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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4화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팔찌를 바라보았다.

[◎ (유쾌) 판타지랜드 회원권 ◎]

그러나 탑승권에서 회원권으로 변한 글자는 변하지 않았고, 묘하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진 재질도 변하지 않았다.

그, 그래….

돌발 사태지만, 그래도 할 일이 변하진 않았다.

팔찌를 게이트에 찍고 나가는 것.

‘회원권이고 뭐고 다신 안 오면 되지.’

“감사합니다.”

나는 침을 삼켰다.

“음… 저도 이만 귀가하고 싶습니다.”

파란 마스코트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기웃거렸다.

나는 게이트 기기에 들어가 팔찌를 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마스코트가 막아섰다.

‘제발.’

왜 이러십니까.

울고 싶어졌다.

“제가 생각하시는 것만큼 착한 아이가 아닙니다….”

착 한 아 이

맞 아

파란 마스코트의 발톱이 아주 부드럽게 살짝, 내 팔찌 위를 덮었다.

그리고 목소리가 울린다.

명예를 아는 자에게

가치 있도다.

…!!

“쿨럭.”

입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피였다.

‘바, 방금… 무슨.’

설마… 탑승권이 아니라 회원권으로 바뀌어서 그런 건가?

파란 용 마스코트는 내가 피를 토하자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하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블루소다 츄러스]

아마 이 테마파크 내부에서 파는 간식인 것 같았다.

“…잘 먹겠습니다.”

응. 절대 안 먹을 거다.

“근데, 집에 돌아가서 먹고 싶습니다만.”

놀아

마스코트는 강경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게이트 기기를 껐다.

“…!!”

픽. 불이 꺼진 북쪽 출구에서 셔텨가 내려왔다.

나는 망연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파악이 안 됐다.

하지만 따지고 드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연구원 꼴이 날 수도 있어.’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일단, 일단… 이 안에서 당장 죽을 만큼 위험한 건 아니니까. 대안을 모색해 보자.

나는 게이트에서 물러났다.

달음박질해서 떠나는 내 모습을, 파란 마스코트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 * *

“미치겠네.”

나는 워터파크의 락커룸에 들어와서 주저앉았다.

무서워 죽겠다.

“이게 뭐냐고.”

정리하자면, 갑자기 마스코트가 날 ‘착한 아이’라고 부르더니 회원권을 쥐여주고 게이트 셔터를 내려버렸다.

한 마디로, 난 여기 갇혔다.

“…….”

갇혔다니.

아니, 애초에 착한 아이는 또 뭐란 말인가.

연구원은 나쁜 아이, 나는 착한 아이….

아.

‘…팀원을 몇 번 구해줘서 그런 건가!’

그래. 그게 가장 그럴싸한 이유긴 하다.

어쩌다 보니 내가 위급상황에 몇 번 사람들을 챙기긴 했는데… 상으로 테마파크에서 영원히 놀게 해주겠다, 이건가?

‘돌아버리겠네….’

여긴 B등급 어둠 속이다.

아무리 저 마스코트가 호의적이고 제법 안전해 보인다고 해도, 언제 어디서 무슨 위험과 기기괴괴한 미친 짓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뜻이다.

게다가.

‘…24시간 이상 머문 탐사 기록 자체도 없어.’

24시간이 넘어가는 순간, 다 죽거나 실종된다는 뜻이다.

정말 좋게 해석하자면 탑승권이란 게 1일권이라 그런 것이며 회원권인 나는 괜찮을지도 모르겠으나, 중요한 건 내게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뜻이다.

‘망할.’

나는 혀를 씹고 싶은 기분으로 머리를 굴렸다.

지난 몇 시간의 피로 탓인지 둔탁하게 사고가 돌아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마스코트와 싸워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몰래 잠입해서 게이트 기기를 켤 수도 없다.

‘아까 동전을 다 썼어.’

Y조 신입, 장허운 씨가 엎어지는 걸 보고 급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진 게 패책이었다. 나는 눈두덩이를 눌렀다.

그렇다고 바깥과 통신할 수 있는 단추가 있는 것도 아니라, D조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다.

‘내가 가진 아이템은….’

스마일 스티커? 이미 호감도가 높아서 문제인 상황에서 쓸 게 아니지.

2배 물약이나 0.5배 쿠키도 마찬가지다. 그건 시너지를 낼 효과가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말 없나?’

고민할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침체하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빛이 반짝였다.

[어둠탐사기록 리얼굿즈 박스]

-새로운 굿즈의 사용 권한 해금! (!)

“…!!”

검은 메모장, 굿즈 박스다.

‘제발!’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당장 그것을 눌렀다.

동아줄인가? 아니, 뭐라도 좋았다. 작은 힌트라도 필요했다, 뭐든….

툭.

굿즈가 떨어졌다.

‘…!’

나는 투명하게 비닐 포장된 물건을 들어 올렸다.

그건 내 손바닥에 들어올 정도로 작고 복슬복슬한.

봉제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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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백일몽 주식회사

/ ■■■■■

착한 친구

당신의 귀여운 동물 인형이에요. 언제나 함께 다니며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언제나.

-‘유쾌 테마파크 기념품숍’

포장지의 물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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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보드게임 박스의 글귀를 떠올렸다.

-팀원들과 함께 3개의 판타지 어트랙션에 가장 빨리 탑승하고 상품을 받아보세요!

‘유쾌 테마파크’에서 가장 빨리 3가지 어트랙션에 탑승한 팀은, 기념품숍에서 이런저런 물건 중 하나를 상품으로 그냥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주임도 상품을 받았다고 말했지.’

그리고 물론, 괴담 속의 테마파크 기념품숍에는 기기묘묘한 아이템이 드물지 않게 섞여 있었다.

‘타갔던 상품 목록만 따로 정렬해 놓은 탐사기록도 있었다….’

그리고 이건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템 중 하나였다.

착한 친구

본래 원작에서는 어린아이 품에 쏙 들어갈 크기의 봉제인형이었으나, 굿즈화되며 키링으로 재탄생한 작은 인형이 내 손에 잡혔다.

‘이 굿즈 사용 권한이 유쾌 테마파크 이용자였나.’

테마파크에 다녀간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 기능 없는 봉제인형에 불과한데, 내가 탑승권을 다 써서 권한이 생긴 모양이다.

그리고 이 봉제 인형의 능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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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 세계의 누군가를 초대해, 정신의 일부를 인형 속에 깃들게 하여 친구로 만들어 주는 기묘한 물건.

<유쾌 테마파크>의 기념품숍에서 드물게 등장한다.

자세한 초대 기록은 아래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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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

평소라면 엄청나게 심사숙고해서 안전장치를 어떻게든 만들어놓고 시도했을 것이다.

‘이면 세계의 누군가를 초대한다’라니, 섬뜩한 괴담 도입부에 딱 알맞은 설명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다.

‘해보자.’

난 지금 괴담의 생리를 꿰고 있는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한 상황이니까.

나는 오랜만에 메모리얼 그립톡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꺼내서, <어둠탐사기록>의 ‘착한 친구’ 탭을 열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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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를 위한 준비물

성냥 (혹은 라이터)

물 100ml

소금 한 스푼

동전 (깨끗한 것)

친구와 관련된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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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용한 공간.

‘마침 이 락커룸이네.’

밖은 물소리와 음악 소리로 요란하니, 여기가 그나마 제일 낫겠지.

그리고 라이터, 물, 소금까지는 어떻게든 이 테마파크 안에서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게에서 훔치든 요청하든 하면 된다.

문제는 그다음 두 개.

동전 (깨끗한 것)

친구와 관련된 물건

동전은 다 써서 없다.

그리고 친구와 관련된 물건은… 사실 괴담의 재미를 위해 넣어놓은 항목이다. 저기에 동화책을 넣으면 그 동화 모티브의 괴물이 오는 식이지.

‘뭘 해야 그나마 안전한 거지?’

아니, 친구와 관련된 물건으로 이 테마파크의 뭔가를 바치기 꺼림칙했다.

여기 자체가 이미 괴담 아닌가.

“…….”

결국 나는 고민 끝에 두 물건을 낙점했다.

부디 이 대체가 먹히길 바라며.

그리고 잠시 후.

“후우.”

나는 구해 온 토치와 소금을 락커룸 제일 구석 바닥에 내려놓았다.

‘섬뜩했네.’

전부 간식 트럭에서 구해 온 것이다. ‘마시멜로우 구이’라는 메뉴를 파는 것을 보고 혹시나 했는데 둘 다 있더라.

‘…회원권을 보더니 공짜로 줬지.’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길해졌다.

나는 입을 쓸어내리다가, 다시 스마트폰을 열었다.

어서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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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 의식

1. 매끈한 바닥에 손가락으로 물을 찍어, 동봉된 도안의 육망성을 그립니다.

2. 육망성 정중앙에 ‘착한 친구’를 둡니다.

3. 동전을 ‘착한 친구’의 배 위에 올립니다. 이때 손가락에 물이 남아 있으면 안 됩니다.

4. 소금 한 스푼을 입에 물고, 친구와 관련된 물건을 불로 태우세요.

5. ‘착한 친구’가 말하기 시작하면, 소금을 삼키고 다정하게 인사를 돌려주세요!

동전이 사라졌다면 성공한 것입니다! 당신은 든든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항상 함께하며 아껴주세요!

※소금이 삼켜지지 않거나 기묘한 맛이

나거나 재로 변하거나 피가 날 시

도망치세요.

———————=

“후우.”

나는 우선 락커룸의 대리석 바닥에 이미지와 똑같은 육망성을 그렸다.

조금 복잡하지만 어려울 것 없는 작업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번뜩이는걸.’

그러나 완성된 육망성은 과하도록 매끈하고 튄 자국 없이 표면이 번들거렸다.

나는 내 옷 가에 손가락의 물기를 완전히 닦아낸 후, 떨리는 손으로 ‘착한 친구’ 키링을 들어서 육망성 정중앙 칸에 올렸다.

‘하필 토끼 인형인가.’

왠지 찜찜했으나 팝업스토어에서 살 때는 분명 짜식 귀엽다고 생각하며 샀다는 걸 떠올리니 좀 나았다.

그리고 동전은….

‘이거.’

나는 내가 가진 아이템, 은화 뱀을 그 위에 올렸다.

‘이것도 분명 동전은… 맞겠지.’

이 괴담에서 구하느니 차라리 현실에 있는 외계인 상점의 아이템이 더 안전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제법 가치가 높은 물건 같았으니, 오히려 좋은 효과가 날지도 모르겠다고 정신 승리 중이다.

그리고 소금을 입에 문 후, 마지막.

‘친구와 관련된 물건.’

이것도 반드시 이 괴담에 속하지 않은 물건으로 준비해야 했다.

그건 바로… 나다.

“…….”

나는 내 넥타이를 풀어 들었다.

‘내 물건이면, 확실히 여기 속한 건 아니니까.’

넥타이와 관련된 친구? 누군지 몰라도 식칼 같은 것보다야 낫겠지.

나는 토치를 켰다.

그리고 넥타이 끝에 가져다 댔다.

화르륵.

거짓말처럼 거세게 붙은 불이 일렁이며, 육망성 위 봉제 인형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들었다.

그림자가 흔들린다.

흔들.

흔들.

어느새 주변이 어둡다.

보이는 건 내 넥타이를 살라 먹는 불빛과 그 빛을 반사하는 육망성, 그리고 그 중앙의 봉제인형뿐.

흔들.

흔들.

혼미한 정신은 녹아내리지 않는다.

대신 입안에 소금이 짜게 녹아내리며, 혀를 얼얼하게 한다.

그 가운데.

흔들.

흔들.

동전을 껴안은 ‘착한 친구’의 입이 열렸다.

-보라!

-내가 백만가면의 소유자요, 혼돈의 군주요, 광기의 정점이요, 쾌락과 유희의 꿈이요, 전쟁의 선동자요, 과학의 어버이요, 낮은 네발짐승이요,

…!!

너무 크다.

머릿속이 진탕이 되는 것 같다.

귀를 막고 싶었으나 내겐 손이 없다. 넥타이와 토치를 잡고 있다!

뭐지?

-기는 자의 욕망이요, 별의 군주요, 환상의 심연이요, 지혜의 입이요, 충동의 포효요, 달의 뒷면이요…

육망성 가운데 봉제인형이 경련하고 있다.

가운데에서 은빛의 둥그런 것이 타들어 간다.

‘은화 뱀.’

동전을 잘못 쓴 건가?

-나는…

머리가 너무 아프다, 너무….

-친구.

-친구가 아파?

나는 고개를 들었다.

-안 돼.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씨가 ‘착한 친구’를 통해 흘러나온다.

-아프면 안 돼….

“…….”

흔들림이 잦아든다.

넥타이가 다 타들어가며, 불이 꺼진다.

경련하던 토끼 인형 위에 올라갔던 동전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육망성을 그리던 물기도.

“…….”

정적.

나는 미동 없이 누운 ‘착한 친구’를 보며, 소금을 삼켰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실패…….”

-노루 씨?

“…!!”

쾌활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

근데….

-노루 씨?

아는 목소리다.

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사회자님?”

-아, 노루 씨가 맞군요!

화요퀴즈쇼.

그 괴담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던 TV 머리 사회자의 목소리가, 인형에서 나오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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