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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91화


제6화 <엔젤 더스트>


“정말이라니까요 선배님! 전 모르는 사람이에요!!”

순찰차를 항법장치에 맡긴 채 리진에게 그 붉은 머리 남자에 대해 묻던 케빈은 리진이 강하게 거부를 하고 나오자 결국은 포기한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후우, 알았어. 그런데 그 남자 얼굴을 보니 여자가 상당히 많을 것 같더군. 얼핏 보긴 했는데‥.”

그러자, 리진은 활짝 웃으며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리오 씨가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그 남자 이름이 리오였군.”

“‥!!”

리진은 곧 자신이 케빈의 유도 질문에 넘어간 것을 깨달았고, 케빈은 리진의 굳은 얼굴을 보며 실실 미소를 지었다. 리진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빙빙 꼬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도 사실은 리오 씨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진 않아요. 지크하고 형제면서, 지크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 외엔‥. 이름은 리오·스나이퍼. 직업은 불명이에요. 하지만 BSP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요. 아주 좋은 사람이거든요.”

리진에게서 그 남자에 대한 정보를 들은 케빈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뜬 채 그녀에게 말했다.

“지크와 형제? 호, 그 집안 사람들은 다 그렇게 강한가 보군. 부모님이 누구신지 더 궁금할 정도인데.”

“음‥챠오도 리오 씨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했어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말이죠.”

“음‥생각보다 발이 넓은 사람이군. 좋아, 챠오에겐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지. 아, 그런데 오늘은 정말 조용하군. 커피숍에나 들를까나?”

케빈은 운전을 수동으로 돌린 후 카 오디오를 틀며 순찰 활동을 계속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후우, 벌써 며칠째 집 밖으로 못 나간 거지? 이거 원 몸이 굳어지겠군.”

소파에 누워 TV를 보던 리오는 그렇게 투덜대며 리모컨으로 채널을 계속 돌려 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마음에 드는 방송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의 나른함과 지루함은 더해갔다. 전국의 TV에 그에 대한 뉴스가 나간 뒤, 리오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간 일이 없었다. 각 방송사에 그에 대한 질문이 전화통에 불이 날 만큼 쇄도했다는 후문도 있었기 때문에 그는 현재 모든 활동을 중단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물론 세이아의 집에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때, 그의 머리 위에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갔고, 리오는 피식 웃으며 팔을 뻗어 머리 위에 올라간 시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음‥시에 배고파? 바이칼에게 달라고 하지 왜.”

“시에 배 안 고파, 그리고 바이칼은 지금 샤워하고 있어.”

“음, 그렇구나.”

시에는 곧 리오의 몸 위에 올라가 고양이처럼 엎드려 눈을 감았고, 리오는 시에의 등을 토닥거리며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말도 많이 늘었고, 몸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많이 성장했는걸. ‥물론 우리와 함께 있는 시간도 많고 예전의 베히모스들처럼 강하게 세뇌를 받은 것도 아니니 성장해도 별 위험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빠른 성장이군.’

“리오 씨, 점심 드시지 않겠어요?”

그때, 욕실 쪽에서 바이칼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언제나 들어도 정신이 아뜩해지는 그 목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듯 시에를 안은 채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음, 조금 있다가. ‥그리고 제발 타월로 몸 좀 가려줘. 오해받겠어.”

리오는 눈을 감은 채 다시 소파에 누웠고, 바이칼은 옷을 입기 위해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리오는 고민 어린 한숨을 후우 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정상일 때 나나 지크와 함께 샤워를 하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누구 있을 때 또 저러면 정말 곤란한데‥.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리오가 그렇게 고민에 휩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에는 잠을 자느라 정신이 없었다. 리오는 잠이 든 시에를 팔로 가만히 안으며 TV의 볼륨을 낮추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케빈 선배님, 진짜로 커피숍에 오시는 건 또 뭐예요!”

“무슨, 난 점심 식사를 하러 여기에 온 거니 오해하지 말아. 그런데, 들어오면서 뭐 이상한 점 느낀 거 없어?”

케빈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어오자, 리진은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말을 듣고 보니, 커피숍 안의 여자들 시선이 모조리 한군데에 집중해 있는 것이었다. 리진은 깜짝 놀란 채 시선이 집중된 곳에 자신의 눈을 돌려 보았고, 케빈 역시 그곳에 시선을 돌려 보았다. 구석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흰 코트를 입은 금발의 미남자가 입에 슬림형 담배를 물고 엄청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고, 잠깐이나마 시선을 그 남자에게 빼앗겨 버린 리진은 머리를 흔들고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며 중얼거렸다.

“저, 저런 남자가 이 세상에 있었나? 선배, 어떻게 생각‥읍‥.”

케빈에게 시선을 돌린 순간, 리진은 입을 막으며 창백한 얼굴로 케빈을 쏘아보았고, 케빈은 입에 담배를 문 채 눈을 휘둥그레 뜨며 리진에게 물었다.

“음? 왜 그래 리진? 속이 이상한가?”

리진은 곧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한심하다는 말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똑같이 남자가 담배를 문 장면이라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어머, 눈 버린 것 같아‥.”

“…….”

케빈은 고개를 푹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그들에게 간단한 식사가 나왔고, 둘은 나이프와 포크를 들며 식사를 시작하려 했다. 그때, 검은색 가방을 든 두 명의 험악한 남자가 커피숍 안으로 들어왔고, 식사를 하던 케빈과 리진은 동시에 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운도 지지리 없는 녀석들이군‥.’

‘맞아요 선배. 왜 하필 우리 있을 때‥.’

그들의 예측은 정확했다. 그 두 명의 남자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산탄총과 라이플 등을 꺼낸 후 산탄 한 발을 쐈고, 어디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외치기 시작했다.

“자,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다 내놔라!!!”

“가, 강도다–!!!!”

“아니야! 갱(Gang)이야!! 두 명밖에 안 들어와서 그렇지 밖에 많이 있다구!!!”

“….”

식사를 멈추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던 케빈은 조용히 밖을 바라보았다. 그 남자의 말 그대로, 커피숍 밖엔 십여 명의 무장 건달들이 주위 사람들을 위협하고 강도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커피숍이 맛있게 하긴 하지. 손님도 많고‥.’

강도들의 배치를 눈으로 모두 확인한 케빈은 앞에 있는 리진에게 살짝 윙크를 했고, 리진 역시 준비가 됐다는 듯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들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이봐!! 넌 뭐야!!!”

강도의 목소리에 리진과 케빈은 깜짝 놀라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구석에서 분위기를 잡고 있던 금발의 남자가 무슨 배짱인지 밖으로 나가려 했고, 총을 들고 있던 강도는 황당함에 잠시 멈추고 있다가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봐!! 넌 도대체 무슨 깡으로 나가려는 거야! 네가 무슨 BSP라도 되는 줄 알아!!”

그러나, 그 강도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슬쩍 강도의 옆을 돌아 문쪽으로 향했고 문을 지키던 강도는 순간 당황하며 영화에서 자주 나오던 장면을 다시금 연출하였다.

“이, 이 자식 멈추지 못해!!!”

그 강도는 남자의 이마에 권총을 들이댔고, 금발의 남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늘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친 강도는 이상한 느낌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킥킥 웃으며 그 남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헤헤, 이 총이 뭔 줄 알아? 44구경 매그넘이야. 네놈의 잘난 얼굴 따윈 한순간에 산산조각 내어 버리지‥! 약간 구식 총이긴 해도 사람을 죽이는 덴 충분해!! 자, 어서 너도 가진 걸 다 내놔!!”

그러나, 그 남자의 얼굴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는 강도와 눈을 마주친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살인을 한 경험이 없군.”

순간, 강도는 움찔했으나 다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우, 웃기지 마!! 난 지금까지 날 귀찮게 하는 녀석들은 다 이 총으로 처리해 왔다구!!!”

파악–!!

순간, 그 남자의 오른손이 강도의 얼굴을 덮쳐왔고, 남자는 계속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그럼 쏴 봐. 이러면 귀찮을 테니.”

“읍‥읍‥!!!”

강도는 뭐라고 소리를 치려 했으나 아무도 뭐라 말하려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엔 분노와는 상관이 없는 감정이 실려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리진은 자신 역시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마치 등골이 얼어버린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케빈 역시 다를 바는 없었다.

“이, 이봐!! 그 손 놓지 못해!!!”

그때, 뒤에 있던 강도가 라이플을 들며 소리쳤고, 그 남자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정도 라이플이라면 내 몸을 뚫고 내 앞에 있는 녀석의 몸도 뚫겠지.”

“‥!!”

그 순간, 멀리서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커피숍 안에 있던 강도들은 살았다는 듯 총을 거두고 밖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재빨리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백색 코트의 남자는 강도의 얼굴을 잡고 있던 자신의 오른손을 손수건으로 닦은 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묵묵히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가 나감과 동시에 커피숍 안에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순간 한숨을 내쉬었다. 케빈조차 잔뜩 긴장한 얼굴로 리진에게 묻듯 중얼거렸다.

“‥도,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데 저런 살기를 뿜어내는 거지? 살인 청부업자인가?”

“그, 그러게나요. 지크가 무지 화났을 때도 이 정도의 살기는 뿜어내지 못했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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