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05화
조커 나이트가 입자가속포를 쏘려는 순간, 휀은 조커 나이트에게 가까이 접근을 한 뒤 다시 방어태세를 취하였다. 이윽고, 조커 나이트의 양 손에선 무시무시한 느낌의 거대한 회청색 광선이 뿜어졌고, 그 광선은 바로 앞에 버티고 있는 휀에게 직격을 했다.
「키하하하하핫—!!! 죽어봐라—!!!! …아, 아니?!」
조커 나이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쏜 입자가속포가 휀의 팔에 맞고 위로 꺾여 올라가는 것이었다. 곧, 광선은 희미해졌고 휀은 자세를 푼 뒤 조커 나이트에게 천천히 접근하며 말했다.
“…나에겐 광학 무기가 통하지 않아. 입자가속포는 특별한 광선이기 때문에 흡수는 못하지만 다른 곳으로 튕겨낼 수는 있지. 그리고…넌 입자가속포의 약점을 모르는 것 같군….”
휀은 천천히 조커 나이트의 머리를 손으로 잡았고, 조커 나이트는 완전히 긴장한 상태로 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야, 약점이라니…?」
“입자가속포의 위력이 극에 달하는 지점은 사정거리 끝이다. 바꿔서, 빛이 출발하는 지점은 가속된 입자의 물리적 타격력이 상당히 낮다는 말…. 사정거리 다음부터는 다시 약해지지. 아직 메뉴얼도 안 읽고 나왔나보군….”
휀은 눈을 감은 뒤 불쌍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조커 나이트는 이대로 끝날 수 없다는 듯 휀의 손에서 도망쳐 나와 거리를 적당히 둔 후 소리쳤다.
「자, 잘난체 하지 마라!! 입자가속포를 막아냈다고 해서 날 이겼다고 생각하나? 어림없어, 난 신을 능가하고 있다, 너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그렇게 소리치는 조커 나이트를 본 휀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강하긴 한 것 같군. 내 앞에서 움직일 수 있다면 가즈 나이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니까. 음…좋아, 일단 축하를 해 주지.”
「축하…? 또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거냐!!!」
휀은 조커 나이트의 외침을 들으며 자신의 검, 플랙시온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검을 든 휀은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나의 검, 플랙시온을 보고 죽은 악마는 그리 많지가 않거든. 악마 중에서 가장 오래 본 기록을 가진자가 메피스토다. 2시간 18분 정도…였다고 기억하는데 하도 오래된 탓에 기억이 안나는군. 미안.”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 한 휀의 말투에, 조커 나이트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낫을 꺼내든 뒤 초고속으로 휀을 향해 달려들며 외쳤다.
「네놈의 말 따윈 들을 가치가 없다!!! 완전히 고깃덩이로 만들어 주겠다!!!!!」
그러자, 휀은 조커 나이트를 향해 플랙시온을 내 뻗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뭐, 좋을대로…. [플랙스 캐논].”
순간, 플랙시온에선 엄청난 광도의 빛이 발산되었고, 휀을 낫으로 단숨에 두동강내려던 조커 나이트는 움찔 하며 몸을 옆으로 피했다. 플랙시온에서 발산된 빛은 검의 끝에서 부터 앞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고, 그때 몸을 피하던 조커 나이트의 오른손 끝이 [플랙스 빔]에 살짝 닿고 말았다.
「우,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앗—!!!!!!!」
살짝 닿았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커 나이트의 비명과 함께 그의 몸 좌측 부분이 무엇에 의해 증발이 되듯 순식간에 끓어 오르며 사라져 갔다. 광자(光子)의 압력 때문인지, 조커 나이트는 뒤로 쭉 밀려나 동쪽 성벽의 잔해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휀은 아깝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무감정의 얼굴로 말했다.
“…미안, 아프겠군.”
곧, 조커 나이트는 잔해를 해치고 빠져 나왔고, 반으로 타버린 자신의 몸을 최대한 빨리 재생시켰다. 성대가 회복되자마자, 조커 나이트는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네, 네녀석…!!!!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아, 걱정할건 없어. 플랙스 캐논은 플랙시온의 자체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이라 또 쓰진 못할테니까. 음…다음은….”
왼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다음에 사용할 기술을 생각하는 휀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조커 나이트로서는 치욕이었다. 그는 휀의 말을 들을게 없다는 듯 이번엔 양 손을 앞으로 내 뻗으며 외쳤다.
「아까 그 인간들처럼 박살을 내 주겠다—!!!」
조커 나이트가 손을 내 뻗자, 일대엔 순식간에 진공의 회오리가 생겨났다. 보통의 인간이 그 공간 안에 있었다면 순식간에 몸이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졌을 것이 분명했지만, 휀은 턱을 쓰다듬던 자신의 왼손을 가볍게 휘둘렀고 밀려오는 진공 회오리는 휀이 만든 진공의 결계에 충돌해 중간에서 소멸되고 말았다. 휀은 고개를 저으며 조커 나이트를 향해 중얼거렸다.
“내말 안 끝났어.”
조커 나이트는 믿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공격이 무로 돌아간 상태에서, 자신이 지금 신을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 갔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며 미친듯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크으…달라진게 아무것도 없잖아!!!! 그 늙은 인간 녀석, 용서하지 않겠다!!!!! 돌아가면 반드시…!!!! 반드…!! 으윽?!」
순간, 조커 나이트는 말을 멈추었고, 이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휀은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본격적인 전투 자세를 취하였다. 곧, 조커 나이트의 등이 크게 터졌고, 그 안에서 거대한 세포질 한덩어리가 돌출되어 나왔다. 조커 나이트의 몸은 바람빠진 풍선처럼 바닥에 납작히 깔렸고, 조커 나이트의 몸에서 나온 세포질은 점점 형태를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사람의 형태가 갖추어졌고, 얼마 후 세포 덩어리는 작은 소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는 그 소년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곧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휀을 바라보았다.
「…아직 개조가 덜 된 것이었군…후후후후….」
소년—조커 나이트는 자신이 원래 입고 있던 옷에 손을 가져갔고, 그 옷은 곧바로 변한 그의 몸에 딱 맞게 변하며 그의 몸을 감쌌다. 그는 떨어져 있는 자신의 낫을 다시 집은 후, 왼손을 뻗어 반달모양의 눈과 입 구멍만이 있는 자신의 가면을 생성시켜 얼굴에 썼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죽어라…!」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휀은 재빨리 몸을 옆으로 틀었고, 몇초 후 그의 뒤에 있던 작은 건물 하나가 대 폭발을 일으키며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
다시 조커 나이트를 향해 몸을 돌린 휀은 그가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어깨에 뭔가가 서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휀의 어깨를 밟고 서 있게 된 조커 나이트는 낫의 봉 끝으로 휀의 머리를 두어번 건들며 기분이 좋은 듯 말했다.
「그래…바로 이거야, 내가 원하던 힘…!!! 자아, 휀·라디언트…너도 진짜로 할 마음이 생겼겠지? 이제 말 장난은 나에게 통하지 않을거다…후후후후후후…하하하하하하핫—!!!!!」
순간, 섬광과 함께 휀은 등에서 피를 뿌리며 앞으로 나뒹굴렀다. 그 모습을 본 조커 나이트는 더더욱 신이 나 소리쳤다.
「크하하하하하핫—!!!!! 어떠냐, 땅과 입맞춤을 해 본 소감이!!! 네가 멀거니 쳐다보고만 있는 하늘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파악—!!!
그때, 조커 나이트의 목 바로 밑 가슴에서 피가 솟구쳤고, 그는 깜짝 놀라며 자신의 가슴과 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등에 긴 상처를 입은 휀은 천천히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아쉽군, 10cm가 빗나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