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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에 떨어져도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237화


사이비 교단의 지하 벙커.

입교인이 다 함께 둘러앉은 저녁 식사 시간.

정적 속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우와.”

…….

“우와, 신기하다.”

무명찬란교의 괴담이 나를 보고 있다.

“용만 왔네?”

방긋이 웃고 있다.

내 옆의 두 빈자리로 시선을 돌리며.

“여우랑 김복자 할머니는 없고, 용만 왔네.”

…….

“있잖아. 저 둘은 왜 못 왔을 것 같아?”

추측 : 가벼운 건망증

사유 : 고령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노화

“여우가 자기보다 나이 많다고 디스하는 거야? 하하하하!”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식당에 퍼진다.

“걱정하지 마! 둘 다 잘 있어. 견학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배려했거든.”

견학.

[이런, 들켰나 봅니다.]

아마도.

나는 둘이 어떤 상황일지 지나치게 ‘상상력이 풍부한 방향’으로 상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저기, 식사를 계속할래. 아니면 그 둘 보러 갈래?”

…하.

규칙 : 아침과 저녁은 다 함께 식사한다.

“맞아! 하지만 넌 입교인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예외야.”

…….

“역시 따라와! 보여줄게. 다른 사람들은 식사 계속하고 있을 거야!”

“맞아요.”

사람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서로에게 ‘행복을 전해요’ 같은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재개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기를 갈무리하며 쌍둥이를 따라 걸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려 번호를 매기며.

‘대리님이 죽은 것만 아니면 돼.’

그리고 호유원 혼자 내뺀 것만 아니라면, 그것만 아니면 뭐든 괜찮다.

그럴 가능성은 작다. 명심하자….

쌍둥이는 동쪽에 위치한 식당을 나와 시멘트로 마감된 어둑한 복도를 걸어 예상했던 장소로 간다.

중앙의 거대한 공동.

의식이 이루어지던 장소.

그리고….

“여기 있어.”

수많은 관 중, 벽에 기댄 하나의 관 뒤를 가리켰다.

“들어가 볼래?”

싱글벙글 웃는 누나 쪽과 표정이 없는 동생 쪽.

그 뻔하면서도 꺼림칙한 모습을 한 번 본 후, 나는 연기를 짙게 뽑아 관 뒤의 공간 안으로 넣었다.

그곳에는.

“아. 오셨네요.”

…멀쩡한 안색의 호유원과, 김복자 할머니로 변장한 은하제 대리가 벽에 기댄 채 있었다.

일단 두 사람 다 온전해 보였다.

‘후우.’

나는 은하제 대리님의 눈짓을 보고, 천천히 공간으로 아예 발을 넣어 들어갔다. 그곳은….

‘……공장 설비?’

그건 일종의 시설 같았다.

크기는 공동만큼 압도적이진 않았으나, 식당보다 약간 큰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으며, 곳곳에 파이프와 기계음이 웅웅거리며 울린다.

낡고 오래된 공장을 압축해 작은 설비로 구현한 듯한 장소.

[과연! 생산설비를 갖춘 벙커라.]

[프레퍼들은 단순한 대피가 아닌, 장기적 생활을 염두에 두고 지하 벙커를 만들기도 한다지요! 그 예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설치된 파이프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나는 그 공기 안에서 맴도는 소독약 냄새를 감지했다….

“근사하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쌍둥이도 이 공간 안에 서 있다.

어느새 둘 모두 빙글빙글 웃고 있다.

“뭘 만드는지 궁금하지?”

…….

“물어봐. 어서. 먼저 견학한 여우가 있잖아.”

나는 호유원을 보았다.

그가 힐끗, 설비를 보더니 미소와 함께 말한다.

“술을 빚는 장소예요.”

…….

……!!

“정답이야, …짠!”

쌍둥이가 몸을 비키자, 그들이 가리고 있던 시야 너머가 드러난다….

거대한 단지.

사람 둘을 세워둔 듯한 높이와 어마어마한 넓이.

그러나 도자기가 아닌, 싸구려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대형 사각 물탱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깨닫는다.

공기 중에 맴도는 건 소독약 냄새가 아니었다.

주정, 알코올의 냄새였다.

저 단지에서 나오는.

“어때? 멋지지?”

지산 마을에서 지네지승을 담가 만들었던 술, 신선주가 있던 자리.

바로 서낭당 지하에, 그 단지를 재현해 둔 것이다.

똑같이.

“딱 이 장소에서 말이야. 예전에, 흉내장이 교단의 지네로 담근 술을 마시는 축제가 있었대. 거기서 다들 이름님의 목소리를 듣고 해피엔딩을 봤대.”

…….

“그런데 누가 술을 다 훔쳐 갔나 봐. 지네까지 몽땅 털렸다는데. 그럼 누군가는 채워줘야 하잖아. 우리가 해보려구!”

잠깐만.

그럼 저들은 지네 대신 대체 뭘 넣으려는….

“용이나 여우 술은 어떨까 했는데 말이야.”

……!

“에이, 그런데 너희는 입교 안 했잖아! 그러면 안 되지.”

그건.

“술에 이름님을 깨닫는 효력이 있으려면… 무명찬란교의 신실하고 영험한 권능을 담가야 할 거 아니야.”

권능.

괴담을 부르는 무명찬란교의 언어.

“그래서 권능을 준비했어. 아, 저기 참석자들이 온다.”

등 뒤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저기, 거대한 공동을 울리는,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발소리.

“입교식을 수료한 걸 축하해!”

…….

고개를 돌렸다.

입구 너머.

저녁 식사를 끝낸 입교인들이 서 있다.

관 앞에 선 입교인들은 모두 가만히 줄을 서 있다.

어떤 말소리도 내지 않은 채, 다 아는 것처럼 빙그레 웃으며 안을 쳐다본다.

기묘한 일체감.

그 면면을 살펴본 나는….

…….

잠깐만.

질문 :

“음? 노루 님, 지금은 노루 님의 질문 차례가 아니라고 몇 차례나 말씀….”

질문 : 130666의 안면인식 저하(모자이크) 금제 해제 유무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호유원이 선언한다.

“저는 노루 님의 금제는 건드린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

그럼.

왜 모두 얼굴이 또렷이 보이는 거지?

첫날부터 나는 이 지하 벙커에서 그 누구의 얼굴도 모자이크나 흘러내리는 덩어리로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그렇기에 그대로 받아들였다. 백일몽을 잠시 벗어나서 호 이사와 동행하기에, 그가 했던 ‘잠시 자유를 얻으라’라는 말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버렸다.

그리하여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놓친 진실을.

“행복을 전해요!”

정해진 대사를 읊듯이 입교한 사람들의 입이 벌려진다.

나는 그 안까지 보았다.

그 입.

발음하는 입속에서 움직이는, 꾸물텅거리는 혀의 모양이….

혀가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것을.

“행복을 전합시다.”

벌레였다.

혀와 비슷한 붉은 살덩어리, 지렁이 같은 벌레가 혀를 대신해 입안에서 움직인다. 혀의 기능을 모두 대체한 듯, 그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능란하나 끝에 달린 주둥이가 벌어지고 이빨이 보인다.

“어, 봤어? 멋지지? 저 권능은 말이야. 원래 물고기 기생충에서 파생된 공포래. 혀뿌리에 붙어서, 혀를 점점 먹어 치우면서 대체하는 거야. 그리고….”

해피엔딩 교단의 속삭임.

“빨리 퍼진다? …같이 식사 중에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그리하여 나는 깨닫는다.

내가, 심드렁하게 분석하듯 던졌던 빈정거림이.

-아니, 일체감을 무슨 수로 형성하는 건데.

그 질문이 얼마나 오만한 위치에서 한 것인지.

현실은 위키가 아니다.

위키에 드러난 설정이 유치하다고 상황에 개연성이 없을 순 없다. 내가 얼마나 이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았는가.

현실에서는, 무조건 현상에는 이유와 토대가 존재한다.

단지… 내가 모를 뿐.

-이 불합리한 상황을 가능하게 만드는 디테일

있었다.

-자기들끼리만 공유하는 작은 상징

있었던 것이다.

‘괴담.’

입교자들은 모두 같은 괴담에 오염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괴담은….

“신기하지?”

내가 모르는 것이다.

나는 해피엔딩 교단에서 어떤 괴담을 권능으로 사용하는지 거의 모른다. 강력하고 인상적인 것만 우후죽순 위키에 등록이 되어 있었기에.

…지금이라도, 읽어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이 미친 상황을 통제하는 것에 의미가, 입교자들의 혀가 모조리 기생충으로 대체되어 아마도 모두가 그 기생충에 의해 사고력과 인지력을 제어받는 상황이….

[오, 친구. 무심코 넘긴 발상이 있군요.]

뭐?

[모든 입교자라고 한다면, 아직 확인하지 않은 자가 하나 있지 않습니까?]

‘……!’

나는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은하제 대리.

마주 보는 대리님의 얼굴은 모자이크 한 점, 녹아내림 하나 없이 완전했다…. 첫날처럼.

…….

연기가 피어오른다.

권고 : 혀를 확인할 것

그러나.

“아. 괜찮아요. 송골매 씨의 혀는 멀쩡해요.”

아.

“이미 송골매 씨는 감염된 상태라서요. 다른 기생충은 들어오지 못한답니다.”

잠깐만.

나는 호유원과 눈을 마주쳤으나, 따질 시간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야기 다 끝났지? 그럼 이제… 입교식은 끝났으니, 일을 시작하는 거야.”

쌍둥이가 양손을 들어 올린다.

“모두 자리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움직인다.

입교자들이 나란히 줄을 선 그대로 시설 안에 거침없이 들어온다. 그리고….

나를 스쳐 지나 경쾌히 정진한다.

더 안으로.

마치 컨베이어 밸트 위에 놓인 듯 일정한 속도로 시설 설비의 파이프를 걸어, 저 위로 올라….

그대로 몸을 던진다.

첨벙, 첨벙, 첨벙!

독한 술에 사람이 빠진다.

‘…!!’

맑고 쾌청하기까지 한 소리를 내며 풍덩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싸구려 하얀 플라스틱 통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앉는다. 시원하기까지 한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들린다.

“멋진 술이 될 것 같아.”

수십 명의 사람들을 괴담에 오염시켜, 인간이 아니게 된 그들로 술을 담근다.

…지네 대신, 입교인 전체를 성분으로 삼아서.

그게 이 입교식의, 지하 벙커가 이곳에 위치한 목적이었다.

“멋지지?”

…….

소름이 등허리를 타고 오른다.

“완성되면 너도 마시자. 너도 마시고 이름님을 알자.”

그리고 나는 내게 하나의 감정이 더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이미 아는 존재 : 이름님

불쾌함.

“으응?”

무명찬란교의 교리 :

이 세상은 이름님의 것. 오로지 이름님의 의지와 선택만이 의미가 있다.

“맞아! 그거야!”

맞다고?

하지만 사실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 교리의 어처구니없는 진실이 뭔지 아는가?

이건 사실….

이름님

<어둠탐사기록>에 등장하는 사이비 교단, 무명찬란교가 섬기는 존재. 이 세상에서 오로지 그 의지와 선택만이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실 그 정체는 [스포일러].

스포일러를 클릭하면 나오는 내용.

<어둠탐사기록> 위키의 작성자.

간단하다.

<어둠탐사기록>은 초반에 통상 웹사이트의 포맷을 그대로 따와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위키를 작성하기 위해 투고를 클릭하면, 이름 칸이 떴었다는 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익명을 규칙으로 했기에 이름란은 건드리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그리하여 투고자가 그대로 괴담을 올리면… 이렇게 된다.

작성자 : 이름

이 형태.

그리하여 모든 위키 페이지는 ‘작성자 : 이름’으로 작성되어 있다.

그리고 무명찬란교는 처음엔 여기서 착안한 작은 메타 괴담에서 시작한 것뿐이었다.

제4의 벽을 넘어, 괴담 속 존재들이 자신의 작성자를 인지한다는 오싹한 발상.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붙으며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 미친 듯이 불어난 끝에 거대한 종교 단체가 되었다.

무명찬란교는 이 ‘작성자 : 이름’을 하나의 위대한 신적 존재로 오인하여 섬기고 있다.

…진짜 사이비 교단처럼.

그리고 이 말뜻이 무엇이냐 하면.

무명찬란교 교리상 그 태생부터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

: 해피엔딩 교단.

사실 해피엔딩 교단은 기초적 설정 오류를 품고 있다는 뜻이다.

“…어?”

혹시 기억하는가?

내가 지네지승의 앞에서, 지산 마을의 사람들에게 했던 말을.

-이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약한 자는 세상에서 죽음으로 도피했으나 그것은 탈출구가 아닙니다.

그렇다.

죽음은 탈출구가 아니다.

이름님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그, 그건.”

그러므로 죽음은

▶ 행복일 수 없다.

▶ 엔딩일 수 없다.

해피엔딩 같은 건 없다는 뜻이다.

그걸 명목으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것 역시.

교리적 모순

의미 없는 행위

“…….”

해피엔딩 교단의 간부가 입을 닫았다.

웃는 표정이 사라진, 고요한 얼굴이 빨간 머리띠 아래, 낡은 교복 위에 있다.

생동감이 사라진 얼굴.

나는 문득, 그 얼굴이 생각보다 앳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가?”

…!!

“충분히 괴담 같지 않나? 의미 없이 사람이 죽고, 사실 오해고… 이름님이 주목하실 만하잖아. 잘하고 있는 거잖아.”

첨벙, 첨벙.

“그렇잖아. 지금 사람 백 명이 술로 뛰어들고 있는데 사실 전부 개죽음일 뿐이라면, 해피엔딩 교단 자체가 웃기는 짓이라면, 재밌잖아.”

…뭔가.

이상했다.

저건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기괴함이 아니다.

그러니까, 괴담이나 공포물에서 흔히 보이는, 정신착란이 대뜸 겉으로 드러나며 ‘나 무섭지?’라고 외치는 류의 평면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진짜였다.

그러니까 이건….

“독특하고, 재밌고, 반전도 있고. 재밌잖아.”

두려움이다.

나는 교복 입은 곱상한 청소년의 얼굴을 한 쌍둥이를 본다. 작위적이기까지 한 그 모습.

필사적이기까지 한… 노골적인 개성.

“이름님이 좋아하시겠지?”

…….

“이름님이 좋아하셔서, 더 오래 보고 싶으시겠지!”

깨달았다.

‘알고 있었어.’

몰랐던 게 아니다.

단편적이고 불쾌한 자극만 끌어모아 만들어진, 토대 없는 잔인함과 캐릭터성만이 위키에서 보이지만, 현실이라면 다르다.

단지 그들에게….

“그럼 됐잖아.”

이름님은 공포였던 것이다.

이 세상에 괴담이 판치는 것은 이름님의 뜻이다.

그걸 안다.

그렇다면 최대한 그 구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얼토당토않은 짓들을 하고, 재밌는 짓을 벌이고, 잔인한 행동, 엽기적이기까지 한 상황을 만든다.

그렇게 그 구미에 맞게 행동하려 노력하는 것이.

“그럼 된 거야.”

해피엔딩 교단의 진짜 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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