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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2화


네 사람이 ‘판타지 트레인’의 출구에서 뛰쳐나와 달렸다.

“허억, 헉!”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자 특유의 헉헉거리는 소리가 양옆에서 들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스코트가 쏟아져 나온다.

죽 어

“아아아악!”

“흐어, 흐어억….”

어트랙션 입구마다, 가게마다, 표지판마다 이질적이고 괴상한 기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질척이는 마스코트를 뱉었다.

그리고 그 마스코트들은 주둥이를 까뒤집어 내장에 박힌 무수한 이빨을 드러낸 채 우리를 기괴한 모양새로 쫓아오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몸이 흔들리며 다 녹은 촉수 같은 것이 축 늘어진 귀와 팔에서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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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하하하하!

사방이 시끄럽다.

테마파크의 연주곡과 웃음소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듯 겹쳐서 사방에서 기괴한 소음을 만들었다.

요란하고, 무섭고, 혼란스럽고, 끔찍한 이 소리들!!

모든 요소가 머리가 아프고 방향감각을 잃게 한다. 하지만….

“이쪽! 이쪽입니다!”

나는 이 악물고 머리에 새긴 좌표대로 이를 악물고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픽.

질퍽.

날아온 촉수 끝 진액이 아슬아슬하게 내 머리를 스쳤다.

치이익.

“……후욱.”

진액이 튄 머리카락이 녹아내리는 게, 탄내가, 느껴진다.

‘이런 미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발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다.

‘멈추는 순간 끝이다.’

죽는다. 아니, 그보다 끔찍한 꼴이 될 거란 직감이 등골을 따라 소름을 돋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목적지가 아주 근처라는 것뿐!

연구원마저도 징징거리는 대신 침을 질질 흘리며 뛰었다.

지 루 해

“저, 저리가! 저리 가아아악!!”

“입 닥쳐!”

나비 가면이 외쳤다. 연구원을 먹이로 던져서 시간을 벌 수 없는 것이 미치게 아쉽단 눈빛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너무, 가까워.’

좀비처럼 몰려드는 마스코트는 미친 듯이 증식 중이었고, 걔 중에는 아슬아슬할 정도로 가까운 것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빠르다.

인간보다!

‘망할, 망할, 망할!!’

공포가 등을 쭈뼛 서게 만드는 순간.

“크흑!”

결국 잡히는 사람이 나왔다.

“크악, 우웨엑….”

소가면이 거꾸러진다.

‘X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머니 속에서 어떻게든 동전을 튕겨서 장갑을 불러냈다.

그리고 오백 원짜리 여러 개를 투척하듯 던져 허공에 반투명한 그림자 손을 만들어냈다.

훅.

허공을 날아간 그림자 손이 징그러운 마스코트의 머리를 밀쳤다.

“뛰어!”

어깨에 수많은 구멍이 난 채 구사일생한 Y조 신입이 네발로 기듯이 빠져나와 뛰기 시작했다.

“허억, 헉, 가, 감사….”

“나중에!”

지혈할 순간도 없었다. 전용 장비고 나발이고도 신경 쓸 게 아니다!

‘어차피 반경 3m 넘어가면 그림자 손은 사라질….’

미친 격통이 왼손을 후려갈겼다.

“~!!!”

하마터면 손을 부여잡고 엉엉 울며 구를 뻔했다.

뾰족한 압착기에 산 채로 손이 으스러지며 녹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전용 장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방금 허공에 불러낸 손이, 마스코트의 입이든 촉수든 간에 무슨 끔찍한 일을 당하며 없어진 것이다.

처음으로 내 전용 장비의 약점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장갑이 만든 손이 박살 나면 내 손도 딱 그만큼 아프다는 것을!

그러나 비명을 지를 틈은 없었다. 나는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외쳤다.

“저기!”

목표 지점이 보였다.

거대한 문이었다.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칠해진, 전형적인 테마파크의 양식을 띤….

[판타지랜드 (웨스트사이드 게이트)]

장식품.

테마파크 서쪽을 감싼 성벽에 붙은 장식용 문이다.

“막혀 있잖아!!”

“밑에 붙으십시오!”

나는 가장 먼저 거침없이 장식용 문 아래에 발을 디디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발을 디디려 했다. A조 대리와 Y조 신입.

연구원은 그 뒤라 좀 위험할 수도 있는 위치….

“비켜 X발!”

“윽!”

퍽.

연구원이 A조 직원을 안간힘을 다해 밀치며 그 힘을 반동 삼아 나아왔다.

“…!”

불시에 튕겨 나간 호리호리한 몸이 마스코트에 부딪혔다.

죽 어

반쯤 녹은 채 기어 오던 마스코트의 눈에서 검붉은 진액이 나비 가면 위로 쏟아진다.

“아아아악!”

치이익.

타들어 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대리님!”

A조 직원이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끔찍한 형태의 마스코트 밑에 깔려서 사지를 떨었다.

나비 가면에 가려지지 못한 얼굴은 이미 기포가 올라 엉망이었다.

보이는 것은 체념의 눈.

절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을 확실히 계산한 사람의 눈이다.

그 눈과 마주치는 순간.

“손톱!”

나는 외쳤다.

“대리님, 손톱 여기에!”

동시에 왼손을 펴서 앞으로 내밀었다. A조 대리가 눈을 크게 뜨더니, 오른손을 뻗어서 검지를 내민다.

피익!

쏘아진 네일이 내 손바닥 정중앙에 꽂혔다.

“…!”

하지만 동요는 없다.

‘이미 박살 나게 아팠으니까!’

더 큰 고통에 이번 통증을 무시한 손아귀는 동요 없이 네일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당겼다.

훅.

짧은 소음과 함께 나비 가면을 쓴 몸이 튕겨온다.

지 루 해

아슬아슬하게 빈자리에 우수수 마스코트들의 이빨이 꽂히고 진액이 쏟아진다.

“허억, 허어어어억….”

“후욱…….”

문 아래 바닥에 엎어져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바로 코앞.

피눈물처럼 진액을 흘리는 수많은 토끼 마스코트가 텅 빈 동공으로 더덕더덕 억지로 멈춰 서 있었다.

“힉!”

마치 투명한 벽이 가로막고 있기라도 한 것 같은 모양이었다.

———————=

유쾌 테마파크 이용 지침서 (탐사기록 64번까지 적용)

5. 다양한 구역을 즐겨요!

마스코트의 외양과 어트랙션 색이 달라졌나요? 당신은 새로운 구역에 서 있는 거예요.

안타깝지만, 다른 구역의 마스코트는 새로운 구역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작별 인사를 해주세요. 다정하게!

———————=

바닥을 보았다.

‘…벽돌색이 달랐지.’

거짓말처럼 하얀색을 띤 벽돌이 딱 두 줄, 정문처럼 꾸며진 장식 아래에 있었다.

그 너머 빨간 벽돌 바닥을 넘지 못하고 마스코트들이 서 있던 것이다.

지 루 해

나는 입장권을 내려다보았다.

[(유쾌) 판타지랜드 탑승권 ■□□]

[(유쾌) 판타지랜드 탑승권 ■□□]

재미없어

목소리가 사라진다.

눈앞에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스코트들도 미동 없이 서 있더니, 이윽고 눈을 깜박이는 순간….

사라졌다.

“…….”

“…….”

헐떡이는 소리가, 고요해진 공기를 타고 흘렀다.

나는 침을 삼켰다.

“…매직버니의 판타지 랜드는 여기가 끝인 것 같습니다.”

살았다.

“도망, 성공했습니다.”

“아아…!”

“흐으으으….”

Y조 신입이 안도와 고통의 신음을 내며 어깨를 붙잡고 엎어졌다.

나도 벽에 머리를 기댄 채 하늘을 본 채 숨을 골랐다.

‘죽는 줄 알았다….’

심장이 너무 뛰었다.

이걸 사네.

A조 대리는 자신을 밀친 연구원을 무시무시하게 싸늘히 응시했으나, 손톱 장비 모양대로 살이 파인 내 손바닥을 힐끗 본 후 도로 침착해졌다.

어쨌든 살았고, 지금 연구원을 죽이겠다고 난리 칠 여유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산성액 같은 걸 머리에 뒤집어써서 어마어마한 통증이 있을 텐데도 침착한 건 대단했다.

“일단.”

“예?”

A조 대리가 심호흡했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잖아.”

“…….”

의외였다.

“아닙니다. 대리님 전용 장비 덕에….”

“여기서 겸손해도 의미 없다? 그냥 알았다고 해. 너 지금 선 잘 탄 거니까.”

아, 예.

“어떤 병신과는 다르게 말이야.”

“…….”

연구원이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A조 대리는 그 모습을 잠시 쳐다본 후, 다시 일로 화제를 돌렸다.

“여긴 일종의 자투리 공간 같은데, 이걸 노린 거야? 근데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좁아서… 뭘 어쩌려고?”

“여긴 목적지가 아닙니다.”

“음?”

나는 숨을 다 고른 후, 완전히 뒤를 돌아서 장식문을 정면으로 보고 섰다.

“그거 아십니까? 큰 테마파크에는 보통 놀이공원 외에 다른 게 있기도 합니다.”

“…다른 거?”

“예.”

이 문 아래는 엄밀히 말하자면 매직버니의 영역도, 다른 마스코트의 영역도 아닌 빈 곳이다.

일종의 테마파크 속 공백이니, 기물 파손했다고 죽이려 쫓아오진 않겠지.

나는 손으로 문 형태의 벽을 두드렸다.

퉁.

빈 소리가 났다.

“대리님. 여기를 전용 장비로 뜯어낼 수 있을까요?”

“…….”

대리는 말없이 손을 들어서 도로 검지의 손톱을 뽑아냈다.

그리고 벽 틈에 끼워서, 휙 당겼다.

“헉!”

투툭.

벽돌 모양 패널이 하나 드드득 빠지며, 바람이 밀려온다.

타고 들어오는 건… 물 냄새.

-아하하하하!

“…!!”

쏴아아, 물보라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리와 뱃고동 소리, 갈매기 우는 소리와 함께 유쾌한 행진곡이 흐른다.

벽돌 틈 사이로 탁 트인 공간에서 내리쬐는 햇볕이 보였다.

허공을 휘감고 내려가는 거대한 원통형 슬라이드들은 모두 각양각색의 푸른빛으로, 물과 튜브를 내뿜는다.

[블루드림 워터랜드]

“여긴…!”

워터파크.

대규모 테마파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름의 공간이다.

“파란 구역입니다.”

Y조 신입이 목이 부러질 듯이 돌려서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어, 어떻게?!”

“아까 본 판타지랜드 컬러 지도에선, 물을 쓰는 어트랙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

“그렇다면 다른 곳에 큰 섹션으로 따로 있지 않을까, 해석했습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정상적으로는 접근이 어려울 거라고도 추리했고요. 보통은 아예 따로 입장권을 따로 판매하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벽을 뜯었다?”

“예.”

나는 아까 이자헌 조장과의 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서쪽입니….

서쪽.

물론 조장이 말한 것은 저 워터랜드 안에서 서쪽이었겠지.

하지만 마침 우리가 ‘매직버니 판타지랜드’의 서쪽 끝단에 있던 덕에, 파란 구역이 따로 있다는 추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동쪽은 숲으로 막혀 있고, 북쪽엔 출입구가 있고, 남쪽은 절벽이었으니까….’

어차피 ‘매직버니 판타지랜드’ 너머에 공간이 있을 수 있는 건 서쪽뿐이었다는 거다.

그렇게 해석했고….

‘맞았네.’

“판타지 랜드에서 쫒겨 난 파란 마스코트가, 여기에 새로운 구역을 만든 거겠죠.”

“아…….”

“일단, 얼른 넘어가죠.”

“그, 그럽시다!”

패널을 마저 뜯어내는 손들이 분주했다. 심지어 어깨 부상을 입은 Y조 신입도 어떻게든 한 손으로 거들려 했다.

그 와중에도 연구원은 눈을 굴리며 구석에 서 있었으나, 얼굴에 뺀질함이 돌아왔다.

일이 잘 돌아가는 걸 눈치챈 듯했다.

그리고 몇 초 후.

“돼, 됐다!”

마침내 사람이 빠져나갈 크기로 뜯긴 벽 패널 너머로, 한 사람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나간 나는 두 발로 워터랜드에 서서 푸른 풀장과 푸른 하늘을 보았다.

휙, 물기 어린 바람이 불었다.

‘햇살이….’

기가 막힐 정도로 좋네.

이상한 해방감마저 들 순간,

저 멀리서 날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노루야!!”

“…!”

D조 사람들이다.

“너 괜찮냐?!”

“대리님!”

튜브라도 든 건지, 부피 큰 짐을 하나씩 달고 있는 D조 사람들이 우르르 가까워졌다.

한 달간 부대끼고 지낸 게 확실히 영향이 있는 건지, 안도감이 훅 밀려왔다.

“잘 지내셨습니까?!”

나도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조장 어깨의 짐이라도 넘겨받아야 신입으로서 빠릿빠릿한 건가 고민을….

잠깐.

‘사람 몸이잖아.’

짐이 아니었다.

도마뱀의 어깨에는 인간 몸이 축 늘어져서 달려 있었다.

‘…사냥?’

자세히 보니 청둥오리 가면을 쓰고 있다.

A조 조장이다.

“…….”

아니.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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