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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나이트 – 706화


기지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차원 결계 생성 장치. 그것은 단순한 기계 장치라고 보기엔 너무나 거대했다.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거대해지는 그 기계 뭉치를 보며 바이칼은 힘겹게 중얼거렸다.

“재수가 없군. 괜히 리오 녀석과 약속한 것 같아.”

“‥후, 두려우신 모양이군요.”

“‥!!!”

쥬빌란의 도발성 짙은 말에 바이칼은 그를 흘끔 쏘아보았다. 그러나, 쥬빌란의 몸 전체에서 뿜어지는 기운은 농담이 아니었다.

“저도 두려우니 괜찮습니다. 기대 이상의 방어 장치가 있는 듯합니다. 아니, 장치라고 보긴 좀 그렇군요. 생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도대체 무슨‥음?”

순간, 바이칼의 눈엔 차원 결계 생성 장치 앞에 실험용 흰색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떠 있는 것이 들어왔다. 분명 보통 인간이라면 호흡하기가 곤란해서라도 저 높이에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는 바이칼과 쥬빌란, 둘 모두가 알고 있는 자였다.

“‥허허헛‥. 어서 오시오 두 용족의 최고 권력자이며 최강자이신 두 분‥. 너무 기다리고 있었다오.”

바이칼과 쥬빌란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설마 와카루가 여기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둘이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바이칼은 씁쓸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거칠게 내뱉었다.

“‥오늘의 운세는 모든 갈등이 해소되어 상당히 좋을 것이라 나왔는데‥. 재수 더럽게 없군.”

“전 운세 같은 건 믿지 않는 편이지만‥. 의견을 같이하고 싶군요.”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쥬빌란 역시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바이칼의 곁에 다가와 말했다. 와카루는 천천히 그들에게 내려왔고, 둘의 앞에서 몸을 멈추며 자신의 껄끄러운 수염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가즈 나이트 중 한 명이 올 줄 알았는데, 설마 두 분이 올 줄은 몰랐구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소이다. 난 이미 용족들의 신체 데이터도 흡수한 상태니 당신들 둘이라 해도 별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되니 말이오. 허허허헛‥. 어쨌거나, 이 차원 결계 장치는 부수지 못한다오. ‥쩝, 솔직히 난 메타트론인가 하는 그 천사 양반도 믿지 못하고, 예전에 잠깐 아군이 되었었던 쥬빌란 마마도 믿지 못했다오. 물론 양측에서 날 믿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말이오. 차라리 내가 진작에 직접 나설 걸‥하는 후회가 드니 답답할 따름이외다. 내 머리를 따라갈 사람이 있었어야 말이지‥허허, 정말 안타까웠소이다.”

쥬빌란은 묵묵히 와카루의 말을 듣기만 했다. 바이칼은 머리를 긁적이며 쥬빌란의 뒤쪽으로 물러섰고, 와카루는 곧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계속 말을 이었다.

“‥험, 어쨌거나 이젠 선택의 길이 없다 생각하고 저 장치를 파괴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소. 마지막 카드라 생각한 메타트론도 별 효용가치가 없었기 때문이오. 미카엘인가 뭔가 하는 천사‥넬인가 하는 아이로 다시 태어났지 아마? 좀 모험이긴 했지만 미카엘로서 각성을 시킨 뒤 당신들의 작전을 교란시킬 생각이었소. 근데‥그 휀이란 청년은 정말 무서울 정도의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소. 미카엘에겐 의견 한 번 묻지 않고 자기 맘대로 작전을 구사해서 상황이 바꿔지는 것을 막아버린 탓이었소. 마지막으로, 설마 쥬빌란 마마가 그 대쪽 같은 자존심을 버리고 서룡족과 달라붙을 줄은 상상도 못했소. 이건 전적으로 내 실수였소이다. 당신네들을 그냥 놔주는 게 아니었는데‥. 뭐, 어쨌든 결과는 이렇게 되었소. 수적으로도 난 당신들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었고, 전력면으로도 당신들을 상대할 수 없게 되었으니 말이오. ‥그러니, 이제부턴 이해해 주길 바라오.”

순간, 와카루의 몸은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했고 주름살이 가득한 그의 몸은 젊은이의 늠름한 육체로 변화해 갔다. 곧, 그의 넓은 등에선 바이오 버그의 외피와도 같은 괴 물체가 솟아나기 시작했고 그 물질은 마치 갑옷처럼 젊은 와카루의 몸을 뒤덮어 갔다.

“최후의 발악이 될 테니까!!! 너희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겠다, 모조리!!! 그리고 이 세계도 없애버릴 것이다!!!!!!”

와카루의 몸에서 뿜어지는 무서운 기운, 그것은 중급 투신 이상의 강력함을 싣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쥬빌란의 얼굴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후, 맘대로 지껄이시지요 와카루 박사. 그런데, 자신의 연설이 너무 길었다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시선도 너무 저에게만 고정되었고 말이지요.”

“‥뭐라고?”

순간, 쥬빌란은 몸을 위로 솟구쳤고 쥬빌란이 솟구치는 모습을 본 와카루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전방에 붉은색으로 빛나는 드래곤의 모습이 작게 들어왔다. 물론 거리가 멀리 떨어진 탓에 작게 보이는 것이었다. 다시 드래곤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바이칼은 멸성의 힘을 사용한 상태에서 와카루를 쏘아보고 있었고, 쥬빌란이 몸을 피하자마자 한참 동안 응축했던 브레스를 일시에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입 앞에선 무서우리만치 푸른색을 띈 빛이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앞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그 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와카루는 곧 비명을 지르며 양 팔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드래고니스 안의 모든 이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아는 사령실 안에서 라이아와 함께 계속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상태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 기도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모니터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장로는 이번만큼은 사령실 안의 금연을 해제한 상태였다. 사령실 안은 동룡족 장성들과 4대 용왕들, 그리고 오퍼레이터들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장로 역시 열 잔 이상의 커피를 들이키며 초조함을 달래고 있었다.

“‥어떻게 될 것 같나, 멀린.”

새로운 커피를 잔에 따르며 장로가 물어오자, 멀린은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대답했다.

“‥이번만큼은 아직‥. 게다가, 파괴신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니 모르지.”

“아닐세.”

그때, 아더의 낮은 목소리가 장로와 멀린의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켰고, 아더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대답했다.

“선이고 악이고 하는 개념 싸움도, 정의고 불의고 하는 것도 모두 저 젊은이들의 전투엔 도움이 되지 않아. 오직 이기고자 하는 집념이 더 강한 쪽이 승리할 걸세. 누가 되었든 말이지. 우린 그냥 저 젊은이들의 집념이 더 강하길 빌 수밖에 없겠지.”

“‥그렇겠군요.”

세 노인들은 다시금 모니터에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모니터엔 아직 먼 거리에서 잡은 적 기지의 모습만이 들어와 있을 뿐이었다. 그때, 모니터의 위쪽에서 파란 빛이 줄기를 그리며 번뜩였고 그 순간 아더는 기도하고 있는 세이아와 라이아 자매에게 몸을 날리며 기력이 실린 고함을 질렀다.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몸을 숙여!!!!!”

“예?!”

사령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몸을 바닥에 붙이기가 무섭게, 사령실은 물론이고 적 기지 외곽에 정박 중인 모든 함선들은 하늘 쪽에서 번쩍인 폭발 광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에, 에너지 반응‥계측 불가!!! 거대 에너지 폭발의 파장이 지역 일대를 뒤덮고 있습니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끈질기게 계기판에 달라붙어 있던 오퍼레이터의 비명과 함께 드래고니스는 중력 브레이크의 효과를 무시하고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력 브레이크가 약한 동룡족 전함 몇십 대는 위쪽에서 내려오는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지면에 처박히기도 했다. 한참 동안의 에너지 파동이 멈춘 후, 각 함대들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드래고니스 역시 중심을 회복했다. 오퍼레이터들이 피해 상황을 확인하는 동안, 세이아와 라이아를 덮쳐 보호하던 아더는 몸을 일으키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멸성의 힘이 가해진‥메가 플레어가 폭발하다니, 이게 무슨‥?! 설마 버틸 수 있는 존재가 지금 이 세계에 있단 말인가!!!”

<※※※>

바이칼의 몸은 점점 작아졌고, 곧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바이칼의 현재 상태는 최악이었다. 소비한 에너지의 양도 만만치 않았지만, 자신이 쏜 메가 플레어가 목표물을 밀고 대기권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았다는 점이 바이칼에게서 기력을 빼앗고 있었다. 폭발 광이 사라지고 천천히 공간이 회복되면서, 바이칼의 눈엔 더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빌어먹을 영감‥.”

바이칼은 그 말을 끝으로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를 지켜보던 쥬빌란은 그를 받쳐주러 가야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멸성의 힘이 가해진 상태의 메가 플레어를 견뎌낸 생물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그의 몸을 묶어놓고 있었다.

“‥와카루, 도대체 어떻게‥?!”

와카루는 그 자리에 그대로 떠 있었다. 물론 몸이 멀쩡하진 않았다. 그의 머리와 몸의 절반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남은 육체는 다시 불끈거리기 시작했고 쥬빌란은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자신의 양 손을 앞으로 모았다.

“‥쿠큭‥쓸데없는 짓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 아니!!!”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쥬빌란의 몸은 와카루의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멈추고 말았다. 늘어붙은 와카루의 상처 부위에 사람의 입 모양을 한 물체가 튀어나와 있었다. 아마 아까의 말은 그곳에서 나온 것이리라. 곧, 그 육체에선 머리와 반쪽 몸체, 그리고 팔과 다리가 자라났고 와카루의 몸은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 와카루의 몸에선 다시금 외피가 솟아올라 육체를 감쌌고, 완전히 몸이 회복된 와카루는 길게 한숨을 내 쉬며 말하기 시작했다.

“후우‥하하핫, 정말 아찔했소. 설마 이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말이외다. 이것이 용제님의 진짜 실력이었다니, 감탄, 감탄, 또 감탄했소. 어쨌거나, 이제 쓸데없는 장난은 통하지 않는다‥주룡. 키키킥‥. 용제의 그 공격을 받아낸 나에겐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너도 알겠지!! 크카카카카카캇–!!!! 난 무적이다!!!! 난 신이다!!!!! 우하하하하하하핫–!!!!!”

와카루는 마치 정신 분열증 환자와도 같이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쥬빌란은 침을 꿀꺽 삼키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이칼의 그 공격을 막아낸 이상 자신의 주술 역시 통하지 않을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와카루. 오래간만에 그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군, 후훗‥.」

부스터의 소리와 함께 들린 목소리에, 와카루의 눈은 주황색의 빛으로 번뜩였고 와카루는 혀로 입술을 훑으며 환희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쿠훗‥!!! 리오·스나이퍼‥!!! 그런데 그 하얀 갑옷은 뭐지? 어서 그걸 벗고 나와라. 예전의 결판을 내고 네 육체를 먹어주겠다‥!!!!!”

화이트 나이트와 동화한 상태인 리오는 안고 있던 바이칼을 조금 후 자신에게 다가온 쥬빌란에게 넘겨 주었고, 다시 와카루를 바라보며 쥬빌란에게 말했다.

「바이칼의 기력 소모가 심하니 즉시 드래고니스로 데리고 돌아가 주십시오. 와카루와 차원 결계는 제가 맡겠습니다.」

“리오‥! 귀공의 힘을 믿어도 돼겠소?”

바이칼을 받아 든 쥬빌란은 긴장된 표정으로 리오에게 물었고, 리오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결계 밖으로 나온 이상 제 4 안전 주문까지 풀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럼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이제 위험해지니 어서 벗어나 주십시오.」

“‥알겠소. 그럼 드래고니스에서 기다리겠소.”

쥬빌란은 곧 용의 모습으로 변한 뒤 바이칼을 들고 드래고니스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고, 리오는 화이트 나이트 전용의 오리하르콘 소드를 뽑아 들며 와카루를 바라보았다.

「‥저번엔 용하게도 지하드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너와의 결판은 여기서 내 주겠다 와카루. 너무 지겨워서 눈물이 다 날 정도니까 말이야.」

가만히 리오의 말을 듣고 있던 와카루는 곧 크게 조소를 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지금의 그 반응은 지금까지 리오가 알고 있던 와카루의 영악한 모습이 아니었기에 리오로선 약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우핫, 우하하하하하핫–!!!! 지하드? 그게 뭐지? 내가 너랑 언제 싸웠더라‥? 아, 그래‥크리스마스 이브였나? 크리스마스‥난 선물을 받지 못했는데‥하하하하하하핫‥!!!! 리오·스나이퍼‥널 죽여주겠다‥!!!!!! 크하하하하하핫–!!!!!”

리오는 양 손에 든 오리하르콘 소드를 내리며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와카루의 정신이 분열된 것 같다는 생각 외엔 들지 않았다. 어쨌거나, 만약 진짜 그렇다면 절호의 기회였기에 리오는 마음을 비우며 신계와 교신을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리오와 동화된 화이트 나이트의 몸에선 회색의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고 화이트 나이트의 냉각기에선 흰색의 수증기가 뿜어졌다. 화이트 나이트의 두상엔 여섯 개의 회색 무늬가 떠올랐고, 화이트 나이트의 눈은 곧 푸른색으로 번뜩였다.

「제 3 안전 주문 해제‥. 여기서 끝내겠다 와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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