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가즈 나이트 – 606화


“음음‥오늘은 본부에서 샤워도 했으니 구박받진 않겠네.”

지크는 오토바이를 몰고 집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원래의 퇴근 시간보다 상당히 늦어진 상태였는데, 그 이유는 오늘 벌어진 촬영 사건 때문이었다. 방송국 직원 두명과 저격수 다섯명을 포함해 모두 일곱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은폐가 될 수 없었다. 그 뒷처리 문제 때문에 BSP는 BSP대로 비상이 걸렸고, 방송국과 노아측은 그쪽 대로 비상이 걸려 지크는 설전 사이에 끼어 들어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지크 나름대로 이 일은 시작부터 결과가 보인 일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목숨을 정말로 해하는 일이 결코 ‘쇼’가 되서는 안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BSP정도의 초인들도 바이오 버그들을 상대할때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육체적으로 보통 사람일 뿐인 연예인이 총 한자루로 BSP라는 직업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불행중 다행으로 예고가 나간 일이 없었고 이번 촬영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그들의 측근들 뿐이었기에 촬영중 사고로 꾸며 노아에 대한 것은 쏙 뺄 수 있었다.

‘‥그래도 그 여자 충격이 좀 있을텐데‥.’

지크는 속으로 그렇게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 밤거리를 달리던 지크는 건널목의 정지 신호 때문에 오토바이를 멈춰야만 했다. 늘상 있는 일이고,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받은 초콜렛은 둘 뿐이구나. ‥정확히 말 해 세개지만 리오 녀석에게 전해주라고 리진이 부탁한거니 빼야 하겠지. 그렇지만 왠지 억울하군. 빌어먹을‥음?”

그때, 지크는 멀리 보이는 가로등 밑을 누군가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낮익은 뒷 모습이어서 지크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곧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아, 이런. 바이칼 녀석 저기서 뭘 하는거야. ‥잠깐, 바이칼?”

지크는 신호가 바뀌자 마자 그쪽을 향해 오토바이를 몰고 가기 시작했고, 남색 머리의 청년과 비슷한 위치가 된 지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 으아아악!? 바, 바이칼!!!!!”

지크가 깜짝 놀라며 노상에 까지 오토바이를 몰고 들어가자, 남색 머리의 청년은 인상을 가볍게 쓰며 중얼거렸다.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성격은 여전하군.”

노상에 오토바이를 세운 지크는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마자 바이칼에게 뛰어갔고,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기 시작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너, 너너너너너‥어, 언제 남자로 돌아온거지?”

“‥머리에 총이라도 맞았나 보군. 무슨 헛소리지.”

바이칼은 싸늘한 눈빛으로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던 지크는 결국 손을 뻗어 바이칼의 앞가슴을 짚었고, 바이칼은 깜짝 놀라며 지크의 복부에 일격을 가했다.

“무, 무슨 짓이야!”

지크는 바이칼에게 얻어 맞은 자리가 아프지 않은지 계속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결국 그를 끌고 자신의 오토바이로 향하며 말했다.

“이리 와! 네가 꼭 봐야 할 것이 있다구!!!”

“‥넌 오늘이 제삿날이다.”

바이칼은 지크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시에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리오는 아무리 생각해도 바이칼과 동룡족에 대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지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고개를 숙였고, 그런 리오의 고뇌에 찬 모습을 본 시에는 손으로 리오의 이마를 짚으며 물었다.

“어디 아픈데 있어 리오?”

“‥아냐, 아무것도. 그건 그렇고 시에는 말이 정말 많이 늘었구나.”

그러자, 시에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웅, TV를 많이 보다 보니까. 하지만 아직 몸은 커지지 않고 있어. 그게 참 맘에 안들어.”

“‥마음에 안들다니?”

리오의 질문에, 시에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팔짱을끼며 대답해 주었다.

“레니 아줌마랑 같이 문방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근처 여학교 애들이 날 무슨 동물 바라보듯 한단 말이야. 그래서 손님이 올 때 마다 레니 아줌마는 방 안에 숨기듯 하셔. 왜 다른 사람들은 날 볼때 이상한 물건을 보는 것 같은 눈을 할까 생각해 봤는데, 역시 내 몸이 작아서 그런 것 같아. 마치 원숭이 같잖아.”

“‥그럴지도.”

리오는 빙긋 웃으며 시에의 머리를 부벼주었고, 이해가 안된다는 눈으로 시에가 자신을 바라보자 리오는 거기에 맞춰 말을 해 주기 시작했다.

“‥분명 시에를 처음 보는 사람들의 눈엔 시에가 그렇게 보일지 몰라. 하지만, 널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널 동물처럼 취급하는 사람이 있진 않잖아. 모든 생물들은 처음 접하는 모든 것에 경계를 하게 되어 있어. 처음부터 무턱대고 반기는 존재는 그리 많진 않아. 상대방이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그때부터 그 존재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 그리고 몸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 넌 나와 처음 만났을때 보다 훨씬 컸으니까.”

그러자, 시에는 곧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리오에게 물었다.

“정말?”

“그럼, 정말이고 말고.”

그렇게 화목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도중, 누군가가 현관문을 박차고 안에 들어왔고 리오는 깜짝 놀라며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현관엔 지크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서 있었고, 리오는 곧 피식 웃으며 지크에게 물었다.

“이런, 무슨 일 있는거야? 무슨 유령이라도 본 녀석 같이‥.”

“유령보다 더 대단한 녀석을 데리고 오는 길이야!!”

“‥뭐?”

지크가 진지한 얼굴로 자신에게 소리치자, 리오는 깜짝 놀라며 미소를 지웠고 다시 밖에 나간 지크는 곧 누군가를 데리고 들어오는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리 와 이녀석!!”

“너야말로 놓지 않으면 죽음이다.”

“시끄러! 너 때문에 입은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아!!!”

“난 널 안 다음부터 계속 피해를 입고 있었다.”

곧, 지크는 바이칼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고, 리오는 싱겁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TV에 눈을 돌렸다.

“후, 난 또 누구라고. 부엌에 지크 어머님 계시니 인사나 해 바이‥칼. ‥뭐!?”

리오는 깜짝 놀라며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바이칼은 리오와 지크 둘의 행동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인상을 쓴 채 둘을 바라보았다.

“‥만우절 치고는 이르다 생각하지 않나. 너희들.”

“‥분명 이르긴 한데‥너 언제 기억이 돌아온거지?”

“정신이 나간 것은 너같군.”

바이칼은 투덜대며 시에의 맞은편 소파에 걸터 앉았다. 시에는 약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바이칼에게 인사를 했다.

“오, 오래간만이에요 바이칼.”

“‥지능이 없는 동물은 아니었군.”

시에는 풀이 죽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고, 바이칼은 TV쪽에 눈을 돌리며 말문을 닫았다.

“저어‥리오씨‥.”

그때, 계단 쪽에서 리오를 부르는 낮익은 목소리가 들려왔고 리오는 정신을 집중하며 계단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과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누가 진짜지?”


“‥서룡족이 아니라고?”

리오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이칼에게 물었다. 바이칼은 팔짱을 낀 채 리오와 지크를 바라보며 대답해 주었다.

“서룡족은 눈동자가 붉은 색일 수 없다. 붉은색 눈동자는 동룡족이라는 증거. ‥가즈 나이트 주제에 그것도 구별하지 못하나.”

바이칼의 말을 들은 리오는 아차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동룡족과 서룡족은 인간으로 변했을땐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하지만, 본래의 모습으로 변했을땐 상당히 다르다. 서룡족의 경우 육체적인 강함에 있어선 동룡족을 능가하지만, 동룡족에 비해 술법은 약한 편이었다. 게다가 동룡족은 ‘소울 스톤(여의주)’라 불리는 정신 결정체를 하나씩 들고 다니기 때문에 두 종족의 차이는 확연했다.

“‥잠깐, 만약에 그녀가 동룡족이라면 소울 스톤을 들고 있어야 하지 않나? 게다가 같은 동룡족이 공격을 할 이유도 없잖아. 게다가 너랑 비슷하게 생겼고.”

“‥하여튼 그 여자는 내가 아니야. 서룡족도 확실히 아니다.”

“‥그럼 이런게 아닐까? 너랑 비슷하게도 생겼겠다, 동룡족도 아니겠다‥.”

리오와 바이칼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지크는 진지한 표정으로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고, 리오와 바이칼은 지크를 바라보았다. 지크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한채 바이칼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숨겨진 네 딸.”

“….”

“….”

리오와 바이칼의 얼굴은 곧 굳어지고 말았고, 지크는 태연히 몸을 일으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넌 사실 인간의 여성을 좋아하잖아. 결국 실수로 너와 어떤 여자 사이엔 딸이 태어났고, 그 딸은 널 찾아 방황하다가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슬픈 이야기인가. 아버지를 찾아 방황하다 기억을 잃은 딸, 그러나 아버지는 그녀를 동룡족이라 몰아 세우며 거부하려 하고‥.”

“참아, 참으라고.”

“시끄러워!! 저 녀석은 서룡족의 제왕인 날 유린했단 말이다!!!”

리오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채 바이칼을 말리며 밖으로 나갔고, 바이칼은 몹시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힌채 숨을 거칠게 쉬어 대며 지크를 계속 쏘아보았다. 리오가 바이칼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자, 소파 뒤에 숨어있던 지크는 몸을 일으키며 떫은 표정을 지은채 중얼거렸다.

“‥성격 참 나쁘네. 저러니 누가 데려가.”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