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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78화


나는 지금 재난관리국 요원과 악몽 속 학교에서 계단을 걷고 있다.

……상대를 포박해서 포로처럼 끌면서 말이다.

참고로 상대가 건네준 아이템으로 뒤통수치고 포박했다.

“…….”

개판이네.

‘이대로는 안 된다.’

이거 아무래도 선 넘은 것 같은데.

내일쯤 재난관리국 사람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여차하면 악의 저울에 징발당할지도 몰랐다.

회사가 지켜주긴 할 것 같지만, 백일몽 주식회사에 빚을 진다는 미친 상황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

‘어, 어떻게든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

등에 식은땀이 마를 날이 없다….

나는 우선 진중하게 말했다.

“소리 지르지 않는다고 맹세해 주시면, 재갈 부분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고개만 끄덕여주십시오.”

죽일 듯이 노려보던 요원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아주 정적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구라잖습니까.’

속일 거면 티라도 덜 내든가…!

결국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요원님께 해를 끼칠 생각, 속여서 관리국의 정보를 빼돌려 회사에 보고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그리고… 방금 발언을 하면서, 저는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

“저한테 주신 캐러멜, 고문용 자백제인 거 알고 있습니다.”

요원의 동공이 떨린다.

“물론 요원님께 악의가 있었다곤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나는 약간 우수에 찬 눈으로 허공을 보았다.

“제가 백일몽 주식회사에 다닌다는 걸 굳이 말씀드리진 않았어도,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엄밀히 뻥이다.

수틀리면 외계인 상점에서 로켓배송된 진통제 꽂아 넣고 생존형 거짓말을 지껄일 생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서부터 거북한 통증이 올라왔다.

‘윽.’

위궤양처럼 속이 벅벅 뒤틀리는 느낌.

하지만 여기선 기세가 중요했다.

‘이 정도는 이제 티도 안 내고 참을 수 있지.’

악의에 찬, 혹은 의도성이 강한 거짓말일수록 통증이 강했다. 내가 방금 한 발언은 회피에 가까우니까 1단계도 안 될 것이다.

참자.

‘다음은….’

신뢰.

나는 동시에 작은 은뱃지를 주머니 안에서 한 손으로 풀며 살짝 표정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아이템, ‘은심장’을 대놓고 요원에게 보여주었다.

“이런 효과에 기대지 않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다시 말씀드립니다. …소리 지르지 않는다고 맹세해 주시면, 재갈 부분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고개만 끄덕여주십시오.”

요원의 눈빛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갈등이 서렸다.

그리고 우리가 계단참에 설 때쯤.

정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군말 없이 재갈을 풀어주었다.

요원은 약속대로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음.’

좋아. 다음 스텝.

나는 압수했던 요원의 손전등과 피스톨을 그의 손에 돌려주었다.

그리고 팔의 결박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이건….”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호신은 필요하실 테니까요.”

‘어차피 그 피스톨, 귀신이나 초자연 현상 외의 대상에겐 거의 효력 없잖아.’

악인일 경우엔 탄환에 따라 통하기도 한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든 장허운이든 그 정도 기준에 들어갈 악인은 아닌 것 같았다.

‘장허운 씨… 지난 3개월 동안 미친 짓을 했다는 소문은 없었지.’

하지만 내 호감작이 끝나기 전에 이 요원이 도망가면 안 되니 결박은 풀지 않았다.

거기에도 그럴싸한 변명을 붙였다.

“혼자 도망가시기엔 너무 위험한 곳이니까, 이성적인 판단력이 돌아오실 때까지만 결박 유지하겠습니다.”

“…….”

천천히 사방을 경계하며 계단을 다 오를 때쯤이었다.

불쑥, 요원이 물었다.

“노루가 당신 별칭입니까?”

“…….”

“당신들은 조 단위로 움직이고, 가면에서 따온 별칭으로 서로 부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조장입니까?”

“아뇨. 그냥 신입입니다. 여기는… 동기고요.”

나는 약간 씁쓸한 듯이 웃으며 주머니에서 반 가면을 꺼내서 얼굴에 덧댔다.

그러자 뿔이 자란 나무껍질 같은, 익숙한 질감이 피부를 덮었다.

요원은 어쩐지 충격받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리고 장허운의 풀죽은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노루 씨. 절 도와주시려고…….”

“아닙니다.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절 어떻게든 X되게 만들려던 백사헌에 비하면 솔직히 이 정도는 제가 임시 요원인 척할 때부터 각오할 상황이긴 했습니다….

게다가 장허운은 아예 요원에게 변명까지 해주었다.

“저, 노루 씨는 정말 착하고 괜찮은 분이십니다. 처음 만났을 때도, 어둠에서 절 살려주시려고 목숨 걸고…….”

“그, 그 정도는 아닙니다.”

나이스샷!

“그냥… 저희가 서로 도운 거죠. 어둠에서 같이 살아남으려고요.”

“노루 씨…….”

“…….”

요원은 더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작은 피스톨의 손잡이로 내 머리를 후려갈기려 시도하진 않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4층, 진입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층을 다 올랐다.

[4F]

“…….”

오긴 했는데….

‘쫄리긴 한다.’

이 괴담은 4층부터는 뭔가가 더 뒤틀리기 시작한다.

우선 학생이 사망해도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으며….

대단히 어둡다.

치직…

전등 대다수가 이미 깨지고 나갔으며, 몇 개 안 되는 것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 깜박거리고 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

“흡,”

학생 수십 명이 복도에 우르르 서 있다.

그리고 이미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하.’

어두운 학교 복도에 마치 마네킹처럼 양옆으로 정렬해 서 있는 저 학생들.

4층의 학생 개체들은 전원 3학년으로, 해당 층에 진입한 모든 탐사 회차에서 100구 이상의 개체수가 확인되었다.

이것까지만 들으면 그냥 죽으라는 거구나 싶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요원이 딱딱한 목소리로나마 정보를 주었다.

“저들은 저 자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

4층은 진짜 너무 이상해요. 애초에 저 ‘학생’들이 움직이는 걸 저희는 목격할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위치를 이동하는 건 보잖아요?

근데 4층 학생들은 못 움직이더라고요.

발이 교실 바닥에 붙어 있는 것 같아요.

-9번째 탐사기록 녹음 중

달려들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니, 학생의 영역 반경 안으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혹시 근처로 접근해야 할 경우에는 계속 쳐다보면서 움직임 자체를 정지시켜 놓고 말이다.

‘문제는 어두워서 포착을 놓치기 쉽다는 거지.’

그리고 아주… 아주 영악했다.

심리전으로 허를 찌르려 드는 경우가 많았다.

‘……흠.’

그렇단 말이지.

나는 장허운이 이 학교 학생에게서 습득한 명찰을 블레이저에 달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진중하게 말했다.

“그럼 아주 조심하면서, 천천히 4층을 조사해 봅시다.”

이견은 없었다.

우리는 학생들 틈 사이로 들어갔다.

* * *

‘후우.’

장허운은 침을 삼켰다.

느낌이 정말 이상했다.

‘학생’ 개체들의 교복 소매가 스칠 만큼 바로 옆을, 덜덜 떨며 지나간다는 것은.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도움이 되어야 해.’

아무래도 그가 고마운 동기, 김솔음의 이번 탐사를 망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요원과 동행해서 뭘 하려고 했던 걸까?

‘아무래도 고득점… 클리어를 노렸던 거겠지?’

하지만 매뉴얼에 따르면, 여기선 오래 살아남을수록, 그리고 명찰을 많이 모을수록 꿈결 수집기 속 용액의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너무 위험해서 그런 건가, 김솔음은 4층의 학생들에게 달린 명찰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모르겠어.’

장허운은 괜히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지성을 의지하는 것은 좋은 버릇이 아니었으니까.

단지 열심히 가까워지는 학생들을 응시했다.

특히, 전등이 다 깨지거나 깜박이는 곳에 들어갈 때는 집요하게 손전등을 비추며.

터벅, 터벅.

“들소 씨는 뒤쪽을 봐주십시오.”

“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장허운은 뒤를 보며 거꾸로 걸었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손을 쭉 뻗고 있는 수십 명의 학생들이 보였다….

“저기 음악실이 보이는데, 거기까지만 힘냅시다.”

발을 옮긴다.

곧 아예 전등이 없는 구간이 나왔다.

‘후우.’

숨 막히는 어둠 속, 우두커니 서너 여전히 요요하게 그들을 들여다보는 학생들.

그 틈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헤치고 나아가던 순간이었다.

깜박.

어딘가의 불이 깜박였다. 정전이 일어난 것 같….

‘어?’

잠깐만.

뭔가 이상했다.

‘전등이 없는데 어떻게 불이 깜박였지?’

그리고 장허운은 한발 늦게 깨달았다.

정전이 아니었다.

깜박인 건….

앞에 가는 누군가의 손전등이다.

방금, 누군가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다.

“…!”

장허운은 하마터면 뒤를 돌아볼 뻔했다. 하지만 침착한 목소리가 먼저 등을 찔렀다.

“돌아보지 마십시오.”

“당신…!”

“일단, 걸어야… 합니다.”

김솔음의 목소리에 헐떡임이 섞였다.

그리고….

철 냄새.

뚝, 뚝….

뒷걸음질로 걸어가는 장허운의 시야에,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빨간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학생을 보느라 제대로 볼 수 없었으나, 신발 밑이 미끄러웠다.

그리고,

장허운은 자신의 허리에 부딪힐 만큼 복도 중앙으로 내민 한 학생의 손도 보았다.

붉게 물들어 핏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장허운은 토악질을 참았다.

“노, 노루 씨…!”

겨우 학생의 틈을 헤치고 나와 뒤를 돌아봤을 때.

김솔음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배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손전등은, 다시 한번 깜박였다.

그가 창백한 얼굴로 웃었다.

“……배터리가,”

-유효점등시간 : 60분

그렇다.

비상 손전등이라는 건 그렇게 사용 가능 시간이 길지 않았다.

‘아…!’

미리 준비물을 챙겨와 비상 손전등은 정말 비상시를 위해서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둘은, 미쳐 상대가 든 손전등의 시간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자, 잠시… 우욱.”

“마, 말씀하지 마세요!”

장허운이 토악질을 참으면서도 어떻게든 김솔음을 부축하려고 들었다. 요원도 반사적으로 동참했다.

그렇게 백일몽 주식회사 직원과 재난관리국 공무원은 급박히 한 사람을 부축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거기에도 학생 몇이 들여다보고 있었나, 그들은 학생들이 닿지 않을 범위에 힘겹게 들고 있던 사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김솔음은 앉은 채로, 상처 부위를 압박하며 말했다.

“두 분.”

“…….”

“절 두고 가십시오.”

뿔 가면을 쓴 그는 상처를 틀어막으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아, 잠시만요.”

김솔음은 배를 잡고 있지 않은 손을 뻗어, 재난관리국 요원의 포박을 완전히 풀어주었다.

“깜박했습니다. 이제 가시면….”

요원은 들은 채도 안 하고, 주머니를 뒤져서 여분의 명찰을 꺼내 김솔음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하지만….

“안 주셔도 괜찮습니다. 쓰실 곳이 있던 것 아닙니까.”

“…….”

“가보세요. 분명 다른 분들이 이 층에 더 계실 겁니다. 거기 합류하시면, 윽, 될 겁니다.”

김솔음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려다 폈다.

“사실 전 이렇게 죽어도 회사 다니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회사도 이 정도면 만족….”

“그놈의 회사!”

요원이 주먹을 꽉 쥐었다.

“당신들은 대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역겨운 단체를 믿습니까!”

역린이라도 건드린 듯했다.

“인명을 그토록 하찮게 여기는 회사에서, 정말로 당신들 소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

장허운이 놀라서 요원을 쳐다보았다.

요원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소원권 때문에 근무하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허상을 정말 믿습니까? 마법의 물약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 거라고?”

김솔음은 물끄러미 요원을 올려다보았다.

“들어줍니다.”

“…….”

“소원권이 거짓이라면 이 구조가 유지될 수 없는걸요. 일단 타기만 하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줍니다.”

“……후.”

공무원이 답답해 돌아버리겠다는 듯이 한숨을 쉬더니, 아주 오래 쌓인 논리를 반복하듯 말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누군가는 세계 평화를 빌고, 누군가는 인류 멸종을 빌었다고 칩시다. 그 모순된 소원을 둘 다 어떻게 이루어줍니까?”

들소 가면을 쓴 장허운은 움찔 떨었다.

하지만 김솔음은 태연했다.

“소원을 비는 본인을 기준으로는, 예. 이루어집니다.”

“그게… 무슨,”

“소원권은 세상을 바꾸려는 용도로 쓰는 게 아니라, 개인의 소원을 전지전능하게 이루어주는 물건이란 뜻이죠.”

대체 무슨 뜻이지?

마치 사이비식 구원론처럼 들렸다.

그러나 김솔음의 태도는 종교적 광신이 아니라, 마치 여러 번 귀납적으로 상황을 검증해 본 사람의 체념 같았다….

요원은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상대를 보았으나, 김솔음은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

배를 누르고 있는 손 밑에서 울컥, 피가 쏟아진다.

출혈이 전혀 잡히지 않은 것이다.

김솔음은 청동 요원의 손에 다시 명찰을 넘겨주었다.

명찰에 피가 묻어 있었다.

요원이 이를 악물었다.

“그믐밤마다 이곳에 끌려와서 계속 명찰을 양보해도, 그 회사는 절대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 겁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김솔음이 다시 어깨를 으쓱하려다가, 통증 때문인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웃었다.

“그래도 재난관리국은 언젠가 이 어둠… 그러니까, 재난을 종결시켜 줄 수 있겠죠. 그럼 저도 완전히 자유가 될 거고요.”

“……!!”

요원이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김솔음을 보았다.

“가보십시오, 두 분. 계속 이렇게 뒤를 보고 계시면 위험할 수도 있고.”

김솔음은 고개를 들어서, 아직 작동은 하는 자신의 비상 손전등으로 교실 밖을 비추었다.

“가시는 동안, 제가 가능한 전방을 보고 있겠습니다.”

“…….”

“저, 그리고 들소 씨는 신입이라 정말 뭘 잘못하신 것도 없는데, 기왕이면 한동안이라도 안전하게 같이 다녀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루 씨….”

요원은 갈등했다.

그러나 결국 이를 악물고 뒤로 돌아, 손전등을 들고 걸었다.

“따라오십시오.”

“아….”

장허운은 고민했으나, 결국 결심했다.

‘내가 옆에 있어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차라리 빨리 사라져주는 게 김솔음에게 편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냥 갈 수는 없었기에, 몰래 김솔음 품에 몰래 뭔가를 찔러 넣었다.

“노루 씨, 저… 이건 제 명찰 여분이에요.”

“…!”

“덕분에 더 오래 살았으니까… 전 다른 살릴 사람도 없고요. 부족하겠지만 하나라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답도 듣기 전에 요원을 따라 떠났다.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

김솔음은 약속대로 잠시, 요원과 장허운이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됐다!’

그들이 코너를 돌아 사라지자마자 주머니에서 부리나케 준비했던 물건을 꺼내 들었다.

비닐로 소포장한 눈깔사탕 하나.

따스한 그 시절,

마법의 사탕!

빨갛고 노랗고 하얀 옛날 눈깔사탕이, 그 정감 가는 포장지 속에 큼직하게 들어 있었다.

노스텔지어 캔-디

김솔음이 구매한 응급회복약.

그는 피 묻은 손으로 포장을 까서 한 알을 입에 넣고 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몸에 난 상처가 붙는다.

흘린 피가 다시 흡수되고 부러진 뼈가 자연스럽게 원래의 형태로 이어진다.

마치 시간이 감기듯이.

사탕을 입에서 굴릴 때

되살아나는 옛 추억!

눈깔사탕이 입안에서 녹고 있는 동안엔, 과거 10년 중 몸과 마음이 가장 건강했던 시기의 모습으로 복용자를 고정해 준다.

‘어차피 꿈이니까 이런 임시방편으로 충분하지.’

컨디션이 미친 듯이 좋아지고 정신이 또렷해진다.

머리가 팽팽 굴러갔다.

‘성공했다…!’

김솔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림수가 제대로 통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가장 효과 좋은 방식.

‘역시 사망 리타이어지.’

탐사의 자유와 이미지 쇄신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회를 그는 간신히 잡아챘다.

‘비상 손전등 꺼지는 타이밍 못 맞출까 봐 엄청 쫄렸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었다.

심장이 너무 뛴다.

홀가분함과 두려움.

‘…좋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

김솔음은 일어나서 다시 생겨난 문신을 확인한 후, 그 속에서 여분의 강력 손전등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심호흡 후 교실을 나와, 어두운 4층 복도에 홀로 한 걸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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