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477화
물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BX-F의 적외선 추적 장치, 레이저 추적 장치, 위성 추적 장치는 입체적으로 지크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하고 있었다. 원래 목표는 분명 티베였지만 위험 인물 우선 제거로 프로그램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BX-F는 계속해서 지크를 추적했다. 이윽고, 지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크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 탄창을 갈아 끼운 BX-F는 다시금 2문의 어벤저Ⅵ 머신건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장갑차 장갑 관통용 철갑탄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께 80cm 이상의 철근 콘크리트가 아니면 장애물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했다. 이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머신건이라면 분명 지크라도 해도 몸으로 막아내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약간 있었다.
‘목표물’의 이동 속도가 조준 불가능의 한도 이상으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크는 기전력을 몸에서 뿜어대며 넓디넓은 방송국 주차장을 달렸다. 100m 주파 기록은 운동선수들에게나 측정이 필요한 것이었다. 총격이 가해지는 지면은 어느새 그와 멀어졌고, 달리는 동안 무명도에 기전력을 응축시킨 지크는 때가 왔다는 듯 몸을 멈추고 희미하게 보이는 BX-F를 향해 빠르게 돌아섰다. 지크가 멈춘 이상 BX-F의 조준 장치는 당연히 정상으로 돌아왔고, 빠른 속도로 지크를 포착해 총신을 돌렸다. 문제는 없다. 이제 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먹어랏–!!!! 구백육십식, 뇌도(雷道)–!!!!!!”
콰아앙!!!!
순간, 전기력을 머금은 극초음속의 거대한 충격파가 무명도가 휘둘러지는 것이 무섭게 지면을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지크와 BX-F 사이에 있는 아스팔트 지면과 방송국 직원들의 차량, 그리고 날아오는 총탄까지 모조리 밀어내며 이름 그대로 전기의 길을 만들었다.
쿠웅–!!
이윽고, 충격파는 BX-F의 정면에 직격했으나 놀랍게도 BX-F는 파괴되지 않았다. 물론 직접적인 충격을 받았다면 반으로 갈라지거나 폭발해 고철이 되었겠지만 자체에 장비된 배리어 덕택에 뒤로 날아가 방송국 로비 안에 처박히는 신세 밖엔 되지 않았다.
역시 물을 흠뻑 맞는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던 티베는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늘도 피해액이 상당한데‥? 하기야, 런던 브리지보다야 싸겠지만‥.”
방송국 건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로비의 거대 유리벽 대파, 100대에 가까운 차량의 파손, 건물 외벽과 주차장 지면의 손상, 고치기도 힘든 지하 7m 아래 상수도관 파열‥. 티베는 방송국 사장이 오늘은 안 나온 것을 조금이나마 다행으로 생각했다.
“저, 저어‥누나, 지크 씨 괜찮을까? 잘 안 보여서 모르겠는데‥윽!!”
케톤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자신에게 물어오자, 티베는 인상을 쓰고 케톤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아니, 넌 1년이 넘게 세월이 지나도록 어째 변한 게 하나도 없니? 언제나 맹해가지고‥쯧. 몸만 커졌네 몸만. 누나가 예전부터 자신감 있게 행동하라고 얼마나 얘기했니!!”
“아, 알았어 누나‥.”
케톤은 말없이 맞은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약간 주눅이 든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알던 누나가 아니야‥.’
손으로 젖은 몸을 감싼 채 떨고 있던 티베의 눈엔 몸을 잔뜩 숙인 채 방송국으로 접근을 하는 지크의 모습이 보였고, 티베는 곧바로 지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헤이 데몰리션맨!! 끝났으면 집에 가자, 샤워하고 싶단 말이야.”
티베가 그런 태평한 말을 해 오자, 지크는 순간 발끈하며 몸을 일으켜 티베에게 소리쳤다.
“이런‥넌 이 상황에서 진실로 샤워라는 행복한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거야? 나는 지금 보고 있어야 할 쇼 프로 제낀 채 땀 흘리고 있는데 말이야!!!”
결국, 지크의 말 역시 티베의 성격을 자극해 버렸고, 둘은 다시금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다 알겠는데, 거기서 쇼 프로가 왜 나오는 거야!! 나보다 쇼 프로가 더 중요하다는 소리야!!”
“젠장, 쇼 프로 안 보고 여기 달려왔으면 둘 중에 누가 더 중요한지 너도 알 것 아니야!! 내가 생방송 보려고 온 줄‥어라?”
“앗‥.”
순간, 지크와 티베는 서로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고, 둘의 말을 이상하게 들은 케톤은 얼굴을 붉히며 양쪽을 번갈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아니 언제부터‥!!! 나, 난 누나를 믿었는데‥!!!”
“케, 케톤!! 이 녀석이 못하는 소리가 없잖아!! 말 실수한 것뿐이야!! 아니라구!!”
티베는 케톤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자 크게 소리치며 부정했고, 지크 역시 케톤에게 아니라 말하려 했으나 운이 없게도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배리어에 의해 부숴지지 않은 BX-F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지크는 맘대로 생각해라 속으로 외치며 BX-F가 움직이고 있는 방송국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BX-F가 아무리 배리어 덕분에 부숴지지 않았더라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뒤로 날아갈 정도의 충격일 뿐이었지만 배리어는 충격 한도를 벗어났기 때문에 사용 불가능이었고, 일명 스텔스 기기라 불리우는 시각 방해 장치와 암행 장치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병기로서의 가치는 상실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아직 무기 시스템엔 이상이 없었기에 무인 보행 전차의 인공지능 판단 장치는 [재 전투 가능]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리벽 파편을 뒤집어쓰고 있던 BX-F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 후 몸을 360˚회전하며 장갑 위에 붙은 이물질들을 털어내었다. 그 괴물 단지가 처박힌 로비엔 이미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로비 안으로 들어오는 지크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지크는 젖은 머리를 툴툴 턴 후 자신의 가죽 장갑을 단단히 조였다. 그럴 때마다 물이 배어 나왔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BX-F는 지크에게 총구를 돌렸고, 지크는 자세를 낮춘 후 오른손을 무명도의 자루에 가져가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좋아 좋아‥Hurry up‥!”
한편, 나폴레온 호텔 앞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진행 중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스텔스 장치를 가동시킨 채 호텔을 경비하던 BX-F 두 대가 단 10초 만에 부품 덩어리로 변했다는 것이었다. 로비에 있던 바이오 로이드 닌자들도, 용병들도 이미 핏덩이로 변해 있었다.
단 한 명에게.
“크흐흐흐흐흐흣‥마지막 세 놈인가‥?”
검은색 코트에 피를 묻힌 채, 자신을 포위한 닌자들을 둘러본 바이론은 왼쪽 눈썹을 움찔거리며 나지막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난 후, 귀찮다는 듯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크크‥검을 쓸 필요 있을까‥?”
순간, 닌자들의 몸엔 바이론이 뿜어낸 기의 압력이 가해졌고, 풍선처럼 몸 이곳저곳이 부풀더니 이내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에 흩뿌려졌다. 바이오 로이드였기에 시체는 남지 않았다. 그것을 본 바이론은 겁에 질린 카운터 직원들을 스쳐 지나가며 중얼거렸다.
“‥호텔 청소부가 오늘은 고생할 필요 없겠군‥크흐흐흐흐흣‥.”
호텔 직원은 지나가는 바이론을 그저 볼 뿐이었다. 그 순간, 바이론의 두꺼운 손이 직원의 옷자락을 움켜쥐었고 직원은 곧장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거친 숨을 뿜어내었다. 바이론은 킥킥 웃으며 직원에게 물었다.
“‥저기 앞에서부터 나와 함께 논 녀석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을 찾는데‥친절히 말해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