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35화
“플루소‥. 오래간만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만난 것 같군‥.”
슈렌은 평소와는 다른 무서운 눈으로 동룡족 장군 플루소를 바라보며 인사 아닌 인사를 했고, 플루소는 무엇이 그리 기쁜지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사악하다면 사악하다고 할 수 있는 웃음이었지만‥.
“호오‥그러신가? 난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후훗, 좋아‥. 말은 필요 없어!! 오늘로서 너에게 진 빚을 갚겠다!! 각오해라, 가즈 나이트!!!!”
그녀의 일갈과 동시에 그녀의 팔에선 삼절곤이 뱀처럼 몸체를 꿈틀대며 슈렌을 향해 빠르게 뻗어 나갔고, 슈렌은 삼절곤의 사정거리 밖으로 몸을 비키며 플루소의 기습 공격을 피해냈다.
퍼억–!!!!
순간, 슈렌의 가슴팍에서 충격음이 들려왔고, 생각보다 큰 타격을 입은 슈렌은 중심을 잃으며 뒤로 비틀거렸다.
“‥!!!”
그룬가르드로 간신히 무너지던 중심을 회복한 슈렌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그에게 첫 일격을 가한 플루소는 씨익 웃으며 슈렌에게 소리쳤다.
“후훗‥하하하핫!!! 어떠냐!! 죽는 것은 간신히 면했다만 다음 공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분노의 일격을 받아랏!!!!”
곧바로, 플루소의 손에선 다시금 삼절곤이 뻗어 나갔고, 슈렌은 이번엔 기로 몸 주위를 보호한 채 플루소의 공격을 피해 나갔다.
파앙!!
“‥!”
분명 슈렌의 시각으로도, 느낌으로도 삼절곤 자체의 물리적인 공격은 확실히 피한 상태였다. 그러나 플루소의 공격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이단(二段)의 공격이 슈렌을 덮쳐오고 있었다. 슈렌이 계속 방어만 하고 있자, 플루소는 더욱 기세를 올려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핫–!!!! 어서 반격을 해 보시지!!! 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그 잘난 수라도(修羅刀)를 꺼내 보란 말이다!!!”
“….”
슈렌은 아무 말 없이 방어만을 계속 할 뿐이었다.
※※※
주룡, 쥬빌란은 동룡족 최고 기함인 칠두지룡의 모니터실에서 말없이 와카루가 제공하는 전 세계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쥬빌란은 즐겨 마시는 황도주(복숭아로 담근 술)에 입을 살짝 대며 옆에 서 있는 부관에게 물었다.
“‥유럽이라는 곳과 아프리카라는 곳은 이미 점령이 끝난 상태고‥아직 저항이 강한 곳은 북미 대륙과 러시아, 그리고 극동 아시아란 말입니까.”
“예, 그렇사옵니다 마마. 그리고 오세아니아 대륙은 3일 내로 점령이 가능할 것 같사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극동 지역‥특히 한국과 일본이라는 곳은 북미 대륙의 인간들 이상의 저항을 보이고 있사옵니다.”
대강의 답변을 들은 쥬빌란은 술잔을 옆에 내려놓으며 부관을 흘끔 바라보았다.
“그렇게 작은 나라가 왜 그 정도의 저항을 보이고 있습니까. 궁금하군요.”
“예.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보에 없는 강력한 기동 병기들이 다수 배치가 되어 있었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일명 ‘에스퍼’라고 불리는 강력한 염능력의 소유자들이 다수 있어‥.”
순간, 쥬빌란의 차가운, 그렇지만 누구 못지 않게 아름다운 얼굴이 굳어졌고, 그의 부관은 말문을 닫고 말았다. 쥬빌란은 다시 술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정신력으로 볼 때 어떤 생명체보다 강할 수밖에 없는 동룡족의 군대가 인간과 같은 하등 동물의 정신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이군요.”
“며, 면목 없사옵니다 마마!! 하지만, 인간의 정신력이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진화가 된 상태라‥.”
부관의 변명을 들은 쥬빌란은 조금 후 피식 미소를 지었고, 다시 술잔에 입을 가져가며 낮은 목소리로 부관에게 말했다.
“‥그렇게 어렵다면 그곳엔 우리 군대를 배치하지 말길 바랍니다. 괜히 오래된 인간의 일에 우리 종족의 소중한 피를 흩뿌릴 필요는 없겠지요.”
부관은 그제서야 살았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한참 모니터를 바라보던 쥬빌란은 다시 부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J계획’ 탐색을 위해 파견된 플루소 장군으로부터 연락은 왔습니까.”
“예, 즉시 알아보도록 하겠사옵니다 마마.”
부관은 곧 자신의 소울스톤을 꺼낸 뒤 양손으로 감싼 후 정신력을 집중했고, 잠시 후 소울스톤을 다시 집어넣으며 쥬빌란에게 말했다.
“약간 좋지 않은 일이 생겼사옵니다 마마. 플루소 장군께서 현재 일대일로 가즈 나이트 한 명과 대치 중이라는 보고가 들어왔사옵니다.”
그러자, 쥬빌란은 고민스럽다는 듯 눈을 살짝 감은 후 오른손 검지를 이마에 가져갔고, 조금 후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
“‥플루소 장군 정도의 실력자라면 웬만한 가즈 나이트에겐 당하지 않겠지만‥. 상대가 리오 스나이퍼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플루소 장군의 부관에게 상황이 나빠지면 내 이름으로 후퇴 명령을 내리도록 해 주십시오. 물론 플루소 장군에게 말입니다.”
“예, 삼가 받들겠사옵니다 마마.”
※※※
한편, 왠지 모르게 슈렌 쪽의 상황을 모르고 있는 리오는 계속 넬과 대화를 하며 자신의 검을 닦고 있었다.
“형, 형. 슈렌 형의 능력은 그럼 어느 정도예요? 상당히 강할 것 같은데‥.”
“슈렌? 음‥슈렌이라‥. 그룬가르드를 쓸 때의 슈렌은 ‘그런 대로’ 강하지만, ‘수라도’를 쓸 때의 슈렌은 정말 강하지. 나도 함부로 건들지 못할 정도니까. 아마 바이론이나 휀도 수라도를 쓰는 슈렌은 인정해 줄 거야.”
그러자, 넬의 큰 눈은 더욱 크게 빛나기 시작했고, 리오의 팔에 찰싹 달라붙으며 계속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럼, 그 ‘수라도’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나도 입이 무거운 편은 아니군‥.’
리오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수라도는 그룬가르드의 또 다른 모습이지. 일명 ‘명계의 불꽃’이라 불리는 무기인데‥아, 이 이상은 답변을 못 해주겠구나. 미안 미안.”
“으악!!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넬은 결국 그렇게 소리치며 리오의 목을 팔로 조르기 시작했고, 리오는 웃으며 그만하라는 말을 연거푸 되풀이했다. 그러나, 사실 리오는 넬에게 지금처럼 대답을 안 할 생각은 없었다. 갑자기 그의 생각이 바뀐 이유는 간단했다. 세이아의 집 쪽에서 자신과 넬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탓이었다.
‘‥당신들에게 쉽게 이런 정보를 줄 수는 없지. 알고 싶으면 직접 몸으로 느껴보는 게 좋아.’
리오는 세이아의 집 쪽을 향해 살짝 윙크를 했고, 집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리오를 지켜보던 아란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훗, 재미 없는 남자‥.”
그때, 아란의 눈에 멀리서 누군가가 전력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들어왔고, 아란은 정색을 하며 그곳에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리오!! 리오!! 동룡족의 부대가 쳐들어왔다구!!!”
“‥!”
리오는 곧 넬을 떼어놓은 후 지크에게 다가갔고, 지크는 발을 멈춘 후 숨을 진정시키며 리오에게 자신이 보았던 상황까지를 얘기해 주었다. 리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에게 묻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 대규모 전력은 아니지만 슈렌이 정색을 하며 널 여기로 보냈다 이거지? 좋아, 약간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이니 한번 가 보자. 지크는 여길 맡아 줘. 넬은 바이칼을 불러주고. 어서!”
“이봐!! 나도 좀 싸우게 해 달라고!!!”
지크는 슈렌과 리오가 자신을 연락병과 수비병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결국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리오에게 따지고 들기 시작했지만, 리오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일관하며 잠에서 덜 깬 바이칼이 어기적거리며 나오고 있는 텐트로 달려갈 따름이었다.
“이번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잖아. 그럼 부탁해.”
“싫어 임마!!!”
한편, 바이칼은 텐트 안에서 자신의 망토를 챙겨 나오고 있는 리오를 졸린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이번엔 내가 여길 맡으면 안 될까‥.”
“음? 왜?”
리오가 의아한 눈으로 자신에게 되물어오자, 바이칼은 주먹으로 양 눈을 비비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나 졸려‥.”
“….”
리오는 바이칼의 얇은 허리를 안아 텐트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