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33화
내가 재난관리국 구조반이라니.
나 한 몸 챙기기도 벅찬 판국에 시민들 구하러 괴담에 들어가야 한다니.
‘꿈인가.’
그러나 현실이었다.
심지어 지금 당장 사람 구출하러 괴담에 들어가야 했다.
오후 7시 30분.
인적성 검사가 끝나고 임용된 지 딱 1시간 30분 지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나는 벌써 청동 요원의 긴급 요청으로 본부에서 요원용 장비들을 배급받았다.
그리고 재난관리국 공용자전거까지 배정받아서 탄 채 괴담 발생지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해도 다 졌네.’
이 추위에 자전거 타고 어둑어둑한 바깥을 보니 오싹하고 참 여러 생각이 든다….
“초자연 재난에 휘말린 시민들은 관리국이 미리 비치한 안내문의 번호를 통해 구조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예….
‘그리고 그 번호는 괴담 속에서도 가끔 터지는 신비한 구조 번호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재난관리국식 괴담 구조 브리핑까지 듣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나는 거의 기계적으로 요원을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초자연 재난에 진입할 때는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전거가 안전합니다.”
‘예. 웬만한 이동 수단은 다 괴담에서 작동이 안 되거나 최악의 불상사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그렇죠….’
설정 볼 땐 재밌었는데 실제로 하니까 참 춥고 힘들었다.
참고로 장비들은 임시 요원 때 받았던 것보다도 가짓수가 풍성했다.
유리손포, 철뱃지, 수첩, 그리고… 낚시줄.
“낚시줄은 특히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이번 초자연 재난에서 혼자 긴급 탈출해야 할 때 필요한 도구입니다.”
“…네.”
이전에 임시 요원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좀 찔리긴 했으나, 약간 두근거렸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그래서 지금 내가 어느 괴담에 들어가는 건가!
“지금 시민 구출을 위해 진입할 초자연 재난은….”
재난은?
내 표정을 돌아보고 잠깐 멈칫한 청동 요원이 약간 더 친절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구조 요청한 시민이 설명을 듣는 시간 동안 사망하진 않을 겁니다.”
“…네.”
친절함의 방향성이 잘못됐다….
“설명부터 들어보십시오.”
“네.”
알겠다니까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린 청동 요원이, 사람이 없는 스산한 동네를 자전거 도로로 달리며 말한다.
“김솔음 씨, 럭키마트라는 체인을 기억합니까?”
“…….”
“11년 전에 한국에서 철수한 체인이지만 영미권에서는 유명…… 요원?”
“예. 들어봤습니다.”
‘아 맙소사.’
들어본 수준이 아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일 정도다.
럭키마트라는 이름의 거대 마트 체인.
…을 모티브로 삼는 괴담.
아직 <어둠탐사기록>이 초자연재난관리국의 기록이었던 극히 초창기 시절. 일곱 번째로 작성된 창작 괴담이기도 했다.
야간에 급하게 마트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우연히 발견한 럭키마트 지점에 들어간다.
그리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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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탐사기록 / 괴담
[룩키마트]
: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괴담, 초자연재난관리국의 등록번호는 1793PSYA.2001.나31.
마트형 대규모 쇼핑몰을 흉내 낸 기괴한 괴현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영원히 헤매는 괴담.
수십 년간 최소 300명 이상의 실종 사태와 관여된 기이한 현상으로, 초자연재난관리국의 파형(破形)급 재난으로 분류됨.
현재까지 알려진 종결 및 봉인 방법은 없다. 실종을 선제적으로 방지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다만 실종자 개인의 탈출을 돕는 안내문이 해당 괴담 마트 안에 비치되었으며, 해당 안내문의 도움을 통해 현실로 복귀한 시민의 보고를 토대로 탐사기록이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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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쇼핑몰.
친숙한 일상 공간이지만, 동시에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거대한 규모의 공간이 주는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류의 흥미진진하고 오싹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읽을 때는 말이다.
‘파형급이잖아.’
그건 재난관리국 분류상 내가 청동 요원을 만났던 연쇄살인마 출몰하는 산장보다도 두 계단이나 윗급의 괴담이다.
백일몽 주식회사로 따지자면 B에 가까운 등급!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뇌를 돌렸다.
‘…룩키마트에 재난관리국 요원이 민간인 구출하러 들어가서, 무사히 구출한 케이스가 더… 많았던가?’
대부분… 무사히 구출했던 것 같다.
물론 특수상황이 발생해서 일이 꼬이는 경우가 탐사기록에는 많았다. 하지만 보통 위키에 자세히 기록되는 게 그런 특수 케이스이기 마련이니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젠장.
‘직접 보고 싶은데.’
왜 아이템 수리가 완료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메모리얼 그립톡!
나는 아직도 접착제가 굳지 않고 그대로 남은, 내 <어둠탐사기록> 확인용 아이템을 떠올리며 침음했다.
‘분명 한 달이 지나면 수리가 끝날 거라고 했는데.’
도깨비 흉내 내던 요원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단 말이다.
‘…둘 중 하나겠지.’
굿즈 박스에서 튀어나온 아이템이라 제대로 수리가 되지 않았거나.
…내가, 지난 한 달을 괴담에서 보내는 바람에 제대로 ‘기간’으로 카운트되지 않았거나.
‘어느 쪽이든 대비책이 필요하다.’
룩키마트야 워낙 유명한 괴담이라 거의 디테일까지 전부 기억나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는 네임드 괴담이 나온 게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겠다만….
‘이런 요행이 슬슬 안 통할 타이밍도 올 거야.’
탐라행 고속열차 때, 은심장 소유자의 신상이 기억나지 않았던 걸 떠올리면 여전히 심장이 서늘해진다.
그런 사태를 다시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메모리얼 그립톡은 반드시 필요했다.
‘이제 요원이니까 새로 구하는 건 오히려 쉬워졌어.’
이게 계속 수리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새 걸 구하는 것도 플랜B로 머릿속에 넣어두자.
나는 조심스럽게 완충재 속에 넣어서 주머니에 수납해둔, 망가진 메모리얼 그립톡을 떠올리며 머리를 굴렸다.
그 와중에도 청동 요원의 ‘룩키마트’ 브리핑은 계속되고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진입할 수 있는 재난인데, 구조 신고자의 타이밍 운이 좋았습니다.”
“…구조 신고자의 인상착의를 여쭤봐도 될까요?”
청동 요원이 담담히 말한다.
“고등학교 1학년생 두 명입니다.”
와.
‘하필 미성년자냐….’
양심통 때문에 중간에 손절하고 도망가지도 못하게 생겼다.
나는 침음을 참으며, 청동 요원이 건네주는 인상착의 및 신고 당시 설명문을 숙지했다.
청동 요원이 어쩐지 공감 어린 시선으로 나를 보더니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나절 정도 버틸 수 있다는 건 고등학생에게도 해당하는 설명입니다.”
“……예.”
정말 양심통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만 앞서 진입했던 두 요원이 해당 초자연 재난에서 단기 실종 상태입니다.”
“…….”
“걱정 마십시오. 구출 요원은 아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하는 봉인법 탐색 중에 일어난 불상사입니다.”
그것참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요원님….
“경각심을 가지고 구출 작업을 진행해야 하니, 돌발행동은 삼가십시오. 절대로.”
“네. 명심하겠습니다.”
‘거길 꼭 신입 요원을 데리고 들어가야 할까요’ 같은 소리가 목까지 차올랐으나 참았다.
어차피 저 사람은 내가 경력직 신입이라는 걸 아니까 봐줄 리가 없지.
따랑.
나는 자전거 알림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를 그리 경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들으며, 계속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청동 요원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더니, 나를 앞세우기 시작했다.
“…요원님?”
“이대로 20분 이상 ‘헤맬’ 겁니다. …해당 건물의 위치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앞장서야 하니, 먼저 움직이십시오.”
기억난다.
룩키마트 진입 조건 : 과거 럭키마트가 있던 건물 근방 3㎞ 내에서 마트를 찾아 20분 이상 이동할 것.
추위 속에서, 나는 묵묵히 자전거를 밟아서 낯선 동네를 돌았다.
머릿속으로는 계속 마트를 찾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비게이션 없이 헤매다 보면….
“…청동 요원님.”
나는 자전거를 멈춰 새웠다.
“찾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가로등 불빛 사이에 우뚝 서 있는 3층 규모의 제법 큰 건물을 보았다….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마트의 문구.
생생마트
체인점이 아니라, 동네에 하나쯤 있는 자체 상표 마트였다.
“…….”
아니다.
내가 다시 눈을 깜박이는 순간….
LUCKYMART
마트 건물 앞에는 익숙한 체인점의 로고가 보인다.
마치 몇 년간 재정비를 하지 못한 것처럼, 전광판의 글자에는 먼지가 가득 내려앉아 있거나 아예 불이 들어오지 않는 칸도 있다.
“…….”
여기서 불이 들어오지 않는 칸을 좀 더, 좀 더 상세하게 보면….
깜박.
불이 들어온다.
LOOKY MART
무심코 읽었던 것과 다른 문구가, 그곳에….
“너무 의식하지 마십시오.”
“…!”
그 말이 맞다.
LUCKYMART
난 럭키마트를 본 것이다.
‘마트 찾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나는 자전거를 근방에 세우고, 아직 불이 들어와서 영업 중인 마트 건물로 접근했다.
이대로 자연스럽게, ‘럭키마트’ 안으로 입장하자.
그도 그럴 것이 럭키마트는 이 나라에 널린 거대 마트 체인점이니까, 의도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면 긴장할 리가 없다….
해가 진 시간대에 해당 마트를 목격 시, 럭키 마트가 아직 철수하지 않았다는 착각과 함께 입장하게 된다.
자동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환한 내부로 입장한다.
전형적인 마트였다.
어딘지 좀 촌스럽고 가격이 저렴했으나, 오래된 동네 마트라 그렇다고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의 일상감.
1층. 생필품매장.
어린이용 장난감이 시즌 특판 매대에 쌓여 있다.
철 지난 유행가가 흘러나온다.
“저게 네가 좋다는 아이돌 노래야?”
“아냐 엄마! 쟤네는 이번에 MS엔터에서 나온 신인….”
쇼핑 중인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구형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10년도 전에 유행하던 옷차림을 한 가족.
과거의 쇼핑객들.
진입 시 일상적으로 장을 보는 쇼핑객들의 모습이 보이며, 이들은 럭키 마트가 영업 중이던 과거의 실제 쇼핑객들로 판명됨.
“…….”
“하하하!”
쇼핑객들이 옆으로 지나갔다.
유행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이 추운 겨울 바깥을 생각한다면 괴리감이 느껴질 만한 얇은 옷차림들이기도 했다.
마치 문 하나를 두고 이 마트 안에서만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처럼.
“재난에 휘말린 사람들은 아닙니다. 무시하십시오.”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 신고자들은… 지하 1층으로 추정되는 곳에 있다고 했지.’
신고자 1: 도, 도와주세요. 마트로 들어왔는데 이상해요…! 아, 아무도 저희를 못 보고, 막, 옛날 마트 같아요.
신고자 1: 주변이요? 어, 그, 그러니까… 지금 과자코너 주변이에요. 네, 모, 목도 마르고….
“지하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요원을 따라 움직였다.
과거의 럭키마트가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은 이 장소는 아직까진 멀쩡해 보였다.
아니, 오히려 과거 속에 들어온 듯해서 신기함과 향수를 느꼈을지도 몰랐다.
이게, 괴담이라는 걸 몰랐다면 말이다.
“…….”
긴장감에 목이 죄어왔다.
와 미치겠다.
어둠탐사기록에서 봤던 별 끔찍한 사례가 다 떠오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룩키마트’가 유독 탐사기록에 돌발 상황이 많은 괴담이기도 했는데…!
‘지, 진정하자.’
청동 요원이 갑자기 신입 데리고 하드코어 난이도 구출 업무를 오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침을 삼켰다.
그러다가… 위아래를 오가는 두 에스컬레이터 사이, 마치 영수증 같은 쪽지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잠깐만.
‘혹시 저거….’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서 영수증을 흉내 낸 그 쪽지를 잡아 들었다.
“…! 벌써 찾아냈군요. 그건 관리국에서 배치하는 안내문입니다.”
그래.
이 괴담에 죄없이 휘말린 민간인을 위해, 여기저기 직원의 눈을 피해 둔 탈출 도움용 안내문.
‘아마 신고자도 이걸 본 거겠지.’
나는 영수증의 내용을 확인했다.
천천히 심호흡하세요.
당신은 초자연적 재난에 휘말린 상태입니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 없습니다.
이 재난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사례는 최소 수십 건이며, 정부는 당신을 위해 탈출 방법을 여기 기록해 두었습니다.
뒷장의 안내문을 확인하세요.
…음, 읽기만 해도 불안증에 걸릴 것 같은 게 정말 전형적인 매뉴얼 괴담식 안내문이다.
‘일단 읽는 사람 심호흡하게 만들기 전에 빨간색이랑 폰트를 고쳐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내용 자체는 내가 알던 그대로였다.
뒷장을 넘기니 안내문도 마찬가지다.
‘…몇 번째 버전인지는 잘 모르겠군.’
안내문에 적힌 탈출 방법 중엔 탐색 회차가 쌓이면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물건, 대상, 구조가 바뀌며 상황이 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 바뀌는 내용들도 있고.’
이런 거 말이다.
모든 출입구에 서 있는 귀신은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안심하세요.
“…….”
그래.
내가 들어온 출입구에도, 지금쯤 기괴한 ‘귀신’이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귀신이 보지 못할 때를 틈타서 몰래 달려 나가는 게, 가장 쉬운 탈출법이었다.
당신이 들어온 후, 아직 영업시간이 한 번도 끝나지 않았다면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귀신의 시야를 가리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운이 좋은 건 아니다.
신고자 1: 흐흑, 네. 안내문에 탈출법 봤는데요, 저희, 못 하겠어요……. 귀신한테 뭘 뒤집어씌울 것도 없고…. 상품도 못 훔쳤고요. 파, 팔도 안 닿아요…!
‘이럴 때 요원이 필요한 거지.’
정확히는, 이 판국에 쓸만한 아이템 있고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신고자의 신원을 확보한 후,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바로 여기서 나가야 했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그야말로 공포 탈출 게임이라고.’
그리고 매우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근처, 과자코너 에서 교복을 입은 두 사람을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허어어어엉….”
구석에 붙어서 엉엉 울고 있는 고등학생 둘.
신고자들이다.
“직접 말을 걸어보시겠습니까?”
“……네?”
“차분하게 해보십시오. 이것도 연습입니다.”
“그, 예…….”
왠지 훈훈한 눈으로 청동 요원이 나를 본다.
다른 의미로 식은땀이 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두 청소년에게 다가가서, 그 앞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맞췄다.
“안녕하세요. 구조 신고 주신 분들 맞죠?”
“……!!”
“어, 어어어어!”
쿵.
고등학생 둘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사, 사람 맞죠?! 저희 보이시는 거죠?”
“네. 잘 보여요.”
나는 최대한 미소를 지었다.
“신고받고 출동했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허어어어어….”
애들이 무슨 눈물을 수도꼭지처럼 흘리고 있다.
한겨울이라 해가 일찍 졌다고 쳐도 3시간 정도 갇혀 있었을 텐데, 그사이에 완전히 질린 모양이다.
“추, 출입구 귀신 어떻게 해요? 저희 진짜 나갈 수 있어요?”
“그럼요. 걱정 마세요.”
나는 뒤를 가리키며 청동 요원에게 모든 책임을 토스했다!
“제 뒤에 계신 분이, 진짜 유능한 요원님이시거든요…. 저기,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와…….”
그리고 고등학생들은 슬슬 내 덥수룩한 꼴과 청동 요원의 번듯한 모습을 비교하는 것 같더니, 슬금슬금 청동 요원쪽으로 붙고 있다.
‘생존 본능이 일하는구나.’
“저기, 저희 지금 나가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한 녀석은 아예 철썩 붙어서 무슨 동아줄 잡듯이 청동 요원 옆에 섰다.
잘한다. 그거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손목의 전자시계를 확인했다.
‘그럼 이제부터 출입구로 간다고 치면….’
[ 20 : 24 ]
오후 8시 24분.
내가 알기로, ‘룩키마트’ 괴담은 이런 시분초 단위로는 시간의 흐름이 현실과 연동되어 있었다.
‘폐장은 11시지.’
아직 시간은 꽤 여유로웠다. 아이템으로 공작해서 충분히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청동 요원도 같은 걸 설명하려는 듯했다.
“폐장 시간은 11시니 아직 시간이 충분합니다. 침착하게….”
나나나나 나나난나나나 나나난~
“…….”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럭키마트 로고송이, 발랄하게 흘러나온다….
무언가의 알림음처럼.
-안녕하세요 고객님. 오늘도룩키마트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내 말씀드린 대로, 저희 마트는 오늘,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기념하여 오후 8시 30분에 영업을 종료합니다.
“……!”
-아직 매장 내에 있는 손님들께서는 직원의 안내를 따라 밖으로 나가주세요.
두두두두두둑.
매장의 불이 저 멀리서부터 천천히 꺼진다.
폐장을 준비하듯, 최소한의 빛만이 매장에 남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중지한다.
-다시 한번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밖으로 나가주세요.
“왜…!”
나는 고등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몸을 숙였다.
영업 종료 후 마트를 정리하는 직원의 눈에 띄지 마십시오. 당신을 밖으로 안내할 겁니다.
밖은 현실이 아닙니다.
나나나나 나나난나나나 나나난~
“…….”
X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