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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59화


“어째서죠! 왜 저에게 창술을 가르쳐주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제가 동룡족이란 이유 때문입니까!!”

인간의 나이로는 14세 정도로 보이는 한 소녀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슈렌에게 자신에게 슈렌이 창술을 가르쳐주지 않는 이유를 따지려듯 물었고, 슈렌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그 소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의 창술은 살생의 기술. 생명을 창조시킬 수 있는 여성에겐 가르치고 싶지 않군. …그러나, 호신을 위한 봉술은 가르쳐줄 수 있지.”

“…알았습니다. 그럼, 저에게 봉술을 가르쳐 주세요! 더 이상 몸이 허약한 동룡족이란 말은 듣기 싫어요!!”

동룡족의 마을 근처에서 슈렌과 우연히 만난 동룡족의 소녀. 그녀는 마을 근처에서 돌아다니던 마물들을 잔잔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창술을 펼쳐 없애는 슈렌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고, 정식으로 자신의 집에 슈렌을 초대하여 그에게 창술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슈렌은 그녀에게 호신을 위한 봉술을 가르쳐 주었고, 그 소녀는 빠른 속도로 봉술을 마스터하기 시작했다. 선천적인 유연함과 동룡족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힘…. 그런 재능에 힘입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그녀는 슈렌이 가르쳐준 봉술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가 되었고, 그 봉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창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슈렌이 그 소녀를 가르친 기간은 200년.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플루소.

200년간, 슈렌은 매번 임무가 끝나고 주어지는 휴가 기간 동안엔 플루소를 가르쳐주었고, 그러는 동안 플루소의 나이는 400살(인간의 나이론 18세)이 되었다. 그리고, 400살이 되던 해 플루소는 그 해에도 자신을 찾아온 슈렌에게 평상시완 다른 얼굴로 다가왔고, 슈렌은 여느 때와 같이 옅은 미소를 띄운 채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플루소. 오늘은 얼굴색이 좋지 않군….”

“….”

플루소는 아무 말이 없었다. 슈렌은 그녀에게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가만히 그녀가 얘기하길 기다렸고, 이윽고 플루소는 고개를 들며 슈렌에게 말했다.

“…이제 스승님께 더 이상 배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저의 일 때문에 집이 성도(동룡족에겐 드래고니스와 비슷한 위치를 가지는 지역. 동룡족만의 세계)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인간이신 스승님은 성도에 들어오실 수 없으니….”

슈렌의 얼굴엔 잠시 동안 그늘이 스쳐 지나갔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는 그에게도 섭섭함이 여실히 보일 정도였다. 미안해하는 플루소에게, 슈렌은 다시금 옅은 미소를 띄워 주었고,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봉을 손에 잡으며 플루소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련을 했으면 하는군….”

“…예. 아, 그런데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스승님.”

“…?”

“스승님께선 분명 인간이신데, 그렇게 강하신 이유를 감히 알고 싶습니다.”

슈렌은 그런 플루소의 질문에, 잠시 동안 생각을 하다가 플루소에게 봉을 건네주며 나지막이 대답해 주었다.

“…나와 같은 인간이 한두 명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겠지.”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 날의 대련을 끝으로, 둘은 이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런 둘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100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슈렌은 그 때 주신에게 서룡족의 마을을 공격하는 동룡족의 기동 함대를 처리하라는 긴급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슈렌은 거의 사용하지 않던 수라도를 꺼내 동룡족들과 싸웠고, 결국 동룡족의 기동 함대는 전멸 직전의 피해를 입고 퇴각을 하게 되었다. 뒤를 쫓으려는 슈렌은 병사들을 무사히 후퇴시키려는 두 명의 동룡족 장군과 마주치게 되었고, 그 순간 슈렌은 자신의 모든 것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처음 자신을 상대하던 장군에게 죽지 않을 정도의 상처를 입힌 슈렌은 그가 어서 퇴각하기를 바랐으나, 그 동룡족 장군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슈렌과 대결을 계속했다.

“하아, 하아…!! 아직이다!!! 아직이다 가즈 나이트!!!! 이대로 돌아간다면 마마와 죽은 부하들에게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다!!! 날 봐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라!!!”

“….”

슈렌은 말없이 자세를 방어형으로 바꾸었고, 그 장군이 지치기만을 기다렸다. 그 장군이 탈진했을 때 후퇴하는 동룡족에게 그를 돌려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다른 한 사람의 동룡족 장군이 그들에게 급속으로 접근해 왔고 그 장군은 슈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부상당한 다른 장군을 부축했다.

‘타일런’!! 그만 하세요 타일런!!!”

“프, 플루소…!! 기함에 남아있으라고 하지 않았소!!! 꼭 살아서 돌아갈 테니 어서 물러가시오!!! 가즈 나이트는 내가 상대할 테니… 걱정 말고 이걸 받으시오.”

**’플루소’**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동룡족 장군을 부축하던 다른 여장군을 본 순간부터 얼어붙어 있던 슈렌의 이성은 그 동룡족 장군이 여장군에게 건네주는 반지를 본 순간 일시에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가 아는 한, 그 반지는 분명 동룡족 사이에서 약혼을 의미하는 반지였기 때문이었다.

“…배신인가… 플루소….”

슈렌의 그 말에, 플루소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의 함대를 전멸 직전까지 몰아붙인 가즈 나이트가 바로 자신에게 봉술을 가르쳐준 스승인 탓이었다.

“스, 스승님…!? 설마, 당신이 가즈 나이트… 염장(炎將) 슈렌·스나이퍼…!!! 어째서 그런…!!!”

“어서 도망치시오 플루소!!! 저 가즈 나이트는 내가… 우욱–!!!”

플루소의 약혼자인 동룡족 장군 타일런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성을 잃어버린 슈렌에게 복부에 강한 일격을 당한 탓이었다. 슈렌은 지금까지, 정확히 말해 600여 년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차가운 눈으로 그 동룡족 장군의 복부에 주먹을 찔러 넣고 있었다.

“프, 플루소…!!! 사랑…하오…!!! 우아아아아아아아악–!!!!!!!!”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동룡족 장군 타일런은 슈렌의 수라도에 의해 조각이 나 버렸고, 약혼자의 처참한 최후를 눈으로 지켜본 플루소는 아무 말 없이 슈렌을 바라보았다. 슈렌은 자신의 얼굴에 묻은 타일런의 피를 손으로 닦으며 플루소에게 시선을 돌렸고, 천천히 플루소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에 쥐어진 타일런의 반지와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강탈했고, 다시금 그녀의 눈앞에서 반지들을 기염으로 증발시키며 말했다.

“…멋지게 장군이 되었군. 잘 생긴 약혼자도 만들었고…. 나에게 창술을 가르쳐 달라고 한 목적이 바로 이것인가….”

“아, 아아아…!!!”

붉은 섬광을 폭사하는 슈렌의 차가운 눈은 아직 최하 서열의 장군인 플루소를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고, 플루소는 갑자기 닥친 엄청난 사태에 반 넋을 잃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던 슈렌은 오른손에 들린 수라도를 치켜 올리며 중얼거렸다.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두겠다.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갑자기 말을 끊은 슈렌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플루소의 후퇴 속도가 빨라지려고 하자 말을 맺었다.

“…마지막 제자다. 이젠 죽은 제자겠지….”

“아, 안돼–!!!!”

파앗–!!!

“아아아아아아악–!!!!!”

플루소의 처참한 비명과 함께, 그녀의 얼굴에선 피가 흩뿌려졌고 플루소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잡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슈렌은 그런 그녀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다시금 수라도를 치켜들었으나, 슈렌의 모든 동작은 그 순간 정지하고 말았다. 슈렌의 붉은 눈은 일순간 정상으로 돌아왔고, 정상으로 돌아온 슈렌의 눈엔 얼굴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플루소의 모습이 비춰졌다. 언제나 묵묵함을 유지했던 슈렌의 얼굴은 그 순간 경악에 휩싸여 버렸고, 그는 수라도까지 놓친 채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무슨 일을…!?”

슈렌은 자신이 한 일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했고, 그 사이 용감히 몸을 던진 동룡족 병사와 부관에 의해 구출된 플루소는 그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기함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 비극적인 사건이 있은 지 120년 뒤, 둘은 다시금 전장에서 만나게 되었고 슈렌은 그녀의 얼굴에 대각선의 긴 흉터가 만들어져 있는 것에 가슴이 조여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후회인가. 슈렌은 그렇게 생각했고, 또 운명의 장난을 저주했다.

※※※

“뭘 하는 건가!!! 정신 차리고 똑바로 공격하지 못하겠나!!!!”

플루소의 연속적인 공격에, 슈렌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방어만을 거듭할 뿐이었다. 아니, 행동을 안 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

결국, 슈렌은 뒤로 몸을 날려 플루소와 거리를 길게 두었고, 수라도를 그룬가르드의 몸체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제부턴 그룬가르드를 사용하겠다는 말과 같은 행동이었다. 그것을 본 플루소는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치를 떨며 슈렌에게 소리쳤다.

“날 무시하는 건가!!!! 아직도 날 가지고 놀고 싶은 건가 슈렌!!!!!”

“…그렇지 않다.”

“뭐라고?”

“…수라도를 사용하게 되면 난 힘을 제어하지 못할 때가 생기고 만다. 이 칼이 **’수라도’**라고 불리는 이유도 그것…. 정신력이 약해진 사용자를 **’수라’**로 바꾸기 때문이다. …그룬가르드가 만들어진 이유는 그 수라도를 봉하기 위한 것…. 아무리 나라 해도 수라도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정신이 흐트러지게 되는 탓에 그룬가르드를 사용하겠다는 것뿐이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너에게 질 테니까.”

가만히 슈렌의 말을 듣던 플루소는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자세를 취하며 슈렌에게 소리쳤다.

“후훗, 그 말은 나와 정식으로 대결하겠다는 말!! 좋아, 목을 바쳐라 염장 슈렌!!”

순간, 플루소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복부와 등, 그리고 다리에 거의 동시적으로 3연타를 맞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슈렌의 **’트리플 하켄’**을 맞은 플루소는 자신이 왜 당했는지도 모르는 듯 허망하다는 눈으로 자신이 누워있는 지면을 바라보았다. 슈렌은 다시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앞에 누워있는 플루소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을 확인해 보고 싶군.”

“…이, 이 녀석…!!!!!”

슈렌의 말에 분노한 플루소는 그 즉시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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