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33화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자.
신입사원 김허운.
“직원님?”
나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다.
녹아내린 모자이크처럼 보이며, 그 목소리도 낡은 라디오 녹음본처럼 분간하기 어렵다.
그리하여, 지금 엘리베이터 앞에 선 ‘신입사원 김허운’이 내가 알던 장허운 씨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 수 없으나…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이상한 상황.’
이건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그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자가 내 옆에 서 있다.
이 회사의 이사.
“안녕하세요. 이번 현장탐사팀 신입사원이신가 봐요.”
“아. 예…! 김허운이라고 합니다.”
“그러시구나. …그런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네?”
“허운 씨는 현장탐사팀이죠? 그럼 이 보안팀 구역에 임의로 들어올 수 없을 텐데… 어떻게 여기 계시나 해서요.”
침묵.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찾으셨나요? 이곳에 직원님이 계실 거라는 건,”
호유원이 나를 가리켰다.
“어떻게 아셨을까요?”
“…….”
입이 열린다.
“흉내를 냈습니다.”
…뭐?
“보안팀을 흉내 내어 들어왔고, 연구팀을 흉내 내어 직원님이 계신 위치를 알았습니다.”
‘흉내…?’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순간.
보이지 않는 김허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하지만 이걸로 입사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 이 일로 해고되어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나를 본다.
“직원님.”
입사 목적.
-찾아야 할 게 있어서요.
나였다.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 아무 소란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전 그저, 정식으로 소개를 드릴 기회를 잡기 위해 찾아왔을 뿐입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그리고 김허운은 내게 고개를 깊게 숙여 보였다.
“저희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원님 덕분에 시설 사람들이 다 살아났습니다.”
…….
잠깐만.
“직원님 덕에 장허운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니까요.”
그 말뜻은….
“아하. 안타깝지만 제 추측이 틀렸었나 봐요. 노루 님.”
깨달았다.
고영은 씨에게 전달된 2병의 소원권이 모두 사용된 건….
‘장허운 씨를 살리려고 소원권을 쓴 게 아니야…!’
애초에 그렇게 똑똑하고 차분한 사람이 갑자기 소원권에 대고 허술한 소원을 빌 확률은 낮지 않은가. 굳이 따지자면….
‘자기 수중에 소원권이 계속 있는 게 더 불안했을 거야.’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걸려서 뺏길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장허운의 상태 호전을 위해 재난관리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언제쯤 완전히 회복될지는 모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기한 소원권을 맡아두다가 불상사가 생기기 전에… 한 병은 장허운 씨를 대리하여 써줬다는 것이 더욱 사리에 맞는다.
오염에서 회복되는 것은 보안팀 등 전례가 있기에 재난관리국에 믿고 맡긴다.
그 대신, 진짜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이렇게.
장허운 씨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그리고 장허운 씨의 소원은….
-소중한 가족들을 살리려 했습니다.
…….
나는 눈앞에, 이루어진 장허운의 소원을 보았다.
김허운이라는 이름의, 가족 중 하나.
화재로 전소되었던, 고아인 장허운 씨가 자랐던 지방의 한 종교적 사회복지 시설의 사람들.
[흥미로운 상황이군요. 친구.]
[게다가 말입니다. 대체 저자는 어떻게 친구가 소원권을 건네준 것을 알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흉내를 냈다’라는, 참 모호한 재주의 설명은 신경 쓰이지 않습니까?]
…그건.
‘짐작 가는 게… 있다.’
등골을 타고 오르는 불길함이 알려준다. 내 머릿속에 충격처럼 떠오른 하나의 추측을.
…문답으로 좁혀간다.
질문 : 장허운과의 관계
“아. 저희는 같은 시설에서 자란 가족입니다. 여덟 명 중 일곱 명이 모두 화재로 죽었지만요.”
질문 : 이름이 동일한 이유
“시설에서는 원래 공동생활하는 사람들은 같은 이름을 받습니다. 성이 다르니, 이름이라도 함께 쓰는 거죠. 가족이니까요.”
질문 : 가족이 공유하는 규칙
“규칙이랄 건 없지만… 저희는 ‘허운’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생활 태도를 가지기 위해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곳에서 잠을 잡니다. 공평하게,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질문 : ‘허운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생활 태도’의 예시
“아. 어렵진 않았습니다. 가령…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것.”
…….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시집을 읽는 것, 피를 무서워하게 될 것, 중학교를 1년 일찍 다니기 시작하고, 고등학교는 중퇴할 것.”
그리고.
“무속인이나 다른 종교인을 만나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지 않는 것입니다.”
…….
마지막 질문이다.
질문 : 시설의 이름
“아 그곳은….”
그리고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다.
이 세계관에는 수많은 기이한 단체가 있었으나, 이런 방식으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미친 단체는 하나뿐이다….
“…사랑낙원 쉼터라는 시설입니다.”
…….
사랑낙원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
이 세계관의 한국에서 제법 유명한 사이비종교 집단.
재난관리국에서도, 한번 그 이름을 본 적 있다.
-인간의 삶은 두려움으로 가득합니다. 당신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지키고 사랑할 낙원의 연인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사랑낙원으로 오세요.
백호팀에서 내 제안으로 ‘4번 출구의 빨간 옷’ 괴담을 처리할 당시, 요원들이 사이비의 포교인 척하며 작성했던 문구가 바로 그곳을 사칭한 것이었으니까.
다만 내게는 그 이상으로 더 떠오르는 게 있다.
이 집단이 <어둠탐사기록> 위키에 단독 페이지로 등록되어 있었기에.
사랑낙원
<어둠탐사기록> 세계관의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유행했던 신흥 종교중 하나.
‘이상형을 만날 수 있다’, 혹은 ‘상상하는 이상형으로 만들어주겠다’라는 표어를 밀며, 젊은 세대가 혹할 만한 방식으로 포교를 해 당시 초기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실상은 신도들의 삶을 개조하여 ‘낙원의 연인’이란 특정 존재에 적합한 무언가가 되도록 기이한 의식을 강요하는 비윤리적, 주술적 사이비종교 집단.
그리고.
이 과정이 무명찬란교 흉내장이 교단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가설이 재밌다는 호평을 받으며, 결국 흉내장이 교단의 산하 단체 중 하나로 정립되었다.
그 시설은 무명찬란교 소속이다.
장허운은 무명찬란교의 시설에서 자랐던 것이다.
그리고 같이 자란 무명찬란교의 신도들을, 살리기 위해 백일몽 주식회사에 입사했다….
함께 의식의 대상자가 됐던, ‘가족’이라 부르는 시설의 고아들을.
‘…….’
여기까지 오면, 유쾌연구소의 이허운이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 허운이 의식의 목표였던 거야.’
이때 ‘낙원의 연인’이 실존 인물인 경우, 그자를 흉내 내는 의식 과정을 통해 서사를 탈취하려 시도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무명찬란교의 교리를 따르는 행위.
‘유쾌연구소의 이허운을 흉내 내어, 그 연구원의 역할을 훔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키우고 있던 건가.’
<어둠탐사기록> 상에 적히지 않은, 내가 알지 못하는 세부적 이야기들이 주변인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날 수 없는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환각처럼 느껴진다….
[아, 누군가의 인생 굴곡을 하나하나 흉내 내어, 그와 유사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역할을 빚는다….]
[산업 자본주의 시대의 정신을 계승한 건지, 마치 기계의 부속품을 깎아 가공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취급하는군요.]
[같은 공정을 거치면 똑같은 물건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그중 하나가, 우리의 앞에 서 있다.
‘이허운’을 따라 만든 모조품.
김허운은 고개를 푹인다.
“저. 사실, 소개만을 위해 찾아왔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
“간절하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직원님을 찾아왔습니다.”
그가 극도로 정중히 말한다.
터무니없는 발언을.
“장허운을 거둬주신 것처럼, 저희도 전부 거둬주실 수 있을까요?”
…!!
“저희는 알 수 있습니다. 같은 허운이니까요. …장허운은 지금 직원님의 밑에서 행복하지 않습니까?”
머리가 아파 오는 것 같다.
해당 부탁의 이유
“…다른 곳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목소리가 낮아진다.
“저희가 있던 시설은 타버렸고, 다른 사랑낙원의 쉼터로는… 갈 수 없습니다. ……저희는 이전처럼 지낼 수 없습니다.”
왜 그런 건지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화재.’
그 화재도 유쾌연구소의 연구원의 서사를 따라 하기 위한 의식의 일부였던것이다….
그리고 그 화재에서 살아남아, ‘거주 중인 시설의 대형 화재에서 생존함’이라는 서사를 가진 장허운은 완성작이었다.
하지만 이자는… 그 과정에서 솎아지고 재료로 쓰인 사람 중 하나.
“부디, 저희에게 장허운이 받았던 것과 똑같은 이름을 주십시오.”
…….
“그러면, 저희는 똑같은 사람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랐으니까요!”
목소리가 절박해진다.
“…장허운이 먼저 들어간 것도 어쩐지 의미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마치 첫째, 장자여서 ‘장’이라는 성을 받은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럼 저희는 계속….”
나는 손을 들어 올렸다. 김허운은 황급히 머리를 숙이며 마치 손이 닿을 것을 기대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으나….
내 손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거절
“…예?”
다른 훌륭한 선택지
▶이허운의 삶에서 벗어날 것
▶자신의 삶을 살 것
“예? 하지만… 저는….”
피식, 엘리베이터 옆에서 호유원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터무니없는 제안을 들었다는 듯이.
그리고.
“저는, 이미 흉내장이의 권능을 받아서, 그러니까, 여기 들어오기 위해서…. 그래서 이대로라면 도망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