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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593화


“헤헷, 자아‥오래간만에 바이오 버그들하고 한판 놀아볼까?”

순찰차에서 내린 지크는 주먹을 풀며 씨익 미소를 지었고, 챠오는 블래스터에 탄창을 새것으로 갈아 끼우며 신호음이 들리는 곳을 향해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하아, 근데 이걸 어쩌나, 바이오 버그 녀석들하고 오래간만에 싸울 생각을 하니 긴장이 갑자기 풀리는군. 챠오 씨야 뭐 바이오 버그들을 언제나 옆에 끼고 사니 걱정은 없으시겠지만. 헤헤헤헷‥.”

“….”

지크의 그런 농담을 들으면 들을수록 힘이 빠지는 챠오였다. 둘은 곧 한참 소란스러운 거리에 들어섰고, 도로 위에 어지러이 널린 건물 파편들을 지나며 주위에 신경을 집중하였다. 지크는 청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감탄을 하며 중얼거렸다.

“야아, 누군지는 몰라도 이거 참 신나게도 놀았군. 바이오 버그 시체들도 근근이 보이는 것을 보니 우리 말고 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데?”

피잉–!!

순간, 푸른색의 빛덩이가 가로등이 모두 나간 탓에 보이지 않는 거리 저편에서 급속으로 날아왔고, 챠오는 급히 몸을 옆으로 젖히며 그 빛덩이를 피하려 하였다.

“-!?”

순간, 그 빛덩이는 챠오가 피한 방향으로 각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직격을 했고, 챠오는 왼쪽 팔에 장비한 소형 장갑판으로 그 빛덩이를 막아낼 준비를 했다.

파악!

그때, 지크가 급히 손을 뻗어 빛덩이를 잡았고, 지크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잡힌 빛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빛덩이는 그리 놀라운 물체가 아니었다. 야구공과 비슷한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이 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곧 빛은 사라졌고, 지크는 손에 잡힌 파편을 악력으로 으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이 정도의 염동 능력이라면 리진하고 비슷한 수준인데‥? 하지만 리진이라면 지금 침대 속에 들어가 있을 텐데 이상하군. BSP는 아닐 테고. 어-이!! 거기 누구야!!!”

지크는 염력이 실린 콘크리트 파편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으나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생체 레이더를 바라보던 챠오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지크에게 말했다.

“‥바이오 버그의 반응은 몇 초 전에 모두 사라졌어. 우리 말고 또 다른 전투 가능 집단이 저쪽에 있어.”

그 말을 들은 지크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다시 떴고, 그의 눈은 적외선 시각 능력을 발휘하는지 붉은색의 빛을 띠었다. 챠오는 여러 번 본 광경이라 놀랍진 않은 듯 지크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보여?”

“‥하나, 둘‥다섯이야. 좋아, 누군지 한번 인사나 하고 올래?”

다시 시각을 정상으로 돌린 지크는 엄지손가락으로 거리 저편을 가리키며 챠오에게 물었고, 챠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지크와 함께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둘의 주위에 꺼져 있던 가로등들이 일제히 들어왔고, 갑자기 주위가 밝아진 탓에 챠오는 눈을 살짝 찡그리며 시야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것엔 시야가 별로 제약을 받지 않는 지크는 손을 흔들며 자신들의 앞에 있는 다섯 명에게 인사를 하듯 말했다.

“헤이-안녕? 아까전에 우리에게 인사한 게 너희들이야?”

지크와 챠오에게서 그럭저럭 떨어진 거리 앞에 선 다섯 중 키가 작은 남자아이는 지크가 그렇게 물어오자 자신의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콘크리트 파편들을 염력으로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당신들은 BSP 중에서도 가장 강한 팀이라는 수도 방위대의 멤버들이죠?”

지크는 눈으로 그 아이의 주위를 돌고 있는 콘크리트 조각들의 숫자를 세며 속으로 의외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리진 이상인걸? 리진도 저 정도 숫자의 물체들을 동시에 움직이지는 못하는데‥. 하긴, 뛰는 여자 위에 나는 아이도 있어야 하겠지. 헤헷‥.’

지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옷, 맞았어. 그런데‥너희들은 뉘신데 우리 일거리를 방해하는 거지? BH(바이오 버그 헌터)? 아니면 명예 퇴직자들?”

지크와 챠오 앞에 선 다섯 명은 엄청난 사이킥 파워를 사용하면서도 여유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몸에 강화복을 입고 있었다. 색도 네 명 모두 각각이어서 구분하기는 매우 쉬웠다. 지크의 물음에, 붉은색 강화복을 입고 있는 청년이 앞으로 나서며 당당히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들은 ‘엔젤 더스트’라고 하는 개인 조직 특수부대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바이오 버그들이 난동을 부리길래 처치하고 바로 가려 했으나 당신들이 온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죠. 전 세계 BSP 중 인원 대비 전력의 비율로 보아 가장 강한 대한민국 수도 방위 BSP의 힘이 어떤 건지 한번 시험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시이험(시험)? 푸훗‥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 청년의 말이 끝난 순간, 지크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챠오는 덤덤하지만 약간 기분이 상한 얼굴로 ‘엔젤 더스트’들을 바라보았다. 지크가 웃자 붉은 강화복의 청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크에게 물었다.

“아, 아니 왜 웃으시는 거죠? 저희는 정중히 말씀을 드린 것뿐인데‥.”

“하하핫‥정중? 너무 뛰어난 유머군 그래.”

지크의 얼굴에선 곧 미소가 사라졌고, 옆에 있던 챠오는 지크의 그 반응을 본 순간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구급차가 필요해.”

지크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가며 약간 화가 난 표정을 지은 채 ‘엔젤 더스트’들에게 거칠게 말하기 시작했다.

“엔젤 더스트? 어디서 굴러 들어온 떨거지 집단인지는 몰라도 감히 우리들을 시험하시겠다? 나도 너희들 얘기는 좀 들었지. 수도권 근처에서 날리고 있다는 것 같은데‥수도권하고 이 서울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나? 미안하지만 이곳 BSP가 최강인 이유가 있다구. 전 세계의 어떤 지역보다 고급 바이오 버그들이 자주 출몰하고, 그 수도 많기 때문에 여기 BSP는 베스트 멤버로 구성된다 이거야. 수도권에서 E급이 될까 말까 한 바이오 버그들과 싸우던 병아리들과는 상대할 시간 없어. 날 열받게 한 대가는 오늘만큼은 그냥 넘어가 줄 테니 그냥 돌아가서 심야 프로그램이나 보시지?”

“그, 그딴 식으로 우릴 말하지 마!!”

그때, 지크의 그런 말에 흥분한 남자아이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는 콘크리트 파편들을 지크에게 빠르게 날렸고, 지크는 순간 허리에 차고 있던 무명도를 휘둘러 파편들을 모조리 조각내어 버렸다. 자신이 날린 콘크리트 조각들이 단숨에 바닥을 구르는 것을 본 남자아이는 움찔하며 뒤로 주춤했고, 지크는 무명도를 다시 집어넣으며 다섯 명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나에게 먼저 시험 문제를 출제해 보시지. 여기 있는 이 지크라는 인간은 BSP 최강이라 불리니까, 너희들의 시험 문제를 풀기엔 충분할 거야. 단, 다섯을 셀 동안 날 한 대라도 맞추지 못하면 내가 문제를 낼 테니 알아서 하라구.”

그러자, 붉은 강화복의 청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군요. 하지만 상처 입으셔도 저희가 치료해 드릴 테니 안심하시고‥.”

“하나.”

지크는 청년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셈에 들어갔고, 결국 엔젤 더스트 다섯 명은 곧바로 지크에게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강화복을 입어서 그런지 그들의 공격은 상당히 재빨랐고, 그들이 강화복 위에 장비한 공격용 장비들은 BSP의 장비 이상으로 우수한 것이어서 공격 역시 상당히 날카로웠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다섯 명의 총공격이 지크 한 명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

사이킥 파워를 쓰는 소년은 자신의 눈과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그 소년은 콘크리트 파편 열다섯 개를 공중에 띄워 동료들과 함께 공격을 가하고 있었으나 목표가 된 남자는 그 공격들을 너무나도 간단히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상대하던 바이오 버그들과는 정말 차원이 틀린 움직임이었다.

“셋.”

“이런–!!”

직접 공격을 가하고 있던 네 명 중, 녹색 옷을 입은 또 다른 청년은 조급한 마음에 팔에 장치한 소형 유도 미사일을 지크에게 발사했고, 미사일은 아스팔트 위로 깔리며 지크에게 빠른 속도로 날았다.

콰아앙–!!!!!

순간, 지크의 발밑에서 큰 폭음이 들려왔고 녹색 강화복의 청년과 다른 엔젤 더스트들은 맞췄다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넷.”

“아, 아니!?”

그러나, 연기가 채 걷히기도 전에 지크의 셈은 계속되었고, 연기가 걷힌 후 엔젤 더스트들은 믿기 힘든 장면을 다시 보고 말았다. 지크가 자신에게 날아온 미사일을 발로 밟아 지면에서 폭발시킨 것이었다.

“다섯.”

지크의 셈은 끝났고, 엔젤 더스트 다섯 명은 그 순간 초긴장 상태에 들어가고 말았다.

“BSP 문제!! 병원 침대의 품질은 어떨까요–!!!!”

지크는 그렇게 외치며 곧장 자신과 제일 가까이 있는 파란색 옷의 여성에게 달려들었고,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지크는 그녀의 안면을 손으로 잡고 그대로 건물 벽에 내동댕이쳤다. 파란색 강화복의 여성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건물 셔터와 함께 건물 안으로 밀려 들어가 버렸고, 그것을 본 회색 옷의 청년은 등에 붙은 부스터를 이용해 공중으로 급히 날아올랐다.

“답을 말해야지 친구!!!”

타악–!

“허억!?”

회색 강화복의 청년은 자신의 뒤에서 지크의 목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현재 자신이 올라간 높이는 건물 7층 높이였기 때문이었다. 그 청년의 뒤를 잡은 지크는 곧장 팔꿈치로 청년의 부스터를 부순 후 양손을 모아 청년을 지면에 쳐 내렸고, 청년은 아스팔트 위에 거꾸로 충돌하며 곧바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것을 본 붉은 강화복의 청년은 혼이 빠진 목소리로 회색 강화복 청년의 이름을 외쳤다.

“저, 정혁!!”

쉬익–!!!

순간, 청년의 얼굴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고 그의 시야엔 미소를 띤 지크의 얼굴이 들어왔다. 지크는 무명도의 날 옆으로 그 청년의 볼을 톡톡 치며 말했다.

“자아‥아직도 학교 놀이를 할 생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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