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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661화


“휀… 라디언트….”

바이칼은 자신의 앞에 선 차가운 얼굴의 남자, 휀을 바라보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찡그린 채 그의 이름을 중얼거렸고, 휀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바이칼에게 허무감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온 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반응이 계속 똑같군. 하긴, 아직 어리니까….”

“…흥.”

바이칼은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버렸고, 휀은 다시 바이칼을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

“가겠다.”

“흥, 일주일 동안 그 말을 기다렸다.”

바이칼은 어서 가라는 듯 바깥쪽으로 손을 내저었고, 휀은 즉시 돌아서며 알현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바이칼의 옆에 서 있던 리오가 휀을 불러 세웠다.

“아, 잠깐 휀. 참전하려고 온 게 아닌가?”

“저번에도 말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직 임무 수행 중이다. 이쪽에 잠깐 볼일이 있어 모스크바 쪽을 지나가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아 잠깐 참전한 것뿐이다. 좋아하긴 일러.”

“…흠, 그렇군.”

리오는 아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고, 휀은 거기서 곧바로 어딘가를 향해 떠났다. 사실, 휀이 가담을 해 준다면 리오로서나 서룡족으로서나 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가즈 나이트 중 최고의 대량 살상 병기인 그의 가치는 전룡단 수십만에 비할 수 있는 탓이었다. 어쨌거나, 휀은 떠났고 리오는 팔짱을 낀 채 휀이 나간 알현실의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웨드의 블랙 박스에 영상으로 저장되어 있던 휀의 신 무기… 뭔지 알고 있어 바이칼?”

“몰라.”

바이칼의 간단한 대답에, 리오는 손으로 자신의 적동색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 무기에 대한 설명을 해 주기 시작했다.

“…초절성검 ‘에릭튜드’…지. 800여 년 전, 대 천사장 미카엘이 사라지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궁극의 성검이야. 선신 계열 최강의 무기이기도 한데, 이상한 건 미카엘이 행방불명 되면서 같이 사라져버린 에릭튜드가 왜 지금에 와서 휀의 손에 들려있느냐는 것이지. 플랙시온 하나만으로도 강하기 이를 데 없는 녀석에게… 말 그대로 호랑이에게 제트 엔진을 달아주는 것과 마찬가지일 텐데 말이야.”

리오의 심각한 말을 듣던 바이칼은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며 생각하다가, 리오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어디서 주웠나 보지.”

그 말이 나온 순간, 알현실 안에 있던 리오와 장로의 얼굴은 굳어져 버렸고 리오는 손을 바이칼의 이마에 대며 조심스레 물었다.

“…어디 편찮은 거야? 열은 없는데….”

“손을 떼지 않으면 죽이겠다. …어쨌거나, 포로인 동룡족 장군 플루소를 데리고 와 주시오, 장로.”

“예, 마마.”

장로는 곧 알현실 밖으로 빠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리오는 좀 피곤하다는 얼굴로 플루소에 대한 일을 중얼거렸다.

“…포로가 된 일주일 전부터 지금까지, 탈출 시도 네 번에 자살 미수 여섯 번…. 매일 자살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틀리진 않을 정도로 골치 아픈 포로인데…. 슈렌은 그런 사나운 여자를 잘도 잡아왔군. 얼굴을 봐선 그렇게 안 보이는데….”

“…또 바람기가 발동했나.”

“…왜 내가 그 말을 너에게 들어야 하지.”

둘의 말싸움이 끝날 무렵, 플루소는 입과 손에 결박을 당한 채 릭의 손에 이끌려 알현실 안으로 들어왔고, 리오는 미소를 띄우며 릭에게 나가 보라는 손짓을 했다.

“나 하나만 있어도 괜찮으니 나가서 쉬게. 아 참, 세이아님께 오늘은 일이 있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직접 전해 드리겠나?”

“…살림을 아예 차리시지.”

“…시끄럽다니까. 어쨌든 전해드릴 수 있겠나? 미안하네.”

“제, 제가 직접 세이아님께…?! 그, 그런…!!”

그때, 릭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로 잔뜩 긴장한 채 주춤거렸고, 리오는 릭이 세이아 친위대 중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군집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떠올리며 릭에게 부탁을 취소하려 했으나, 의외로 릭은 곧바로 경례를 붙이며 대답했다.

“예! 이 영광을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즉시!!!”

릭은 곧바로 알현실을 빠져나갔고, 리오는 뭔가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며 플루소에게 다가갔다. 리오는 곧 그녀의 입을 묶은 근육 결박 장치를 해제했고, 플루소는 곧 피식 웃으며 리오에게 말했다.

“…후, 내가 지금까지 여섯 번이나 자결을 시도했다는 것을 잊었나?”

“아, 당연히 알지. 골치도 아플 정도니까.”

“그런데도 내 결박을 풀어주다니… 대단히 멍청하군, 패왕 리오·스나이퍼. 후후후후훗….”

“음음,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이 시간부터 귀공이 자결을 시도할 때마다 50명의 동룡족 포로들이 나에게 처형당하니까. 귀공은 중요한 포로지만 그 동룡족 병사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밥벌레일 뿐이거든.”

“뭐, 뭐라고!! 네가 그러고도 차원의 균형을 맞춘다는 가즈 나이트인가!!!! 이런 비겁한 녀석!!!! 넌 내가 죽여주겠다!!!!!”

“…후, 귀공에게 쉽게 죽음을 당할 정도면 가즈 나이트란 직업에서도 벌써 정리 해고 당했겠지. 자, 그럼 이제부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지. 아, 그리고 지금 귀공은 서룡족의 어전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무례한 행동은 용서 없어.”

리오는 다시 바이칼의 옆에 돌아와 섰고, 바이칼은 전음으로 넌지시 리오에게 물어보았다.

「너 아까 그 말 진심으로 한 소린가?」

「…당연히 아니지. 자, 어서 취조나 하시지.」

바이칼은 곧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플루소를 바라보며 취조를 시작했다. 취조라고는 했지만 그냥 단순한 대화일 뿐이었다. 바이칼과 리오의 머릿속에서 정리된 결론은 ‘그녀에게서 정보를 얻어 봤자 별 쓸모 없을 것이다’인 탓이었다.

“묻겠다. …음….”

“…?”

“…나이가 몇이지.”

순간, 리오와 플루소는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바이칼을 바라보았고, 리오는 팔꿈치로 바이칼의 어깨를 툭 치며 불안한 목소리로 살짝 물었다.

“이봐, 너 취조 처음 해봐?”

“지금까지 취조는 장로가 도맡아서 했다. 내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아주 당당히 말하는군. 내가 하는 게 속 편하겠어.”

리오는 곧 미안하다는 얼굴로 다시 플루소를 바라보았고, 플루소는 이해가 안 가는 집단이라는 눈으로 둘을 바라본 채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험, 현재 이 세계에 있는 동룡족 함대의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

“…후, 좀 많지.”

플루소의 대답은 분명 성의가 없었으나, 위에 설명되었듯 리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아, 그렇군. 처음 이곳에 온 함대의 수는 대략 40만, 추가 함대는 대략 20만, 그리고 격파당한 함대 약 10만… 더하고 빼면 약 50만 정도 되는군.”

그 순간, 플루소의 눈은 크게 떠졌고 그녀는 몸을 크게 움직이며 리오에게 외쳤다.

“어, 어떻게 그런 것을!!!”

“뭐, 간단하지. 동룡족 측에서도 우리 함대의 숫자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테니까.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음 질문을 해 보지. 와카루 박사를 알고 있나?”

“와카루? 흥, 그런 인간은 알지 못한다. 난 그저 주룡 마마의 명을 따를 뿐이다.”

“바이오 버그와 그 귀골이라는 가변형 전차를 지원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어디서부터 옮겨지는지는 알 것 아닌가.”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들은 본부로부터 공수되는 것을 받아 사용할 뿐이다. 그리고, 바이오 버그라는 생체 병기들은 그 지역에 미리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도 모른다.”

리오는 플루소가 생각보다 솔직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 그럼 다음 질문. 이건 좀 사적인 질문이 될지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자살하려 했는지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쿠쿡, 하하하하하하핫…!”

리오가 질문에, 플루소는 갑자기 대소를 터뜨렸고 리오는 또 뭐가 불만일까 속으로 중얼거리며 플루소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상당히 멍청한 질문을 하는군, 리오·스나이퍼. 당신 같으면 천하의 원수에게 사로잡혀 놓고 살 기분이 날 거라 생각하나? 약혼자를 죽이고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자에게 잡혔는데 살 기분이 날 거라 생각하나!!!”

그녀의 그 말을 들은 순간, 리오는 슈렌이 그런 행동을 했었나 생각해 보았으나 자신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슈렌이 생각 없이 행동한 일은 없었던 탓에 그 이유를 묻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 내용을 몰랐으니 질문한 것 아닌가. 하여간 그건 들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만약 그 이유 때문에 그랬다면 귀공은 장군으로서의 자격이 없군.”

“뭐, 뭐라고!!!”

플루소가 심하게 흥분하며 소리치자, 리오는 굳은 표정을 지은 채 플루소의 눈을 쏘아보며 말했다.

“장군이라는 직책은 전투 상황 시 언제나 공, 사를 명확히 구분해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귀공이 만약 병사들과 함께 우리의 포로가 된 것이 수치스럽고 주룡 쥬빌란에게 미안해서 자살을 하려 했다면 이해하겠지만, 그런 철저히 사적인 이유로 자살하려 했다면 그건 분명 장군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으윽…!!”

플루소는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이 생각해도 예전의 전투와는 너무 상관이 없는 사적인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속칭 ‘광황’이라 불리는 휀은 너무 공적인 면을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겐 철면피라고 인식되지만,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그의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준다. 그러나 귀공의 예전 발언은 그와는 정반대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사적인 원한에 휩싸인 채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에게 어떤 병사가 신뢰감을 가지고 그의 지휘에 따르겠나. 또 말하지만, 지금 포로가 된 귀공의 휘하 부대 병사들은 귀공의 생각은 하지도 않고 즉시 투항을 했다. 과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되는가?”

“…….”

플루소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몸에서 풍기던 이상한 분위기가 사라진 것을 느낀 리오는 이 정도면 자살은 안 하겠지 생각했는 듯 한숨을 내 쉬며 플루소에게 말했다.

“흠…. 내일 정오에 포로에 대한 협상안이 동룡족 측에서 오기로 되어 있으니 그때까지 편히 쉬게 해 주지. 자, 관광이나 하러 나가 볼까.”

“…뭐, 뭐라고!?”

플루소는 깜짝 놀라며 리오를 바라보았고, 리오는 미소를 지은 채 플루소의 결박을 완전히 풀어준 뒤, 바이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난 플루소 장군을 감시할 겸 직접 드래고니스의 주거 지역을 안내할 테니 너도 쉬고 있어.”

턱을 괸 채 리오를 바라보던 바이칼은 맘대로 하라는 듯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맘대로. …흥, 이젠 얼굴에 흠집 난 여자도 꼬시는군.”

“…후훗, 미안. 자, 나가보도록 하지. 아아, 이런 복장으론 관광하기가 좀 힘들 것 같은데… 그래, 관광 기념으로 옷이나 한 벌 사 주지.”

“이, 이봐 잠깐!!”

플루소는 결국 리오의 손에 이끌려 알현실을 빠져나갔고, 혼자 알현실에 앉아 멍하니 있던 바이칼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볍게 중얼거렸다.

“…오래간만에 리디아나 만나러 가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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