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58화
그런 바이론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바신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채 씁쓸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으음…저건 너무 심한거 아니야? 아무리 저 애가 그렇더라도….”
그러나, 사바신과는 달리 슈렌의 얼굴은 쓸쓸했다. 슈렌은 창을 옆에 세워놓으며 사바신에게 말했다.
“…느끼지 못하겠어…바이론의 모습에서 그 무언가를 말이야.”
그러자, 사바신은 의아한 얼굴로 슈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음? 그, 글쎄? 좀…평상시보다 광기가 지나치다는 것…정도?”
사바신의 말에, 슈렌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평상시의 바이론과 달라…. 그는…지금 슬퍼하고 있어.”
“음…?”
사바신은 깜짝 놀라며 다시 바이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보기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때, 바이론은 피투성이가 된 라이아를 옆으로 내던졌고, 검을 부여잡은채 조용히 라이아를 내려다 보았다. 바이론의 거대한 근육질은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크큭…이제 완전히 죽여주마…아니,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겠지. 신의 딸이니까…크크크크크큭….”
바이론은 곧 검을 거꾸로 돌려 잡은 후 바닥에 쓰러진 라이아를 그대로 내리칠 자세를 취했다. 그때, 쓰러져 있던 라이아가 눈을 뜨고 바이론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바이론은 더욱 사악한 미소를 띄우며 중얼거렸다.
“호오…그래, 더 좋은 생각이 났어…눈 감고 있는 상대의 미간을 검으로 찍는 것보다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있는 상대를 치는 것이 감촉도 더 좋을거야…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하핫—!!!!!!!! 죽어랏—!!!!!!!!”
“그러기엔 너무 허술해요!!”
퍼엉—!!!
순간, 라이아는 왼손에 모은 기탄을 바이론의 안면에 내 던졌고, 바이론은 그 기탄의 충격에 뒤로 멀찌감치 날아가 잔해속에 처박혔다. 상처가 어느새 깨끗이 회복된 라이아는 너덜너덜한 옷도 재생시킨 후 씁쓸히 웃으며 중얼거렸다.
“후우…제가 여러분들이 가즈 나이트라는 것을 잠깐 잊은 모양이군요. 호호홋…좋아요, 정식으로 해 드리죠. 자, 회장님과 그 아드님…힘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그 말과 함께, 회장과 그 아들의 몸에선 피부와 근육의 조직이 변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세포질들이 터져 나왔고, 조금 후 그 세포질들은 천천히 인간형의 괴물 모습을 갖추어 갔다.
“…!! 강하다!”
사바신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소리쳤다. 엄청나게 강력한 사념의 기운이 그 둘에게서 뿜어지고 있었다. 라이아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자신의 피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후훗…저 두분은 보통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념이 강하시더군요. 금전에 대한 욕구, 이성에 대한 욕구, 그리고 남을 지배하고 싶어하는 욕구 등등…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사리사욕이 강해서 그걸 바탕으로 와카루 박사님이 저 두분을 사념의 힘에 따라 전투력이 강해지는 절대적인 인조전사로 바꾸셨죠. 박사님께서 말씀하시길, 저들의 전투 능력은 베히모스보다 강하다고 하시더군요. 게다가…인간의 생존본능도 충분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아마 여러분께서 저 두분을 궁지에 몰면 몰 수록 두분은 강해지실 겁니다. 저 두분을 처리하는데 여러분은 바쁘실테니 전 조용히 구경을 해 드리죠. 호호호홋….”
회장과 그의 아들은 라이아가 말하는 동안 완전히 형태를 갖추었고, 라이아의 말을 들으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슈렌은 라이아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쉴 수는 없을거야.”
“네?”
라이아가 의아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슈렌은 바이론이 쓰러진 방향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곧 바이론이 잔해를 밀어 올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턱 부분에 약간의 타박상이 있었지만, 그 타박상은 곧바로 회복이 되었다. 바이론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라이아에게 말했다.
“…크크크…짜릿했다…. 하긴, 반항하는 상대를 죽이는 재미도 만만치 않지…크크크크큭….”
라이아는 바이론의 살기등등한 모습을 보며 할 수 없다는듯 어깨를 으쓱였고, 곧 새벽의 검을 뽑으며 말했다.
“…흠, 하는 수 없죠. 바이론씨는 제가 상대해 드리죠. 하지만, 아까같진 않을거에요. 당신 말 그대로 좀 짜릿할테니까….”
그런 상황을 보던 슈렌은 사바신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정신차리자. 우리는 이제 저 둘만 쓰러뜨리면 되니까.”
“음? 으음…좋아, 기다렸지. 후후…이 사바신님께서 땀좀 흘려주마!!!”
사바신은 어깨에 걸치고 있던 팔봉신 영룡을 그 두 부자를 향해 뻗으며 소리쳤고, 슈렌은 그룬가르드를 양손으로 짧게 잡으며 다시 사바신에게 말했다.
“난 아버지쪽을 맡지. 그럼…행운을.”
슈렌은 괴물로 변한 회장에게 옆으로 가자는 눈짓을 보냈고, 얼굴마저 흉측하게 변한 회장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슈렌은 옆으로 재빨리 빠졌고, 사바신은 자신있는 표정을 지은채 회장의 아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오라고 애송이. 이 사바신님이 가볍게 안마를 해 줄테니. 하하하핫!!!!!”
「…쿠…쿠오오오오오오오오—!!!!!!!」
순간, 회장의 아들은 괴성을 지르며 사바신에게 달려들었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의 모습을 보는 사바신의 눈은 점점 황금빛으로 변해갔다. 곧, 그의 이마엔 두개의 갈색 무늬가 떠올랐고, 사바신은 대소와 함께 그 괴물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핫—!!!!! 사바신님을 위한, 사바신님에 의한, 사바신님의 승리다—!!!! 으하하하하하하핫—!!!!!!”
콰아아아아아앙—!!!!!!
곧, 둘은 동시에 어깨를 맞부딪혔고 그 주위에 있는 건물 폐허는 지축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폭풍을 맞은 듯 사방으로 뿔뿔이 날려갔다. 엄청난 충격파였다. 속도와 몸의 크기, 근육질의 양감으로 보아선 사바신이 훨씬 불리했지만, 힘에선 절대로 딸리지 않았다. 마치 이것이 가즈 나이트 최강의 물리력이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사바신은 자신감있는 미소를 지은채 다리에 힘을 가했고, 회장의 아들은 지면을 발로 긁으며 뒤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다.
“…차원 결계가 풀린 탓인가….”
회장과 멀찌감치 마주선채 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슈렌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휘날리는 앞머리를 가볍게 옆으로 쓸었고, 곧 그의 이마에선 두개의 적색 무늬가 떠올랐다. 곧, 슈렌의 몸에선 그의 찬란한 기염이 피어올랐고 그의 창 그룬가르드도 반응을 하듯 더욱 붉게 물들어갔다.
“…먼저 시작하시죠.”
슈렌은 준비가 끝났다는듯 괴물로 변한 회장을 향해 정중히 손을 내밀었고, 회장은 자신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괴성을 지르며 슈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더블 하켄]….”
슈렌은 그렇게 중얼거려며 자신의 창을 뒤로 돌렸고, 자신의 코 앞에 회장의 날카로운 팔이 다가오자 일순간 눈을 번뜩이며 뒤로 돌렸던 자신의 창을 휘둘렀다. 곧, 두개의 붉은 섬광이 회장의 근육질 가슴에서 빛났고, 회장의 앞가슴에선 검푸른색의 피가 분출을 했다.
어느새 회장의 뒤로 돌아가 있던 슈렌은 다시금 창을 뒤로 돌리며 손을 내민 뒤 말했다.
“…쉬시면서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