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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01화


엘리베이터 양면 거울 속에 맺힌, 수없이 반복되며 작아지는 내 모습 중에 단 하나의 괴현상.

내 가위바위보를 이긴 뒷모습.

거울 속의 ‘그것’ 목을 쭉 빼고 나를 돌아보며 웃고 있다.

덜컹.

엘리베이터의 소음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내가 든 건 주먹.

거울 속의 무언가가 든 건… 보자기.

‘…졌다.’

일단, 졌으니까 다시 해야 한다.

이길 때까지.

[5F]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있다.

※주의점 : 이 의식을 치른 대다수의 진술에 따르면, ‘거울 속의 나’는 자기 자신과의 가위바위보에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승률이 높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향해 다시 주먹을 들었다.

“가위, 바위, 보.”

머리가 돌아간 채 웃고 있는 내 뒷모습이 손을 제멋대로 바꾼다.

나는 가위.

거울 속은 주먹.

…또, 졌다.

덜컹.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잠시 멈추어 섰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게 올라간다.

분명 현실에서는 그게 다였다.

그러나 거울에 비치는 엘리베이터에서는….

어느새 문이 아주 약간 열려 있다.

불쑥.

그 사이로, 하얀 손이 나와 있다.

“…….”

[7F]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있다.

“가위, 바위, 보.”

비겼다.

[7F]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이기면 된다. 이 건물 최고층인 12층에 도착하기 전까지…!

“가위, 바위, 보.”

나는 가위, 귀신은 주먹.

‘졌….’

덜컹.

엘리베이터가 잠깐 흔들렸다.

그게 끝이다. 현실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다.

그러나 거울에 비치는 엘리베이터에서는…… 어느새 문이 더 열려 있다.

그 사이로 누군가의 팔과 다리가 보였다.

“…….”

몸통이 반쯤, 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와 있어서, 나와 거의 닿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선 보이지 않는다. 오직 거울에만 그 이상한 풍경을 비추고 있기에 거울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제발 한 번만!’

단 한 번만, 이기면 모든 게 끝났다.

3.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질문 단계로 넘어왔다.

이 지시문으로 갈 수 있단 말이다.

‘그렇게 가야 해.’

그게 가장 덜 무섭고 빠른 길이다. 제발, 제발….

“가위, 바위, 보.”

비겼다.

[10F]

“…가위, 바위, 보.”

…….

나는 고개를 들었다.

주먹을 쥔 내 손.

그리고 거울 속에서, 손바닥을 활짝 펼친 채 웃고 있는 내 얼굴이 보인다.

[12F]

졌다.

13. 당신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최고층에서 내리지 못한다. 불쌍해라.

덜컹.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모든 버튼의 붉은 불이 꺼지며 실내가 컴컴해졌다. 나는 비명을 간신히 참았다.

‘미친, 미친….’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이 어두컴컴한 엘리베이터 안을 비추는 거대한 거울 속에서는….

“…….”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려 있었다.

1930819F, 이상한 숫자의 층이 표시등에 떠 있다. 그리고 거울 속의 활짝 열린 문 바깥으로는 공허만이 보인다.

그리고….

귀신이 내 옆에 서 있다.

“…….”

숨을 몰아쉰다.

나와 가위바위보를 하던, 저 먼 거울 속의 귀신은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들어와 이제 코앞의 거울에 있다.

나는 눈만 굴려 옆을 보았다.

아무도 없는 낡고 어두운 실내, 문이 굳게 닫힌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하지만 거울 속을 보면,

활짝 열린 엘리베이터 문의 어둠으로부터 들어와 내 옆에 선 채 입이 찢어지도록 기쁘게 웃는 또 다른 내 모습이 나를 돌아보고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

당신은 의식에 실패했다.

앞으로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조심해야겠다. 거울 속의 그것은 당신을 찾아내 만나려고 할 테니까.

다행히 아직 질문의 기회는 남아 있다.

다만….

: 6번으로.

거울 속의 웃는 무언가가 손을 내렸다.

6. 이제부턴 거울 속의 존재가 의식을 진행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입 모양.

가위, 바위, 보.

그리고 주먹을 내민다.

“……!”

나는 제때 주먹을 마주 내민 내 손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거울 속 나’와의 가위바위보를 응하지 않을 시, 그것은 기꺼이 판정승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 경우 : 따로 번호 안내는 없다. 명복을 빈다.

맞춰야 한다.

가위, 바위, 보.

한 번 더, 나는 손을 내밀었다.

상대는 주먹. 그리고 나는….

가위.

“…….”

졌다.

이제부터는 패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아니라.

거울 속 존재가 질문할 것이다.

거울 속, 내 모습을 한 귀신이 손가락을 움직여서 거울에 자국을 남긴다.

이름이 뭐야?

X발.

나는 떨리는 손으로 거울에 글자를 남겼다.

김솔음

히죽히죽.

내 옆에 선 거울 속 귀신이 웃었다.

…참아야, 한다.

거짓 대답을 한 경우 : 따로 번호 안내는 없다. 명복을 빈다.

미칠 것 같다.

‘왜 한 번을 못 이기지?’

머릿속 위키의 탐사기록을 뒤져보아도 답은 없다.

그건 애초에 귀신과 가위바위보가 중점이 아니니까.

그 이후 어떤 질문을 했냐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떻게 가위바위보를 이겼는지 따위의 파훼법은 없다.

애초에 가위바위보는 운의 게임이지 않은가.

필승법 같은 건 없다. 하지만….

나는 거울 속, 내 옆에서 나를 뚫어져라 보는 귀신을 간신히 응시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저건 어떻게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지 않는 거지?’

단순한 운?

거울 속의 나이기에 내가 무엇을 낼지 다 알고 있는 클리셰?

‘하지만 이 경우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긴 거지?’

그리고 지금 내 경우에도 말이다.

‘다 안다면 비기지도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길 수 있다면 대체 왜….

가위, 바위, 보.

젠장.

나는 황급히 손을 내밀었다.

나는 가위, 귀신은… 주먹.

“…….”

생일이 언제야?

손가락이 떨렸다.

9월 13일

거울 속 귀신이 미친 듯이 팔짝팔짝 뛴다.

…한 번만, 남았기 때문이다.

“…….”

거울 속 존재가 주도하는 가위바위보를 계속하며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일 때까지

한 번이라도 이긴 경우: 3번으로.

상대의 질문에 세 번 이상 대답한 경우: 99번으로.

나는 벌써 두 번 대답했다.

내 이름을.

생일을.

……이제 내가 질 수 있는 여유는 한 번 밖에 남았다.

‘끝이야.’

…99번의 문구는, 이러니까.

99.

3번의 대답 이후로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릴 정도의 시간이라면, 아마 지금쯤 당신은 처음 이 의식서를 읽기 시작한 그 사람이 아닐 것이다.

거울 밖에서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요! 전 찾아오지 마세요제발

바꿔치기 당한다.

거울 속 무언가와.

‘안 돼.’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곱씹을 여유는 없다. 이미 내겐 주도권이 없으니….

가위, 바위, 보.

나는 황급히 손을 내밀었다.

보자기 대 보자기. 비겼다.

‘후…….’

간신히 숨을 돌릴….

가위바위보.

“…!”

놓쳤다.

대응을… 못했다.

‘X발.’

나는 어떻게든 이후의 상황에 맞설 준비를 하며, 이를 악물고 자세를…….

…….

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깨달았다. 아무래도 내가 들고 있던 손을 그대로 내리지 않고 있었기에 새로운 가위바위보에도 ‘대응’한 것으로 카운트된 것 같다.

‘그래. 보자기로 들고 있었….’

“…….”

잠깐만.

나는 지금까지 귀신과 했던 가위바위보의 결과들을 떠올렸다.

이거, 혹시….

가위, 바위, 보.

나는 이번에도 손을 바꾸지 않았다.

비겼다.

가위, 바위, 보.

이번에도.

그다음에도….

나는 계속 보자기를 내고 가만히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귀신도 그러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세 번 연속으로 비겼다.

‘…역시.’

나는 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내가 하나, 결정적인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거울 속의 귀신은 가위를 안 낸다.

이러니까 보자기만 내면 비기는 거다.

내가 보자기를 내면 상대는 가위를 내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못 하니, 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똑같이 보자기를 내야 했다.

‘왜지?’

왜 못 하는 건데?

분명 뒷설정이 있을 것 같은데… 아니, 현재로서는 맨땅에 해당하는 식의 추측일 뿐이니 현상에 집중하자.

어쨌든 방어법은 생겼…….

가위바위보.

나는 황급히 손을 펼쳤다.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내가 보자기만 계속 낸다면 무조건 비길 수는 있었다.

‘하지만 영원히 비길 수는 없어.’

그런 경우엔 아예 매뉴얼에 없다는 게 더욱 절망적이었다.

그래.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무조건 한 번은, 한 번은 이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저 귀신이 ‘거울 속의 나’이기에, 내가 뭘 낼지 이미 알고 있던 거라면,‘

그 파훼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구잡이로 내면 돼.’

아마 다들 그렇게 통과했을 것이다.

공포로 혼미해져서 자기가 뭘 내는지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가위바위보를 하던 민간인이든가.

공포를 안 느끼는 강심장에, 이미 매뉴얼을 알아서 그냥 무심하게 손에 잡히는 대로 내는 현장탐사팀 직원이든가.

중간중간 정신을 차려서 예측당했다고 쳐도 대여섯 번이면 한 판은 이겼겠지. 굳이 뭘 냈고 뭘 안 냈는지 기록할 것도 없었다.

근데 나는 둘 다 비껴간 간 것이다.

이유는….

‘…은반지!’

정신 방어 아이템을 차고 들어와서 패닉 상태는 안 되는데, 겁먹은 채로 하나하나 계산해서 냈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것이다. 젠장…!

쫄보가 상태 이상이 안 걸려서 낼 수 있는 최악의 결과다.

‘지금이라도 반지를 뺄까?’

아니, 너무 늦었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대체 어떻게 하면….’

나는 거칠게 관자놀이를 타고 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그 과정에서 소매의 단추가 볼을 긁으며 피가 났다. 나는 땀과 함께 그 피도 닦아냈다.

…그 순간.

거울 속 귀신의 볼에도 붉은 실선이 생겼다.

“…!”

그리고 소매에 붉은 물이 들었다.

…내가 닦아낸 땀과 섞인 피, 그대로.

잠깐.

‘나랑 상태를… 공유하나?’

그래. 거울은 어쨌든 나를 비추고 있는 것이니까.

거울 속에서 홀로 움직이기 시작한 내 형상의 귀신이라고 해도, 거울 밖 ‘나’에게 영향을 받는다…….

……!

그래.

‘…그렇다면!’

섬광 같은 깨달음이 지나갔다.

나는 이를 악물고 주머니를 뒤졌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을 한 귀신이 마치 놀리듯이 자기 주머니를 따라 뒤져서 똑같은 것을 꺼낸다.

그러나 내가 꺼낸 건 대단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그냥 펜과 고무줄이다.

‘빨리.’

나는 펜을 손가락에 끼우고, 고무줄을 감기 시작했….

가위바위보.

“…!”

대응했다.

기습적으로 거울 속 내가 거는 가위바위보에 비길 수 있도록 대응하면서. 나는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에 하나씩 펜을 세로로 고정했다.

그리고 왼손도.

‘빠, 빨리.’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마치 방해하는 것처럼 거울 속 귀신이 계속 손을 내민다. 나는 숨 가쁘게 그것에 대응하면서 작업을 계속했다.

몇 번이나 헛디디며 볼펜 촉이 팔과 손에 긁힌다.

하지만….

가위바위보.

‘…됐다!’

나는 황급히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자기가 아니었다.

구부릴 수 없도록 고정해 놓은, 검지와 엄지로 만드는….

가위.

……!

하지만 거울 속 상대는 여전히 손가락을 다 활짝 편 보자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밖에는 낼 수 없는 거지!’

내가 검지와 엄지를 구부리지 못하도록 잡아놓은 팬과 고무줄에 의해, 손가락이 구속된 것이다.

‘이러면 주먹을 쓸 수 없다.’

하지만 가위도 내지 못하는 그 입장에서는… 오로지 손을 펼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가위 대 보자기.

“…!!”

이겼다.

“됐…!”

쾅!

거울 안 귀신이 거울에 머리를 처박았다.

쾅! 쾅! 쾅!

나는 얼어붙어서 자리에 서 있었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거울이 부서진다.

금이 가고, 파문이 가고, 깨져 나갔다.

하지만, 하지만…….

거울 속에 있는 것은, 나오지 못했다.

….

진동이 멈췄다.

거울 속에서, 바깥을 향해 머리를 박던 것이 고개를 들었다.

직전까지 입이 찢어져라 웃던 그것은 무표정이었다.

관절을 굽힐 수 없게 묶어둔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더니,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일그러트린다!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없는 이상한 표정으로, 이,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깔깔깔깔!!

미친 듯이 웃으며 거울 속의 열린 엘리베이터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

[내려갑니다.]

“후우우우….”

나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인다.

층수 표시등에서 이상한 문구들이 사라지고, 정상적으로 숫자가 출력된다….

[12F]

띵동-

[12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3. 축하한다. 당신은 의식에 성공했다!

최고층에서 내려서 가까운 유리창을 찾아라.

유리창이 없다면 : 7번으로.

살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어두컴컴한 복도로 나갔다.

분명 낮에 들어왔는데도 이미 해가 진 듯 음침한 복도의 유리창은 드문드문 깨지고 테이프가 붙어 있거나 낙서투성이다.

본래 내가 혼자 들어왔다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갔을 폐건물의 안이지만, 지금은 그 공포감마저 안도감을 줬다….

나는 가장 가까운, 맞은편의 유리창을 향해서 발을 옮겼다.

유리창은 먼지로 희뿌옇게 더러웠으나 망설임 없이 그 위로 손가락을 올렸다.

유리창에 원하는 질문을 적으면, 어떤 질문이든 거울 속에 있던 존재가 답변해 준다.

그리고 이 답변은 반드시 진실이다.

가장 궁금한 질문.

내가 빌 소원.

-백일몽 주식회사의 소원권 물약을 통해, 내가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나는 손가락을 유리창에서 뗐다.

그러자 유리창 하단에, 다른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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