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02화
엘리베이터 거울 귀신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보상으로 돌아오는, 단 한 번의 문답.
당연하지만 괴담이 알려주는 진실이 언제나 좋을 리는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무 쓸모가 없거나.
둘 중 어느 쪽에도 해당할 수 있었다.
가령 인류가 언제 멸종하는지 알려달라고 적으면, ‘네가 죽은 뒤 한참 후’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그것도 진실은 맞지.’
그러니까 만일 ‘내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방법이 뭐야?’라고 물으면, 아주 극단적이고 단편적인 단어로만 알려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느니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방법이, 나를 본래의 세상으로 확실히 돌려보내 줄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나았다.
‘백일몽 주식회사의 소원권 물약.’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엇이든 진실을 대답해 준다는 그 답변은 속이 탈 정도로 천천히 유리창이 나타났다.
그것은….
돌아갈 수 있다. 반드시.
아주 확실한 긍정문.
“……!”
나는 깊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끄러지듯이 주저앉았다.
‘와.’
긴장이 쭉 풀리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모호하거나, 부정적인 답변이 나올까 봐…… 걱정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가끔은… 의심이 들기도 했으니까.
-사실 소원권 물약으로도 못 돌아가는 거 아닐까?
-내가 조건을 잘못 설정해서 이상하게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그러나 최대한 누르려고 했다.
의심해 봤자 소원권이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이란 건 변하지 않으니까.
‘불안해도 해야 하는 건 안 변하잖아….’
그리고 무조건 소원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야 이 끔찍한 공포들을 참고 일할 수 있으니까…….
“…….”
하지만 이걸로 더 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겠다.
‘하자.’
할 수 있다.
남은 소원권, 최선을 다해서 빠르고 안전하게 모아보자!
나는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로 의욕이 솟구친다….’
아주 드물게도 말이다.
다만, 아직 괴담을 빠져나간 건 아니었다.
‘의식의 마무리 단계가 남아 있어.’
답변을 무사히 받았다면, 이제 의식을 마무리하고 돌아갈 시간이다.
어느 번호에서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최상층에 왔는지에 따라 무사히 돌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다르다.
1번에서 온 경우: 10번으로.
6번에서 온 경우: 11번으로.
1번은 곧바로 가위바위보를 이기고 최상층에 순조롭게 도달한 경우였다.
그래서 10번으로 가면, ‘계단으로 내려가서 귀가하고, 사흘 동안 양면에 거울이 부착된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 같은 이야기로 끝난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었지.’
이 경우에는 할 일이 더 으스스하고 고통스러워진다.
“…후.”
슬슬 헷갈리니까, 회사에서 준 매뉴얼 자료를 읽자.
11번.
11. ‘거울 속 누군가’가 주도하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겨 최상층에 도달한 경우, 당신이 얼마나 질문에 답하였는가에 따라 대처법이 달라진다.
우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나는 침을 삼키며 등을 돌려, 다시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는 12층에 그대로 멈춰 있었기에,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이 열렸다.
땡.
짧은소리와 함께, 오른쪽 거울이 산산이 깨진 낡은 엘리베이터의 내부가 드러났다….
이 단계에서는 엘리베이터 내부에 머무는 동안 반드시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절대로 버튼에서 손을 떼지 말 것.
그리고 최상층까지 올라오면서 가위바위보를 한 거울이 아닌, 반대편 거울을 마주 보아라.
나는 왼쪽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반대편 거울이 박살 난 탓에 그 안의 무한한 듯 반복되는 공간은 없었다.
조각난 거울에 의한 난반사만 번뜩이는 어두운 엘리베이터 실내 내부를 비추는 그곳에는….
이상한 것이 보일 것이다.
내가 있다.
고개를 이상할 정도로 푹 숙인.
완전히 낡아빠진 정장을 걸친.
기묘하도록 움직임이 없는.
나와 가위바위보를 했던 그 귀신이.
…….
거울 속 형상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표정 없는 얼굴이 나를 보며 점점 가까워진다.
점점.
거울에 붙듯이.
엘리베이터에서 소리가 날 때까지 버텨야 한다. 움직이거나 도망치면 안 된다. 반드시 끝날 때까지 응시하고 있어라.
당신이 질문에 많이 대답했을수록 이 시간은 길어진다.
나는 참았다.
하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분명 유리창이 가로막고 있는데도, 점점, 조금씩, 끝없이, 끝없이 가까워진다….
열림 버튼을 누르는 손이 떨렸다.
다,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저게… 내가 쓴 유리창 낙서에 답변을 단 건가?’
그래. 그랬을 것이….
쿵!
버튼을 놓칠 뻔했다.
귀신이 거울에 머리를 대고 나를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입 모양.
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나가고싶어
황급히 시선을 약간 내려서 엇갈리게 했다. 식은땀이 턱에 맺혀 떨어졌다.
하지만 공포를 뚫고, 은반지의 효과가 빛을 발한다.
나가고 싶다고?
‘…거울에 갇혀 있으니까?’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저 귀신, 가위 손 모양을… 못 했지?’
왜일까?
가위를 못 드는 이유.
나는 가위바위보의 가위 손동작을 떠올려 보았다.
엄지를 함께 들든, 중지를 함께 들든.
보통 어떻든 간에 검지를 무조건 중점으로 드는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검지를 든 손 모양들을 떠올리면, 바로 연상되는 동작이 하나 있다.
버튼을 누를 때.
‘…저 귀신, 버튼을 못 누르는 건가?’
물론 주먹으로 쳐도 머리로 박아도 물리적으로야 누를 수는 있겠지만, 이건 개념과 심상의 문제였다.
엘리베이터의 무한히 연속되는 거울 속 세상에 갇힌 귀신.
마주 보는 두 개의 거울이 만들어낸, 완전히 닫힌 공간.
그리고 매뉴얼에 적혀 있던, 가위바위보를 져서 의식에 실패했을 때의 경고문.
앞으로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조심해야겠다. 거울 속의 그것은 당신을 찾아내 만나려고 할 테니까.
그건 혹시….
‘…나가고 싶어서?’
쿵! 쿵! 쿵! 쿵!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X발 진짜…!
나는 아직도 거울에 머리를 부딪히는 귀신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 애쓰며 계속 생각했다.
…어쩌면 말이다.
‘저 귀신은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나?’
그때였다.
삐익- 삐익- 삐익-
신호가 울렸다.
엘리베이터를 너무 오래 잡고 있을 때 나는 소리.
소리가 들리면 즉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계단으로 이동할 것.
다시는 해당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아라. 가급적 다음날 해가 뜰 때까지 다른 사람들도 타지 못하도록 <수리 중> 표기를 붙이는 것을 권장한다.
그리고 앞으론 양면에 거울이 부착된 엘리베이터를 탑승 시 5초 이상 거울을 들여다보지 말아라.
찾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말이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나가며 열림 버튼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동시에 버튼 하나를 터치했다.
[1F]
당연하지만, 거울이기 때문에 그 속의 엘리베이터에도 1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내 얼굴을 한 귀신의 표정을 보지 않고 얼른 열린 문으로 뛰쳐나왔다.
스르륵.
열림 버튼의 강요가 없어진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내려갑니다….]
나는 12층에서부터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낡은 계단을 뛰어 내려가면서, 엘리베이터가 ‘1층입니다’라고 말하며 열리는 경쾌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 * *
“휴우.”
폐건물이 다 된 임대 아파트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한참이 지난 후였다.
‘안에서 시간이 이상하게 흐른다더니, 정말이었네.’
벌써 7시였다.
나는 즉각 한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아, 솔음 씨…!]
5시에 만나자고 했던 장허운이다.
하지만 두 시간이나 방치한 것치고 내 사과는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왜냐하면….
“죄송합니다. 문제 생길 것 같아서 미리 말씀은 드렸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좋은 카페네요! 급한 일이 생기셨다니 어쩔 수 없죠. 저야 괜찮습니다!]
그렇다.
일부러 장허운에게 5시에 만나자고 한 거니까.
‘혹시라도 내가 혼자 들어갔다고 보고 받은 연구팀이 장허운을 그사이에 다른 엽기적인 괴담에 빼돌리면 안 되잖아.’
그 미친 사이코패스 연구원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아,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다른 데로 가주면 좋겠는데요’ 같은 소리하면서 말이다.
‘회사 생활 참 거지 같다….’
아무튼, 이후 나는 카페에 앉아 있는 장허운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지나치게 충격적이지 않을 정도로, 연구팀이 우리 둘 다에게 별 가치도 없이 위험한 일을 시키려고 해서 임의로 거부한 거란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장허운은 다른 점에 주목했다.
[잠깐만요. 그럼 솔음 씨가 곤란해지시는 거 아닙니까? 무단으로 회사 지시를 어긴 건데…!]
“아, 괜찮습니다.”
나는 푸근하게 말했다.
“허운 씨가 비밀로만 지켜주시면, 다 써먹을 데가 있어서요.”
[…??]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꿈결 수집기를 반납하려 오자마자 곽제강에게 긴급 호출을 당했다.
그리고 뻔뻔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마무리팀 사람을 그냥 두고 갔다…. 그 말이지?”
“예.”
곽제강은 마치 할 말을 잃어버렸다는 듯이 잠깐 나를 쳐다보았으나, 결국 한숨을 쉬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좋은 뜻은 아니다.
어처구니없다는 거다.
“아니, 노루 씨! 이거 징계감인데… 회사가 학교도 아니고, 그렇게 맘대로 하는 게 될 것 같았어? 이자헌 과장이 그래도 된다던?”
“아니요. 이자헌 조장님은 언제나 사규와 현장탐사 매뉴얼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십니다.”
“아이고, 그걸 알면 왜 그랬대. 나 참, 흠….”
그리고 은근한 어조로 묻는 것이다.
“동기가 탐사에 희생된다는 데에 거부감이 심한가? 아무래도 안면이 있으니까 말이야.”
너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즉답했다.
“…? 답답하잖습니까.”
“……??”
“제가 왜 혼자서 빠른 클리어가 가능한 곳에, 음, 실례지만, 예. 쓸모없는 짐짝을 달고 가야 합니까.”
“…!”
곽제강이 벙찐 표정으로 날 보다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클리어하고 나서 그냥 엘리베이터에 혼자 두고 나오면 되는….”
“그러니까 제가 왜 어둠을 탐사하면서 그런 걸 신경 써야 하냐는 겁니다.”
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강변했다.
“엘리베이터 밑에서 대기 중인 직원이 도망가진 않을지, 타이밍에 맞춰 보낼 수 있을지, 그런 건 탐사 시간을 단축하거나 용액 농도를 올리는 것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잖습니까.”
“…….”
“고농도 용약을 최대한 빨리 뽑아서 백일몽 물약의 원료를 수급하는 게 현장탐사직의 존재 이유 아닙니까? 왜 제가 제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해야 하냔 말입니다.”
“아니, 이것도 업무….”
“그건 과장님 업무 아닙니까?”
곽제강이 입을 다물었다.
내 미친 MZ력에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그래봤자 실제 MZ들은 직장에 갈리는 사회초년생인 것처럼, 나도 다 컨셉이지만!
“그러니 차라리 징계받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쪽이 더 효율적이라?”
“예.”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최소한 어둠 탐사를 안 하는 기간에 징계를 주실 테니까요.”
“…….”
곽제강은 무슨 신종 물질 같은 걸 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네가 봐도 어처구니가 없지?
그래.
‘이게 바로 네가 그렇게 원하던 내 약점이다…!’
결벽적인 효율충에 자기만의 원칙을 지키는 사람!
덕분에 도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자기 혼자 멋대로 세운 원칙에 어긋나면 발작하듯이 사회성 없는 짓을 하는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성향은 원래 약점이지.’
곽제강의 쓸데없는 간보기를 지속적으로 방지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징계 쪽이 감당할 만했다…!
“그럼 징계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하겠습니다.”
나는 끝까지 미친 새끼 컨셉을 지키며 연구실을 떠났다.
‘브라운 찾으러 가야지.’
아주 뿌듯했다.
* * *
김솔음이 떠나 고요한 연구 1팀의 사무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한 그 자리에서, 묵묵히 데스크에 앉아 어제와 오늘 일어난 일을 정리하던 곽제강은….
“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답답해서 두고 왔다고? 하하하!”
이렇게 재밌을 수가!
아마 다른 직원이었다면 홀라당 넘어갔을 것이다.
그 극단적인 발언에 휩쓸리고, 압도적 성과에 마음이 넘어간 상태에선 모든 게 그럴싸하게 들리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관찰했거든!”
사람은 말보다 행동이 중요한 법이다.
그리고 그 행동으로 또 다른 행동의 패턴을 예측하는 게 바로 이 일의 재미 중 하나였다…!
“아, 즐겁다.”
곽제강은 싱글벙글 웃으며, 노트를 마무리하고 책상에서 일어나 경쾌한 걸음으로 퇴근길에 올랐다.
탕.
그의 콧노래 잠깐 사무실을 울렸다가,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그가 떠난 데스크에는 문서화된 자료 몇 장만 남아 있었다.
[김솔음 주임 / 현장탐사팀]
바로 김솔음의 프로필 파일이었다.
그 아래, 곽제강이 휘갈겨 쓴 메모가 보였다….
특성 (유의미한 확률로 예측)
1. 선량함.
2. 겁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