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576화
제3화, [처크 부장의 위기]
“부장님, 제가 모시고 가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헤이그는 약간 걱정이 되는듯 마악 승용차에 오르고 있는 처크에게 물었고, 처크는 선글라스를 벗은 후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과천 제 2총합청사에 가는 가까운 길이니 자네와 같이 갈 필요는 없네. 설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려고. 자네는 다른 대원들이나 잘 통솔해 주게. 그럼 다녀오겠네 헤이그.”
“…예, 그럼 다녀오십시오.”
헤이그는 막 떠나는 처크의 승용차에 거수 경례를 붙였고, 처크는 손을 흔들어주며 자기 부상 승용차의 엑셀을 밟아 나갔다. 처크의 차가 커브를 도는 것까지 지켜보던 헤이그는 한숨을 쉬며 사이키가 기다리고 있는 차고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저어…말씀좀 물어도 실례가 안되겠습니까.”
그때, 처크의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처크는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그의 뒤엔 붉은 장발을 깔끔히 뒤로 넘긴 한 청년이 자신이 쓴 안경을 매만지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헤이그는 꽤 키가 큰 청년이구나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시오. 뭐든지 물어보시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처크에게 다가와 천천히 물었다.
“저어, 지크라는 대원을 찾고 싶습니다만,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겠습니까?”
“지크? 음…미안하지만 지크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소. 이틀 전에 사고를 당해 입원을 했는데,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퇴원한다니 급하지 않으면 그때 다시 오도록 하시오. 병원 위치는 보안상 알려줄 수 없으니 미안하오.”
그 청년은 자신의 안경을 다시 만지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곧 머리를 긁적이며 하는 수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그렇군요. 그럼 그때 다시 오겠습니다.”
“그러시오. 아, 그런데 당신 지크와는 무슨 관계요?”
헤이그의 물음에, 막 돌아선 상태인 그 청년은 헤이그를 다시 돌아보며 미소를 띄운채 짧게 중얼거렸다.
“…절친합니다. 아주….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 청년은 곧 천천히 다른곳으로 걸어갔고, 헤이그는 그 청년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군, 요즘 사람들 답지 않게 몸의 균형이 잘 잡힌 청년인데? 근육도 잘 발달해 있고…. 뭔가 수상한데….’
그때, 기다리다 못한 사이키가 직접 순찰차를 몰고 밖으로 나왔고, 헤이그에게 타라는 손짓을 하며 소리쳤다.
“선배님, 어서 타시지 않으면 다음 조와 교대하는데 지장이 있어요.”
“아, 그래. 미안.”
헤이그는 미안하다는듯 손을 살짝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순찰차를 향해 다가갔다.
※
몸의 대부분이 회복된 상태인 지크는 가만히 병원 침대에 누워 시에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TV에선 어린이 프로그램이 한창 방영되고 있었고, 시에완 같이 먹는 것 외엔 할 일이 별로 없었기에 지크는 가만히 그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은 나중에 뭐가 가장 되고 싶나요? 언니에게 한명씩 말해봐요. 자, 승희 어린이 부터!]
[어…저는요, 나중에 과학자가 되서요, 멋진 로봇을 만들어요, 외계인으로 부터 지구를 지킬거에요.]
가만히 아이의 말을 듣던 지크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푸, 요즘 애들은 너무 폭력적이라니까.”
[그래요? 너무 너무 멋있겠네요! 그럼, 상범 어린이는 뭐가 되고 싶나요?]
[저는요, 커서 중국에 가끔 나타난다는 용을 찾으러 다니고 싶어요! 아버지도 그런 꿈을 가지고 계시구요, 저도 그게 꿈이에요.]
그 아이의 힘찬 말에, 지크는 당연하다는듯 막대가 달린 사탕을 입에서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간만에 옳은 말을 하는 꼬마가 나왔는걸?”
[어머, 상범 어린이 그러면 안돼요. 세상은 꿈만으로 살 수 없답니다. 이 세상은 돈, 명예, 권력이라는 현실이 중요해요♡]
[….]
“…저 여자…코메디언인가…?”
지크는 황당하다는듯 입에 물고 있던 사탕마저 떨어뜨리며 중얼거렸고, 시에도 과자를 입에 문 채 가만히 TV를 바라볼 뿐이었다.
덜컥—
그때, 문이 갑자기 열렸고 누군가가 병실 안에 들어왔다. 장막 때문에 그쪽이 보이지 않는 지크는 사탕을 다시 입에 물며 속으로 투덜댔다.
‘뭐야…간호사 치고는 예의가 없잖아?’
“…흠, 지금까지 내가 본 네 모습 중에서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군.”
“쳇, 아직도 입은 더럽군 미소년. …바, 바이칼!?”
순간, 지크는 자신의 앞에 바이칼이 가벼운 정장을 입고 나타나자 깜짝 놀라며 침대에서 일어났고, 바이칼이 병실에 들어온 것을 본 시에는 활짝 웃으며 바이칼에게 몸을 날렸다.
“우와—빠이다 빠이!!”
바이칼의 어깨에 살짝 매달린 시에는 바이칼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부비며 반가워했고, 바이칼은 위를 흘끔 바라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과자가루가 하나 보일때마다 널 한번씩 베겠다…. 그건 그렇고, 리오 녀석을 보지 못했나.”
그러자, 지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전혀 모른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찾고 있긴 한데…네가 왠일로 리오를 찾아?”
지크의 질문을 들으며 자신에게 매달려 있던 시에를 침대 위에 내려놓던 바이칼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흥, 너에게 말할 이유가 나에게 있나.”
바이칼의 말을 들은 지크는 결국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바이칼에게 말했다.
“호오…함부로 말 할 일이 아닌가본데…설마 청혼하려고?”
“…….”
·············
“사, 사과한다구!!! 무릎꿇고 사죄할테니 제발 진정하세요 바이칼님!!!!”
오른손에 푸른색 빛덩이를 응축한채 침대 뒤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는 지크와 시에를 차가운 눈으로 정조준 하고 있던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을 지은 후 눈을 감으며 메가플레어를 거두었고, 한숨을 쉬며 다시 침대위에 올라가는 지크를 향해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목숨이 백개라도 모자를 녀석….”
“헤, 헤헷…미안하다구.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지금까진 리오 녀석을 우연히 만난 것으로 교묘히 가장하고 다니던 녀석이 직접 나에게까지 와서 찾으러 다니는걸 보니 심상치 않은 일 같은데?”
“…!”
바이칼은 지크의 말에 핵심을 찔린듯 헛기침을 몇번 하며 말을 돌리려 했으나, 지크의 능글맞은 눈으로 부터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바이칼은 침대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장로에게 얼핏 들은 성계신의 일 때문이다. 특히, 이 지구라는 혹성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