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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冬天) – 547화


-36-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며 제법 미색이 뛰어난 소녀가 들어왔다. 제법 치장을 하고 정성껏 손질한 듯한 비녀 세 개를 사용하여 틀어 올린 머리가 인상적인 소녀였다. 반형태는 여자라면 다 좋았지만 자신과 인연이 없는 여자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인 의외로 길게 살 운명이었기에 곧 관심을 끊었다. 동천은 누구냐는 얼굴로 김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김장이 환하게 웃으며 동천의 옆으로 소녀를 세웠다.

“허허, 과년한 제 여식입니다. 올해로 18세이고 막내로 자라서 철이 없지만 내조는 잘할 상이라고 주위사람들이 칭찬을 자주 했지요. 희선(希仙)아, 무얼 하느냐. 어서 인사를 올리지 않고.”

김희선은 얼굴을 붉히며 살며시 상체를 숙였다.

“소녀, 희선이라고 하옵니다. 잘 부탁드리옵니다.”

이런 일에는 무식할 만치 눈치가 없었던 동천은 도대체 뭘 잘 부탁하자는 것인지 몰랐다. 그러나 그냥 형식적으로 인사한 것이라고 생각하자 모든 것이 다 이해가 되었다.

“반갑습니다. 본인은 약왕전의 소전주로서 동천이라고 하외다.”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소녀가 어찌 소문이 자자한 소전주님을 모를 리가 있겠사옵니다.”

동천은 자못 흥미를 가지고 물었다.

“소문? 무슨 소문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매사에 사려가 깊고 주위의 모든 윗분들께 신임을 받고 계시는 차기 후기지수들 중 으뜸이라고 들었사옵니다.”

동천은 하마터면 이히히! 거리며 웃을 뻔했다.

“하하, 과찬이외다! 과찬이야. 소문이란 부풀려지고 다시 부풀려지는 것이니 그다지 신용하는 것은 좋지 않소이다.”

김장은 시작하는 분위기가 아주 좋자 얼른 다음으로 이어나갔다.

“선아야, 무얼 하는 게냐. 소전주님의 잔이 비었지 않느냐.”

희선은 곧 깨닫고 희고 매끄러운 손으로 부드럽게 술을 따라주었다. 동천은 처음의 한잔까지는 억지로 먹어줬으나 두 잔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하여 받기만 하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희선은 그것을 눈치채고 물어보았다.

“혹시 술을 즐기시지 않으시옵니까.”

자존심을 중시하는 동천에게 그 질문은 쥐약이었다. 그는 그 무슨 소리냐는 듯 눈앞의 술잔을 들이키고 말했다.

“내 어찌 술을 즐기지 않으며 더불어 미인이 따라주는 술까지 마다하겠소. 소저의 착각이었으니 한잔 더 따라주시구려.”

그녀는 미소하며 곧이곧대로 술을 따라주었다.

‘독한 년! 진짜로 따르다니!’

동천은 지가 따르라고 했으면서 괜한 사람에게 욕을 해댔다. 다시 억지로 한잔을 마신 그는 심술이 가라앉지 않자 보상심리가 작용하여 희선의 잔에도 술을 따라주었다.

“하하, 어찌 받기만 하고있으리오. 소저도 한잔 드시구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소연 쪽을 바라보았다. 행여 술을 마시고있지는 않은가 감시하는 것이다. 다행이 소연은 술에 일절 입을 대지 않았다. 다만 눈으로 마시고 있을 따름이었다.

“소녀는 소전주님과는 달리 술을 잘 못하옵니다.”

그녀가 사양하자 동천이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라 그것을 희선의 앞에다 가져다 놓았다. 합쳐서 두 잔이 되어버린 술잔을 바라보며 동천이 말했다.

“한번 거부할 때마다 한잔씩 추가될 것이니 어서 마시시오. 하하, 술이란 어른들이 계실 때 배워야 한다고 하니 염려 푹 놓으셔도 될 듯 하오만?”

김장은 곁눈질로 자신을 쳐다보는 소전주의 눈치에 힘입어 재빨리 딸을 재촉했다.

“소전주님의 말씀이 옳다. 이 아비가 지켜보는 앞이라면 충분히 수용해줄 터이니 부담 갖지 말고 마시거라.”

그녀는 하는 수 없이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는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살짝 반대편으로 돌렸다. 화정이는 술의 쓴맛을 아는지라 혹시라도 말을 꺼냈다가 자신에게도 마시라고 할까봐 연회 내내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그래도 먹을 것은 잘도 먹어서 과연 술 때문에 말을 않는 것인지, 먹을 것 때문에 조용한 것인지 구분이 별로 안 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동천도 즐거웠고 다른 이들도 나름대로 즐거웠던 연회가 끝나고 모두들 각자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소연과 화정이. 그리고 도연과 반형태가 각각 같은 방을 배정 받았고, 혼자만 귀빈용 특실을 차지하게 된 동천은 생각 이상으로 술을 많이 마신 터라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 떨어졌다.

“쿠울. 쿠울. 음냐리.”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진 그는 마땅히 해결할 곳이 없자 짜증을 내며 밖으로 나왔다. 술에 깬 것 같지도 않아 약간씩 비틀거리기까지 했으니 짜증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었다. 밖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석 담벼락에다 생리현상을 해결한 그는 마침 똑같은 이유로 나와서 물줄기를 뿜어내는 반형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냅다 달려가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퍽!

“으엑? 오, 옷에!”

보통 수준으로 걷어찬 것이라 아픔은 잠깐이었으나 흠뻑 젖은 바지는 어떻게 해결할 길이 없어 보였다. 동천과는 달리 홀로 자작을 하여 술에 거나하게 취해있었던 그는 어느 정도 정신이 드는 것을 느끼고 사가지 없는 소전주를 바라보았다.

“왜, 왜 때리셨습니까요?”

“자식아! 어디에서 노상방뇨야? 엉? 니 에미 애비의 사돈의 팔촌이 그렇게 가르치든?”

동천은 마치 전혀 꿀릴 것이 없는 사람처럼 반형태를 몰아붙였다. 반형태는 이런 것 가지고 부모님의 사돈의 팔촌까지 끌어들이는 소전주에게 화가 났지만 생각해보니까 사돈의 팔촌을 욕하는 것은 별 감흥이 없었기에 그런가보다 들었다. 술에 취한 와중에도 판단력만은 제대로 섰다고나 할까? 여하튼 그는 빌었다.

“아이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은데 뒷간은 모르겠고……. 그 벌로 이렇게 제 바지에 오줌이 잔뜩 묻었으니 용서해주십시오, 소전주님!”

동천은 반타작의 바지에 오줌이 묻었다는 소리를 듣고 더러워서 재빨리 용서해주었다.

“험, 좋다. 가서 갈아입고 자빠져 자거라.”

반형태는 재빨리 상체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전주님!”

내심 한 인간에게 깨우침을 전해줬다는 자부심에 어깨를 으쓱하던 동천은 술에 취해서 그런지 자신이 나온 방을 잊어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가능했는데 방들이 많은 관계로 쉽게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여 사실대로 도움을 요청하자니 자존심이 상하는 관계로 그는 넌지시 반형태에게 물었다.

“반타작아. 너는 이 몸의 방에 찾아갈 수 있겠느냐?”

반형태는 그걸 왜 묻는지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고개부터 끄덕이고 보았다.

“물론입니다요. 제가 그런 것도 모를까봐 그러십니까?”

순간 동천이 눈을 빛냈다.

“오호! 그랬더냐? 허면, 어디 한번 앞장서 보거라. 내 뒤에서 지켜볼 것인데, 만일 허튼 소리였다면… 끼익! 알지?”

반형태는 소전주가 엄지손가락으로 스윽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이자 급히 대답했다.

“무, 물론 입죠! 소인이 얼른 가보겠습니다요.”

동천은 만족해하며 말했다.

“좋다, 좋아. 네가 이 몸의 방을 기억하고 있다면 포상으로 바지 한 벌을 마련해주마.”

‘그딴 것일랑 필요 없으니 제발 나 좀 괴롭히지나 마라, 이놈아!’

속으로 씨부렁거린 그는 시간을 지체할수록 자신이 알고있는 소전주의 방을 까먹기라도 할까봐 신속하게 움직여 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따라 들어간 동천은 앞쪽에서 도연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먼저 반응한 것은 도연이었다.

“주군, 무슨 일로 이 밤중엘 다.”

동천은 움직임을 멈춘 뒤 짜증스런 눈길로 도연을 바라보았다. 원래 도연을 짜증스러워했고 술에서 깨어나려는지 머리가 지끈거려서 더더욱 짜증이 솟아난 것이다. 그때 꺽여진 통로 저쪽에서 반형태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 소전주님! 저는 먼저 왔습니다! 어떻게 할깝쇼?”

도연이 무슨 소리인가 하여 주군의 대답을 듣기 위해 바라보자 동천은 자신의 방을 못 찾아 술수를 부렸던 것이 탄로 날까봐 대뜸 안 그런 척 반형태 쪽으로 소리쳤다.

“이시꺄! 니가 먼저 오든 나중에 오든 그게 이 몸과 무슨 상관이야? 들어가서 바지나 갈아입어!”

그런 뒤 피식 웃고는 도연에게 말했다.

“저 자식이 말야. 술 처먹고 노상방뇨를 하다가 칠칠치 못하게 바지에 오줌을 뿌렸지 뭐냐? 참나, 어이가 없어서. 어쩌겠어? 이 몸의 넓은 마음으로 이 몸의 방에 널려있는 바지 하나를 꺼내서 갈아입으라고 말씀해줬지. 아아! 난 너무도 착해서 탈이야.”

도연은 자초지종을 모르기에 그대로 믿고 살짝 웃었다.

“역시 주군이십니다. 아랫사람에게도 배려를 해주시는 그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동천은 즐거워 어깨를 들썩였다.

“후후, 사는 게 그렇지 뭐. 험! 안에 먹을 거라도 좀 있냐? 깨고 보니까 출출한 감이 있는데.”

도연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반 조장께서 술에 취해 잔뜩 싸들고 왔었습니다.”

동천은 입맛을 다셨다.

“그래? 내 그렇다면 친히 방문하지 않을 수가 없지. 들어가자꾸나. 그 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들도 좀 나누고 말이야. 하하하!”

동천은 도연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


“어떠냐. 술기운이 많이 가셨더냐?”

김장은 아직도 술에 취해서 얼굴이 달아올라있는 그의 딸에게 현 상태를 물어보았다. 희선은 두어 번 고개를 흔들어보더니 힘겹게 말했다.

“조금은… 나아 졌습니다.”

그녀의 어깨 위에 살며시 한 손을 올린 김장은 다소 긴장이 서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살펴보니 소전주가 순진한 면이 있더구나. 아마도 남녀의 관계에는 더더욱 순진할 것이니, 너는 무조건 하룻밤을 같이 잔 뒤 울기만 하거라. 그렇게 하면 다른 모든 것은 이 아비가 책임을 져주마.”

“네에, 아버님.”

벌써 이야기가 끝나 있었던 듯 희선이 별다른 말 없이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아비가 앞까지 바래다주련?”

“네에, 아버님.”

김장은 아직도 상당히 취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딸아이의 모습에 조금 더 깨게 한 뒤에 데려갈까 싶었지만 너무 늦어도 성사가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과감하게 지금 시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다면 어서 가자꾸나.”

이번의 그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비록 약왕전 소전주의 힘을 등에 업고 가문의 위세를 높이고자 벌이는 일이었지만 그녀도 출세와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었다. 또한 얼굴이 밋밋하게 생겨서 그렇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몰라도 계속 보니까 정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그녀는 내빈실(內賓室)의 앞까지 아버지와 같이 왔다가 조심스레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아, 씨파! 지가 소전주면 다야? 지가 방에 찾아갈 수 있냐고 할 때는 언제고, 찾아가니까 성질은 웬 성질이야? 내가 바지를 갈아입게 해주지만 않았어도 그냥, 콱!”

손님을 배려하여 항시 새로운 옷가지를 준비해두는 듯 새로 장만해놓은 옷들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장소에 곱게 접어져있었다. 확실히 특실의 손님방이어서 그런지 갈아입는 바지의 감촉이 너무도 매끄럽고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야아, 돈 좀 썼겠네.”

잠시 감탄한 그는 형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본 뒤 웃옷까지 갈아입었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자위하듯 중얼거렸다.

“설마 하나 더 입었다고 죽이지는 않겠지?”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나보다. 이제 볼일을 마쳤으니 돌아가야 할 때다. 얼른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골아 떨어져 자고있는 소전주를 보게 되었다.

“아니, 어째서 소전주님이 내 침대 위에.”

그가 그렇게 묻자 도연이 대답해주었다.

“지금 막 피곤하여 잠이 드셨으니 반 조장님은 주인님의 방으로 가셔서 주무십시오. 뒷일은 제가 책임을 지겠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반형태는 더 좋은 곳에서 자게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신이나 고개를 끄덕인 그는 동천의 방으로 돌아와 자기 위해 침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였다.

똑똑!

정적 속에서 들린 소리여서 천둥이 내려치는 듯 크게 들려왔다.

“누, 누구요?”

마음이 바뀌어 돌아온 소전주일 수도 있었지만 동천이 미쳤다고 문을 두드릴 리가 없었기에 그가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문밖에서 약간은 요염한 듯한 목소리가 조용하게 흘러 들어왔다.

“소녀이옵니다.”

그렇게 말하면 반형태가 알겠는가? 그는 다시 물었다.

“소녀가 누구요!”

밖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대답을 보냈다.

“…희선이옵니다.”

반형태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희선? 희선이라면……. 어이쿠! 내가 소전주인 줄 알고 이러는 것이로구나!’

그는 마침내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집의 가주가 출세를 하고자 딸내미를 소전주에게 보냈던 것이다. 그는 당황하여 말했다.

“자, 잘못 찾아왔습니다. 저는…….”

“아무 말 마옵소서! 저는 처음 뵈었을 때부터 공자님을 사모하게 되었사옵니다!”

반형태는 답답하여 소리쳤다.

“이것 보시오! 나는 소전주가 아니외다!”

문밖의 희선은 분명 소전주의 방이 맞는데 상대가 아니라고 말하자 과연 아버님의 말씀 대로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에는 순진하여 당황한 나머지 거짓말을 하는 줄 착각한 것이다. 목소리가 약간(?) 거칠긴 했어도 술에 취하면 그럴 수가 있고, 자신 또한 취한 상태이기에 그렇게 들리는 줄 알았다.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사옵니다! 저는 소전주가 아닌 공자님을 사모하여 찾아온 것입니다!”

그 말에 반형태가 깜짝 놀랐다.

‘헉? 설마 진짜로 날 찾아온 것인가?’

가슴이 뛰고 두근거리기 시작한 그는 그의 나이 31세에 드디어 꽃이 피는가 싶었다. 그는 취기가 남아있던 것을 싸그리 날려버린 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한번 더 물었다.

“나, 나는 소전주가 아니라 반형태라는 사람이외다. 이런… 나를 찾아온 것이오니까?”

희선은 반형태가 자신의 이름을 언급할 때 헛구역질이 나와 욱욱! 거렸다. 당연히 그녀가 듣게 된 이야기는 ‘나, 나는 소전주가……, 이런… 나를 찾아온 것이오니까?’ 였다. 그녀는 두고볼 것도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에요! 소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반형태는 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오시오!”

희선은 수줍음에 고개를 들지 않아 반형태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이어 그들은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갔고 밤의 역사는 이루어졌다.


“부, 부디 편안한 길이 되시길 바랍니다.”

김장이 뭐 씹은 얼굴로 겨우겨우 얼굴을 펴가며 떠나는 동천 일행에게 그렇게 말했다. 동천은 김장의 썩어 들어가는 마음도 모른 채 환하게 웃었다.

“하하, 고맙소이다! 일단 김 가주의 여식이 사위를 맞아들인 것에 축하를 드리겠소. 알 수 없는 것이 남녀사이라더니 언제 그렇게 눈이 맞아서 일을 치렀는지 원. 하하하!”

김장은 안 그래도 혈압이 올라 쓰러질 판에 대못까지 박아대자 더 이상 듣지 못하겠는지 대충 감사의 말을 올린 뒤 집안으로 사라졌다. 동천은 입가에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 반형태에게 말했다.

“네가 이름대로 반타작은 하였구나. 네놈은 모자라고 부인이 넘쳐흐르니 반타작이 분명하지. 아암, 그렇고 말고.”

“헤헤, 소인은 그저 이곳에 머무르신 소전주님의 혜안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게 다 하늘님의 뜻인 게야. 물론 이 몸의 혜안이 9할밖에 안되지만.”

동천은 굽실거리는 반형태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김천무가에서 마련해준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창가에 고개를 내밀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 몸께서 너의 혼사에 참관을 해야하나 시간이 없는 관계로 먼저 떠나는 것을 이해하거라.”

반형태는 없는 게 더 좋았다.

“물론입니다요! 소인은 전혀 섭섭하지 않사옵니다!”

알아서 해석한 동천이 살짝 미소했다.

“그래그래. 후에 소식은 꼭 접해서 듣도록 하지. 어이, 가세나!”

“예, 소전주님.”

명을 받은 마부가 말 엉덩이에 채찍질을 가했다.

철썩!

“이랴, 이럇!”

마차는 곧 뿌연 황진을 일으키며 감천무가를 떠났다. 이 감천무가에서 벌어진 일……. 이 사건은 장차 벌어질 무림의 혈란과 아주 깊은 연관이 없음을 밝혀둔다.

<3부 2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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