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 나이트 – 687화
루이체를 데리고 화이트 나이트의 격납고로 가며 한참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잘만 하면 루이체 덕에 화이트 나이트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에 지크로선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 아, 그런데 루이체. 메타트론 녀석에 대해서, 선신계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래간만에 나타난 태고의 대 천사장이라며 환영해줄까?”
“음? 음… 그건 잘 모르겠지만, 메타트론 정도의 신성력을 가진 천사라면 지금쯤 선신계에서도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거야. 현 대 천사장인 벨제뷰트로서는 환영할 일이 아니지. 메타트론이 정식으로 선신계에 올라온다면 메타트론의 아래 지위로 내려갈 게 뻔하니까. 음… 그런데 악마왕 사탄과 루시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메타트론의 일… 그쪽도 메타트론이라면 상당히 긴장하고 있을 텐데. 게다가 그들은… 음?! 오빠, 같이 가!!”
복잡한 건 싫어하는 지크였다.
…………………….. . . . . . . .
「… 그래, 알았다 시에. 그럼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가거라.」
시에로부터 한참 정보를 듣던 화이트 나이트는 시에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나, 시에는 품에 숨기고 있던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낑낑대기 시작했고, 곧 종이에 싸인 무언가를 화이트 나이트에게 내밀었다.
“자, 세이아가 구운 빵이야. 아직 따뜻할 테니 먹어.”
「… 미안하지만 이걸 먹을 상황은 아니야. 네가 대신 먹어주…」
“이봐! 뭐하는 거야!!”
순간, 화이트 나이트와 시에에게 지크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고 둘은 움찔하며 지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매우 흥분한 표정으로 둘에게 달려왔고, 시에가 들고 있던 빵을 거칠게 빼앗아 화이트 나이트의 앞에 들이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기계 덩어리일 뿐이라는 녀석이 무슨 빵이야!! 두 달 동안 참아왔지만 이제 솔직히 말해, 이젠 지겹다구!!! 루이체도 있으니 어서!!!”
「….」
화이트 나이트는 아무 말 없이 지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지크는 흥분한 나머지 주먹을 불끈 쥐며 화이트 나이트의 안면에 일격을 날렸으나 화이트 나이트는 가볍게 피한 뒤, 지크에게 진정하라는 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진정하시고 들어보십시오. 만약, 리오님이라면 두 달 동안 화이트 나이트라 자칭하며 여러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고, 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말입니다. 리오님은 아무 이유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순간, 지크는 화이트 나이트의 이상한 언변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가만히 화이트 나이트의 말을 듣고 있던 루이체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크의 등판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오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리오 오빠하고 닮은 기계를 보여준다더니, 전혀 상관이 없는 인공지능 아저씨잖아!!”
“우욱! 뭐, 뭐라고…?”
지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루이체를 바라보았고, 루이체는 곧 윙크를 하며 지크에게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던 지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격납고 밖으로 나갔고, 루이체는 먼저 오래간만에 본 시에를 향해 팔을 벌리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와아, 많이 컸구나 시에! 언니는 시에가 너무 보고 싶었어!”
“우웅, 루이체!! 나도 보고 싶었다!”
시에는 곧바로 루이체에게 안긴 뒤 루이체의 얼굴에 볼을 비벼댔고, 루이체는 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 리오 오빠에게 전해주세요. 오빠를 믿고 있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쭉….”
「… 후훗, 리오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이긴 했지만, 루이체는 화이트 나이트의 말을 이해한 듯했고 화이트 나이트 역시 평소와는 다른 웃음이 섞인 말투로 루이체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에에에에에에엥–
“음?”
그때, 격납고 밖에서 적색 1호를 알리는 경보음이 길게 들려오기 시작했고 루이체와 화이트 나이트는 움찔하며 곧바로 격납고 밖으로 나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지크 오빠, 무슨 일이야!!”
“나, 나도 몰라! 연락도 오지 않아!”
루이체는 먼저 밖에 나가 있던 지크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물었으나, 지크는 모른다며 역시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그러나, 화이트 나이트는 달랐다.
「… 뭔가 거대한 물체가 방금 전 드래고니스 근방에 워프했습니다. 서룡족의 병기 중엔 이런 신호를 가진 물체가 없기 때문에 비상이 걸린 듯합니다.」
“뭐? 워프? 하지만, 드래고니스 근처에 워프하는 건 보통 병기로는 에너지 분배의 딜레이 때문에 자살 행위에 가깝다고 들었는데?”
지크의 물음에, 화이트 나이트는 앞에 보이는 공터로 걸음을 옮긴 뒤 등의 부스터를 점검하는 듯 위, 아래로 움직여 보며 대답했다.
「… 상대방이 지금까지 공개한 병기라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물체는 전혀 새로운 병기입니다. 신호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감정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뭐, 뭐라고?!”
화이트 나이트의 말에, 지크는 깜짝 놀라며 되물으려 했으나 화이트 나이트는 이미 드래고니스에 둘러진 초차원 결계의 위쪽으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
“…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무기라 하지 않았소? 와카루 박사….”
메타트론의 물음에, 와카루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허허헛,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험이고 뭐고가 필요 없죠. 전 돌려보내주는 것 뿐이니까요. 물론 다시 데려와야 하지만… 허허허헛….”
와카루 특유의 웃음소리를 들은 메타트론은 씁쓸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 훗, ‘파괴신’을 물리친 후에 목표는 당신으로 정해야 하겠군. 당신은 너무 악랄해…. 악마들보다 더.”
그러자, 와카루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메타트론에게 말했다.
“허헛,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지요. 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을 철저히 배제할 수 있는 것…. 그러나 난 그냥 순수히 내 연구를 위해 이럴 뿐이라오. 너무 그러진 마시오.”
“… 당분간은. 그런데, 동룡족이 이 일에서 손을 떼려 하던데… 어떻게 할 생각이오 와카루 박사?”
메타트론이 팔짱을 끼며 진지한 표정으로 묻자, 와카루는 어깨를 으쓱이며 별 고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후, 맘대로 하라고 하시구려. 어차피 그들은 전력상 숫자로 밖에 도움이 안 됐으니 말이오. 게다가 그들의 대쪽 같은 자존심을 보아 저쪽과 협력을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으니 크게 생각하진 않아도 될 것 같소. 자, 그럼 우린 구경이나 합시다….”
와카루는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힌 뒤 편히 누우며 말했고, 메타트론은 묵묵히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
“23함대, 49함대 전파!! 적을 막을 수 없습니다!!! 엄청난 돌파력입니다!!!!”
“98함대 전멸 직전!! 일직선으로 드래고니스를 향해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긴장감 넘치는 보고에, 바이칼은 인상만 구기고 있었고 장로는 너무나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서 조용히 상황판을 지켜보던 휀은 곧 바이칼의 어깨를 손으로 툭 치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나가겠다. 뒤처리나 잘 하도록.”
“… 흥, 맘대로. 하필이면 4대 용왕들이 다른 곳에 있을 때 이러다니….”
“음?! 마마, 화이트 나이트가 출격 허가와 초차원 결계의 부분 전개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그때, 갑작스러운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바이칼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눈을 질끈 감으며 오퍼레이터에게 말했다.
“… 각하한다.”
“예? 하, 하지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 혼자 나가서 어쩌겠다는 말이야!!!”
냉정을 잃어버린 바이칼의 고함에 드래고니스 사령실 안은 일순간 서리를 맞은 것처럼 고요해졌고, 장로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 아직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계시는 건가….’
“… 아, 마마!! 화이트 나이트가 초차원 결계를 중화시키고 있습니다!!!”
“–!!!”
순간, 바이칼의 표정은 창백하게 변했고 곧바로 각 카메라들은 화이트 나이트에게로 돌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차원 결계를 중화시킨 화이트 나이트는 그 구멍을 통해 엄청난 스피드로 날아 올랐고, 구멍이 뚫린 결계는 곧바로 다시 메워졌다. 결국, 바이칼은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이를 악물고 말았다.
“… 빌어먹을 녀석… 또…!!”
“… 조용히 지켜보는 게 좋겠군. 적 신 병기의 성능도 확인할 겸…. 무인 카메라를 내보내도록.”
휀은 바이칼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준 뒤 지시를 내렸고, 곧 휀의 지시에 따라 드래고니스에선 화이트 나이트가 간 방향을 향해 무인 카메라를 발사했다.
얼마 후, 드래고니스의 모니터엔 전함 하나 크기의 거대한 병기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 앞에 오리하르콘 소드를 들고 대치하고 있는 화이트 나이트의 모습 역시 들어왔다. 화이트 나이트는 곧 온몸에서 빛을 뿜으며 정상 크기로 커졌고, 엄청난 스피드로 적의 신 병기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적의 인간형 신 병기를 한참 바라보던 장로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보았던 적의 병기와는 달리, 지금의 것은 서룡족의 기술이 상당량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외부적 구조만 그랬지만….
“… 잠깐, 저 병기의 가슴팍에 있는 것은…? 아, 아니!!!”
한참 적 병기를 관찰하던 장로는 흠칫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휀 역시 눈을 가늘게 뜨며 한숨을 쉬어 보았다. 그 적 병기의 가슴 앞엔 팔과 다리가 묶인 한 대의 웨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웨드의 가슴 쪽엔 수많은 파이프가 연결되어 적 병기의 내부로 들어가고 있었고, 웨드는 괴로운 사람처럼 수차례 고개를 내저었다. 가만히 그 웨드를 바라보던 휀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 슬픔, 괴로움이 느껴지고 있는데… 이런 경우를 보신 일이 있습니까?”
“… 그, 글쎄요…! 하지만, 저 병기는 도대체 왜 우리의 웨드를 매달고 있는 건지…! 설마 방패로 쓰기 위해서?”
“파이프가 연결된 것을 보아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만….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한편, 휀이 느끼고 있는 것을 그 전부터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집에서 한참 요리를 하다 밖으로 나온 세이아는 양손을 모아 입을 가린 채 흐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이… 슬픔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