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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38화


“‥그렇습니까. 결국 드래고니스까지 등장했군요.”

주룡, 쥬빌란은 황도주를 조금 들이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앞에 소집된 동룡족 장군들 중, 가장 연륜이 높고 강한 ‘쿠르퍼’는 커다랗게 흉터가 난 자신의 팔을 매만지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잘된 일 아닙니까 마마. 서룡족과도 결판을 내야 하고, 또 그 가즈 나이트와도 승부를 내야 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지금 이 세계에 소집된 군대도 예전 용족 전쟁때 소집되었던 인원에 뒤지지 않으니, 상당히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지요.”

그러자, 다른 장군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쥬빌란은 달랐다. 그는 마치 장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귀공은 벌써 자신의 팔에 난 상처와, 자신의 눈 앞에서 일격에 사라져가는 6만 군사의 모습이 잊혀진 모양이군요.”

“‥아‥.”

순간, 쿠르퍼 장군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고 말았다. 다른 장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용족 전쟁에 참가했던 장군 120명 중에서 29명이 단 한사람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오른 탓이었다. 쥬빌란은 술잔을 입에 가져가며 장군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저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쓸데없는 희생은 치루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플루소 장군님 께서는 말입니다.”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마마.”

칠두지룡에 돌아온지 얼마 안된 플루소는 어두운 표정을 지은 채 쥬빌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이윽고, 쥬빌란은 술잔을 놓은 뒤 자세를 바로하며 장군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정보대 ‘사루’ 장군, 이 세계에 나타난 서룡족의 군대는 어디에 있으며, 또 얼마나 있습니까.”

그의 질문에, 장군들 중에서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사루가 고개를 약간 들며 보고를 시작했다.

“예. 네시간 전에 차원 이동을 하여 나타난 서룡족의 군대는 주력인 드래고니스와 드래고니스 호위 함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함선 숫자는 약 12만이며, 드래고니스는 현재 한국의 수도 상공에, 그리고 호위 함대는 대기권 밖에 정박하고 있습니다. 원 차원계에 있는 정보 함대의 보고에 의하면, 서룡족의 기동 함대와 다른 4대 용왕들의 함대가 한곳에 집결하여 추가로 도착을 할 것 같습니다. 예상되는 총 함선 수는 대략 30만 정도입니다.”

“‥30만이라‥. 부관, 이 세계에 있는 우리 함대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예, 현재 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함선의 총 숫자는 25만 정도입니다. 다른 세계에 흩어져 있는 기동 함대와 군주들의 함대를 소집한다면 3일 내로 40만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보고를 들은 쥬빌란은 곧 검지 손가락을 이마에 대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함선의 성능 차이를 감안할 때 거의 비슷한 전력이군요. 알겠습니다. 다른 장군들께선 경청하시길 바랍니다. 아직 우리 동룡족과 서룡족은 서로 선전포고를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쓸데없는 도발 행위는 삼가해 주십시오. 그리고 드래고니스엔 현재 리디아 공주가 포로로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그쪽엔 가즈 나이트들이 세명이나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우리쪽이 현재는 상당히 불리합니다. 잘 생각하고 행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자, 이제 귀공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장군들 중 서열 15위의 젊은 장군, 란바랄이 몸을 일으키며 쥬빌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란바랄, 그는 쥬빌란과 동갑이면서 또한 서룡족과 동룡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쥬빌란이 그를 장군까지 임명한 것에 상당한 반발을 했지만, 쥬빌란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그는 플루소와 함께 서룡족 사이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축에 드는 장군이었다. 그가 참가한 국지전에선 거의 패배가 없었고, 전룡단 단장 중 최강이라 불리는 ‘릭·발레트’와도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물론 릭·발레트의 상황이 최악이었다고는 했지만 검을 사용하는 전투에선 약한 동룡족으로선 최고의 성과였다. 이런 실력과 강한 책임감으로 인해 쥬빌란은 그를 상당히 신임하고 있었다.

“극동 아시아 문제입니다. 아직 한국과 일본이 끈질긴 저항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서룡족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제외한다 치지만, 일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인간들 사이에선

‘사이킥 유저’

라 불리는 그 염동 능력 사용자들 때문에 우리 동룡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치욕에 가깝습니다. 부디 저에게 일본 수도의 토벌을 허락해 주십시오.”

쥬빌란은 란바랄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뜻이 담긴 미소가 아니었다. ‘너라면 충분하고도 남지’라는 미소에 가까웠다.

“좋습니다. 병사와 물자는 알아서 준비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서룡족이나 가즈 나이트들이 방해를 할 경우 그냥 퇴각해 주십시오. 그것에 대해선 책임 추궁을 하지 않겠습니다.”

“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마마!!!”

그 이후로 의견은 없었다. 쥬빌란은 곧 고개를 끄덕인 후 장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북아메리카와 러시아에 관한 일은 여러분들이 잘 알아서 해 주십시오. 그럼, 오늘의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푹 쉬시도록.”

쥬빌란은 그렇게 말을 맺은 뒤 회의장을 빠져 나갔고, 장군들 역시 일어난 후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쿠르퍼는 성격 탓에 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젊은 장군들일수록 그를 존경하고 굳게 신뢰를 하였다. 물론 그와 비슷한 나이의 장군들이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서열 1위의 장군이라는 호칭은 그냥 붙는 것이 아니었다. 쿠르퍼는 란바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말했다.

“그래, 이번 일본 토벌은 한번 멋지게 해 보게나. 인간과 같은 하등 동물의 염동 능력에 우리 동룡족들이 쩔쩔맨다는 것은 다른 종족들에게도 망신이지.”

“아, 감사합니다 쿠르퍼 장군님. 확실히 해 보이겠습니다.”

“으음, 믿고 있겠네. 주룡께서도 자네를 깊게 신뢰하고 계시니 그분을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하게나.”

쿠르퍼의 응원을 들은 란바랄은 더욱 힘이 나는 것 같았다. 한편, 그는 한가지 의문이 나는 점이 있었다.

“저어, 여쭤보기 죄송하지만, 예전에 동룡족 군대 사이에서 그렇게 악명이 높았던 그 패왕, 리오·스나이퍼라는 자가 도대체 어떤 자입니까? 상당히 강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겠지만‥.”

그러자, 쿠르퍼의 안색은 약간 흐려지고 말았다. 그는 쓰디쓴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팔을 덮은 장갑을 벗고 란바랄에게 장갑 안에 숨겨진 팔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상당히 깊은 상처‥. 란바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것은‥!!”

“‥하핫, 목숨을 잃은 내 전우들에 비해선 그 녀석과 대결한 댓가가 싼 편이지. 일대 일의 대결을 할 때도 그 녀석은 날 가지고 놀았다네. 여유있게, 마치 어린아이를 유린하듯이‥. 그리고선 하늘 높이 솟아오른 후 그 지옥의 기술,

‘오메가 선샤인’

으로 나에게 딸린 6만의 군사를 일격에 저승으로 보내 버렸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병사가 6만이라네. 내가 알기로 우리 동룡족에서 그자와 검으로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단 두명 뿐이라네. 주룡님과, 도성(刀聖)이라 불리는 군주,

‘올파드’

님‥. 주룡님께서 그들을 만나면 피하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괜한 말은 아니라네. 그리고, 용족 전쟁이 끝난 후 그 녀석 역시 강해졌을 거야. 가즈 나이트들은 쉴새 없이 강해지는 녀석들이니까. 그때와 지금은 또 수준이 다르겠지. 어쨌거나 자네도 일찍 죽고 싶지 않다면 그 녀석과의 대결은 피하게나. 자, 그럼 수고하게.”

“‥예, 말씀 감사합니다 장군님.”

※※※

드래고니스는 현재 성계신인 세이아와 라이아의 거처 때문에 상당히 곤란을 겪고 있었다. 세이아는 드래고니스의 주거 지역에 옮겨 놓은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겠다고 했으나, 장로와 몇몇 전룡단 단장들이 그렇게 되면 주민들이 인간과 신을 너무 우습게 볼 가능성이 있다며 반드시 제룡전으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장로님, 저희들은 아직 신으로서도 초보이고‥.”

“아니되옵니다 세이아님!! 성계신이라는 자리는 그 명예 하나 만으로도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저런 허름한 판자집에서 사신다는 것은 우리 서룡족으로서도 있을 수 없음입니다!!!”

“하아‥.”

그렇게 고민하는 세이아를 보는 지크는 그리 표정이 밝지 않았다.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는 머리를 강하게 긁어대며 씁쓸히 중얼거렸다.

“‥쳇, 이건 진짜

‘용족 전쟁’

이라니까. 하긴, 리오 녀석은 한번도 나오지 못했으니까 난 행복한 편이구만‥.”

알 수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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