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135화
룩키마트에 갇힌 고등학생.
초자연 재난관리국에 구조 요청을 했던 장민서는 이동식 매대 아래에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바로 근처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린다.
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
직원을 흉내 낸 무언가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봤나?’
내가 매대 밑에 숨는 것을.
아니야, 바로 등 뒤에 붙어서 온 건 아니니까 못 봤을 것이다.
‘코너 돌아서 바로 들어왔잖아.’
못 봤을, 것이다….
그러나 소리가 가까워진다.
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
“후욱, 후우우욱….”
눈물이 계속 났다.
‘왜 내가 여기 와 가지고는.’
친구를 따라오는 게 아니었다. 고등학생은 자기 친구를 향해 온갖 욕을 퍼붓다가, 의미 없어서 멈췄다.
공포가 이미 정신을 압도했다.
다가오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커지고….
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
바로 옆에서 난다.
몸이 얼어붙었다.
매대의 바닥 틈에서, 바로 옆을 지나가는 발그림자가 보인다.
걸음걸이가 이상한, 발목이 꺾인 채 삐걱이며 움직이는 수십 개의 발이.
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삐끽.
고등학생은 숨을 참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가 숨은 매대 옆을 지나는 수많은 괴상한 발걸음의 직원용 구두 사이로, 낯선 것이 보였다….
낡은 운동화.
“…!”
괴상하게 뒤뚱거리는 직원들의 구두 사이로, 낡은 운동화가 질질 끌려오는 게 보인다.
“사, 살려줘…!”
고등학생은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사람이다.
누군가, 들킨 것이다.
“갚을게! 갚을게, 돈, 돈 여기 있어, 나 손님이야! 손님…!”
“룩키마트에 어서 오세요!”
그러나 직원들은 그 불쌍한 실종자를 정중히 밖으로 안내하는 대신, 질질 끌고 가고 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해당 마트의 물건을 구매할 수 없습니다.
명심하세요. 당신에겐 지불 능력이 없습니다.
“살려줘!”
이 사실을 들키는 순간, 직원들은 더 이상 당신을 손님으로 보지 않고 새롭게 분류합니다.
다수의 사례에서 주로 마트의 비품이 되었습니다.
덜컹.
고등학생은 얼어붙었다.
그리고 천천히 위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숨은 이동식 매대가, 흔들리고 있었다.
덜컹덜컹덜컹.
직원들이 매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위이이이잉.
“아아아악!”
믹서 소리와 비명이 매대를 울리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물건이지요?”
고등학생은 깨달았다.
저것들은 판촉용 시범을 흉내 내고 있다.
실종자를 비품 삼아, 믹서에 산 채로 갈아서.
“우우웁.”
고등학생은 입을 가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믹서의 소음과 비명 때문에 그 소리는 거의 나가지 않았다.
“아아악! 허어어억, 아아아으가아악!!”
“언제나 감사합니다, 고객님!”
“정말 좋은 물건이지요?”
“룩키마트에 어서 오세요!”
애원, 비명, 믹서 소리, 비명, 직원의 인사, 비명, 믹서, 도저히 못 참겠다 나는 비명을 지를 것이다 여기서 나가야겠다 나가는 길을 알려줘요! 안내해 주….
누군가 어깨를 꽉 잡았다.
“…!”
뜨거운 체온과, 떨리는 손의 진동.
자신을 매대 아래로 밀어 넣은 요원의 손이었다.
구조 요청을 받고 와준.
“……흐읍.”
고등학생의 숨이 천천히 돌아왔다.
금방이라도 미치거나 혼절할 것 같은 소음 속에서, 고등학생은 체온에 의지한 채, 매대 아래에 숨은 채 몇십 시간 같은 몇십 분을 견뎠다.
믹서 소리와 직원의 반복되는 소개말은 계속되었으나 비명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위이잉… 달칵.
“…….”
매대 위가 조용해졌다.
판촉 흉내가, 끝났다.
삐끽삐끽삐끽…
“…….”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바닥 빈틈으로 보이던 발들도, 질질 끌려가는 운동화도, 더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진다…….
“…….”
“…….”
“이제 괜찮아요.”
“흐읍.”
바깥을 체크한 요원이 한 말에, 고등학생은 긴 한숨과 함께 다시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안경 쓴 요원이 착잡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
참고로 속도 비슷했다.
‘미치겠네….’
그렇다.
초짜 요원 김솔음은 구조해야 하는 고등학생 한 사람과 둘이 남았다…….
‘흩어지잔 판단 자체는 맞았던 것 같은데.’
너무 무서웠다…!
사람이 산 채로 갈리는 소리, 아마 꿈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 김솔음의 등은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혼절할 뻔했어.’
그러나 티 낼 수는 없었다. 그의 옆에 공포에 질린 만 15세 청소년이 붙어 있었으니까!
“저, 저희 어떡해요. 흐흑….”
“아냐. 괜찮아.”
김솔음은 최대한 온화하게 고등학생에게 말을 붙였다.
어느새 말을 놓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은 아니었고, 안심시키는 데에는 친근한 어른인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산군님 괴담에서 경비반장이 생각보다 큰 역할을 했구나.’
하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고등학생을 보며, 그는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비밀 알려줄까?”
“…….”
고등학생은 여전히 눈물을 줄줄 흘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으나, ‘비밀’이라는 단어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요원은 정말로 ‘비밀’을 알려주었다.
“사실, 내가 이 마트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요원이야.”
“…진짜요?”
“응.”
그러나 고등학생은 도리어 공포 속에서도 찡해졌다.
‘누가 봐도 신입 초보였는데.’
안경에 헝클어진 머리에 웅얼대는 말투까지.
상사로 보이는 멀끔하고 유능한 요원에 비교하자면, 슈퍼히어로 옆에 붙은 허당 사이드킥 같은 사람이었단 말이다.
그러나 상대는 자신을 꼭 안심시키고 싶은지 열심히 말을 잇는다.
“아주 열심히 찾아봤거든. 뭐가 위험하고, 뭐가 위험하지 않은지. 다른 요원들이 잘 모르는 것도 나는 다 알고 있어.”
부스스한 머리. 안경 아래 눈과 마주쳤다.
‘어?’
예상했던 어리숙한 눈이 아니라, 냉정하고 단정한 눈빛이 드러났다가 사라진다.
“…….”
어쩐지.
그 모든 말이 진실처럼 들렸다.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안전하고 빠른 탈출법도 찾아낼게.”
“나, 나갈 방법이 아직 있어요…?”
“물론이지.”
단지 죽을 확률이 더 높은 미친 짓들이 절반 이상이라는 게 문제긴 하지만.
김솔음은 뒷말을 삼키고 더 유익한 내용을 붙였다.
“안내문 뒷장에 다른 내용들 기억하니? 영업 종료 이후 행동 조언.”
“……네.”
고등학생, 장민서는 읽었던 내용을 홀린 듯이 기억해 냈다.
영업 종료 이후엔 탈출을 포기하는 걸 권장합니다.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은 거의 모든 기회는 함정입니다.
생존을 우선시하여 영업시간까지 버티십시오.
현재 확인된 바로는 가장 안전한 층은 2층입니다.
2층.
여기는 1층.
“저기, 그럼 여기서 한 층만 더 위로…… 올라가면 되나요?”
“맞아. 다른 요원님이랑 네 친구도 분명 위로 갔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자.”
“……네.”
확정적인 어조에 어쩐지 안심이 되어서, 고등학생은 코를 삼키며 진정했다.
그리고 요원은 바깥을 체크하더니 몸을 빼냈다.
“…좋아. 이제 안전해. 지금 나가자.”
“크흥, 네.”
고등학생은 요원의 부축을 거절하지 않고 받으며, 조심스럽게 매대 밖으로 몸을 빼냈….
“아!”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 소리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소리를 내게 한 원흉은 여전했다.
‘발목이….’
시큰거린다.
아무래도 달리면서 매대 밑으로 들어오다가 삐끗한 것 같았다.
“…발목이 아파?”
“네…….”
“…….”
김솔음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서늘한 결론을 내린다.
‘지금 아이템을 주면 안 돼.’
이 괴담에서는 안 맞다.
해피메이커 같은 강력한 진통제는 고등학생이 다리를 마구잡이로 쓰게 해서 아예 움직이지 못할 지경이 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고.
노스텔지어 캔디는…… 안 된다.
‘음식이니까.’
푸드 코트가 아닌 곳에서는 되도록 어떤 상품도 먹지 마세요. 당신이 가지고 들어온 음식이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직원은 구분하지 못하며, 목격 시 음식의 가격만큼 금액을 청구합니다.
당신에겐 지불 능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법칙은 마트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이 아니라도 적용된다.
룩키마트 ‘직원’들은 둘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자신의 문신 속으로 상대를 쑤셔 넣는 건 무슨 오염이나 기괴한 변형이 남을지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재난관리국에 변명하기도 어려운 상황.
“…….”
고등학생은 이 사실을 알 리 없었으나, 침묵하는 요원을 보며 등으로 서늘한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버리고 가는 건가?
구출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자신을 업고 가다가 둘 다 걸려서 큰일 나는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에 휘몰아치는데….
“걱정하지 마. 안 달려도 괜찮은 쪽으로 이동할 거야.”
단단한 목소리가 자신을 잡는다.
고등학생은 고개를 들었다.
“일단 에스컬레이터로 가자.”
“…….”
“단,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로 갈 거야. 알았지? 2층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쪽으로.”
어차피 영업이 끝나서 작동이 중지됐을 테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걸까?
그래도 왜 굳이 2층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로 가려는 거지?
“…네.”
그러나 고등학생은 질문하는 대신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요원은 자신을 부축해, 조심스럽게 이동을 시작했다….
“직원 소리가 들리면 바로 말해줘.”
“네…!”
고등학생은 자신이 숨었던 매대를 확인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열심히 직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가며, 아주 조심스럽게 요원을 따라 이동했다.
몇 번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참았다.
요원은 계산대를 지나, 작동을 멈췄던 에스컬레이터까지 차분히 자신을 인도했다. 고등학생은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그를 따랐다.
그러나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는….
지이이이잉.
투투투투투툭….
한쪽 에스컬레이터가 운행 중이었다.
바로 그들의 목적지인, 2층으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가.
“…!”
영업이 종료되어 어두운 매장 안.
천천히 움직이는 레일.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저 위에… 우두커니 선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직원.
영업 종료 이후, 에스컬레이터는 가동이 중지된 채 봉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에 따라 직원이 점검 중일 때는 가동됩니다.
접근하지 마세요.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하는 것을 흉내 내는 듯하다.
그러나 고개가 옆으로 꺾인 채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는 자세로, 에스컬레이터에 선 직원의 뒷모습은 기괴하고 이상했다.
그리고 그 형상이… 아래로 작동 중인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가까워져 온다.
거꾸로.
“도, 도망….”
“안 가도 괜찮아.”
그의 옆에서 김솔음이 허리에 차고 있던 물건을 꺼냈다.
끝에 붉은 금붕어 모형이 달린 낚시줄.
미끼놀이.
‘…분명, 영업 종료 직후에 2층-1층 하향 에스컬레이터를 점검했지.’
그래서 그는 일부러 점검 중인 에스컬레이터를 찾아왔다.
본래 출입구를 편하게 돌파하기 위해 사용하려던 아이템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다.
아까워도 소용없다.
‘지금 써야 해.’
김솔음은 낚시줄을 던졌다.
휙.
물리법칙에 안 맞을 만큼, 마치 낚시대에 걸어서 던진 듯이 투명한 와이어가 날아가서 에스컬레이터 위로 향했다.
그리고 광고판에 걸린다.
“…!”
광고판을 휘감고 그 아래에 드리운 낚시줄.
그리고 끝에서 달랑거리는… 붉은 미끼가.
에스컬레이터에 뒤로 서서 내려오던 직원의 시야에 그것이 들어올 순간.
삐끽삐긱.
삐끽삐끽.
“…!”
직원의 뒷모습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끼를 향해.
에스컬레이터의 흐름을 거스르고 위로 올라간다.
삐끽삐끽.
김솔음은 낚시줄을 신중히 조절했다. 식은땀으로 손이 축축해졌으나, 흔들리는 낚시줄은 그의 의도대로 움직인다.
미끼가 에스컬레이터 광고판의 중앙에서 옆으로 치우치기 시작했다.
점점 더.
에스컬레이터 왼쪽 끝으로 미끼가 간다.
직원이 비틀거리며 가로 걸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옆에 바짝 붙어서, 손잡이 너머로 머리가 나갈 즈음….
삐끽삐끽삐끽……
김솔음은 낚시줄을 놓았다.
휘리릭.
낚시줄이 풀리며 전광판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붉은 미끼가 두 에스컬레이터 사이로 떨어지는 순간….
쿵.
직원이 에스컬레이터 사이로 거꾸로 꽂혔다.
미끼를 따라 머리를 던진 것이다.
“허억…!”
“빨리 가자. 빠져나오기 전에.”
요원은 당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발 주고, 발보다 무릎을 써서… 기어서 올라가. 조용히.”
고등학생은 신발을 벗어 요원에게 넘기고, 네발로 엎드려서 에스컬레이터를 올랐다.
부끄러움도 신체적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기어가는 것이 소음이 적고, ‘미끼’를 보는 직원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안심이 될 뿐…!
그래도 혹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목이 조였으나, 그는 무사히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는 것에 성공했다.
“후욱.”
2층 위를 팔로 디디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고등학생이 몸을 일으키는 걸 요원이 부축해 주었다.
“고생했어.”
“가, 감사합니다….”
김솔음은 낚시줄이 없어져서 허전한 손을 몇 번 내려다보다가, 깔끔히 마음을 정리하고 전방을 응시했다.
2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바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푸드코트다.
어두운 매장에서 푸드코트의 간판만 음산한 빛을 내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음식을 조리하는 소리가 났다.
돌아다니는 직원은….
‘없지.’
놀랍게도, 나름대로 안전지대였다.
“여기서는 잠깐 편하게 있어도 괜찮아.”
2층 푸드코트는 마트 직원들이 순찰하지 않는 구역입니다.
그러나 한 시간 이상 주문 없이 앉아 있지 마세요.
김솔음은 고등학생을 조금 떨어진 구석의 비빔밥 전문 매장 근처로 안내에서 앉았다.
“저기, 왜 굳이 여기에….”
“육류 메뉴가 없는 곳인 편이 안전해.”
고등학생은 침을 삼켰다.
요원은 고요해 보였다. 그는 의자에 앉아, 고등학생이 숨을 돌리고 아픈 발목을 잠시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방금 에스컬레이터에서 묘기를 부린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차분함.
‘…대단하잖아.’
정말로, 생각보다 훨씬 능숙하고 아는 게 많은 사람이다.
자기가 장담한 그대로 말이다.
고등학생은 저도 모르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저기, 그… 제 이름은 장,”
“말하지 말자.”
“…!”
“이런 곳에서는 본명을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아. 조심해.”
꿀꺽.
고등학생이 침을 삼켰다.
“저, 그럼 요원님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포도라고 불러줄래?”
“네, 포도 요원님.”
고등학생은 의자에 앉아서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요원은 요원이란 걸까? 저런 어리숙한 모습은 능력치를 다 요원 일에 쏟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
발목이 다친 상태로도 고등학생은 희망을 가졌다. 그래서 약간 씩씩한 어투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었다.
“그, 그럼 여기선 저희 괜찮은 거죠?”
“응.”
포도 요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생은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괜찮아.”
거짓말이었다.
그걸로는 부족했다.
‘…2층에서도 죽거나 실종될 확률은 여전히 있지.’
말은 어떻게든 태연한 척 하면서도, 김솔음의 머릿속에서는 미친 듯이 <어둠탐사기록>에서 해당 회차를 찾고 있었다.
겨우 위급상황에서 벗어난 뇌가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데이터를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가야 해.’
이런 이레귤러가 발생했던 적이 있었나?
‘근로자의 날, 이른 영업 종료, 뭐든…!’
그리고.
영업시간이 ?? 사유로 인해 일찍 종료.
“…!”
찾아냈다.
김솔음은 안간힘을 쓰며 그 사례를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려 애썼다.
몇몇 구체적인 숫자와 명칭들은 이미 날아간 탐사기록이, 그의 머릿속에서 재구성되었다….
탐사기록 #3?
출동 요원이 민간인의 구조 요청을 받고 오후 7시경 마트에 진입. (출동자 : ???)
룩키마트의 영업이 ??? 사유로 인해 일찍 종료. 돌발 상황이 발생하여 해당 요원과 사흘간 연락이 두절.
“…!”
이거다.
그는 초조하게 더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그게 불러온 결과는…….
결과 : 구출 실패. 요원 단독 복귀.
“…….”
이래서 잘 기억나지 않았구나.
‘한 줄로 끝났으니까.’
이런 기록은 수두룩했다.
발상은 재밌는데, 이어지는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중복’이라고 생각해서 읽는 이의 상상에 맡기고 생략해 버린 기록.
성공, 실패로 표기되는 간단한 한 줄 처리.
그러나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하.”
-청동 요원은 구출에 실패한다.
그러니까 청동 요원과 다시 합류하면.
룩키마트에선 그 사람이 무슨 판단을 하든, 김솔음은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구상한 대로 탈출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미치겠다.’
아니, 내가 아니라 난이도가 미쳤다.
김솔음은 침음을 참으며, 애써 태연하게 고등학생을 데리고 앉은 푸드코트 구석에서 주변을 살폈다.
‘기다리자.’
청동 요원도 당연히 생각이 있으면 2층으로 올라올 테니까.
그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만나서 결정하면 돼.’
* * *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김솔음은 룩키마트 그 어느 곳에서도 청동 요원을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