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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90화


‘사망단길’ 괴담 속 골목길들에는 각각 테마가 있다.

마치 현실에서도 비슷한 업종이나 소재를 다루는 가게들이 모여서 상권을 형성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전혀 예측할 수 없이 나타나며, 등장 확률도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단길의 골목:

1. 노점상

2. 책방

3. 펫

4. 귀금속

5. 일상용품

6. 조명

7. 육류

…….

그리고 지금 우리가 들어선 곳은 일상용품을 판매하는 골목이다.

근데 언뜻 보기에도 이 골목에서 가장 들어가고 싶지 않게 생긴 가게로 내가 직진 중인 것이다.

살아 있는 장기와 살점이 매달린 정육점.

꿈틀꿈틀.

‘귀, 귀신의 집이라고 생각하자.’

괜찮다. 아예 뭐가… 살아생전 생김새 그대로 걸린 건 없다. 다 부위니까, 그냥, 그냥 애니매트로닉스 기법을 쓰는 놀이공원 어트랙션이라고 생각하자….

잠깐만, 놀이공원이라고 하면 유쾌 테마파크가 생각나서 오히려 무서운가?!

‘지, 진정하자.’

밀리면 안 된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성큼성큼 정육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식 정육점

붉은빛과 푸른빛 조명이 비추는 유리창 아래, 고기를 손질하던 칼을 삭삭 돌에 갈고 있던 주인장이 고개를 든다.

앞치마가 피투성이에 거대한 체구.

자세히 보면….

너덜너덜히 박피된 소가 살점 덩어리가 된 머리로 우리를 돌아보고 있다.

꺼덕.

손짓한다.

손님에게 잘해주겠다는 듯이, 다가오라고….

“주, 주임님, 잠시만!”

강이학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하하, 어, 음. 우리가 저 가게에서 뭐 필요한 게 있어 보이진 않는데, 다른 가게로 갑시다!”

“이미 주인분이 손짓까지 했는데, 안 들어가기도 미안한데요.”

-아, 옳은 말입니다. 그게 매너지요!

“아니!”

강이학이 자기 목소리가 커진 것을 바로 눈치채더니, 얼른 낮추어 다급히 말한다.

“고기 있는 골목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적혀 있었잖습니까…!”

맞는 말이다.

사망단길에서 육류를 테마로 하는 골목을 발견할 시, 절대 진입하지 말고 기존에 있던 골목에 그대로 머물러야 함.

부득이한 상황(상인과의 추격전 등)으로 이미 진입한 경우, 이어폰 등으로 청각을 차단한 후 최대한 빠르게 1000 걸음을 채워 다음 골목으로 이동할 것.

동행인이 시식 권유에 붙들린다면 그대로 두고 더 빠른 걸음으로 전진하는 것을 권고함.

읽기만 해도 으스스해지는 매뉴얼의 항목들.

“그렇죠.”

“아, 역시 기억 나시죠? 그럼….”

“그래서요?”

“…!?”

“전 쇼핑이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서 정육점으로 향했다.

“노, 노루 씨…!”

죄송합니다 장허운 씨! 도망가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나를 따라오는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둘 다 나를 따라오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으음. 도망갈 줄 알았는데.

‘사실 누구보다 제가 더 도망가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발걸음을 멈추고 밀렸다가는 저 동기의 속셈에 또 끌려다닐 것 같았기에, 나는 계속 앞으로 향했다.

결국 우리 셋은 나란히 꿈틀거리는 부위가 진열된, 강렬한 조명의 정육점 앞에 섰다….

당연히 내가 맨 앞이다.

하.

….

박피된 소가 나를 본다.

‘으으으윽.’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 된다.

나는 눈에 초점을 지우고 주인장의 목 부근을 보았다가, 핏줄이 꿈틀거려서 황급히 옷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라리 피투성이 옷을 보는 편이 낫겠네.

“안녕하세요. 혹시 신선 포장되나요?”

끄…덕.

“좋은 부위가 많네요. 음… 혹시.”

나는 고민하는 척하다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앞발 좀 볼 수 있을까요.”

쿵.

박피된 소머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문을 열었다.

그 안에서, ‘앞발’ 부위가 척척 꺼내져 내 눈앞에 진열되었다.

…꿈틀대며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육체가.

짐승의 발.

영장류의 손.

영장류의 손.

촉수?

짐승의 발.

영장류의 손…

반지 낀 손가락을 떠는 사람의 손이 애걸하듯이 유리 바닥을…….

‘욱.’

참아야 했다.

나는 태연한 척 내려다보았다.

……그중에 적당한 왼손은 없었다.

‘아쉽다.’

이 정신적 고통을 감내했는데, 그런 수확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은하제 대리의 생각을 떨치며, 잠시 고민하다가 상대에게 말했다.

“좀 더 뼈대가 튼튼한 게 국물이 잘 우러나서 좋은데… 음. 혹시 눈 가진 것도 계십니까?”

쿵!

한번 거절한 탓에 주인장의 손이 거칠어졌다. 양옆 뒤에서 동기들이 숨을 참는 것이 가늘게 들렸다.

나도 공포를 심호흡해 참는다.

‘진열….’

앞발이 치워지고,

눈앞에 나타나는 눈알들.

검은자에 보랏빛 홍채.

주먹만 한 푸른 안구.

아직 살점이 붙어 있는 수정체.

초점 없이 떨리는 하얀 동그라미….

나를 보는 간절한 흑갈색 눈동자.

‘하.’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거 좋아 보이네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맨 처음 진열된, 보랏빛 홍채가 번뜩이는 검은 안구를.

“구매하고 싶습니다. 아, 썰어 주실 필요는 없고요.”

…….

박피된 소가 나를 물끄러미 본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값을 치르라는, 아주 선명한 몸짓.

강이학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숙덕였다.

“…주임님, 뭘 지불해야 하는지 한번 살짝 떠볼….”

“아뇨.”

나는 문신 속에서 박스를 꺼냈다.

쿵.

옥수수와 당근이 가득 담겨 있어 묵직한 박스가 가게 앞에 놓였다.

“…??”

“…?!”

“이걸로 지불하겠습니다.”

해당 정육점에서 물물교환으로 구매를 시도할 시, 반드시 소가 섭취할 수 있는 식료품으로 거래할 것.

그래. 사망단길의 가게들에서는 기묘한 화폐를 쓰기도 하지만, 우리는 기본적으로 그 화폐가 없다.

‘그러니 물물교환을 시도해야지.’

다만 가게마다 받는 물건이 달라서, 나는 이것저것 생필품과 귀금속, 간식들을 문신 가득 채워왔다….

채소 박스를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인간이 도저히 제정신으로는 내주지 못할 무언가를 대가로 요구하는 가게도 있지만, 여기선 이걸로 충분했다.

“값으로 얼만큼 드리면 될까요.”

…….

정육점 주인은 내가 꺼낸 야채 더미를 모조리 가져가기 위해 손을 뻗었다.

문신 인벤토리 퍼포먼스에 경악하던 동행인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아, 거래에 성공….”

“잠깐만. 그만큼이나요?”

“…?!”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끼어들었다.

“너무 비싼데요. 아니, 아무리 신선 포장이라고 해도 도리가 있죠. 저도 여기까지 저걸 저 정도로 신선하게 공수해 오는 게 쉽지 않았는데….”

“노, 노루 씨…?!”

동행인들이 새하얗게 질린 채 나를 더 미친놈 보듯이 보기 시작했지만, 나는 계속 떠들었다.

“혹시 제가 산다고 골라서 가격을 올려 받으신 건… 아니겠지요. 그냥 요새 수급 문제입니까?”

끄…덕.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그래도 저도 생각했던 예산을 초과해서…… 후.”

나는 일부러 침묵했다.

주인장도 침묵했다.

박피된 소의 머리가 멍하니 나를 보는 것 같더니, 결국 계산대로 보이는 곳으로 가서 동전을 한 움큼 쥐어왔다.

모든 숫자와 글자가 거꾸로 표기되어 있는, 녹슨 동전들.

이곳의 화폐다.

‘으아악!’

됐다…!!

물물교환이 안 되는 가게도 있는데, 그런 곳에서 탈출할 땐 무조건 동전이 있어야 하거든!

-아, 딱딱 맞아떨어지는군요. 준비된 대본의 즐거움이란!

나는 웃으면서 동전들을 받았다.

“…거스름돈으로 충분하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사가겠습니다.”

……!

박피된 주인장이 흥분한 듯 몸을 일으켜, 내가 구매한 것을 포장했다.

미친 듯이 동공을 돌리는 검은 눈알은, 그렇게 투명한 액체 속에 비닐 포장되어 내 손에 들리게 되었다.

나는 동전과 물건, 둘 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

“감…사합니다.”

그 와중에.

투툭.

크게 움직인 정육점 주인의 앞치마에서 피가 내 얼굴에 튀었다.

그리고 장허운의 얼굴에도.

“…!”

들소 가면을 쓴 장허운이 뻣뻣하게 굳어서 고개를 숙인다.

아마 구역질을 필사적으로 참는 것 같다…….

‘젠장.’

나는 끼어들어서 떠들었다.

“아. 그 친구가 배가 고픈지 힘이 없네요. 얼른 돌아가서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제발, 제발!

박피된 소는 다소 유심히 장허운을 들여다보았다.

장허운이 딱딱하게 굳어서 식은땀을 흘리기 직전.

툭.

가게 주인은 그에게 물건을 하나 떨어트렸다.

…내가 값으로 지불했던 옥수수다.

“가, 감사합니다….”

장허운은 떨리는 손으로 옥수수를 받아 들었다.

가게 주인은 물끄러미 그를 보더니, 다시 정육점의 유리문 앞에 앉았다.

‘…통과했다.’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생식 정육점’을 벗어났다.

나는 동시에, 옥수수를 꽉 쥐고 있는 장허운의 얼굴을 보았다.

정확히는 그 위에 쓰고 있는 것을.

‘……가면 때문인가.’

장허운을 들소로 오해한 듯했다.

역시 백일몽 주식회사의 가면은 보통 물건이 아닌 듯했다. 꿈결 수집기처럼.

‘후우.’

당신의 몸을 포기하지 마세요!

남은 걸음 수 : 7999

우리의 발걸음은 다음 골목이 나타나는 순간에야 멈췄고, 나는 즉각 장허운을 체크했다.

“괜찮습니까?”

“예? 아, 예…… 그, 피가, 많았던 건 아니고, 다 손질된 상태였으니까, 이 정도는 이제, 괜찮습니다….”

‘깔끔하게 손질됐는데 살아 있는 게 더 괴기하지 않았나…?’

하지만 사람마다 공포 포인트가 다른 법이겠지. 존중하도록 하자.

어쨌든 괜찮다니 다행이었다. 안색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

“바, 방금 대체 뭡니까? 어떻게 그런 거래를…?!”

강이학이 드디어 질문을 시작했다.

음.

‘여기서 한 번 더 가자…!’

나는 일부러 태연하게 되물었다.

“뭘 말입니까?”

“방금 사신 거 말입니다! 분명 매뉴얼엔 고기가 보이는 골목은 피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준비한 것처럼 그렇게 착착….”

준비한 게 맞아요!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기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뻔했습니다.”

“…?”

“매뉴얼에 육류와 관련된 가게 묘사를 보니, 식당가더군요. 보통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나는 구매한 것을 봉지째 들어 올렸다.

“여긴 정육점이잖습니까. 먹지 않고 그냥 구매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

“그리고 진열된 모양새로 봤을 때….”

나는 봉지를 돌려서 상대에게 보여주었다.

기묘한 검은 눈알을.

“살아 있으니, 다른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산 겁니다.”

“…….”

“가령… 장기이식 같은 것.”

“…!”

그래.

탐사자들은 여기 생식 정육점에서 먹을 걸 구매하는 게 아니다.

탐사직원이 생식 정육점에서 구매한 혀를 입안에 부착하는 것에 성공. 문제없이 기능하며, 인간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움직임을 구사함.

신선도를 위해 살아 있는 채 포장한 저 정육점의 ‘부위’를 결손 신체에 부착하면, 기동한다.

심지어 본래 그 부위가 가지고 있던 능력도 같이 달려오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걸 모르는데 무작정 저 정육점에 접근해서 뭘 사려고 드는 건 미친 짓이 맞지!

그래서 나는 입을 나불댔다.

“이런 곳에서는 한정된 단서로 창조하는 추리가 중요합니다.”

응. 아니다.

‘한정된 단서로 상상해서 이득 보려다간 아무래도 죽기 딱 좋죠….’

그런 건 도저히 탈출 방법이 안 보일 때나 울며 겨자 먹기로 해본다는 거, 다들 알지 않는가…!

하지만 태연한 척 미친 척해야 하니 별수 없었다. 원래 미친 자식들은 자기만의 기막힌 논리를 갖추고 있는 법이니까.

“전 그 추리에 성공한 겁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많겠지!

아니나 다를까 강이학이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 그쪽도 황당하시겠….

“와!”

어이쿠, 깜짝이야.

“맞는 말씀이십니다!”

…?!

조랑말 가면 너머로 눈이 번뜩인다.

“아니, 와, 그래. 역시 사람은 고수익을 내려면 남들과 다른 발상을 해야 하는 법인데… 내가 그간 리스크니 뭐니 너무 사렸던 거였나.”

“…….”

“어차피 인생은 모 아니면 도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자, 잠깐만.

이거 뭔가 이상한데….

“자자, 앞으로 가시죠. 이야, 본받을만한 상사는 또 오랜만에 만나 뵙는데요!”

“…….”

그 순간 깨달았다.

‘은심장!’

내가 아직 은심장을 주머니 안쪽에 달고 있었다.

‘그 채로 입을 털어서 설득에 성공해 버렸구나!’

문제는 그래도 이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은심장은 설정상 세뇌 도구가 아니라 설득 도구다.

논리적 타당성과 감정적 공감대를 모두 갖춰야 효능을 발휘하는 장비란 뜻이었다.

‘그래서 이 정도까지 터무니없는 미친 발언을 하면, 설득되지 않는 게 정상일 텐데….‘

“앞으론 주임님의 활약, 제가 잘 보필해 보겠습니다! 하하.”

“…….”

아.

알겠다.

이 사람은… 내가 지껄인 미친 논리가 그럴싸하다고 느낀 거다.

‘대체 어떤 인간상이야.’

등 뒤로 식은땀이 났다.

나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정상인 동료를 돌아보았다.

‘허운 씨, 당신이라도 좀….’

“예, 저도 잘 보필하겠습니다!”

“…….”

이쪽은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장허운은 ‘와! 또 도움을 받았어! 감사하네!’하는 얼굴이었다.

이미 설득 완료 상태.

-축하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신망을 얻었군요, 친구!

“…….”

응.

근데 뭔가…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

하지만 일단은 여기서 나가기 위해 걷는 수밖에 없었다…….

‘이, 일단 탈출부터.’

당신의 몸을 포기하지 마세요!

남은 걸음 수 : 6999

놀랍도록 다음 골목도 순조로웠다.

그다음 골목까지도.

“조명 가게들이군요. 창문 쪽을 바라보면 눈이 멀거나 탈 수 있으니까, 저희끼리 대화하는 척 시선을 피하면서 이동합시다.”

“네!”

온갖 기괴하고 신비한 가게들이 늘어선 골목들.

그래도 이미 매뉴얼을 알고 있으니, 마치 교과서를 달달 외운 채로 쪽지 시험을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한 문제만 틀려도 죽는다는 점에서, 나는 여전히 초긴장 상태였으나….

“오! 약국! 이번에는 제가 저기서 구매를 시도해 볼까요? 주임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들소 씨도 괜찮죠?”

“예! 저는 괜찮습니다!”

“……큰 가치가 없어 보이니 일단 이동하죠.”

“아, 역시 총알은 큰 곳에 써야 하긴 합니다, 하하!”

내가 당연히 또 뭔가를 과감히 구매할 거라 기대하는 분위기가 됐잖아…?

그리고 그걸 동료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것 같다는 게 가장 식은땀 났다.

그 와중에 내가 여기 들어온 목적인 초콜릿이 입고됐을 만한 상점은 보이지도 않는다.

가게 주인들과 눈 안 마주치면서 힐끔힐끔 주변을 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고. 후…….

그때였다.

당신의 몸을 포기하지 마세요!

남은 걸음 수 : 4999

“아, 주임님. 새로운 골목이 나타났는데….”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약품 가게 사이에 난 틈을 보았다.

그 안에서… 악취가 흘러나왔다.

‘윽.’

거긴 아주 비좁은 뒷골목이었다.

노점상이 있던 골목의 절반도 안 될 것 같았는데… 압도적으로 어두컴컴했다.

“…….”

휘잉.

골목길을 따라 낡은 쪽문이 다다닥 스산하게 이어져 있다. 드문드문 달린 가스등이 한두 점만 겨우 깜박거린다….

그 흐린 불빛에, 쪽문 옆 파이프들에서 빠져나와 흐르는, 하수구 액체 같은 진득한 오물이 보였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가스등 밑,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바싹 말라 척추가 휘어 있는 괴상한 실루엣의 존재들.

힐끔.

지저분하고 낡은 유니폼을 입은 그들이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면.

‘여기가 괴담인 걸 몰라도 당장 뒤로 돌아서 빠져나갈 분위기다.’

절대 정상적으로 구매가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섬뜩함과 오싹함이 골목에 깔려 있었다.

“…매뉴얼에 없던 곳인데.”

그 말이 맞았다.

아직 이 시점의 백일몽 주식회사에선 실제 탐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직원들에겐 낯선 미지의 골목이다.

…문제는 말이다.

‘난 여길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지…….’

눈물이 난다.

그리고 왠지… 저런 미친 장소인데도 들어가자고 설득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점도… 좀 눈물이 난다…….

나는 착잡한 기분으로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골목으로 들어갑시다.”

그리고 반응은 이렇다.

“예…!”

“장물 파는 곳 같은데요? 이야, 고수익 보장!”

“…….”

이 구역의 미친 새끼는 저 혼자 하겠습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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