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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84화


리오는 바이칼을 데리고 지크의 집으로 가는 도중에 약국에 들러 그의 머리에 붕대를 감아 응급처치를 한 후 집에 돌아가 임시로 지크의 침대에 그를 눕혀 놓았다. 약을 바르지 못하기 때문에(용과 인간은 체질적으로 달라 천연 약품이 아니면 오히려 독이 됨:필자 주) 머리의 상처는 곧바로 낫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리오는 잠이나 재우자 생각하며 레니가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리오씨, 바이칼씨의 상태는 어떤가요?”

레니는 걱정 어린 얼굴로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안심시키려는 듯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머리에 약간 상처를 입은 것뿐입니다. 그건 그렇고, 바이칼에게 옷을 좀 갈아입혀 주시면‥.”

그러자, 레니는 얼굴을 붉힌 채 당황하며 리오에게 말했다.

“네에!? 하, 하지만 제가 어떻게‥.”

리오는 순간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였고,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속으로 굳은 결심을 하며 레니에게 사과하듯 말했다.

“아, 제가 말을 실수했군요. 바이칼은 몸이 호리호리해서 지크의 옷이 맞지 않기 때문에 갈아입을 옷을 좀 빌려주십사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레니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제 옷을 가져다 드릴게요. 약간 큰 옷이 있긴 할 거예요.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세요.”

“아, 예. 부탁드립니다.”

레니는 곧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리오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푹 숙이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저 녀석 또 깨어나면 누가 자기 옷을 갈아입혔느냐고 붕붕 뛸 게 분명한데‥하는 수 없지. 펑크 난 옷을 입혀 재우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곧, 레니는 자신의 간편한 옷을 들고 방에서 나왔고, 리오는 옷을 건네받은 후 바이칼이 누워있는 지크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리오가 느낀 것은 지독한 술 냄새였고, 리오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을 마셨나? 대단하군. 그럼 옷을‥.”

리오는 문을 닫고 바이칼에게 다가간 후 상체를 일으킨 다음 상의를 벗기기 시작했다.

“‥런닝이 졸지에 탱크톱이 되어 있군. 그래도 속옷을 입고 있으니 다행이군.”

상당히 찢어진 셔츠를 깨끗하고 품이 넓어 편하게 생긴 레니의 스웨터로 갈아입힌 리오는 다시 바이칼을 눕힌 후 그의 벨트 버클을 풀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바지를 아래로 내렸다. 말없이 바이칼을 내려보던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이 녀석은 정상적인 모습(남자)일 때도 각선미가 좀 있었지.”

츄리닝 하의로 갈아입힘으로써 작업을 끝낸 리오는 이불을 덮어준 후 한숨을 쉬며 의자를 끌어다 침대 옆에 앉았고, 지크의 방에 있는 TV를 켜며 말없이 창문을 살짝 열었다. 술기운이 독한 탓에 자신도 취해버릴 것 같아서였다.


“다녀왔습니다.”

지크는 자신의 재킷을 소파에 던지며 자신도 소파에 몸을 던졌고, 건너편 소파에 앉아 있던 시에는 물고 있던 과자를 삼킨 뒤 지크에게 오늘의 일을 말해 주었다.

“지크, 지크, 오늘 큰일 났었어.”

정신적으로 상당히 붕괴 상태인 지크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그래‥?”

“바이가 차에 치었다, 그래서 리오가 데리고 지크 방으로 올라갔어.”

“음‥큰일이구나‥.”

지크는 잠시간 말없이 TV 화면 안에서 뛰고 있는 만화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거린 후 부엌으로 향했고 열심히 저녁을 만들고 있는 레니에게 물었다.

“저기‥손님 하나 또 추가되었나요?”

“음? 으음‥바이칼씨가 머리를 다쳐서, 리오씨가 데리고 오셨단다. 어디서 그렇게 다쳤는지 원‥.”

“‥!!!!!!!!”

지크는 비명이 터지는 자신의 입을 막으며 곧장 바람같이 자신의 방으로 뛰어 올라갔고, 방 문을 열어 젖히며 안에 시선을 돌렸다.

“리오! 도대체 어떻게 되‥우욱‥!”

순간, 코로 들어오는 술 냄새에 지크는 구토감을 느꼈는지 몸을 굽혔고, 말없이 TV를 보고 있던 리오는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댄 뒤 지크에게 말해 주었다.

“쉿, 녀석이 무슨 일인지 술을 엄청 먹고 육교에서 떨어진 다음 추가로 차에 치였어. 머리만 다친 것 같은데 아직 의식은 안 돌아오고 있지. 술기운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하여튼 오늘은 네가 소파에서 자는 게 좋을 것 같다. 내일 아침쯤엔 일어날 테니 자초지종을 들어보자구. 음, 날 찾은 이유도 들어보고‥.”

‘안돼–!!!’

지크는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산 넘어 산이구나‥. 왜 이리 일이 꼬이지?”

. . . . . . . . . . . ………………………

다음날.

리오는 밤을 새우면서 바이칼이 일어나길 기다렸으나 바이칼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유선 방송까지 보는 바람에 눈이 피곤해진 리오는 눈을 좀 붙이려는 듯 방바닥에 내려앉아 자신의 망토를 덮고 조용히 잠을 청했다.

그 사이, 지크와 티베, 마키는 본부로 출근을 했고 지크는 조회 처음부터 어제의 일에 대한 보고를 해야만 했다. 처크는 별로 기대를 안 하는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고, 다른 대원들도 그리 집중을 하진 않고 전자 스크린 앞에 선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후 보고를 시작했다.

“음‥어제 일은 제가 상당히 운이 좋았습니다. 바이오 버그들의 목표물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자, 담배 연기를 즐기고 있던 처크는 깜짝 놀라며 지크를 바라보았고, 다른 동료들도 집중을 하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이런 상황이 얼마만인가 속으로 생각하며 얘기를 계속했다.

“지금까지 납치를 당했던 여성들의 공통점은 갈색 머리에, 20세 이하의 젊은 여성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죠. 그러나 어제 제가 보호했던 소녀는 좀 달랐습니다.”

‘‥까지는 좋은데 라이아가 특별하다는 걸 어떻게 꾸며내지? 반신반인이에요 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고‥.’

지크는 머리를 긁적이며 계속 얘기했다.

“챠오나, 그 밖에 다른 동료들은 알겠지만 제가 가뭄에 콩 나듯 쓰는 기술인 난설화월 전개 시에 제가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동체 시력이 뛰어난 챠오나 케빈뿐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나 D급 이하의 바이오 버그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죠. 하지만 그 소녀는 제가 공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합니다.”

“제대로 못해서 그렇겠지.”

리진은 킥킥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다른 동료들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헛기침을 한번 한 후 계속 말을 이었다.

“제 생각엔, 바이오 버그들이 그 소녀를 찾기 위해 지금까지의 납치극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소녀는 저와 거의 비슷한 시간 안에 바이오 버그들의 위치도 알아내었으니까요. 이건 그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도 있으니 확실합니다.”

처크는 오래간만에 지크가 옳은 소리를 한다 생각하며 담배를 끈 후 지크에게 물었다.

“좋아. 그럼 결론은 무엇인가?”

“예. 그 라이라라는 소녀의 옆에 누군가를 붙여서 그 소녀가 어떠한 점이 더 특별한가 조사를 하고, 경호도 겸하는 것입니다. 조사 중에 다른 소녀들이 납치를 당하면 제 생각은 틀린 것이고, 그렇지 않고 그 소녀를 계속 습격한다면 제 생각이 맞는 것이겠죠.”

처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동료들도 좋은 생각이라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지크는 곧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처크는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음‥지크의 생각은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 나는 생각한다. 다른 대원들 중 이의가 있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 보도록. ‥없다면 루이가 조사한 소녀의 신상 파일을 들어 보도록 하겠다.”

곧, 루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마우스를 조작하여 전자 스크린 위에 아이콘 상으로 만들어진 파일을 열었고, 스크린엔 라이아라는 소녀의 신상 명세서가 떠올랐다. 루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크린 옆으로 간 뒤 설명을 시작했다.

“라이아·드리스, 16세. ××여자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소녀입니다. 학점은 상당한 수준이며, 스포츠에도 발군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부모는 계시지 않고, 언니와 단둘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합니다. 주거지는 ××구 ××동 817번지, 바로 지크 대원의 옆집입니다.”

“‥에휴‥.”

지크는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처크가 다음에 할 말도 뻔히 예상하고 있었다. 처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런가. 그럼 지크가 이번 일을 책임지고 맡으면 좋겠군. 오늘부터 지크 대원은 그 라이아라는 소녀를 경호하며 소녀에 대한 조사를 겸하도록 한다. 조사 중에 지원을 요청하면 가능한 한 받아들여질 것이며, 최종적인 결과는 빠른 시일 내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녜녜녜녜녜‥.”

힘없이 대답한 지크는 자기가 자신의 무덤을 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 역시 라이아와 세이아에 대한 조사를 하고 싶었으므로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도 했다.


한참 편하게 잠을 자던 리오는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콕콕 건들자 정신을 차린 후 눈을 떠 보았다.

‘바이칼 녀석이 일어난 건가‥. 잘됐군.’

눈을 뜬 리오는 잠시 머리가 굳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군청색 머리의 아름다운 소녀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녀는 얼굴을 붉힌 채 리오에게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저어‥여기는 어디인가요? 당신은 누구시고요‥?”

리오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소녀가 뒤로 흠칫 물러서자 다시 표정을 풀며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바이칼. 머리가 아직도 아파‥?”

그러자, 그 소녀는 자신의 큰 눈을 반짝이며 리오에게 다시 물었다.

“‥제 이름이 바이칼인가요‥?”

“….”

바이칼을 데리고 공원으로 나온 리오는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바이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이칼은 정말로 기억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인지, 리오의 시선도 느끼지 못하는 듯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잔디밭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와아‥신기해요. 눈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어요 리오 씨.”

우지직–!

순간, 리오가 기대고 있던 벤치에서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리오는 태연히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바이칼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리오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 아니.”

리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것까지는 좋은데‥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 거지? 술은 다 깼을 텐데‥.’

리오는 눈을 감으며 계속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그의 지식 안에선 방도가 없었다. 그때, 리오는 주위가 갑자기 따뜻해짐을 느꼈다. 리오는 눈을 살짝 뜨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걷혔군. 겨울 햇볕 치고는 따뜻한데‥.’

“음‥햇볕이 따뜻해요. 기분이 좋네요.”

“…….”

리오는 더 이상 여기에 있다가는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은 느낌에 바이칼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머, 벌써 돌아가시게요?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바이칼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보았고, 리오는 손으로 안면을 덮으며 생각했다.

‘‥태연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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