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13화
“최고위 악신 ‘아롤’이 개조한 다섯 명의 여성, 그들이 바로 ‘데스 발키리’다.”
“아롤이? ‥3대 고위신 중 한 명이 개조한 것이라면 상당히 강하겠군. 그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지?”
BSP 건물 쪽으로 가며 슈렌의 설명을 듣던 리오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고, 슈렌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해 주었다.
“‥확실히는 몰라.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하면 돼. 하지만 개조된 시기가 상당히 짧기 때문에 경험상으로 따지면 휀과 바이론, 너 세 명에겐 미치지 못할 거야.”
“가즈 나이트와 비슷한 수준이라‥그럼, 아롤이 힘 좀 썼을 것 같은데?”
“신계의 시간으로 5000년간 수면을 해야 한다는군. 악신 쪽의 세력이 약간 위축되었다고 해도 틀리진 않지만 데스 발키리의 영향으로 그렇지도 않을 전망이야. 아롤이 없는 동안 그 뒤를 맡을 악신계 2위의 ‘하데스’는 고신이었을 때부터 그리 호전적이진 않았기에 우리 쪽과는 마찰이 크게 없을 것 같아.”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데스 발키리들이 왜 지크를 시험하려 하는 거지?”
“지크는 경험에 비례한 힘의 성장 속도가 가즈 나이트 일곱 명 중 최고야. 역시 경험이 적은 데스 발키리 쪽에선 지크를 실험 대상으로 노리는 게 당연하겠지. 하여간 난 그것을 막기 위해 여기 왔어.”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랬군. 하긴, 네가 괜히 이곳에 올 이유는 없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차가 한 대 있는데‥.”
리오의 말에, 슈렌은 아래쪽을 흘끔 바라보았다. 하지만 도로를 통과하는 차들이 상당히 많았기에 어떤 차가 BSP 본부로 향하는 차인지 알기는 힘들었다. 슈렌은 다시 시선을 멀리 보이는 BSP 본부 쪽으로 돌려 보았다.
※※※
“호오‥!! 꽤 강한데‥!!!”
지크는 자신과 칼을 맞대고 있는 아란에게 힘겹게 말했고, 아란 역시 상당히 힘든 듯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우리들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진 남자답군요‥! ‘디아블로’님께서 선신계엔 저희를 상대할 자가 대 천사장 벨제뷰트 외엔 없다고 했는데‥가즈 나이트를 상대로‥괜히‥자만한 것 같군요!!”
파앙–!!
둘은 서로 상대를 밀친 후 재차 격돌을 하기 시작했다. 지하 주차장 사방으로 튀는 불꽃과 마찰음을 보고 듣던 존 박사는 갑자기 밀려오는 허무감에 자신이 가져다 놓은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 하핫‥괜히 바보가 된 느낌이군‥. 보통 사람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스피드를 5분 동안 낼 수 있는 괴물 같은 지구력이 인간의 몸에서 나오다니‥하하하핫‥. 내 아이들은 장난감이란 말인가‥? 하하하하핫‥.”
5분여에 걸친 지크와 아란의 대 격돌에 의해 지하 주차장의 콘크리트 기둥들은 거의 남아난 것이 없었다. 무우처럼 잘려 나가 바닥을 뒹굴고 있는 것은 기본이었고, 둘의 직접 공격에 의해 가루가 된 기둥들도 상당수였다.
“이런, 기전력(氣電力)이‥!!”
지크는 자신의 몸에 흐르던 스파크에 힘이 떨어지자 아란과 거리를 벌린 후 다시 몸에서 스파크를 뿜어 내었고, 아란 역시 숨을 돌리며 떨어진 기와 힘을 보충해 보았다.
“어머〜아란, 고생하는구나?”
둘의 격전이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그때, 갑자기 주차장 입구에서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지크와 아란의 시선은 그쪽으로 돌려졌다. 주차장 입구엔 두 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한쪽은 눈가에 붉은 화장을 한 동양계 여성이었고, 한쪽은 스포츠 머리의 백인 여성이었다. 둘 다 키는 아란과 비슷한 정도였고, 지크의 눈엔 둘 다 아란과 같은 데스 발키리로 보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한 듯, 아란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츄우, 레베카‥? 후훗, 너희들이 어쩐 일이지?”
그러자, 단정한 검은 머리의 동양계 여성 ‘츄우·란’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내리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호홋, 어쩐 일이긴. 동료를 도와주러 온 착한 소녀들이지. 안 그래 레베카?”
짧은 사각 스포츠 머리의 백인 여성 ‘레베카·프람베르그’는 허리 양쪽에 손을 대며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네가 가즈 나이트에게 당하기라도 한다면 아롤 님이 깨어나신 뒤에 할 말이 없어진다구. 그리고, 가즈 나이트라는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야. 하하하하하핫!!”
둘의 말을 들은 아란은 들고 있는 칼 오니마루를 어깨에 기대어 든 후 피식 웃었다. 그것을 본 지크는 이제 전투가 끝났나 싶은 생각에 무명도 끝을 내렸고, 그 모습을 본 츄우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지크에게 말했다.
“어머, 오빠 너무해잉〜. 우린 아직 가즈 나이트하고 싸워보지도 못한 소녀들이라고요! 자자, 아란은 좀 쉬게 할 테니 이제 우리랑 싸워요!”
“뭐, 뭐라고!?”
지크는 순간 정신이 멍해짐을 느꼈다. 지금 아란이라는 여자와 싸우는 것도 힘겨운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 펄펄 날 렐 게 분명한 그녀들과 또 싸운다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뿐이었다. 지크는 어디서 용기를 얻었는지 무명도를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씨익 웃었다.
“‥헤헷, 좋아 맛을 보여주‥.”
“거기까지다. ‥뭐하는 거야 지크.”
그때, 츄우와 레베카의 뒤에서 지크의 귀에 친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크는 곧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무명도의 끝을 내렸다.
“휘유–정의의 사자 등장이군. 어라? 이게 누구야, 슈렌 오빠 아니야? 헤헤헷‥언제 온 거야 넌?”
츄우와 레베카는 곧 자신들의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뒤엔 원래 복장을 갖춘 리오와 슈렌이 서 있었고, 리오는 머리를 긁적이며 옆에 있는 슈렌에게 나지막히 물었다.
“‥저 여자들이 그 ‘데스 발키리’‥?”
“으음.”
슈렌은 헝겊을 둘러 둔 자신의 창, 그룬가르드를 엄지손가락으로 매만지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때, 슈렌의 앞에 츄우가 바짝 접근해 왔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어린 소녀처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어머머머머머〜말로만 듣던 신계 최고의 로맨티스트 슈렌 님이시군요. 호호호홋, 영상으로만 보다가 실제 모습을 보니 더 가슴이 뛰네요. 난 몰라잉〜. 전 츄우·란이라 해요. 잘 부탁해요 슈렌 님♡”
“….”
슈렌은 묵묵히 츄우를 바라보았고, 잠시 분위기가 소강된 것을 느낀 츄우는 넓은 소매로 자신의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들의 모습을 보던 리오는 속으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악신 계열의 특수부대라 그런지 인격 파탄자가 좀 있군‥.’
그렇게 생각하던 리오의 눈에, 지하 주차장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는 아란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란 역시 리오와 시선을 마주쳤고,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리오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디선가 그녀를 만난 것 같은‥그것도 이상할 정도로 반가운.
“‥후훗, 당신이 바로 소문난 바람꾼인 리오·스나이퍼 씨군요. 과연 바람꾼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인데요? 딱 내 타입이야‥후후훗‥.”
“‥음? 아아‥그런가? 이상하게 소문이 났군.”
리오는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가다듬은 후 빙긋 웃으며 답했고, 아란은 묶은 머리를 푼 뒤 츄우와 레베카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 두 사람의 시험은 너희들에게 맡기겠어. 바람의 가즈 나이트에 대한 시험은 끝났으니까. 자, 난 호텔에 가서 샤워나 할게. ‥리오 씨도 함께 가시겠어요? 후후후훗‥.”
리오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지금은 이 아가씨들과 일을 처리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래요? 아쉽군요. 후훗‥. 자, 그럼 다음에 또.”
아란의 모습은 곧 사라져 갔고, 그녀가 있던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오는 곧 디바이너를 뽑으며 슈렌에게 말했다.
“‥둘은 내가 맡을 테니 넌 지크를 좀 도와줘. 지크 녀석 지금 기진맥진한 것 같으니까. 그리고 BSP 본부가 당하면 좀 귀찮아지거든.”
“‥음.”
슈렌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지하 주차장의 입구로 향했다.
그때, 아무도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리오와 슈렌도 까맣게 잊고 있던‥.
“잠깐! 이곳은 저녁 아홉 시 이후엔 민간인의 출입을 금하며, 현재는 비상중이기 때문에 더더욱 접근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을 공무집행 방해죄 및 국제연합 시설물 무단 침입죄로 모두 체포하겠습니다!”
리오를 비롯한 모두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차에서 막 내린 루이가 권총을 든 채 서 있었다. 결국, 그중에서 제일 놀란 사람은 지크였다. 지크는 허겁지겁 주차장 밖으로 뛰어 나오며 루이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런 바보!! 루이, 어서 돌아가!! 이곳은 위험하다구!!!”
“지크‥?”
약간 지저분해진 지크의 모습을 본 루이는 들고 있던 권총을 아래로 슬그머니 내렸다. 그때, 루이의 말이 귀에 거슬리게 들렸던 레베카가 손에 기를 집중한 뒤 루이 쪽으로 조준하며 소리쳤다.
“에이–귀찮단 말이야!! 법이고 뭐고 닥치고 이거나 먹었!!!!”
레베카의 손에선 곧 커다란 기탄이 루이를 향해 튀어 나갔고, 리오는 곧장 그 기탄을 없애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날아가는 속도를 잡기엔 그리 빠르지 못했다.
파앙–!!!
순간, 슈렌의 그룬가르드가 리오의 어깨 위를 빠르게 지나갔고, 기탄은 그룬가르드와 충돌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으아앗–!!!”
“큭!”
리오에게 있어선 그리 강한 폭발이 아니었기에 리오는 그저 팔로만 막아도 피해가 없었지만, 루이는 달랐다. 정면으로 맞지 않아 죽음의 위협에선 벗어났지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지점에서 폭발이 일어났기에 그녀는 온몸에 큰 충격을 받으며 뒤로 멀찌감치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리오와 슈렌은 즉시 루이 쪽으로 달려갔고, 지크 역시 그쪽으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녀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몸에 받은 충격이 컸기에 리오는 한숨을 푸우 쉬며 지크와 슈렌에게 말했다.
“‥할 수 없지. 슈렌, 이 아가씨를 의무실로 좀 데려가줘. 지크는 슈렌의 안내와 함께 지금 본부 내에 침입했다는 녀석들을 좀 처리해 주고. 저 둘은 내가 맡겠다.”
“‥괜찮겠어? 꽤 세다구.”
“너희 본부 걱정이나 해.”
셋은 곧 다시 일어섰고, 슈렌과 지크는 루이를 데리고 지하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사람이 리오 혼자 뿐이자, 츄우와 레베카는 상당히 화가 난 표정으로 리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으앙? 이봐요 이봐!! 우린 더 많은 가즈 나이트들을 시험해 봐야 한단 말이에요! 당신 혼자 가지고 놀아봤자 재미도 없구요!!”
“당신이 아무리 공격력 최고의 가즈 나이트라지만 이건 우리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라구! 진짜로 할 생각이면 각오해!!!”
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리오는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츄우와 레베카는 순간 말문을 닫았다. 리오는 디바이너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둘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와 슈렌이 뒤로 접근하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주제에 날 이기겠다‥훗, 괜찮은 개그군. 자아‥말하기도 귀찮으니 이제 천천히 즐겨 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