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冬天) – 544화
“어떻소. 그것도 아니라면 그 필요한 아이에게 이놈만큼의 효용가치가 있는 다른 내단이나 영단을 구해주겠소.”
눈살을 찌푸린 장노삼은 이들이 왜 이렇게 이것에 매달리는지 의아했다. 하는 말을 들어보면 굳이 이것이 아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 듯 싶은데 말이다.
“그렇게 대단한 것들을 구해줄 수 있으면서 굳이 이것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이해가 간다는 듯 화문이 말했다.
“실은 노부가 모시고 있는 주군께서 큰 화를 당하셨는데 여러 가지의 재료들 중 이 삼천 년 묵은 태양화리의 내단이 빠진다면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놓여져 있소이다. 그리하여 부득이 이놈을 원하는 것이니 사정을 봐주시오.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주겠다 하지 않았소이까.”
영물을 두고 거래를 하는 것은 어긋나는 일이나 상대의 사정이 그러하고, 그냥 가져가지 않는다는데 장노삼이 너무 매정하게 굴 이유가 없었다.
“음, 좋소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주시겠소.”
안색이 밝아진 두 노인은 서로들 상의를 하는가 싶더니 넌지시 말을 꺼냈다.
“성질을 고려하여 천년설삼초(千年雪蔘草) 한 뿌리와 지극선수(地極仙水) 다섯 방울. 그리고 천년동자삼(千年童子蔘) 한 뿌리를 배합하여 만든 삼분삼환반환단(三分三幻返還丹)을 드리겠소이다. 이 정도라면 근 이백 년의 공력을 얻을 수 있고, 범인이라 해도 무병장수를 할 수 있을 것이외다. 어떻소. 마음에 드시오?”
장노삼은 잠시 침묵을 고수하다 살며시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충분한 것 같소이다. 허면, 교환은 어떻게 하실 작정이오? 설마 이곳에 그런 것까지 가져왔을 리 만무하고.”
아까 화문과 암문의 대화에서 그것에 관한 것도 있었는지 지체하지 않고 말을 꺼냈다.
“그런 문제라면 걱정 마시오. 오 개월의 여유를 준다면 그것을 가지고 돌아오겠소. 기다려주실 수 있겠소이까?”
장노삼이 말했다.
“올 때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한단 말이오.”
맞는 말이었다. 생각이 바뀌어 대거의 무리를 이끌고 온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안색을 굳힌 그들은(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듯 싶다) 다시금 저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 결론이 나자 화문이 말했다.
“태양화리의 뇌수는 학정홍(鶴頂紅)과 비견될 정도로 극독(劇毒)이라고 들었소.”
그러자 고성이 아는 척하고 나섰다. 허나, 딱히 누구를 지정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참고하라는 듯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지. 모든 것이 영약이고 쓰임새가 이로우나 오직 뇌수만이 극독에 속하지. 아마도 천하십대극독(天下十大劇毒)에 속한다지?”
문정은 태양화리의 뇌수는 몰라도 학정홍은 들어봤다. 학의 벼슬에서 추출한 극독을 일컫는 말로서 독성이 엄청나 동물성 독의 대명사로 쓰인다고 일전에 은비의 아버지인 고환담(高煥澹)에게 들었었다.
“맞는 말이오. 태양화리의 뇌수에 중독되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나 피와 함께 섭취하면 죽음의 시기를 늦출 수 있고, 그것의 내단을 손에 쥐고 중화시키면 완치를 한다 하오. 우리는 피와 함께 섭취하는 방법으로 중독을 늦추겠소. 그리하여 오 개월 후 삼분삼환반환단을 가져오면 내단과 바꾸기로 합시다.”
상대들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장노삼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좋소. 당신들의 진심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강호에서 오래 생활하다보면 부득이하게 이런 수를 써야하는 때가 있으니 화를 푸시구려.”
오랜만에 암문이 입을 열었다.
“이해하오. 그렇다면 당장에 마시고 떠나야겠소이다.”
장노삼이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 고성이 끼여들었다.
“그 전에 내단을 꺼내어 밀봉하고 보관해야하니 기다려주시오. 아시다시피 태양화리의 내단은 공기와의 접촉 시 하루 이내에 섭취해야만 효능이 있는 것이니까.”
화문과 암문이 놀란 눈을 했다.
‘아니, 그런 소리는 못 들었는데? 으음… 하마터면 천추의 한을 남길 뻔했구나.’
그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주군을 깨우려면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그것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화문이 말했다.
“섣불리 행동하여 대사를 그르칠 뻔했소이다. 이런 상황에 일천한 우리는 가만히 있을 터이니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면 말씀해주시구려.”
고성과 장노삼은 순간 무시 못할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들의 수준이라면 자존심이 대단할 터인데 스스럼없이 자신들을 낮춘 것이다. 그들을 새삼 경계한 고성은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문정에게 일을 시켰다.
“손녀사위야. 가서, 집에 있을 은비 어미에게 새로 만들어놓은 작은 약단지를 달라고 하여 가져오너라.”
그 말에 문정은 ‘그걸 왜 나에게 시키지?’ 라고 잠깐 생각했다. 그러나 머리를 굴려보자 우리측에서 고수가 한 명 빠져나간다면 저들이 어떻게 마음을 먹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재빨리 이해를 하고 마을로 내려가 작은 약단지를 가져왔다. 상황이 너무도 대단하여 한숨도 쉬지 않고 내달려온 문정은 거의 탈진상태로 건네주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흐아, 흐아! 아주 죽겠다.”
그는 곧 대범하게 운기조식을 취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너무도 급작스레 들어와서 신체를 보호하지 않으면 폐가 상하기 때문이다. 운기 시엔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에서 출발해야 하지만 눈앞의 전개가 너무도 궁금하여 문정은 살짝 실눈을 뜨고 지켜보았다. 허공섭물의 원리로 태양화리의 피를 빼내어 약단지에 따르던 고성은 피가 넘칠 정도로 차 오르자 한순간 눈을 번뜩이더니 약단지를 태양화리의 뱃속으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어깨까지 들어간 팔을 묘하기 비틀다가 번개같이 빼낸 후 뚜껑을 닫고 밀봉했다.
문정으로서는 초반에 놀라운 신기(神技)를 보여주다가 후반에 김빠지는 행동으로 끝을 맺어 좀 찜찜했으나 그런다고 끝난 상황을 재연해서 보여줄리 만무하다. 이어 그들은 약속대로 태양화리의 뇌수와 피를 마셨으며 지체 없이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으로서 천하를 뒤흔들 하나의 조각이 맞추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인 동천은 돌연 문정의 머리를 후려쳤다.
“짜샤! 짧게 말하라고 했지! 짧게! 너 죽고싶어? 지겨워서 죽는 줄 알았잖아!”
문정은 띵한 골을 부여잡으며 빌었다.
“자, 잘못했습니다! 제자는 그저 상세하게 말씀드리려는 일념 하에 그랬던 것뿐이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동천이 진짜로 화가 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문정이 환골탈태를 했다고 하자 분통이 터지고 시기와 질투가 솟아났기 때문이다. 그는 개나 소나 환골탈태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 완벽하신 분도 아직 인데 어째서 잡것들만 환골탈태를 하는 거지? 이거 진짜 열 받네?’
그러나 분통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다음 부분은 계속 들어야 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동천은 물었다.
“그건 그렇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어. 이번에는 진짜 짧게 말해라. 알겠냐?”
문정은 아픈 머리를 비비면서 말했다.
“예, 사부님. 그로부터 며칠 후 장 어르신의 말씀이 이곳에서 너무 지체되었으니 제갈세가로 돌아가 그간의 상황을 잘 설명하라고 하셨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은비의 아버님과 태양군도를 벗어날 때까지 동행하여 3개월 전에 먼저 돌아와 있었던 겁니다.”
퍽퍽퍽퍽!
문정의 주둥이를 연신 두들긴 동천은 참으로 못 알아듣는 둔한 놈이라고 생각했다.
“얌마! 누가 그거 알자고 하디? 그 도하고 삼분삼환… 삼환……. 여하튼 그거하고 어떻게 되었는지를 말해야 할 거 아냐! 이 몸이 아무리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닫는 평범한 천재라도 그렇지, 그 부분에 관해서는 알아서 생각하시라는 뜻이냐?”
‘흑흑, 이 띠빌놈아! 지금 그것에 관해 말하려고 하는데 네놈이 때린 거 아냐!’
엄밀히 말하자면 동천의 성격을 알고있는 문정이 그것 먼저 이야기를 해주었어야 했다. 더군다나 성깔 나오고 있는 이 마당에는 말이다.
“사, 삼분삼환반환단은 제가 곧바로 출발했기 때문에 모르고요. 도는 1년에서 2년을 더 기다려야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동천은 더욱 기분이 더러워졌다.
“뭐야, 그럼 당장에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문정은 속으로 고래고래 내질렀다.
‘너는 그것도 못 기다리냐? 네놈은 조루냐? 엉?’
일단 속시원하게 동천을 씹어버린 문정은 급히 품속에서 작은 사각의 상자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열자 일순 주위에 달콤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눈빛을 달리한 동천은 붉은 단환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오, 제자야. 이것이 무엇이더냐.”
‘망할 놈! 이럴 때만 제자 찾네?’
문정은 꼴을 보아 이제는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그 1500년 묵은 태양화리의 피와 여러 가지 약재를 조합하여 만든 화리혈현단(火鯉血炫丹)입니다. 여섯 알이니 원하시는 만큼 나누어 쓰셔도 상관없다 하셨습니다.”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진 동천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신이나 그것을 하나 집어든 동천은 돌연 화끈거리는 등줄기에 화리혈현단을 놓쳐버렸다. 놀란 문정은 떨어지는 그것을 가까스로 발등으로 쳐 올려 잡을 수 있었다.
“아니, 사부님. 어이하여 이 귀한 것을 떨어트리신 겁니까?”
그것은 비단 문정의 의아함만이 아니었다. 동천은 모두가 그것을 궁금해하는 사이, 아무래도 불안해서 역심무극결을 운용해보았다. 이런 일에는 사고력과 직관력이 최고조에 달한 역의 성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손을 들어 문정의 물음을 제지시키고 잠시 침묵한 동천은 뒤늦게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도연이 물었다.
“왜 그러셨던 것입니까?”
동천은 역심무극결을 풀고 다시 성질을 냈다.
“이런 쓰벌! 화(火)는 독(毒)을 태운다구!”
“예?”
동천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린 문정의 양 볼을 사정없이 늘려 잡으며 씹어먹듯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래야 문정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아파하기 때문이다.
“잘 듣거라 제자야. 이 몸은 독공을 익히셨다. 그런데 이 단환은 천하의 극양물(極陽物)이다. 즉, 이것을 먹고 운기를 한다면 이 몸의 내공과 부조화를 이루어 주화입마로 돌아가실 수가 있다는 말이다. 알겠느냐? 응? 알겠어?”
문정은 어떻게든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해 까치발을 뜨면서 겨우 이야기했다.
“예, 예에! 아야야야! 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그제야 두어 번 비틀어 꼬집듯 놓아준 동천은 의자에 주저앉아 실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세상이 다 덤비네? 덤벼봤자 개수작이라지만 이렇게도 안 도와주나?”
화정이는 소연에게 속닥였다.
“소연, 저게 무슨 소리야?”
소연은 극도로 주인님의 눈치를 보며 살짝 가르쳐주었다.
“……헛소리야.”
“아아, 그렇구나!”
화정이도 눈치가 있는지 알기만 하고 헛소리에 관해서는 입밖에도 내지 않았다. 그것을 들은 문정은 참으로 대단한 여인들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귓속말이라지만 감히 소악마 앞에서 저따위 소리나 하고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감탄에 마지 못하는 문정이었다.
‘역시, 소악마의 주위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없구나. 저 누님들에게 함부로 까불어서는 안되겠다.’
그가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을 때 화정이의 왼쪽 어깨에 앉아있던 호연화가 가볍게 뛰어올라 동천의 무릎위로 살짝 뛰어 내렸다. 문정은 저 대담한 새끼고양이가 드디어 저렇게 가는(죽는) 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동천은 조용했다. 동천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호연화의 턱을 살짝 쳐 올렸다.
“냐아옹. 냐옹.”
호연화는 놀자는 것인 줄 아는지 재롱을 부려가며 동천의 검지 끝을 조그마한 이빨로 깨물어댔다.
“훗.”
동천은 피식 웃었다. 호연화가 하는 짓이 귀여워서가 아니라 이러고 있는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호연화와 계속 손짓으로 놀아주며 말문을 열었다.
“돌아가자.”
흠칫한 도연이 제일 먼저 알아들었다.
“설마 본교로…….”
동천이 끄덕였다. 아무래도 남아있어 봐야 득 될 것이 없고, 그 꿈(역천이 피를 흘린 개꿈)이 마음에 걸려서 잠시 갈등을 하다 결정을 내린 것이다.
“우리가 거기 말고 돌아갈 곳이 따로 있더냐?”
도연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없습니다.”
동천은 호연화를 어깨 위에 올려놓은 뒤 벌떡 일어섰다. 그는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형식적으로 물었다.
“니들도 이의 없지?”
소연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그녀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동천은 저게 또 왜 저러나 했다.
“이씨, 뭐야? 뭐가 또 문제인데? 숙취가 덜 깼어?”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시, 실은 예전에 사부님을 모시고 본교를 빠져 나올 때 아수마전의 유혼님께서…….”
그때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준 그녀는 어째서 자신이 돌아갈 수 없는지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래서 저는 돌아갈 수 없어요. 어, 어쩌죠, 주인님?”
동천은 너무도 멍청한 소연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생각해봐. 화정이의 문제야 본래대로 돌아왔으니 끝난 거고, 너는 네 사부인 민소희가 만독문의 사람인 줄 몰랐다고 하면 그만이야. 가르쳐준 당사자가 어디의 무공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데 그놈이 뭐라고 할 수 있겠어? 또 막말로 만독문인 줄 알았다고 치자. 하지만 너는 뒤늦게 알아서 어쩔 수 없었던 동시에 자신은 오직 암흑마교의 문도라고 우기면 그만이야. 먼저 간 민소희에겐 미안하지만 네가 빠져나가기를 반항하자 의식을 잃은 화정이를 볼모로 위협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고 말해도 돼. 알겠냐? 엄밀히 말하자면 내 소유인 화정이를 나 없다고 가져가려고 했던 그 자식이 개자식이니까 지도 찔리면 나서지 못할 거야. 알았어? 알았냐고.”
“예에…….”
소연은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너무도 쉽게 풀리는 현 상황에 얼이 빠진 것이다. 그녀는 사부님을 팔아먹는 게 정말 죄송스럽긴 했지만 하늘나라에서 다 이해해 주시리라 믿었다. 또한 정말 몰리는 상황이 아니라면 입을 다물고 있으리라 다짐했다. 동천은 그녀의 볼을 살짝 당겨준 뒤 돌아서서 문정에게 손을 벌렸다.
“내놔.”
대뜸 내놓으라고 하면 문정이 알겠는가?
“예?”
동천이 소리쳤다.
“그 화리혈현단인지 꽈리혈뇨단인지 내놓으라고, 짜샤! 이 몸에게는 쓸모가 없지만 사부님께는 쓸모가 있을 테니까 가져다 드리게!”
문정은 집어넣었던 상자를 허겁지겁 꺼내주었다.
“여, 여기에 있습니다, 사부님!”
다소 성질을 죽이고 상자를 갈무리한 동천은 문정에게만 다른 지시를 내렸다.
“넌 남아라.”
놀란(기뻐서) 문정이 물었다.
“아니, 사부님. 어찌하여 제자만 남는다는 말씀입니까?”
“왜긴 왜야. 네가 제갈세가로 가서 남아 있어야, 장 할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지. 넌 그렇게도 머리가 안 돌아가냐?”
문정은 뛸 듯이 기뻤지만 짐짓 안타까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남길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정말 오랜만에 사부님을 만나 기쁘고 즐거웠는데 이렇게 곧바로 헤어지니…….”
일리 있다고 생각했는지 동천이 수긍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래, 것도 그렇구나. 그렇다면 본교로 돌아가서 사람 하나 보내지 뭐.”
‘헉? 뭔 놈의 인간이 이렇듯 쉽게 생각이 바뀌냐?’
괜히 슬픈척했다가 위기에 몰린 문정은 머리를 짜내어 그럴듯하게 자신이 남아야할 이유를 급히 조작했다.
“괜찮습니다, 사부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는 만족합니다. 사실 이렇듯 중요한 사안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것임을 잘 알고있습니다. 제자가 어린 마음에 투정을 부려봤던 것이니 용서해주십시오.”
다행이 문정의 연기에 잘 넘어간 동천이 흡족한 미소를 내비쳤다. 문정도 만만한 인생을 살아온 게 아니어서 제대로 연기했던 것이다.
“오오, 네가 드디어 생각이 바로 잡혔구나! 좋다, 내 사람을 시켜 간간이 알아볼 터이니 너는 한 노사에게 편지가 가면 그것을 받아 읽어보고 답장을 써 주거라. 알겠느냐?”
문정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 대답했다.
“예, 사부님.”
“좋아좋아. 이제 문제될 것이 하나 없으니 든든히 배를 채우고 가자꾸나.”
모두들 그의 뜻에 동의했고 도연이 대표하여 입을 열었다.
“예, 주군.”
그렇게 동천 일행은 식사를 마친 후 암흑마교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