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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88화


일요일의 이른 아침.

“어? 지크, 오늘은 경호 안 하고 출근해 버릴 거야?”

마키와 함께 순찰차를 타려던 티베는 지크가 차고에서 오토바이를 꺼내 오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란 말투로 물었고, 그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헷, 어제 그 녀석들이 심하게 시비를 걸었다며. 가서 혼내줘야지. 헤헤헤헷‥. 게다가 오늘은 나보다 더 믿음직한 녀석이 대신 경호를 해 주기로 했으니 괜찮아.”

“더 뛰어난‥? 설마 리오 씨가? 하지만 리오 씨는 바이칼 한 명도 벅차 하시던데?”

그러자, 지크는 손가락을 저으며 자신 있는 얼굴로 티베에게 말했다.

“오, NO〜NO. 오늘의 경호는 리오 녀석이 먼저 하겠다고 했다구. 자, 먼저 천천히 가고 있어. 내가 뒤따라갈게.”

“응, 알았어. ‥마키야 운전 좀 배워라, 운전도 생각보다 힘든 거라구!”

“힘드니까 안 하지.”

“‥얘가 점점 누구 닮아가네‥.”

티베와 마키는 서로 중얼거리며 본부를 향해 출발했고, 오토바이를 도로에 꺼낸 지크는 한숨을 후우 쉬며 몸을 이리저리 풀어 보았다.

“음음‥어제 잠을 잘못 잤나? 왜 이리 몸이 뻐근하지?”

곧, 지크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고, 액셀을 조금씩 돌려보며 엔진 상태를 시험해 보았다.

“어, 지크 오빠! 오늘은 경호 안 해주실 거예요?”

그때, 지크의 뒤에서 라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지크는 뒤를 돌아보며 라이아에게 손을 흔들어 아침 인사를 한 후 대강 일을 말해 주었다.

“응, 본부에 무슨 일이 생겨서 오늘은 다른 녀석에게 경호를 부탁했어. 있다가 아침 먹은 다음에 너희 집에 직접 간다고 했으니 언니하고 기다리고 있어. 그럼, 하루 잘 보내라 라이아.”

지크는 손을 모아 거수경례를 붙인 후 본부를 향해 출발했고, 라이아는 그를 향해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럼 잘 다녀오세요–!!”

. . . . . . . . . . . . . . . . . . . . .

“어머, 리오 씨 오늘은 옆집 분들이랑 유원지에 가신다고요?”

수프를 데워 리오에게 건네주던 레니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리오에게 물었고, 머리를 감은 지 얼마 안 된 탓에 산발인 상태인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지크에게 경호를 부탁받았거든요. 그리고 바이칼하고 둘이서만 집 지키기도 그렇고 해서 옆집 분들과 함께 가기로 했죠. 아, 어머님도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레니는 살짝 손을 저으며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아, 아니에요. 오늘은 계 모임이 있거든요. 호호호홋‥. 그런데, 바이칼씨는 잠을 오래도 주무시네요? 소파라 불편하실 텐데‥?”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유를 말해 주었다.

“음‥바이칼은 원래 잠이 많았거든요. 원래 모습일 때 역시 식사는 걸러도 잠은 꼭 챙겨서 잤죠.”

“어머, 그랬군요.”

이윽고, 식사를 다 마친 리오는 자신이 사용한 식기를 직접 설거지한 후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물론 준비라고 해봤자 머리를 묶는 일 뿐이었지만‥. 아직도 잠에 빠져 있는 바이칼을 흘끔 본 리오는 그에게(그녀에게‥라고 하기엔 좀) 이불을 다시 제대로 덮어준 후 집을 나섰다. 세이아를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일요일 아침마다 운동 삼아 동생과 집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치기 때문이었다. 리오는 세이아의 집 낮은 울타리에 팔을 기댄 후 그녀와 라이아가 배드민턴을 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둘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셔틀을 떨어뜨리지 않고 잘 치고 있었고, 리오는 자신이 온 것도 모른 채 치는 데 열중인 둘을 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음‥생각보다‥.’

“어멋!! 위험해요!!!!”

파악–!!

‘‥못 치는군‥.’

안면에 정면으로 날아온 배드민턴 라켓을 손으로 잡은 리오는 라켓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자신에게 라켓을 날린 세이아를 바라보았고, 세이아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듯 손을 모은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리오는 빙긋 웃으며 세이아에게 물었다.

“‥들어가도 되나요? 후훗‥.”

그녀들과 함께 집에 들어온 리오는 세이아가 권해준 차를 마시며 천천히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잘 치시던데요? 라켓을 날리시는 것 외엔‥.”

라켓 얘기가 나오자, 세이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리오는 성격상으로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구나 생각하며 괜찮다는 듯 말했다.

“아, 괜한 말을 해서 점수가 깎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아, 아니에요. 이번이 처음은 아닌걸요‥.”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움찔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고, 라이아는 킥킥 웃으며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헤헷, 이사 온 다음부터 언니를 보러 온 동네 오빠들이 꼭 한번쯤은 얼굴에 라켓을 맞았거든요. 이사 온 지 한 달은 지났으니까‥아저씨를 빼면 지금까지 열 명 넘을걸요? 호호홋‥. 그런데 참 대단하시네요? 언니의 ‘라켓 슛’을 피한 남자는 아저씨가 처음이에요.”

라이아의 라켓 슛이란 말에 리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으음‥운동 좀 했거든, 하하핫‥. 그건 그렇고, 오늘은 특별한 일 없으시죠? 계 모임이라던가‥.”

라이아와 리오의 협공에 얼굴이 완전히 붉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세이아는 리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만‥?”

“음‥사실은 라이아의 경호를 오늘만 제가 대신 맡았거든요. 집에 또 같이 두기가 곤란한 사람이 있어서 근처의 유원지에 함께 가시면 어떨까‥해서요.”

그러자, 세이아와 라이아는 눈을 크게 뜨며 서로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둘에게서 의외의 반응이 나오자 약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아니, 곤란하시다면 그냥‥.”

순간, 둘은 감격에 눈을 반짝이며 리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 지금 유원지라고 하셨나요? 놀이동산이라고 말씀하셨나요‥?”

“예? 예, 그렇습니다만‥?”

그러자, 둘은 서로의 손을 감싼 후 눈물까지 글썽이며 리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정성껏 하기 시작했다.

“저, 정말 기뻐요‥. 저희도 드디어 놀이동산에 갈 수 있다니‥.”

“흐윽‥지금까지 나가봤자 동네 공원이었는데‥이럴수가‥.”

“아, 그, 그렇군요‥.”

둘의 반응을 지켜보던 리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속으로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대단한 곳이었나‥? 예전에 지크랑 같이 가보긴 했지만 눈물을 흘릴 정도로 대단한 곳은 아니던데‥?’

어떻게 됐든 리오는 시간 약속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왔고, 막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바이칼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주었다.


“얼라? 경호인가 뭔가는 때려치운 거야?”

아침을 먹고 오지 못했는지 야채 샌드위치를 우유와 곁들여 아침 대신 먹고 있던 리진은 지크가 티베, 마키와 함께 회의실에 비적거리며 들어오자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고, 지크는 리진의 머리를 약간 거칠게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이런, 다 큰 여자애가 ‘얼라’가 뭐니. 오늘 경호는 다른 사람에게 맡겼거든.”

“으윽! 오늘 머리에 젤 바르고 왔단 말이야!! 머리가 이게 뭐야!!”

리진은 급히 거울 앞에 가 빗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고, 지크는 자신의 손에 묻은 젤을 닦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거 바를 시간 있으면 아침이나 먹고 오던지‥.”

“흥, 남의 사정. 그건 그렇고 그 대타는 누구야? 설마 레니 아줌마?”

지크는 책상에 천천히 앉으며 한심하다는 얼굴로 리진에게 말했다.

“이런 이런, 어머니는 오늘 계 모임이 있으셔서 하시고 싶으셔도 못하신다구. 붉은 장발의 내 형제에게 맡겼지.”

그 순간, 리진의 팔은 멈춰 버렸고 그녀는 놀란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부, 붉은 장발? 설마 리오 씨!?”

“음, 요즘 우리 집에 눌러 살거든. 그 녀석 말고도 혹이 하나 더 붙어서 문제지만‥인사하려면 내가 나중에 데려올게.”

그때, 회의실 안에 다른 때보다는 늦게 출근한 챠오가 덤덤한 얼굴로 불쑥 들어왔고, 순간 리진은 그녀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챠오! 리오 씨가 돌아오셨대!!!”

“‥!”

그러자, 챠오의 얼굴로 보통 때보단 굳어졌고 둘의 반응을 보던 지크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리오 녀석이 언제 저 둘에게 마수를 뻗었지‥? 마키도 그렇고‥.’

“‥쳇. 어이 챠오 양, 오늘 그 일본 BSP들은 언제 온대? 그 녀석들 혼내주려고 오늘 여기 온 건데‥.”

그러자, 회의실 안에 리진보다 먼저 와 있던 루이가 그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오늘 본부에서의 스케줄은 없어. 관광차 유원지에 갈 거야.”

“아, 그래. 그 자식들 오늘 운이 좋‥군‥?”

순간, 지크의 머리에 리오가 오늘 유원지에 간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고 지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으악!! 큰일이 나 버렸어!!!!”

지크는 급히 회의실 전화기로 집에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크는 곧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던 루이는 한숨을 푹 쉬며 지크에게 말했다.

“‥유원지라면 걱정마. 오늘 안건도 그거니까.”

“‥뭐라고 사촌?”

십여 분 후, 처크 부장이 도착하는 것으로 조회는 시작되었고 지크는 안절부절하며 제발 다른 곳으로 리오가 가기를 바랬다.

‘아, 안 돼, 최악의 상황이다‥!! 리오가 일본 BSP를 죽이면 이건 국제 문제로 대두가 된다고‥!!!’

루이가 안건 설명을 하기 위해 스크린으로 나가는 동안, 지크는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고민하고 있었고 처크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속이 안 좋으면 바로 나가지 왜 식은땀까지 흘리며 참고 있나. 보통 때 집중도 안 하던 자네가 웬일로‥.”

“그게 아니에요!! 루이는 빨리 말해!!!”

처크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루이는 쓰고 있는 안경을 매만지며 한숨을 피식 쉬고는 안건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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