 바이칼은 짧게 한숨을 쉰 뒤 앞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 옆구리를 찌른 것에 대한 용서를 빈 후 지켜보면 돼.”

“‥That’s cool‥흥! 내 편은 한 명도 없어!!”

루이체는 결국 그렇게 투덜대며 고개를 픽 돌리고 말았다.

그때.

푸웅–!!

“–!!!”

어디선가 들려온 괴음과 함께 루이체는 바닥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고, 리오는 순간 걸음을 멈추며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한 은행 건물의 대리석 벽에 붉은색 옷을 걸친 갈색 머리 여성이 손가락 하나를 내뻗은 채 서 있었고,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루이체를 바라본 리오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 갈색 머리의 수수께끼 여성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드디어 죽고 싶어 안달이 나셨나‥? 갑자기 나타나서 괜히 날 화나게 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러자, 루이체를 쓰러뜨린 그 여성은 손을 내리며 빙긋 웃어 보였다.

“어머, 죄송해요 리오·스나이퍼. 당신 일행이 설마 손가락 하나로 만든 충격파에 쓰러질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호호홋‥이거 어쩌죠? 어쨌든‥오늘은 당신 때문에 온 것이 아니에요. 당신 등에 매달린 소녀를 데려가려고 왔거든요? 자아, 시에? 어서 언니한테 와야지?”

그러자, 리오의 등에 붙어있는 시에는 리오의 넓은 등에 얼굴을 파묻으며 크게 소리쳤다.

“싫어!! 시에, 약 냄새 나는 곳 싫어!! 할아버지 싫어!!! 먹을 것도 안 줘, 거기 사람들 전부 시에를 괴물 취급해!! 시에, 무서워!!! 절대 안 갈 거야!!!”

시에가 그렇게 반항하자, 수수께끼의 여성은 피식 웃으며 천천히 리오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어머? 괴물이 아니었니? 괴물을 괴물로 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니? 어차피 사람이 만든 피조물인 주제에 말이 많구나 시에. 그러지 말고 어서 언니에게 오는 것이 좋을 거야. 으흠?”

리오는 아무 말없이 서 있었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인지, 떨고 있는 시에의 몸을‥그리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루이체의 숨소리를‥.

“‥바이칼‥시에를 맡아줘.”

리오는 바이칼에게 등을 돌린 채 그렇게 말했고, 바이칼은 팔짱을 낀 채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투덜대며 대답했다.

“흥, 내가 왜 그런 원시 생명체를‥”

“시끄러워.”

순간, 조용히 깔려 나온 리오의 목소리에 바이칼은 말을 끊었고, 리오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본 마키와 프시케는 루이체를 응급 치료하다가 흠칫 놀라며 리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리오는 몸으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쳇.”

바이칼은 결국 짧게 투덜대며 리오에게서 시에를 받아 안았고, 리오는 손 관절을 풀면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 여성에게 다가가며 낮게 말했다.

“‥2일 전이었지‥? 옛날 누구 덕분에 버렸던 내 모습을 다시 찾게 해준 것이 말이야‥. 그때도 상당히 죽고 싶어했던 것 같은데 오늘도 마찬가지군‥. 너에게 하나 알아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는데 잘 됐어.”

그러자, 그 여성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으며 리오에게 물었다.

“어머, 그래요? 뭘 알고 싶으셨는데요?”

리오는 자신의 복장을 원래대로 바꾼 뒤, 500년 전 버렸던 자신의 사악한 미소를 다시 띄우며 대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열다섯 살의 아이가 너랑 비슷하게 생겼지. 머리색도 비슷하고‥널 여기서 없애 버린 뒤 그 애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간단해. 바로 그거다. 후후훗‥.”

“호오‥그랬군요? 그럼, 만약 제가 당신에게 죽었다 치고, 그 애가 다시 당신의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죠?”

그 여성이 살짝 팔짱을 끼며 다시 묻자, 리오는 엑스칼리버를 슬며시 뽑아 들며 대답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지‥이제 죽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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