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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73화


“에구….”

마취제의 효과가 체질상 몸에서 빨리 사라지는 지크는 수술을 받은 복부와 오른쪽 어깨 부위에서 통증이 오는지 짤막한 신음소리를 내었고, 옆에서 그를 간호하던 레니와 시에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어머, 지크야, 또 아픈거니?”

그러자, 지크는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아휴…그런대로…. 어머니나 주무세요. 밤새도록 절 간호하셨잖아요.”

지크의 말에, 레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넌 밤새도록 통증을 참느라 고생했잖니. 그건 그렇고…그 애들 괜찮을지 모르겠구나.”

“예? 그 애들이라니요?”

“마키랑 티베 말이야. 오늘 처음 정식으로 출근하자마자 작전 지역에 배치되었다고 처크 삼촌이 그러시더라. 그런데 괜찮을지….”

그 말을 들은 지크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잘 아는 법. 지크는 자신의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는데엔 적어도 오늘까치 포함해 3일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파손된 두개골과 내장의 내부분은 전날 밤에서 이날 새벽까지 말끔히 회복이 되었지만, 손상을 입은 근육과 부숴진 어깨뼈등은 신경등을 회복시키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마키와 티베등을 도우러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으음…헙…!!”

우두둑…!

그때, 지크의 기합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쪽 쇄골에선 뼛소리가 음산하게 들려왔고, 레니와 시에는 다시 눈을 휘둥그래 뜨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또, 또 왜그러니…?”

“아, 아니에요. 부숴진 쇄골이 지금 방금 맞춰진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휴우, 이제야 목을 돌릴 수 있겠네.”

“…지쿠 무섭다….”

과자 봉지를 옆에 낀 상태인 시에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은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돈 남말하네….’

베히모스의 회복력을 알고 있는 지크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

“저어…아저씨…아니! 선배님!”

폐쇄가 된 어두운 지하철 선로를 천천히 걷고 있던 티베는 맨 앞에서 걷고 있는 케빈을 불렀고, 언제나 즐겨 피우는 긴 담배를 입에 문 케빈은 눈을 깜박이며 티베를 돌아보았다.

“음? 왜, 티베.”

“아, 아뇨. 리진씨도 그렇고, 모두가 한가지씩 특기가 있는 것같아서…. 선배님은 특기가 무엇인가요?”

그러자, 케빈은 웃으며 다시 앞에 집중을 했고, 본인 대신 티베의 옆에 있던 리진이 대답을 해 주었다.

“케빈 선배님은 별명이 빌리·더·키드(서부 시대의 전설적인 총잡이. 실존인물)이실 정도로 사격의 명수에요. 경찰들이 쓰는 버츄어 사이트(조준 장치의 일종)를 사용 안하셔도 800m 거리에 있는 바늘귀를 날리실 정도죠. 저와 같은 사람이 초능력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의 초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죠.”

“파, 팔백미터!?”

티베는 믿을 수가 없었다. 800m거리에 있는 15톤짜리 트럭이라면 모를까, 바늘귀를 맞춘다는 것은 상식상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리진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애용하시는 [하데스 웨폰]은 보통대원들이 소지하는 70구경 블래스터의 성능을 능가하는 757구경의 수공예품이죠.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든 실린더식 6연발 권총인데도 불구하고 정확도 99%의 놀라운 성능을 자랑해요. 그 권총으로 트럭 열다섯대의 엔진을 뚫고 그 뒤에 있는 바이오 버그의 심장을 관통하는 모습을 보고 전 케빈 선배님이 만화 주인공인줄 알았다니까요? 호호홋….”

‘그, 그냥 집에서 시에 식사나 차려줄걸 그랬나…?’

티베는 잔뜩 긴장을 한 상태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마키의 표정은 예나 지금이나 시큰둥 했다. 케빈은 곧 뒤를 돌아보며 리진에게 말했다.

“이봐 리진. 그렇게 바람넣지 말라구. 너무 그렇게 띄워주면 내가 정신이 사나워지잖아.”

“헤헷, 죄~송 선배님퓨”

케빈은 주의를 주듯 리진에게 말했으나 표정은 웃고 있었다. 리진은 가볍게 거수경례를 붙이며 역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건 그렇고…여긴 ‘제2 종합청사’부근인데 아직도 적들은 나타나지 않는군. 이대로 나간다면 제일 만만한 지역이 ‘남태령’과 ‘사당’쪽인데…? 흐음….”

케빈은 손에 든 핸드북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여기까지 걸어오는 데 보이는 것은 쥐 뿐이었고, 바이오 버그나 사이보그들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삐이익— 삐이익—

순간, 리진이 들고 있던 생체 레이더에서 경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리진과 케빈, 마키의 얼굴은 곧 진지하게 변하며 전투 준비를 했다. 케빈은 담배의 필터를 앞이빨로 살짝 깨물며 리진에게 물었다.

“몇마리 같아? 급수는?”

“예상으로…30마리 이하 정도에요. 전부 E급 수준이고요.”

그러자, 케빈은 싱겁다는듯 피식 웃으며 피우던 담배를 버린 후 새 담배를 꺼내어 성냥으로 불을 붙인 뒤 자신의 회색 코트 주머니에서 커다란 권총을 꺼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30마리 이하라…그럼 담배 한대 피울 시간이군…!”

그러는 동안, 티베는 다리가 떨리는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속으로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하고 있었다. 물론 실전 경험이 없어서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전투 직전에 발생하는 그녀의 버릇이라고 할까.

키키키키키키키키…

앞 선로에서 어떤 존재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커지는 발자국 소리와 그들의 꼬리가 바닥에 닿는 소리…. 케빈의 눈은 크게 떠졌다. 그는 숙련된 손놀림으로 들고 있는 권총의 실린더를 옆으로 내 놓은 후 탄 하나를 뺀 뒤 끝이 회색인 탄을 갈아 끼웠고, 다시 실린더를 넣은 케빈은 왼손으로 실린더를 강하게 회전시키며 중얼거렸다.

“우선, 배경을 밝게…!”

투웅—!!

굵직한 총성과 함께, 캐빈의 ‘하데스 웨폰’은 불을 뿜었다. 첫 탄은 섬광탄이었는지 총탄이 튄 지하 터널 내부는 잠시동안 환하게 빛을 냈다. 빛이 비춰진 부분엔 수십마리의 바이오 버그들이 우글대며 달려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케빈의 손가락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쏜 탄환은 모두 다섯발, 6연발 권총이라 맨 처음 쏜 섬광탄까지 합해서 실린더 안의 탄이 모두 떨어진 것을 느낀 마키는 재빨리 새로 지급받은 틸·니켈 나이프 두자루를 꺼내들며 앞으로 나서려 했다.

투웅—!!

“—!?”

그 순간, 몇초도 안되어 케빈의 하데스 웨폰은 다시 불꽃을 뿜었고 마키는 그 순간 깜짝 놀라며 사격을 하고 있는 케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케빈이 입에 문 담배는 그가 필터를 씹고 있는지 움찔움찔 움직이며 빠르게 타들어갔고, 그의 눈과 팔은 마치 기계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전방의 모든 각도로 사격을 하고 있었다. 탄환 여섯발이 떨어진 순간, 마키는 더욱 대단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팔을 옆으로 돌리고 실린더를 비스듬히 아래로 내린 순간 탄피들은 당연하게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탄피들이 채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케빈의 왼손은 코트 주머니를 오갔고, 동체시력이 좋은 마키는 엄지와 검지 사이를 제외한 케빈의 손가락 사이에 각기 두개씩의 탄이 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여섯발의 탄이 실린더에 장전되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였다. 그리고 실린더가 다시 끼워지는 순간, 탄피들은 비로소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하데스 웨폰은 다시금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차라락—

동체시력등이 좋지 않은 티베의 귀엔 귀를 울리는 총성에 가려진 탄피의 낙음 외엔 들리지 않았다. 곧, 1분도 지나지 않아 총성은 멈췄고, 바이오 버그의 수를 알려주는 생체 레이더는 경보음을 멈추었다. 연기를 뿜고 있는 하데스 웨폰을 내린 케빈은 손바닥에 실린더 안의 탄들을 떨어트린 후 탄피 네개를 제외한 다른 탄들을 다시 넣고 네발의 탄환을 장전한 뒤 다시 실린더를 닫으며 꽁초가 되어 버린 담배를 옆으로 뱉어내었다.

“모두 스물 일곱마리…. 후, 역시 기계는 속일 수 없군.”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며 코트 안에 집어 넣은 케빈은 씨익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마키는 눈을 크게 뜬 채 다시 자신의 나이프를 집어 넣었고, 티베는 멍한 눈으로 케빈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리진은 그런 둘의 어깨를 동시에 치며 말했다.

“후훗, 저게 바로 사격 능력 [S]클래스에 랭크된 유일한 BSP, 케빈·브라이언의 실력이에요. 자, 어서 가요 모두.”

티베와 마키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를 지나가며, 둘은 더욱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바이오 버그의 사체 두상엔 구멍 하나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것도 모두 똑같이….

“자, 잠깐만…육연발 권총이라고 했지? 맨 처음 섬광탄 한발을 쏘고…마지막에 남은 총알이 두발이었으니까…설마 한마리당 한발씩…?!”

티베는 손가락을 꼽으며 혼이 빠진 사람처럼 중얼거렸고, 마키는 침을 꿀꺽삼키며 지크와 챠오만이 BSP의 강자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을 고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바이오 버그들의 사체 더미를 지나친 티베는 완전히 긴장한 목소리로 마키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우리 그냥 가정부나 할래…?”

“…생각해 보고….”

지하철 노선은 아직 멀고도 험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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