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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68화


지크의 어머니, 레니는 몇개월째 자신이 경영하는 문방구에 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크가 BSP로서 수배를 당할때 부터였는데, 보호감찰이라는 명목으로 정부에서 레니를 집 밖 500m이내로 활동 범위를 좁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보호감찰이 끝난 것은 바로 어제였다. 그래서, 레니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어보던 중이었다.

물론 학교 근처 문방구를 한다고 해서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달은 물건을 거의 다 새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는 더욱 심했다. 하지만 지크의 한달 봉급이 워낙 많았기에(그 시대 대기업 회사원의 일곱배) 별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몇달동안 받지 못했던 봉급까지 한꺼번에 받는 바람에 예전에 저금한 돈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빌딩이라도 몇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녀가 문방구를 하는 이유는 지크가 없는 동안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아줌마, 배고파….”

“어머, 시에 일어났니? 부엌으로 오너라, 점심 줄께.”

한참 전화를 하는 도중에, 윗층에서 시에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레니는 빙긋 웃으며 전화기를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지금, 그녀는 예전보다는 나은 생활을 하고 있다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딸과 같은 나이의(?) 시에가 언제나 집에 같이 있어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꼬리가 달리고 귀가 긴 아이이긴 했지만 지크가 양 아들인 그녀에겐 별로 신기할 것이 없었다.

띵동— 띵동—

시에에게 한참 점심을 주는 동안, 갑자기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리자 레니는 의아해하며 현관으로 나섰다. 마키도, 티베도 모두 나간 지금 집에 올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예, 누구시죠? …아, 저번에 이사오신 분이시군요?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레니는 그때 보았던 긴 은발의 아름다운 여성이 옆에 헝겊을 덮은 바구니를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뭘까 생각을 하며 인사를 했고, 그 은발의 여성 역시 상냥하게 인사를 해 주었다. 그녀는 곧 자신이 가져온 바구니를 레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저어…이 집에 가족이 많이 사신다는 말씀을 듣고 같이 드시라고 직접 구운 빵을 가져왔답니다.”

“어머, 그래요?”

레니는 기뻐하며 바구니를 덮은 헝겊을 살짝 들춰보았다. 그녀의 말 대로 광주리엔 햄이 곳곳에 박힌 빵이 맛있는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레니는 고맙다는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휴 고마워라…. 뭐, 어려우신점 있으시면 저희를 찾아오세요. 대가족이 되어서 일꾼은 많거든요, 호호홋…. 아, 그런데 혼자 사세요?”

은발의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여동생하고 함께 지낸답니다. 지금 중학교 3학년인데, 아직은 이곳에 적응이 되지 않나봐요. 호홋…. 그럼 나중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예, 바구니는 나중에 직접 가져다 드릴께요, 또 오세요.”

곧,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레니는 지크와 시에가 기뻐하겠구나 생각하며 바구니를 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도 식사를 하고 있던 시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레니에게 물었다.

“찾아온 사람 누구야 아줌마? 여자 같던데….”

“음, 옆집에 이사온 아가씨란다. 아, 시에 이거 한번 먹어볼래? 그 아가씨가 갖고 온 빵인데….”

레니는 바구니에서 빵 몇개를 꺼내어 시에에게 주었고, 시에는 냄새를 맡은 순간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왓! 빵이다 빵!! 잘먹겠습니다—!!”

시에는 지크가 가르쳐준대로 인사를 하며 레니가 건네준 빵을 먹기 시작했다. 빵을 한참 먹던 시에는 뭔가 이상한듯 먹던것을 삼키며 손에 든 빵을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던 레니는 깜짝 놀라며 시에에게 물었다.

“어머, 시에 무슨 일 있니?”

그러나, 시에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냐, 옛날에 리우랑 지쿠의 친구가 해주던 빵하고 맛이 똑같아서…. 앗, 우유, 우유….”

레니는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자, 다녀왔습니다 어머니.”

그날은 아무 임무도 없는 탓에 집에 일찍 돌아오게된 지크는 씨익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고, TV를 보던 레니와 시에는 웃으며 그를 반겨주었다.

“왓! 잘왔다 지쿠, 지쿠!!”

시에는 기뻐하며 지크에게 안긴 후 지크에게 머리를 부볐고, 지크는 시에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아프다니까!!”

시에가 너무 머리를 비벼대는 바람에 턱이 붉어진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시에를 자신의 어깨에 옮겨 놓았고, 시에는 미안하다는듯 지크의 머리를 손으로 팡팡 치며 계속 그와 붙어있었다. 자켓을 벗고 거실 소파에 앉은 지크는 여느때와 같이 TV에 시선을 돌리며 시에에게 물었다.

“시에, 오늘 만화는 재미있었어?”

“웅웅, 밍크가 멀티를 구해냈는데….”

“어허, 이런…. 봤어야 하는데. 아, 티베랑 마키는 어디갔니? 오늘 그 애들 비번이라 놀텐데….”

“음, 아까 왔단다. 내가 잠깐 시장에 보냈으니까 할 얘기 있으면 좀 기다리거라. 아, 이거 먹어볼래?”

레니는 옆에 놔두었던 바구니에서 빵을 꺼내 지크에게 가져다 주었고, 지크는 시에와 함께 빵을 집어들며 레니에게 물었다.

“음? 이거 왠 빵이에요? 이 햄 빵은 어머니 솜씨로는 도저히 불가능한데? 헤헤헷.”

그러자, 레니는 씁쓸히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녀석이…. 옆에 이사온 이웃이 가져다준거야. 저번에도 보고 생각했지만 정말 예쁜 아가씨더구나. 리진양이나 챠오양도 예쁘지만 그 아가씨는 차원이 다르더라구. 동생이라는 아이도 중학교 3학년이라고 하던데….”

“음…그래요?”

그때까지, 지크는 그렇구나 생각하며 아무 생각없이 빵을 입에 물었다.

“…으음!?”

순간, 지크는 깜짝 놀라며 굳은 표정을 지었고, 그바람에 레니 역시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게 되었다. 먹었던 빵을 억지로 삼키다시피 한 지크는 레니를 바라보며 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사온 아가씨요!? 동생이 중학교 3학년 정도고요? 그…그럴리가…! 그 아가씨 머리색이 어땠나요?”

레니는 지크가 저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별로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음? 음…은발이었나, 그랬을걸? 그런데 왜 그러니?”

은발이라는 대답을 들은 지크는 멍하니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서며 소리쳤다.

“마, 말도 안돼!!!!”

지크가 바람같이 밖으로 뛰어 나가자, 레니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듯 팔짱을 낀채 힘없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후훗…싱거운 녀석. 그건 그렇고 그 아가씨 요리 솜씨가 정말 기막히네? 나도 배워야 하겠는걸? 시에는 어떠니?”

“좋아, 좋아!”

그 은발의 여성이 이사를 왔다는 집에 질풍같이 뛰어간 지크는 속으로 수만가지 생각을 하며 초인종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맞을까? 아니야…하지만…그러나 빵 맛이 똑같았는데…그럴리가…그럴수도…말도 안돼…말이 돼…그렇지만….’

지크는 손가락을 부르르 떨며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예, 누구신가요?”

지크는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맞아!! 똑같아!!!!”

“…네?”

곧, 문이 열리며 안에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발의 여성이 나타났고, 지크는 힘없이 웃으며 문틀에 기대고 그녀에게 말했다.

“후우…세이아씨, 무사하셨군요…. 이거 리오 녀석이 보면 뒤집어 지겠군…헤헷.”

“네? 저어…무슨 말씀을…?”

“하핫, 아, 저…그러니까요…뭐라고요?”

지크는 순간 눈을 휘둥그래 뜨며 앞에 있는 여성에게 물었고, 뭔가 당혹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는 미안하다는 얼굴로 지크에게 물었다.

“저어…제 이름이 세이아가 맞긴 한데…누구시죠? 리오라는 분은 또 누구시고….”

지크는 말을 잊고 말았다. 분명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는 자신의 기억상으로 볼때 애절한 사연을 가진 예전의 일행, 세이아가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번도 본 일이 없다는듯 멋적은 미소를 지은채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지크는 그야말로 속이 뒤집어지는 것같았다.

“…도, 동생분 이름이 라이아…양 아니신가요?”

그러자, 세이아는 신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머, 제 동생 이름을 어떻게 아시나요? 설마 그 애가 무슨 일이라도…?”

지크는 그때 뒤로 주춤하고 말았다. 도저히 이해가 안돼는 말을 세이아는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지크는 자신의 경험으로는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라 깨닫고는 즉시 표정을 바꿔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 하하하하하핫—!!!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전 옆집에 사는 여자분의 아들되는 사람입니다. 아침에 빵을 가져다 주신 것에 인사를 드리려고…하하핫,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그럼.”

지크는 허리를 꾸벅 굽혀 인사를 한 후 번개같이 자신의 집 쪽으로 뛰어갔다. 그의 모습을 보던 세이아는 빙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머…재미있는 분이시네…? 호홋…좋은 동네로구나.”

자신의 집 앞에 멍하니 선 지크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듯 머리를 긁을 따름이었다. 결국, 지크는 혼자의 힘으로는 안돼겠다는듯 차고로 들어갔고, 차원의 문을 열며 중얼거렸다.

“…리오 녀석을 데리고 와야 하겠어. 이건 도저히…!!!”


주신계.

루이체는 모두가 집을 나간 상태여서 혼자 아무 할일없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특별히 딸린 일도 없었고, 식사는 자신의 것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낮잠을 자도 손해를 볼 것은 없었다.

“이봐!!! 리오 어디있어!!!”

순간, 루이체의 귀엔 1층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고, 단잠에서 깬 그녀는 인상을 푹 쓴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누구야…음? 지크 오빠? 오빠가 왠일이야? 면T만 달랑 입고 신계에 오는건 처음보네?”

순간, 지크는 잘됐다는듯 루이체에게 달려들었고, 루이체는 갑자기 지크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앗!! 이게 무슨 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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