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65화
“자! 지크님이 들어오셨다!! 각오하는 게 좋아 넬!!”
“….”
지크의 통신 시도에도 불구하고 넬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지크는 이상하다 생각하며 시뮬레이터와 트랜스했다. 넬은 이미 트랜스한 상태였고, 조금 후 시뮬레이터를 통한 지크와 넬의 대결이 펼쳐졌다.
“…음, 지크는 하이스피드 컨버터와 오버 드라이브 시스템의 항목만 선택했군요. 하긴, 녀석에겐 그 이상의 항목도 필요 없지만…. 음!?”
화면을 통해 가상으로 꾸며진 웨드 두 대의 전투를 지켜보던 리오는 순간 움찔하며 말을 멈췄고, 챠오를 비롯한 다른 BSP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작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지크가 넬의 ‘옵션’ 공격에 쩔쩔매는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우아아악!!! 넬 녀석, 이제 아이스크림은 없다!!!!」
지크는 그렇게 소리치며 자신을 사방에서 공격하고 있는 옵션을 모두 터트린 뒤 넬의 웨드를 향해 초고속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지크가 넬의 레이저 게틀링건의 사격을 웨드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으로 피하면서 계속 접근하자 신인 BSP들 사이에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사실, 넬의 옵션 공격조차 피하지 못하고 패배한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지크가 그렇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놀라움이었다.
“와아!!! 역시 지크 선배!!!”
결국 넬의 웨드와 밀착하게 된 지크는 일격에 넬의 웨드 어깨에 장착된 레이저 게틀링을 날려 버렸고, 적당히 거리를 벌리며 넬에게 소리쳤다.
“자아! 이제 각오해랏!!! 시뮬레이터에서 내리게 한 다음 볼기를 쳐줄 테다!!!”
「지크! 사정 봐 주지 말고 부숴버려! 상황이 심각하다!!!」
“잉? 뭐라고 리오?”
순간, 지크의 웨드 두부를 향해 넬의 강렬한 일격이 날아들었고, 지크는 급히 웨드의 왼팔에 장착된 강판 실드로 넬의 차기 공격을 막아 내었다.
“우악!?”
순간, 왼팔의 강판 실드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고, 지크는 움찔하며 뒤로 멀찌감치 물러났다. 지크는 떨어져 나간 웨드의 강판 실드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고, 긴장된 목소리로 리오에게 물었다.
“…리오, 넬 녀석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말 하려면 복잡해. 간단하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지금 넬과 시뮬레이터의 트랜스율이 483%라는 거야. 말하자면 지금 넬의 웨드는 네 웨드보다 다섯 배의 성능 차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지. 네가 웨드에 탔을 때 100%의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넬은 봐 줄 상대가 아니야.」
“다, 다섯 배?! 트랜스율이 483%라고?!”
그 말을 들은 지크는 잠시 동안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바로 재미있다는 듯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좋아!! 다섯 배면 어떻고 열 배면 어떠냐!!! 이 지크님께서 이긴다는 건 이미 정해진 사실!! 하지만, 시뮬레이터 수리비는 책임 못 진닷–!!!”
지크는 어디에서 힘을 얻었는지 무대포로 넬의 웨드에 돌진하기 시작했고 넬의 웨드는 웨드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스피드로 지크의 웨드에게 정권타를 먹였다.
“아직 어리다!!!”
순간, 지크의 웨드가 빠르게 몸을 돌렸고 그와 함께 넬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지크는 틈을 봐 주지 않고 곧장 자신의 웨드 다리에 넬의 웨드 팔을 걸쳤고, 그대로 힘을 넣어 웨드의 팔을 동강냈다.
“좋아! 어서 나와!! 잘못했다고 빌어!!!”
순간, 넬의 웨드의 메인 부스터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출력을 내기 시작했고 지크의 웨드는 힘없이 공중으로 딸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뭔가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지크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며 웨드의 손바닥을 넬(웨드)의 옆구리에 가져갔고 즉시 자신의 기를 폭발시켰다. 오버드라이브 시스템에 의해 증폭되어 분출된 기는 넬을 멀찌감치 밀어내었고, 지크는 가볍게 지면에 착지하며 웨드의 성능 차이에 대한 생각을 해 보기 시작했다.
‘부스터 출력이 거의 다섯 배… 파워나 스피드도 마찬가지…. 하지만…!’
지크의 웨드는 공중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넬의 웨드를 바라보며 한 방에 날려주겠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 웨드를 조종하는 지크 역시 자신감에 찬 얼굴로 넬에게 소리쳤다.
“기체의 장갑은 아무리 트랜스율이 1000%에 육박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아! 자, 와 봐라 넬!!!”
그 순간, 지크의 웨드 주위에 커다란 기류가 생성되기 시작했고 기체의 장갑은 붉은색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신인 BSP들과 챠오는 흠칫 놀랐고, 리오는 재미있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웨드로 증폭력을…! 하지만, 오버 드라이브 시스템이 견뎌낼까?”
리오의 말대로, 지크의 웨드 각 부분은 한계를 경고하며 붉은색의 빛을 번뜩였고 장갑판 역시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크는 상관하지 않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그대로 자신의 웨드를 넬의 웨드에 돌진시키기 시작했다.
“먹어랏!! 하아아아아아아앗–!!!!!!!!!”
지크의 권이 폭풍과도 같은 강한 기류와 함께 뻗어나가는 순간, 넬의 웨드 역시 주먹을 뻗었고 두 권이 충돌하는 순간 넬이 타고 있는 시뮬레이터는 강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동작을 멈추었다. 지크가 타고 있는 시뮬레이터 역시 약간의 스파크를 일으켰으나 부숴질 정도는 아니었다. 리오는 즉시 넬이 탄 시뮬레이터로 달려갔고, 강제로 뚜껑을 뜯어낸 뒤 넬을 꺼내어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넬! 넬, 정신 차려!!”
리오가 상태를 확인하는 동안 지크 역시 시뮬레이터에서 나와 넬에게 달려갔고, 다행스럽게도 얼마 있지 않아 넬은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우욱… 머리 아파…!”
넬이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눈을 뜨자, 리오와 지크, 챠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약간 허무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지크는 넬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녀에게 상태를 물어보았다.
“이봐 아가씨, 아픈 덴 없어?”
“…모르겠어요. 응? 근데 제가 왜 시뮬레이터 밖에 있죠?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뭐라?”
리오와 지크는 넬의 대답을 들은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넬의 말로는 자신은 시뮬레이터에 탄 뒤부터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둘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넬에겐 슬쩍 일을 덮어두었고 리오는 지크에게 넬을 맡긴 뒤 시뮬레이터실의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 . . . . . .
“…한쪽 시뮬레이터는 수치 계산의 한계를 뛰어넘은 충격과 기타 여러 사항에 의해 부숴졌고, 다른 한쪽은 시뮬레이터의 한계를 넘은 파워가 인식된 탓에 부숴졌고…. 뭐, 그래도 넬 양이 무사하다니 다행이군요. 허허헛….”
리오로부터 넬의 얘기를 전해 들은 장로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리오를 안심시켜 주었고, 리오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장로님.”
“…음, 그런데 리오님. 이번에 지크님께서 웨드 시뮬레이터에 탑승한 결과와… 화이트 나이트의 일을 잘 생각해 보니 분명 화이트 나이트는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크님이 탑승하신 시뮬레이터의 경우가 그렇지요. 웨드가 파일럿의 힘을 받쳐주지 못해서 시뮬레이터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니 말입니다. 가즈 나이트 분들의 힘을 소화할 수 있는 괴물 병기의 제작은 아직 우리 기술력으론 부족합니다.”
“…하지만, 서룡족의 기술력도 전 차원계를 포함한다 해도 거의 극상의 수준 아닙니까?”
리오의 반문에, 장로는 슬며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살아있는 생물 중에선 그렇지요. 하지만, ‘신계’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또 얘기는 틀려진답니다.”
“…!”
“…자자, 화이트 나이트에 대한 얘기는 이쯤에서 접어두도록 하지요. 그가 완전한 아군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도움은 주고 있지 않습니까. 나중에 가면 다 밝혀지겠지요. 아, 조카분의 활약이 요즘 상당하더군요?”
장로의 입에서 ‘조카’란 말이 나오자, 리오는 고개를 푹 숙이며 장로에게 한탄하듯 말했다.
“자, 장로님… 당신마저….”
“…예?”
…………………… . . . . . . .
“돌아오셨군요 숙부님.”
“…아, 별 일 없었어 플루소?”
리오는 어느 때인가부터 집에 들어오기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겠지 생각한 상황이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리오는 힘없이 플루소에게 대답하듯 물었고, 리오의 그런 반응을 본 플루소는 흑적색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리오에게 물었다.
“예, 그렇긴 합니다만… 리오 숙부님 안색이 좀 좋지 않으시군요?”
“…아, 아냐. 안 좋긴. 그런데, 지크와 넬은 들어왔어?”
“예. 지크 숙부님은 지금 2층에 계시고, 넬은 라이아님과 함께 있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플루소도 좀 쉬도록 해.”
“예. 감사합니다 숙부님.”
플루소는 곧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리오는 소파에 누우며 오늘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화이트 나이트라 불리우는 순백색의 괴물 웨드…. 어째서 웨드가 자신의 기술을 거의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상 신경계의 넬. 오늘은 금전적인 피해 말고는 무사히 끝난 탓에 괜찮았지만 만약 잘못했다가는 지크와 넬의 실제 전투가 언제 일어날지는 모르는 상황이었다. 리오는 당분간 넬에게 웨드의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도록 말해두자 생각하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5일 후. 호주 시드니.
“후퇴!! 후퇴하랏!!! 저 괴물 녀석은 상대할 수가 없다!!!”
이미 화이트 나이트에 의해 절반의 병력을 잃어버린 시드니 주둔 동룡족 함대는 모든 걸 포기한 채 급히 후퇴하기 시작했고, 팔짱을 낀 채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이트 나이트는 이윽고 양손을 늘어트렸다. 곧, 화이트 나이트의 백팩에 하나로 뭉쳐진 상태로 장비되어 있던 두 정의 거대한 라이플이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두 개로 분리되며 화이트 나이트의 손 안에 떨어졌고 화이트 나이트는 두 개의 거대한 라이플을 양팔에 낀 후 후퇴하는 동룡족 함대를 정조준해 나갔다.
“…!! 사령관님!!! 후방에 2억 메가와트를 상회하는 에너지 반응 두 개가 잡히고 있습니다!! 에너지 속성은 서룡족 드래고니스의 주포인 듀얼-하이드로 레이저와 같습니다!!!”
“뭐라고?! 드래고니스까지 왔단 말인가!!!”
“아, 아닙니다!! 화이트 나이트입니다!!!”
“뭐라?!”
순간, 화이트 나이트가 가지고 있던 두 정의 라이플은 거대한 에너지의 기둥을 방출했고 직경을 상상할 수 없는 두 개의 두꺼운 광선은 일순간 동룡족 함대의 대부분을 집어삼켰다. 그 빛이 멈춘 뒤, 동룡족의 함대는 거의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고 말았고 원래 함대가 있던 자리에서 지상에 떨어지는 것은 희끄무레한 함선의 잿가루뿐이었다.
“….”
묵묵히 전장을 지켜보던 화이트 나이트는 가지고 있던 라이플을 다시 제자리에 돌린 뒤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서룡족은 화이트 나이트를 ‘정령’이나 ‘수수께끼의 웨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동룡족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화이트 나이트는 백야(白夜)의 사신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