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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70화


“자, 잠깐!! 그런 헛튼 수작으로 날 속일 생각은 마라!!!”

지크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무명도에 손을 가져가며 와카루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마음 속은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다. 만약에 자신의 기술을 진짜로 다 익혔다면 그것만한 대인 살상병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와카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허어…사람을 잘 못믿는군 젊은이. 벌써 일본 BSP수십명이 나에게 그런 절차를 밟아 기술을 흡수당했는데…그럼 몸으로라도 믿게 해 줘야지…! 육백 칠이식, 일광!!!”

피잉—!!

순간, 와카루의 칼이 한줄기의 호선을 그리며 지크에게 내 꽂혔고, 지크는 가볍게 옆으로 몸을 돌리며 무명도로 즉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어라?”

그러나, 와카루의 칼은 무명도에 닿지도 않았다. 게다가 와카루가 펼친 기술은 연속 베기 기술인 일광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찌르기 기술에 불과했다. 지크는 가볍게 와카루의 칼을 튕겨내었고, 와카루가 만들어낸 칼은 뒤로 멀찌감치 튕겨 날아가고 말았다. 손을 부여잡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와카루는 눈을 꿈틀거리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 이럴리가…!? 분명히 신경 정신 접촉에 의한 대상물의 뇌 기억세포 정보가 나에게 들어왔을텐데!?”

그 말에, 옆에서 가만히 와카루를 구경하고 있던 지크는 코웃음을 치며 와카루에게 말했다.

“…쳇, 정신 접촉이었군. 난 또 정말 손만 잡고 내 기억을 읽은거라고…. 미안하지만 나와 같은 가즈 나이트들은 정신 방어력이 뛰어나다구. 뇌세포를 먹는다면 모를까, 정신 접촉만으로 기억을 읽긴 좀 힘들걸? 헤헷….”

“…허헛, 뇌세포라…?”

순간, 와카루의 얼굴엔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지크는 와카루의 몸에서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하자 다시 거리를 두고 방어 태세를 취하며 와카루의 공격에 대비했다. 곧, 와카루의 몸은 변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의 몸은 더이상 70대 노인의 그것이 아닌 20대의 팽팽한 몸으로 바뀌어졌다. 그리고, 그의 몸 위엔 생물학적인 갑옷이 둘러 싸여졌고, 예전에 마지막 전투때와 같은 모습을 갖춘 와카루는 지크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그렇다면 너의 뇌세포를 먹어주겠다…! 남김없이…너의 모든 기술과, 음속의 수십배에 달하는 스피드 안에서도 몸을 조절할 수 있는 운동신경! 모두 내것으로 만들겠다—!!!”

부우웅—

순간, 낮익은 음산한 소리와 함께 와카루의 몸은 사라졌고, 그 움직임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를 알고 있는 지크는 곧바로 반대편으로 보이는 건물의 외벽을 향해 강하게 뛰어올랐다.

“쳇, 진짜로 해 보시겠다 이건가!!”

“당연하지!”

그때, 공중에 떠 있는 지크의 앞에 와카루가 나타났고, 지크가 몸을 돌려 피할 겨를도 없이 와카루는 지크의 옷자락을 잡고 몸을 회전시킨 후 급속도로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일본 전통의 유도의 기술중 고대 기술엔 이런 살인 기술도 있지!!”

지크도 알고 있었다. 현대 스포츠인 유도는 상대방을 몇초간 꼼짝 못하게 묶거나, 어깨가 땅에 닿도록 메치면 이기는 것이지만, 유도도 원래 엄연한 격투기중 하나였다. 지금 그대로 지면에 떨어진다면, 두상이 아래로 향하게 된 지크는 최하 두개골 파손이었다.

“쳇, 일본 전통이라고!!!”

순간, 지크는 필사적으로 몸을 돌려 발 뒷꿈치로 와카루의 두상을 강타했고, 숨골을 맞은 와카루의 손은 즉시 풀려 둘은 안전하게 지면에 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지크는 십년 감수했다는듯, 땀에 찬 자신의 고글을 벗어 던지며 와카루에게 소리쳤다.

“유도는 이 나라(한국) 고대에 행해지던 유술이 발전한 무술이야! 너희 나라 전통 따윈 없어!! 좋아…대인 격투기라면 이 지크님이 몸소 가르쳐주지!!”

숨골을 발 뒷꿈치에 정확히 가격당한 상태여서 잠시 몸을 비틀거리던 와카루는 곧 회복이 되었는지 이번엔 다른 무술의 자세를 취하며 재미있다는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후…일본 BSP들에게 흡수한 고대 유도 기술을 깨다니….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지크군?”

지크는 가만히 와카루의 자세를 살펴보았다. 왠지 모르게 어색하긴 했지만 저것은 일본 공수도의 고유 자세가 분명했다. 지크는 곧바로 자세를 취하며 와카루에게 소리쳤다.

“헷, 태권도의 청띠도 할아범 보다는 자세가 좋겠군. 괜히 어정쩡한 자세나 취하지 말고 한번 덤벼 보시지!!!”

그러나,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한가지 잊은 사실이 있었다. 운동에 대한 경험은 분명히 와카루가 지크보다 적을지도 모르지만, 물리적인 운동력은 와카루가 훨씬 위라는 것을….

“으윽!?”

순간, 전광석화와 같은 와카루의 오른발 돌려차기가 지크의 두상을 노리고 날아왔고, 지크는 깜짝 놀라며 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방어를 위한 팔에 발이 닿는가 생각 순간 와카루의 오른발은 어느새 지크의 복부에 꽂혀 있었다.

퍼억—!!!

“헉—!!”

명치를 강타당한 지크에게 잠시 경직시간이 생긴 동안, 와카루의 화려한 발차기 공격이 연속으로 그에게 들어왔고,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파괴력에 지크는 급소만을 겨우 피할 뿐, 속수무책으로 얻어 맞기 시작했다.

“죽어랏—!!”

퍽—!!!

“흐앗—!!!!!”

와카루의 왼발 돌려차기에, 지크는 멀찌감치 날아가 광장 아스팔트 위에 떨어졌고, 얼굴을 비롯한 몸의 대부분이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지크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그, 그 기술은 공수도가…아닌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인 와카루는 지크에게 천천히 다가오며 대답해 주었다.

“…후훗, 이 무술은 공수도면서 공수도가 아니다. 이것은 일본 고류 무술…. 내가 만난 BSP중에서 우연치 않게도 이 무술을 쓸 줄 아는 사람이 하나 있더군. 즉시 배웠지. 후후후후훗…. 자, 이제 너의 뇌세포를 흡수하기만 하면 난 그 리오·스나이퍼가 와도 두려울 것이 없다. 자, 목을 내밀어라 지크·스나이퍼!!!”

그때, 지크는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의 몸에선 강한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다. 기전력을 내뿜으며, 지크는 허리에 돌려찬 무명도와 블래스터를 벗어 던진 후 다시금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이제부터 나에게 경로 사상을 지껄이는 녀석은 맛을 보여주겠어…! 자, 와 보시지 할아범!! 순순히 내 기술을 전수해줄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퍼억—!!

그러나, 소리친 보람도 없이 지크는 와카루의 긴 정권지르기에 복부를 강타당하며 뒤로 멀찌감치 날아가 문을 닫은 은행 셔터에 틀어 박히고 말았다.

“흐윽…헉—!!”

다시 몸을 일으키던 지크는 입에서 선혈을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지크에게 다가오던 와카루는 혀를 차며 지크에게 말했다.

“이런 이런…. 너무 허약하게 쓰러지면 기술을 얻은 보람이 없지 않나? 자, 어서 일어나는게 좋아. 난 지금 내가 익힌 기술이 효력을 발휘하는게 너무 신기하거든? 날 더욱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그만하세요 와카루 박사님.”

그때, 와카루는 움찔하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 여성이 공중에 뜬채 지크와 와카루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주위에 꽉 차있던 바이오 버그들은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와카루는 빛을 뿜고 있는 그 여성을 바라보며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오스? 아니야, 분명 신의 자리를 박탈당했다고 MOTHER에게 들었는데…? …후, 하여튼 귀찮은 존재가 나타났군. 느껴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후후후후…. 아, 그래…! 이오스의 딸이군, 기억 나…은발의 아름다운 처녀!! 그땐 신의 힘에 대해서 전혀 각성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여성은 고개를 저으며 와카루에게 말했다.

“…더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말아 주세요. 신의 영역을 너무나 침범해버린 당신의 불행한 영혼은 지옥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참회하고….”

푸웅—!!

순간, 와카루의 손에선 검붉은 빛덩이가 매섭게 발사되었고, 그 빛덩이는 그 여성이 만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와카루는 곧 피식 웃은 뒤 자신의 앞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지크의 머리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래, 네 녀석의 능력은 나중에 받으러 오겠다…! 그때까지 힘이나 키워 두도록…후후후….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당신…내 일을 더이상 방해하지 않는게 좋아. 아니, 어차피 내가 이러지 않는다 해도 이 세상은 얼마 못가 멸망할테니까…. 하하하하하하핫—!!! 자, 돌아가자 나의 심복들이여!!!”

곧, 와카루의 몸에선 거대한 빛이 뿜어졌고, 그 빛의 범위 안에 들어있는 바이오 버그들은 곧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시청앞 광장에 남은 것은 지크가 풀어둔 무명도와 블래스터,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지크 뿐이었다. 공중에 떠있던 그녀는 지크를 측은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저으며 잔광을 남긴채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곧, 특수경찰들과 BSP들은 바이오 버그들이 있었던 현장에 뒤늦게 도착했고, BSP대원들은 피범벅이 된채 의식을 잃고 있는 지크를 발견하고는 즉시 그를 구급차로 옮기기 시작했다.

지크의 동료 BSP대원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지크가 저정도로 엉망이 되었다는 것은 전 BSP중 지크가 최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로선 이해하기가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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