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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56화


슈렌과 사바신은 등을 맞댄채 서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슈렌, 넌 몇 마리나 없앤 것같아?”

“…300, 아니 400정도…. 확실히 많이 깔렸군. 넌?”

“…나 역시 그 정도…이겠지만!!!”

사바신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팔봉신 영룡을 휘둘렀고, 엄청난 파괴력이 실린 그 공격에 바이오 버그들은 낙엽이 되어 사방으로 흩날렸다. 사바신은 힘겹게 웃으며 자신의 허름한 검은색 코트의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곧 그의 손엔 긴 담배 한개피가 들려 나왔고, 슈렌이 손가락에 불을 만들어 사바신의 담배에 불을 지펴 주었다. 담배 연기를 흠뻑 들이마신 사바신은 담배를 입에 문채 연기를 길게 뿜으며 중얼거렸다.

“후우—이거 힘든데 그래? 딴 직장을 알아보던가, 하하하핫….”

“…동감이야.”

슈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왼손에 기염을 모은 후 앞열에 흩뿌렸고, 그 폭염의 파도에 휩쓸린 바이오 버그들은 잿덩이로 변하며 사라져갔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없앴는데도 불구하고 바이오 버그들은 끝없이 몰려들었다. 결국, 슈렌은 할 수 없다는듯 사바신의 등을 팔꿈치로 살짝 치며 말했다.

“…마그마 포스트다.”

그 말을 들은 사바신은 기다렸다는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귀찮아지기 시작한 모양이군? 하긴, 이런 떨거지들을 처리하는덴 그게 최고겠지. 마법을 쓰는 것보다 힘도 별로 안들고. 좋아, 그럼 내가 먼저였던가!!!”

사바신은 크게 소리치며 주먹으로 지면을 강하게 내리쳤고, 그 충격에 의해 사방 수십미터의 지면엔 균열이 가며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슈렌은 그에 맞춰 양 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먼저 일어난 지진과 같은 큰 충격에 잠시 숨을 죽이고 있던 바이오 버그들은 다시금 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슈렌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주문을 외웠고, 주문이 완성된 순간 슈렌은 사바신과 함께 공중으로 높이 날아 올라 자신들 주위에 결계를 쳤다.

“휘이, 이거 완전 군중들의 아우성인데? 하늘에서 보니까 더해.”

그의 말 그대로, 그들이 있던 장소는 삽시간에 바이오 버그들로 가득 차 그야말로 새까맸다. 그 모습을 보며, 슈렌은 계속 모으고 있던 손을 말 없이 풀었다.

“…마그마 포스트…!”

쿠우우우우우우웅—!!!!!!!!!

슈렌이 손을 떼던 순간, 사바신이 만든 사방 수십미터의 지면 균열에서 시뻘건 용암이 강하게 분출했고, ‘마그마 포스트’라는 이름 답게 높이, 지름이 수십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용암의 기둥을 만들었다. 기둥이 올라올 범위 내에 있던 바이오 버그들이 증발된 것은 말 할 필요가 없었고, 곧바로 사방에 분산이 된 용암의 덩어리들에 의해 꽤 멀리 있던 바이오 버그들까지 깡그리 소탕이 되었다. 결계로 자신들의 몸을 보호한채 그 광경을 감상하던 사바신과 슈렌은 잠시 후 용암이 사그러들자 천천히 밑으로 내려왔다.

지면은 아직도 따뜻했고, 사바신은 더운 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슈렌에게 말했다.

“휘이, 덥다. 그런데 이 마그마 포스트로 소탕된 그 바이오 어쩌구라는 녀석들이 또 언제쯤 몰려들까?”

멀리,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수도를 바라보던 슈렌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대답하듯 중얼거렸다.

“…한시간 전에도 그 말을 들었으니…비슷하겠지.”

“음? 그런가? 흐음…그렇다면 천마리 격퇴 기념 축제라도 벌여야 하겠는걸? 하하하하핫—!!!”

그렇게 말 하며 사바신이 호탕한 웃음을 짓자, 슈렌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겠지…그것도.”

둘은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으며 다시 수도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슈렌과 사바신은 수도 근처의 숲속에서 잠시 야영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벌써 천마리가 넘는 바이오 버그들을 물리친 그들이어서, 휴식은 다음 전투를 위해서도 나쁜 것이 아니었다. 사바신이 주위의 풀들을 이용해 만든 특제 피로회복제를 마시고 결계를 친 후 조용히 잠을 자던 둘은, 몇시간 후 깰 때가 되었는지 눈을 감은채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봐, 자는거야?”

“…아니.”

“흐음…수도 근처인데도 불구하고 그 녀석들이 나타나지 않는게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이 숲에 들어가기 몇분 전까지 그렇게 난리를 피우던 녀석들이 말이야. 설마 녀석들도 자는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편할지도….”

“…그래, 잠이나 더 자자구….”

쿠우우우우우웅—!!!!!!!!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수도쪽에서 거대한 폭발광이 번쩍였고, 슈렌과 사바신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벌떡 일어서서 새벽 하늘보다 더 밝게 피어오른 폭발광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잊고 말았다.

“…저건? 플레어의 폭발광 아니야!? 아니 휀 녀석들이 벌써 일을 끝내고 이쪽으로 온건가?”

역시 눈을 크게 뜨고서 폭발광을 바라보던 슈렌은 부정하듯 고개를 저으며 사바신에게 말했다.

“…그럴리는 없겠지, 만약에 그렇다면 뭔가 변화를 느껴야 했을거야. 그렇다면 답은 하나 뿐이지….”

“음? 설마….”

“…그가 돌아왔다.”


“크크크크크크…어떻게 된 것인가…. 몇초 전만 하더라도 날 죽이겠다고 아우성 치던 녀석들이…크크크크….”

바이오 버그들은 함부로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회색의 거인에게 덤벼들지 못했다. 수백명의 동료들이 그의 넓적한 검 밑에 쓰러졌고, 그의 마법에 의해 비슷한 숫자의 동료들이 재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갔다.

그리고서, 그는 미친듯이 웃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무서운가…? 크큭…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핫—!!!!!! 죽는거다, 죽는거다!!!! 너희들을 죽여주겠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는 광소를 터뜨리며 다시금 바이오 버그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버그들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저항을 위해 뻗은 팔이나 다리들은 순식간에 잘려져 튕겨나갈 뿐이었다. 그런 괴물같은 존재에 의해, 바이오 버그들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고, 그 회색의 거인은 도망치는 바이오 버그들을 보고 적색의 안광을 번뜩이며 고성을 질렀다.

“어딜 도망가느냐…난 아직 보여줄게 너무나 많단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핫—!!!!!! 죽어랏—!!!!!!!!”

고성과 함께, 그는 강하게 자신의 검을 휘둘렀고, 그의 검에서 내 뿜어진 암흑의 투기를 정면으로 받아버린 바이오 버그들은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풍선처럼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갑자기 터져 나간 바이오 버그들의 내장 기관들은 더운 김을 뿜어내며 잠시동안 계속 꿈틀댔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회색의 거인은 다시금 광소를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크크크…멋지군…. 붉은색 피를 보지 못해 재미는 없지만…크크크크큭…. 그렇지 않나 너희들?”

순간, 그는 뒤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고 뒤에 서서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슈렌과 사바신은 아무 말 없이 그를 계속 바라볼 뿐이었다. 사바신은 그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며 슈렌에게 말했다.

“이거…구원군 등장인걸?”

“…음.”

슈렌도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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