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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30화


“윽‥으으으윽‥!!!”

처크의 장례식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온 지크는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혔고,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린 채 흐느끼기만 할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지크의 방문을 노크하려던 리오는 안쪽의 상황이 들렸는지 손을 거두고 아무 말 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1층 거실엔 티베와 마키에게 위로를 받고 있는 레니의 모습이 있었고, 리오는 한숨을 쉬며 그녀들의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리오는 레니에게 조심스레 지크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지크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일이 처음이었습니까? 지크가 우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라서요.”

리오의 물음에, 레니는 잠시 동안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은 후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해 주기 시작했다.

“‥지크가 어렸을 때‥아마 열두 살 정도 되었을 때의 일이었을 겁니다. 그때, 대학생이던 저는 혼자인 지크가 집에서 심심하지 않게 애완견을 한 마리 기르게 되었죠. 지크는 그 개를 정말 좋아했답니다. 잘 때도 끌어안고 잘 정도였죠. 그런데‥1년이 되어갈 무렵, 지크와 함께 산보를 하던 개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답니다. 사실 지크의 실수가 더 컸지요. 반드시 공원 안에서 개와 놀아야 한다는 말을 잊고 그 당시 길가에서 원반 던지기를 했었답니다. 결국, 지크가 던진 원반이 도로변으로 날아갔고, 개는 달려오는 차에 치여 그대로‥. 그 광경을 눈앞에서 직접 본 지크는 며칠 동안 하염없이 울었답니다. 그 이후로, 지크는 애완동물을 집에서 기르지 않게 되었지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지크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리오는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날 밤, 리오는 슈렌과 함께 모닥불 옆에 앉아 말없이 지크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약하다면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지크의 마음에 생긴 상처에 대한 것이 주였지만, 이런 상태로는 지크가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슈렌,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리오는 장작 하나를 불에 던져 넣으며 슈렌에게 물었고, 정좌를 한 채 앉아 있는 슈렌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다가 조금 후 나지막히 대답해 주었다.

“‥스스로 깨우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상처 입은 건 지크의 마음이고, 약할 대로 약한 것 역시 지크의 마음이니 지크 자신 외엔 일깨울 사람이 없겠지.”

“‥그렇군.”

그때, 세이아의 집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고 리오는 흘끔 그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재미난 얘기를 하고 계시는 거죠? 후훗‥같이 들어볼 수 있나요?”

리오는 간편한 복장을 입고 있는 아란이 자신을 바라보며 물어오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재미는 보장 못 해.”

아란은 리오와 맞은편에 앉았고, 리오는 다시금 슈렌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지크의 ‘그때’ 상태‥. 결코 좋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아직 자신의 힘을 완전히 알지 못해서 그렇겠지.”

“그런가‥.”

그때, 얘기를 듣고 있던 아란이 손으로 턱을 괴며 리오에게 물었다.

“‥얘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대충 들어서 저도 알고 있어요. 후훗‥리오 씨, 당신도 몇 번은 그렇게 힘의 제어에 실패한 적이 있지 않나요?”

“‥?”

리오는 아란을 흘끔 바라보았고,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어디 보자‥가즈 나이트가 되었을 당시, 당신은 무슨 이유로 인해 광분하여 한 나라를 멸망시켰죠. 그 나라의 어린 왕자와 공주까지 처참히 살해했고‥.”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리오는 눈을 부릅뜨며 아란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란은 재미있다는 듯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또 하나 들어볼까요? 이건 최근의 일인데‥. 당신은 마법에 걸린 여자 친구가 잠재된 마력을 이용해 도시 하나를 날리자, 역시 광분하여 그 여자의 머리를 그 보라색 칼로 잘랐죠. 그때 그녀는 분명히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에요. 아마 그 이후로 당신의 머리 스타일이 좀 달라졌죠? 후후훗‥.”

“‥상당히‥자세히 알고 있군. 기분이 나쁠 정도로‥!”

리오는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다. 그것을 알고 있는 슈렌은 아란의 말을 막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를 돌아보았으나, 아란의 얘기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래요? 기분이 나쁘단 말이죠‥훗. 그럼 당신 역시 그 지크라는 남자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어요.”

“‥뭐?”

“당신은 자제력을 잃을 정도의 일을 당했을 때, 그 주위에 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날려 버리는 습관이 있죠. 지크라는 남자 역시, 그 처크라는 남자가 심한 부상을 입고 있는 것을 목격하자 당신과 똑같이 광분하며 자제력을 잃어버렸죠. 당신이라는 남자는 정신을 차린 뒤 마음속 깊이 후회를 하며 돌아다니죠. 지크라는 남자 역시 지금 후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애처럼 울고 있는 것이에요. 다를 것이 있나요? 있으면 확실히 얘기해 보세요.”

“….”

리오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슈렌은 아란이 보기보다 생각이 깊은 여자구나 생각하며 둘의 대화엔 끼지 않기로 생각했다. 한편, 아란이 리오에 대한 웬만한 사실을 알고 분석까지 하는 것에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적이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상대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아란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당신이나 지크 씨나,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은 같아요. 물론 시기는 다르지만. 당신들은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뭐, 그대로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하여튼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선 성장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 말을 들은 리오는 졌다는 듯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리오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란, 당신은 그 ‘소중한 것’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나? 나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상당히 잘 아는 사람처럼 얘기를 하는군.”

그러자, 아란은 리오를 바라보며 빙긋 웃어 보였다. 리오는 그때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의 미소는 지금까지 자신이 본 아란의 요염한 미소와는 다른 순수한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일은 없지만, 절 소중하게 생각하던 사람으로부터 떠난 일은 많아요. 후훗‥.”

“….”

리오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란 역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일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슈렌은 두 붉은 머리의 남녀를 보며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 역시 리오와 아란이 한두 번 같이 있어본 사이가 아니라는 기분이 든 탓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아란의 말이 리오에 대해 뒷조사를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리오에 대해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의 말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데스 발키리, 아란 슈왈츠‥. 도대체 무슨 비밀을 가진 것이지‥?’

슈렌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

다음 날 아침, 지크는 일찌감치 일어난 뒤 리오가 있는 집 앞으로 나갔다. 나무에 기대어 자고 있는 리오를 본 지크는 곧 그에게 다가갔고,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잠을 깨우기 시작했다.

“음‥음? 지크? 아침부터 웬일이지?”

리오는 눈을 부비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지크는 평상시와는 다른 진지한 얼굴로 리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와 일대 일을 해 보자. 리오.”

그 순간, 리오는 잠이 확 깨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고, 지크를 바라보며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음? 무슨 소리야 지크? 갑자기 나와 일대 일을 하자니, 정신이 있는 거야?”

“지는 게 뻔하다는 건 나도 알아!! 내 몸이 부서져도 좋으니 상대를 해 달라고!!”

지크가 큰 소리로 외치자, 리오는 그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단시간 내에 강해지는 것은 이 방법이 좋을진 몰라도, 결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어. 게다가 우리가 대련을 할 때 동룡족이나 바이오 버그들이 쳐들어온다면 어쩌려고.”

“바이칼이나 슈렌이 있잖아! 그 여자들도 있고!”

리오는 지크의 마음을 이미 말로는 바꾸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장소는 네가 정해.”

“‥BSP 본부 앞. 지금 가자.”

………………………… . . . . .

리오와 지크는 정식으로 붙어본 일이 단 한 번밖에 없었다. 그땐 물론 지크의 완패였지만, 지금 리오는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다. 사실 지크는 그때부터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해 왔고, 스피드만큼은 리오 이상으로 빠른 상태였다. 리오는 심호흡을 하며 가슴의 긴장감을 덜어 보았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넬이 직접 돌아다닌 결과 참관을 온 리진은 같이 온 챠오에게 말했으나, 챠오는 묵묵히 지크와 리오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역시 구경을 온 넬은 같이 온 라이아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넌 누가 이길 것 같니? 선배, 아니면 리오 형.”

“지크 오빠가‥100% 패배해.”

라이아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사실 지크도 알고는 있었다. 지금의 실력으로는 리오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알면서도 그가 리오에게 도전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힘을 일깨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라이아와 싸울 때, 그는 기전력 대신 바람을 몸에서 뿜어냈고, 공기의 기류를 읽어 기가 느껴지지 않는 라이아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으며 기분마저도 상쾌했었다. 그러나 그때 한 번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그 능력을 발휘한 역사가 없었다. 그 능력을 깨닫고 더욱 강해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더 이상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기 싫은 어린아이 같은 소망 때문이었다.

지크는 자신의 장갑을 조이며 리오에게 말했다.

“‥자아, 시작하자 리오. 관중도 꽤 모였으니까.”

“‥그래. 자아, 봐주는 건 없다 지크.”

리오는 디바이너를 뽑아 든 후 한 손을 뒤로 가렸다. 무명도에 손을 가져가던 지크는 리오가 그 자세를 취하자 흠칫 놀라며 권격 자세를 취하였다. 리오의 자세를 많이 보아 왔던 그였지만, 지금의 자세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젠장, 동작을 읽을 수 없어. 왜 갑자기 자세를 바꾼 거지?’

그렇게 대치하고 있는 둘을 보던 챠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고, 그녀의 반응에 리진은 깜짝 놀라며 챠오에게 물었다.

“왜? 왜 그러는 거야 챠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리오 씨, 지크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야. 저 상태로는 이길 수 없어.”

“‥뭐?”

리진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반문을 던졌고, 챠오는 팔짱을 끼며 대답을 해 주었다.

“‥지크가 지금까지 몇 미터 떨어진 상대를 간접 공격으로 쓰러뜨린 것을 몇 번이나 봤지? 내 기억으론 거의 없어. 리오 씨의 자세는, 다른 한쪽 팔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이 나올지 알 수 없어. 특히 리오 씨 정도의 고수는 말이야. 접근을 해서 직접 공격을 해야만 하는 지크로선 반격 당하러 가는 것과 같아.”

“‥그런‥!!!”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지크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편, 구경을 온 데스 발키리들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과자를 먹으며 재미있게 관람을 하고 있었다. 그런 대조적인 상황 안에서, 지크는 리오의 지금 자세를 어떻게 깰 것인가를 등에 땀이 맺히도록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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